수렁 아니 바다에서 건진 아들. 블랑팡 피프티 패덤즈. Highend
살아있는 전설 옐로우 서브머린............
.......아니 롤렉스 서브마리너 <www.rolex.com>
살아있는 전설이라고 부를 수 있는 시계가 있습니다. 투쟁의 역사, 즉 방수와의 싸움을 목격한 산 증인이자 롤렉스의 역사의 굵직한 부분 부분을 겪은 서브마리너이죠. 50년이 넘는 현역 생활을 하고 있는 그가 은퇴를 할 시점은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 제가 죽게 될 몇 십 년 후라도 그는 팔팔한 청년처럼 당당히 숨쉬고 있을 것 같은 전설입니다.
전설의 시작에는 다른 하나의 전설이 될 뻔했던 시계가 존재했습니다. 그것은 바로 블랑팡의 Fifty Fathoms (피프티 패덤즈) 입니다. 패덤은 길이를 나타내는 단위로 50 fathoms는 약 90미터 정도를 나태내며 이름은 전설이 되지 못한 시계가 가능했던 방수의 깊이를 나타냅니다.
프랑스 방위청은 수중에서 작전을 할 수 있도록 방수 시계를 찾고 있었는데 그들이 원한 조건에 부합되는 시계가 블랑팡의 피프티 패덤즈 였습니다. 지금은 하이엔드 메이커의 하나로 당당한 포지션을 차지하고 있는 블랑팡이지만 그들의 별 볼일 없는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거의 유일하게 나오는 유산은 바로 실전에서 활약한 피프티 패덤즈 뿐입니다. 53년은 전설이 탄생 한 때로 이때 개발이 막 끝난 피프티 패덤즈는 프랑스 해군에서 사용이 되기 시작합니다. 서브마리너의 경우 이 때만 해도 아직 지금과 같은 도미네이트한 모습이 아니었고 서브마리너나 롤렉스나 지금과 같은 강자의 모습을 띄게 된 것은 명 무브먼트로 불리는 Cal.15XX 씨리즈가 등장한 시점부터가 아닐까 합니다.
다이버 워치가 막 걸음마를 떼는 시기였지만 피프티 패덤즈의 방수 성능은 굉장히 신뢰할 수 있었던 모양입니다. 1955년 수심 50미터에서 작전 중 시계를 분실하게 되고 다음날 운 좋게 시계를 발견했는데 정상적으로 시계가 움직이고 있었다고 합니다. 프랑스군뿐 만이 아니라 이웃 나라인 독일 해군에서도 사용하였고 60년대에는 미 해군도 밀 스펙(MIL-S-22176)에도 부합하는 시계(아쿠아 렁)로서 납품이 되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폴란드, 체코, 북유럽의 해군에도 80년대까지 판매가 됩니다.
피프티 패덤즈는 몇 가지 버전이 존재합니다. 그 중 가장 특징적인 모델이 있는데 다이얼에 ‘방사능(?) 마크’가 있는 것이죠. 습기에 반응하게 되는 이 인디케이터는 물과 같은 수분 등이 침입하면 빨간색의 X 마크가 사라짐으로 수분의 침입을 받았다는 표시를 하게 됩니다.
왠지 하나 사면 나머지를 다 사서 트릴로지를 완성해야 겠다는 동기부여가 되는 무시무시한 씨리즈. 저도 그 중 가장 비싼 (크로노그라프니까) 에어커맨드 하나 사놓고 이제 만만한(?) 나머지 둘 만 사면 되겠구나하고 좋아했었죠. 피프티 패덤즈랑 GMT랑 기능이 겹치는데 결국 바늘 하나 더 달린 GMT 사고 피프티 패덤즈는 있는 셈 치게 됩니다. (셋 중 가장 전통이 있는 모델이거늘)
튼튼하고 완벽한 방수 능력으로 1500번대 무브먼트의 신뢰성으로 명성을 쌓은 롤렉스는 쿼츠 쇼크를 무사히 넘긴 것에 반해, 블랑팡은 지금은 사라져버린 메이커들처럼 쿼츠 쇼크의 폭풍에 휘말리게 됩니다. 피프티 패덤즈의 운명도 함께 마감이 되지요. 지금은 우블로의 CEO로 이적한 쟝 클로드 비버가 폐허로 변한 블랑팡을 다시 일으켜 세웁니다.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블랑팡의 하이엔드적 이미지는 재건 이후의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러 나라의 해군에서 활약했던 피프티 패덤즈는 블랑팡의 트릴로지 시리즈에 의해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땅, 바다, 하늘을 상징하는 트릴로지 시리즈는 땅의 GMT, 바다의 피프티 패덤즈, 하늘의 에어 커맨드로 피프티 패덤즈는 조금 쌩뚱 맞게 트릴로지의 하나로 다시 부활을 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부활한 피프티 패덤즈는 이름만 그렇다 뿐이지 서브마리너와 어깨를 견주었던 왕년의 그것은 아니었습니다. 2003년에 조금 반가운 소식이 들려오는데 피프티 패덤즈 50주년 기념 모델이 등장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리미티드 에디션의 형식을 빌어 등장한 피프티 패덤즈는 오리지널의 몇 가지 디자인 중 하나를 선택하여 나타납니다. 이미 하이엔드로 기반을 완성한 블랑팡에서 등장한 피프티 패덤즈는 오리지널과 달리 고급스러움을 가지게 됩니다. 고급 범용 무브먼트를 공급하는 프레드릭 피게의 무브먼트를 비롯 하이엔드로서의 블랑팡의 역량이 담겨 있었습니다. 끊어져 버린 피프티 패덤즈 역사를 조금이나마 보상할 수 있었을 겁니다.
