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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686 2007.10.25 15:49

브레게의 토빌론을 오버홀을 하려면 약 1,700만원 정도한다고 합니다. 토빌론의 가격도 가격이지만 시계를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작업인 오버홀에 소요되는 비용 또한 엄청납니다. 1,700만원이라면 보통의 시계 매니아가 드림 워치라고 부르는 시계를 하나 살 수 있는 그러한 가격입니다. 왜 이렇게 많은 비용이 필요한 것 일까요?

 

 

오버홀 할 비용이면 이거 하나 사겄네~~~

 

토빌론과 같이 복잡한 시계를 국내에서 100%에 가깝게 처음 만들어진 상태로 되돌리기도 어렵습니다. 그 때문에 복잡시계들은 기본적으로 스위스 본사로 보내집니다. 이러한 복잡시계의 경우 일반적인 시계의 제작 공정과 달리 한 명의 전담 시계사가 조립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립에 대한 전 과정을 완벽하게 숙지하고 있는 고급 인력이기도 하며 이러한 복잡 시계의 경우 특별하게 관리되어 조립을 담당한 시계사가 다시 수리를 담당하는 시스템을 취하게 됩니다. 스위스 본사에서 조립을 담당한 주치의에 의해 다시 건강해지는 이 치료방법이 가장 이상적인 오버홀 입니다. 문제는 스위스로 돌아온 시계의 치료비용과 그 외의 비용이 만만하지 않다는 것 입니다.

 

 

 

 

 

시계매니아 라면 욕심이 생깁니다. 시계를 구성하는 모든 것에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고 있는 매니아라면 탐스럽게 잘 익은 빨간 사과를 한입 베어 물고 싶다는 욕심이죠. 하지만 그 빨간 사과에 독이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합니다. 이 생각지 못한 문제는 욕심을 현실로 옮길 때 발생합니다. 단 시계를 큰 무리 없이 사용했다면 적어도 4,5년에 걸쳐 서서히 사과의 독이 온몸에 퍼지게 되므로 그것을 느끼지 못합니다.

 

 

오버홀 (Overhaul) : 시계를 전부 분해하여 세정, 주유, 조립하여 조정을 하는 검사수리를 뜻함.

 

빨간 사과의 맹독은 바로 하이엔드 시계의 오버홀 입니다.

 

하이엔드의 대표격인 메이커 파텍 필립의 광고 문구를 보면 세대를 넘어 세대에라고 합니다. 대를 이어 사용할 수 있는 시계를 만든다는 파텍 필립의 의지 표현이겠지요. 할아버지가 아버지에 아버지가 아들에게 전해 줄 수 있는 시계는 롤렉스라도 가능합니다. 다만 롤렉스는 매우 튼튼하게 설계된 무브먼트이고 부품의 고장은 즉 부품의 교체로 이어집니다. 또 엄청나게 팔린 롤렉스의 수리는 어떠한 시계보다도 용이합니다.

 

하지만 하이엔드 메이커들은 롤렉스와 같이 무식한(??) 방법은 취하지 않았습니다. 크라운을 감으면 물 흐르듯 매끄럽게 감기는 태엽. 최소한의 힘에 최소한의 마찰로 움직이는 무브먼트를 만드는 메이커들입니다. 부품에 대한 부담이 최소화 되면 만들어진 한번 부품은 마모 또한 최소화 되어 교체 없이 아버지의 시계를 전해 받은 아들 세대에서도 정확하게 시간을 가리키고 있을 것 입니다. 하지만 비극적이게도 이는 이상 속의 이야기입니다. 10년에 두 번은 거쳐야 할 성스러운 의식에서 처음의 시계 상태를 완전하게 유지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입니다.

