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의 품격 : 브레게 트래디션 Highend
오늘은 브레게 트래디션에 대해 얘기해 보려고 합니다.
트래디션 라인은 2005년에 출시 되었습니다. 브레게의 막내 컬렉션이죠.
브레게는 트래디션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브레게 기원으로의 회귀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 즉 두마리 토끼를 잡아 보겠다는 것이죠.
그런데 그 다음 문구가 아주 역설적입니다. 기존의 전통적인 브레게 이미지와 아방가르드 스타일이 균형을 이루는 다이얼. (이게 가능한 말인가?!)
트래디션 7097 레트로그레이드 세컨드
과연 전통적인 브레게와 아방가르드 스타일이 동시에 느껴지시나요?
그럼 브레게는 왜 트래디션을 출시해야만 했을까요.
2000년대에 들어와서 시계판에도 아방가르드 스타일들이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보면 2001년 리차드밀, 2002년 제이콥앤코, 2005년 MB&F, 2006년 아르민스트롬 등등이 등장하게 됩니다.
이런 독립시계 제작자들은 전통의 강자들처럼 헤리티지를 가지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에 발전된 시계 기술을 뽐내거나 화려하고 독특한 아방가르드 스타일을 내세웠고 점차 인기를 얻어가게 됩니다.
이런 상황을 보고만 있을 니콜라스 회장님이 아니시죠 ^^
아방가르드도 브레게가 하면 다르다는걸 보여주게 됩니다.
'원조의 품격' 을 더해서 말이죠.
먼저 브레게의 기원을 심어줘야죠.
트래디션은 아브라함 루이-브레게의 서브스크립션 회중 시계 중에서도 1799년에 처음 생산된 "Montre a tact" 를 베이스로 합니다. (세계 최초의 터치로 시간을 알 수 있는 회중시계)
Breguet No 2065
일반적인 회중시계와 달리 시계 표면에 시침과 연동된 화살 모양의 포인터와 외곽에 정렬된 스터드(1시간, 30분 간격)를 통해 주머니 속에서도 대략적인 시간을 알 수 있습니다.
제 7097 다이얼과 거의 같은 모습이지요 ㅎㅎㅎ
Breguet No 615
보나파르트 왕에게 판매된 Tact 시계. (에나멜, 다이아몬드, 마더오브펄)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터치 시계를 만들게 된 것이 맹인들만을 위함이 아니고, 당시 회중 시계를 꺼내서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나는 경우가 있어서 주머니 안에서도 대략적인 시간을 확인하고 싶어하는 니즈가 있었다고 합니다^^
서브스크립션과 똑같은 배열의 기어트레인과 브레게핸즈, 기요세.
그리고 트래디션 라인의 시그니처인 파라슈트 충격흡수장치.
그리고 밸런스 감상을 위한 핵기능까지.
초창기 파라슈트 형태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앞뒤 모두 시원한 시스루
7097 레트로그레이드 세컨드를 위한 스네일캠
뒤 쪽에서도 볼 수 있는 팔렛 포크 움직임.
미러 폴리싱 로터는 효율도 좋지만,
1780년 처음 사용된 "Perpetuelle" (self-winding) 워치의 추 형태 로터를 오마주 했습니다.
이제 브레게가 트래디션을 통해 보여준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간단히 살펴 볼까요.
<7047 Fusee 투르비옹>
다이얼 크기와 맞먹는 사이즈의 투르비옹 케이지와 콘스탄스 포스 메커니즘의 퓨제앤체인
<7077 크로노그래프>
3Hz 메인 밸런스휠과 크로노그래프를 위한 5Hz의 독립된 밸런스휠,
레트로그레이드 20분 미닛카운터와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
<7087 미닛리피터 투르비옹>
독특한 형태의 공과 버티컬 해머 시스템에 투르비옹까지.
페리페럴 로터의 오토매틱 모델.
이제 숨어있는 디테일들이 잘 보이시나요?^^
트래디션은 브레게가 이 시대에 제시하는 또 하나의 이정표를 만들어 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몇 년 동안 트래디션 라인에 굵직한 신제품이 없는 것이 좀 아쉬운데 그 동안 3세대 마린컬렉션, 타입 등에 신경을 쓰느라 그런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곧 트래디션 탄생 20주년이 다가오는데 뭔가 특별한 걸 준비하고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해 봅니다.