4년이 지나 또 다른 버전의 피프티 패덤즈가 등장합니다. 트릴로지의 일원의 하나였지만 고급 다이버 워치로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게 됩니다. 이번에는 프레드릭 피게가 아닌 인 하우스 무브먼트와 크로로느그라프, 토빌론을 아우르는 컬렉션의 하나로 스포츠 라인을 담당하게 됩니다. 극적인 변신을 이루게 된 피프티 패덤즈를 보며 고급스러움과 거리가 먼 군용시계의 옛모습이 떠오르게 되어 어색하지만, 전설에 묻혀 존재 자체를 잃어버릴 뻔한 전설과 함께 하는 그림자를 이제는 애써 기억하지 않아도 된 것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림자라고 하기에는 어색해진 것 만 빼면 말이죠.
댓글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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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
2007.12.10 17:05
이런 멋진글이...빈티지의 수렁으로 인도하는것 아닙니까? ㅜ.ㅜ 역시,시계는 역사와 철학이 존재합니다. 그 기준으로 비판도...환호도 하게 되구요...^^ -
Mystic Spiral
2007.12.10 17:10
오...제목이! 제가 김진아씨를 닮았... (쿨럭쿨럭) -
톡쏘는로맨스
2007.12.10 17:23
블랑팡에서 사고 싶은 모델입니다. 볼수록 멋진 것 같습니다................. -
건전한
2007.12.10 17:27
보석시계같은 블랑팡...예뻐요~ -
junech
2007.12.10 17:33
예쁘네요^^ 쩝쩝쩝,,, -
라키..
2007.12.10 17:49
아 글 잘읽고갑니다 :) -
폴투기즈
2007.12.10 18:01
ㅎㅎ 그냥 그나마 이쁘고 사고 싶은 건 에어커맨드네요 ㅎㅎ -
오름
2007.12.10 18:02
파워 리접이 8일이라는 건가요? 대단하군요...출시 되었습니까? -
marls
2007.12.10 18:25
아~ 저도 사고 싶어요.... -
꼬삐
2007.12.10 19:29
알라롱님의 주옥과 같은 글 잘 읽었습니다.. 블랑팡.. 페이스 하나만은 정말 인정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습니다..^^ 언제나 위시리스트 상위에 있는 블랑팡 언제쯤 내 품에 올까..ㅠㅠ -
스틸
2007.12.10 21:08
아니...방사능 마크.... 옥여사댁에 등장하셧네요 ^o^ -
구름똥
2007.12.10 21:54
배젤의 소재가 궁금해요 -
히든
2007.12.10 23:42
볼록베젤이 독특하네요.ㅎㅎㅎ -
4941cc
2007.12.11 03:35
이거 참 옛 것을 오늘에 와서 되살린다는 취지는 좋지만, 저같은 사람은 오히려 다시 옛 것을 찾아 삼만리를 해야 하는 상황이네요. -
4941cc
2007.12.11 06:46
그나저나 아쿠아 렁이라서 수렁인가요??ㅎㅎ -
사보텐
2007.12.15 10:14
45mm라는 크기가 제 얇은 손목에 맞지 않아 안타깝기만 한 모델입니다 ㅠㅠ -
jeminas
2012.08.12 02:48
좋은 글 감사합니다. 끊긴 역사를 다시 잇는 중요한 톱니가 피프티 패덤스였다고 생각됩니다. 다 떠나서 우선 너무 예쁘고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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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암
2014.01.08 02:01
싸이즈만 작다면..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