 

메이커의 CS센터에서 간혹 너무나 초보적인 테러를 당한 불쌍한 시계들의 경험담을 듣게 됩니다. 정말 아끼고 아낀 돈으로 산 시계가 스트랩 하나 교체해 달라고 했다가 러그에 온통 상처가 생겼다는 이야기. 배터리 하나 교체했더니 케이스가 온통 본드 투성이가 되어 돌아왔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우리 주위에는 손재주 좋고 경험 많은 전문수리사들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어느 메이커에도 속해 있지 않은 그들에게는 어떤 시계에 대한 매뉴얼(주유도)과 부품의 입수가 곤란한 경우가 허다합니다. 운이 없다면 맡겨진 시계를 한번도 수리나 오버홀 해본 경험이 한번도 없을 수 도 있습니다. 특히 별난 무브먼트를 사용한 하이엔드의 경우에는요.

 

 

만약 부품에 손상이 생겼다면 어떻게 될 까요. 끔찍합니다. 이 특별한 시계의 부품은 쉽게 구할 수 가 없습니다. 이럴 때는 고육지책으로 부품을 깎게 됩니다. 아무리 완벽하게 깎았다고 하더라도 오리지날을 100% 대체할 수 없습니다. 까탈스러운 기존의 부품들은 새로 들어온 부품과 어울리기를 거부합니다. 비록 시계는 정상적으로 작동한다고 생각할지는 몰라도 파텍 필립의 세대를 넘어 세대에라는 관점에서 보면 어느 시점에서는 그 미운 오리새끼에 의해 그와 억지로 연결된 부품들이 연쇄로 이상을 가져옵니다. 단순히 시간이 간다고 해서 간과한 무브먼트 속의 가혹한 상황이 결국은 그 아름다운 무브먼트에게는 재앙으로 다가오게 됩니다. 아름다운 케이스 속에서 병들어 버린 무브먼트는 시계의 가치를 크게 떨어뜨립니다. 하이엔드 메이커들이 힘들게 쌓아 올린 명성은 껍때기가 아닌 그들의 모든 것. 노력, 기술, 전통과 정신이 담긴 무브먼트에 의해서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메이커에 따라서는 노선의 변화를 꾀하여 쉽게 먹을 수 있는 사과를 만들어 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또 한번 만들어 죽을때까지 쓴다라는 개념은 점차 약해지고 있기도 합니다. 필립 듀포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시계 만들기가 그렇게 칭송받게 된 현실을 보면 그러한 현상을 증명해주는 셈이죠. 매스티지, 즉 대중적인 명품들이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시계도 파텍 필립과 같이  높은 완성도를 갖추기보다 적당하게 만들어 쉽게 소비하고 또 쉽게 버릴 수 있는 그런 하이엔드 아닌 하이엔드를 만들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하이엔드 접근에 대한 거부감이 약해지고 또 젊은 층에서의 구입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독을 제거한 사과의 맛은 떨어집니다.

 

사람 가리는 까칠한 하이엔드 메이커들이 요즘 돈에 눈이 멀어 친절해졌다고는 하나 단순한 구매력만으로는 사과를 완전히 소화할 수 없습니다. 어떤 자동차 동호회에서는 턱이 높은 지역이나 공사지역에 관한 지도가 공유되고 있다고 합니다. 도로 사정이 좋지 못한 우리나라의 도로사정에는 땅에 착 달라붙은 그 자동차로는 달릴만한 여건이 되지 못합니다. 도로 위에서는 운전이 아니라 도로 때문에 온 신경을 집중하는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그것을 버릴 수 없는 이유는 그것을 타는 사람의 깊은 애정과 열정 그리고 이해가 함께 따라주기 때문입니다.

 

 

 

독 없는 파란 사과도 먹을만 합니다. ㅎㅎㅎㅎ

 

하이엔드을 포함한 기계식 시계 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무브먼트의 개념. 시계에 대한 기본적인 조작법과 관리법. 그리고 시계라는 물건이 피해 갈 수 없는 오버홀에 대한 이해. 또 오버홀에 대해 그다지 좋은 환경이 아닌 우리나라의 사정. 탐스럽고 빨갛게 익었지만 이렇듯 독이 든 사과를 베어 물기 전에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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