댓글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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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s
2023.11.21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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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시계
2023.11.21 15:56
저도 앞으로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브레게가 더 열심히 일해주길 바래 봅니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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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y9240
2023.11.21 00:57
안그래도 요새 7027 7037이 눈에 들어오는 중이었는데… 반가운 포스팅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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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시계
2023.11.21 20:14
어서 들이셔서 동참하시지요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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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9
2023.11.21 04:25
아.. 선생님? 자꾸 이렇게 디테일하고 은은하면서도 자극적인 뽐뿌 주시면 곤란합니다. ㅎㅎㅎ 아 정말 멋있네요. 최근에 7027 고민하면서 비슷한 내용을 외국 포럼에서 보고 그랬는데 한글로 보니 더 뽐뿌스럽습니다. 추천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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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시계
2023.11.21 20:17
모를 땐 몰랐는데 알고나면 더 무서워지는게 있지요. 차라리 알지말껄...... 하는 순간은 이미 늦었습니다 ㅎㅎㅎㅎㅎ
추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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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omking
2023.11.21 07:47
이런 멋진 포스팅은...항상 추천입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트래디션도 꼭 경험해 볼 워치 리스트에 항상 자리 잡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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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시계
2023.11.21 20:20
크롬킹님 추천 감사드립니다^^. 언젠가 꼭 경험해 보시기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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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23.11.21 08:48
7047이 제 드림와치 입니다~꿈만 꾸고 있어요 꿈만...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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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시계
2023.11.21 20:24
예전에 부틱에서 7047 와인딩 해보면서 소름 돋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와인딩감도 죽이지만 체인이 감기는 모습을 완벽하게 볼 수 있다니... 기가 막히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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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IV
2023.11.21 14:29
브라게는 참 매력 적인 브렌드 입니다. 다만..지향하는게 유럽 귀족이미지라서 그런지. 팔뚝 가는 저로선 항상 망설이게 되는..(혹은 빈티지 모델을 찾게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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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시계
2023.11.21 20:32
저도 가지고 있는 불만이라서 백프로 공감합니다. 드레스 워치인 클래식 라인을 전반적으로 너무 사이즈를 키워놓았죠. 디자인도 너무 모던해진듯 하구요.
MZ 뉴비들에게는 어필이 될 수도 있겠지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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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치코마
2023.11.21 17:46
정독 했습니다. Heritage 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다시 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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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시계
2023.11.21 20:33
맞아요. 헤리티지가 정말 무섭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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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rgy
2023.11.21 17:58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트래디션은 볼때마다 현대적인 모습과 특유의 클래식함이 동시에 느껴진다고 생각했었는데 브랜드에서 이걸 "아방가르드+전통"이라고 표현했군요,
ㅎㅎㅎ (개인적으론) 맞는 것 같습니다. 언제 봐도 멋진 시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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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시계
2023.11.21 20:36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트래디션 컬렉션이 역사도 짧고(?) 지향점도 약간 달라서 다른 브레게 라인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을 줍니다. 그래서 앞으로가 더 기대가 되는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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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대구리
2023.11.22 15:43
오오 양질의 포스팅을 자주 올려주시네요
안그래도 요즘 7027찾아 삼만리 중인데 소유욕이 불타오릅니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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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시계
2023.11.22 15:56
그냥 날씨도 추워지고 심심해서 그럽니다 ㅋㅋㅋ 손목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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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갑부
2023.11.22 22:43
현승님의 포스팅 퀄러티가 갈수록 넘사벽이 되어 가는듯 합니다. 좋은 내용 잘 보고 갑니다~ 엄치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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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시계
2023.11.23 10:04
홍콩갑부님 과찬이십니다 ㅎㅎㅎ 그냥 인터넷 정보 짜집기 + 개인적 의견 정도 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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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kster
2023.11.23 14:21
자세한정리 잘봤습니다. 현 브랜드가치와 명성뿐이아닌 브랜드의 역사와 각모델의 Heritage/Lineage 를 이해하는게 시계수집의 묘미인것같습니다.
저는 이시계 구입하면서 몇가지 망설인 점이있는데 그중하나가 스와치그룹에서 밀고있는 실리콘 Hair spring 입니다. 여러가지 장점으로 파텍 롤렉스도 적용을하고 대세인것같으나 저의 개인적인생각으론 전통적인 재료사용과 수작업에서 혹시라도 멀어져가지않나 생각되네요.
현승님 포스팅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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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시계
2023.11.24 15:27
와우~ 지원샷 감사드립니다 ㅎㅎ 7097 오너가 그리 많지 않아서 반갑네요^^
시간이 흐를수록 브레게도 약간의 변화들이 있는건 사실입니다. 스와치 그룹에 속한 것도 큰 이유겠죠. 요즘 스위스 브랜드들은 항자성을 대부분 염두하는 분위기 같습니다. 상대적으로 랑에같은 독일 브랜드들은 아직 항자성에 관심이 없는듯 하구요.
어찌보면 스마트폰에 자석이 들어간 상황에서 항자성은 필요한 기능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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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김밥조아
2023.11.23 17:28
와우 시계 퀄리티가 장난아니네요,,,굿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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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시계
2023.11.24 15:28
브레게 퀄리티는 좋지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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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하트
2023.11.24 19:38
브레게의 아카이브의 끝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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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시계
2023.11.24 20:03
다 알게된다면 시계 졸업해도 될듯 합니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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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lfly
2023.11.25 13:25
일단, 손목과 시계가 아주 잘 어울리십니다. 저도 브레게 클래식워치를 손에 넣는다면 항상 트래디션은 어떨까 생각중이었는데 자세한 포스팅 잘 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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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시계
2023.11.25 14:21
손목과 시계가 잘 어울린다는 말이 가장 듣기좋은 말인거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스트랩 컬러가 아주 잘 어울리십니다. 고급진 색감이네요.
생각해보면 볼수록 브레게의 색깔이 듬뿍 담긴 컬렉션을 꼽자면 분명히 트래디션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어떤 것들이 더 나올지 기대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