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ad & Butter Highend
스위스의 유서깊은 하이앤드 무브먼트 공방 프레더릭 피게Frederic Piguet의 시작은 천재 워치메이커 루이 엘리제 피게Louis Elisee Piguet(1836-1924)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최초의 퍼페츄얼 캘린더 모듈을 만들어 냈으며 22가지 컴플리케이션이 포함된 슈퍼 컴플리케이션 Le Merveilleuse 로 유명한 이 천재 장인은 뚜루비용을 제외한 거의 모든 기계식 시계의 컴플리케이션을 혼자 설계하고 제작할 수 있었던 궁극에 달했던 장인이었습니다.
1858년부터 시작된 LE Piguet의 공방은 후에 그의 네 아들들이 Les Fils de LE Piguet 라는 이름으로 이어받게 됩니다.
그 후 그의 손자 Frederic Piguet가 단독으로 공방을 이어받으면서 비로소 '프레더릭 피게' 라는 지금 널리 알려지게 된 이름을 가지게 됩니다.
프레더릭 피게는 많은 컴플리케이션 무브먼트를 제작하여 하이앤드 브랜드들에 납품해 왔지만,
실질적으로 프레더릭 피게를 먹여살린 건, 즉 그들의 일용할 양식인 빵과 버터Bread & Butter는 두개의 울트라 슬림 무브먼트였습니다.
바로 1920년에 제작한 FP 21과 1970년에 만든 FP 71 이 프레더릭 피게의 빵과 버터였던 셈이죠.
이 FP 21과 FP 71에 필적하는 무브먼트는 수동으로는 JLC의 803(=AP 2003= VC 1003), 자동으로는 역시 JLC의 920(=AP 2120 =VC 1120) 뿐이었지만,
아시다시피 JLC의 803과 920은 그걸 만든 JLC조차 사용 못하고 AP와 VC만 사용할 수 있었던 무브먼트 들입니다.
비록 Holy trinity에서만 사용되었다는 후광은 얻지 못했지만, 프레더릭 피게는 실리를 취했다고나 할까요?
프레더릭 피게는 대체재가 없는 이 무브먼트들을 여러 브랜드에 판매하면서 공방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1977년, Frederic Piguet의 아들 Jacques Piguet이 마지막으로 프레더릭 피게를 이어받았을 때는 쿼츠 위기가 스위스 시계업계에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을 때였습니다.
당연히 그동안 프레더릭 피게를 먹여살리던 FP 21과 FP 71의 판매도 줄어가고 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Jacques Piguet은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자신들의 위대했던 선조들처럼 뛰어난 워치메이커로서의 재능은 가지지 못했던 Jacques Piguet 이였지만, 다행히도 그는 시류를 읽을 수 있고 인재를 알아볼 수 있는 재능, 즉 사업적 수완이 뛰어났습니다.
위기상황에 꼭 필요한 재능이었죠.
Jacques Piguet은 1978년 뛰어난 워치메이커인 Edmond Capt를 영입합니다.
7750의 아버지로 유명한 Capt를 영입한 프레더릭 피게는 까르띠에나 에벨 등에 납품할 고급 쿼츠 무브먼트를 개발, 생산합니다.
재빨리 말을 갈아탄 덕분에 같은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었던 JLC가 그로기 상태로 허덕이고 있을 때 프레더릭 피게는 비교적 여유로울 수 있었고,
그 후 Jacques Piguet는 운명같은 마성의 남자 Jean Claude Biver를 만나게 되었죠.
그 뒤는 여러분이 모두 아시는 스토리 입니다.
Biver와 공동으로 블랑팡을 부활시키고, Edmond Capt의 지휘하에 기계식 시계의 6대 걸작선을 만들고,
마침내 1735 grande complication 으로 기계식 시계의 화려한 부활을 알리게 되었죠.
하지만 이런 화려한 하이 컴플리케이션을 재 등장시키긴 했어도, Jacques Piguet의 프레더릭 피게도 먹고살기 위해서는 빵과 버터가 필요했죠.
그리고 Jacques Piguet 시대의 빵과 버터는 FP 1150과 FP 1185 였습니다.
FP 21과 FP 71의 시대때는 JLC에 그와 비견되는 803과 920이 있었지만,
FP 1150과 FP 1185는 사실 당대에 비교할 만한 무브먼트가 없는 뛰어난 작품들이었습니다.
1150의 롱파워리접과 1185의 컬럼휠-수직 클러치의 컨셉은 그 후 스위스 무브먼트의 트랜드를 바꿔놓은 혁신적인 컨셉이었고,
그럼에도 얇은 두께를 가진, 하이앤드 무브먼트로서의 품위를 잃지 않은 최고의 무브먼트 들이었으니까요.
그런 프레더릭 피게의 빵과 버터 4종 셋트가 어쩌다보니 제손에 모두...
사실 어쩌다보니는 아니구요, 오래전부터 드래곤볼 모으는 심정으로 4개가 모두 가지고 싶었습니다.
[득템기] 바다건너 왔습니다. 바쉐론 콘스탄틴 오버시즈 - Highend/Independent - TIMEFORUM
그러다가 저랑 같은 생각을 했던 정신나간, 앗 죄송합니다 근데 솔직히 정상은 아니잖아요~ㅋㅋ 선구자분이 있었다는 것에 화들짝 놀라기도 했었구요...ㅋㅋ
시계가 많아지다 보니 꼭 빙고판에 여기저기 흩어진 낱말들을 한줄로 꿰고싶은 것 처럼 시리즈물이 기획되더라구요.
정신적, 물질적 건강을 위해 시계들을 볼때마다 '아, 요거 하나만 사면 이런 시리즈물 완성인데...' 하는 생각을 가급적 안하려고 하는데,
연상을 안하려고 해도 꼭 이 빠진것처럼 자꾸 눈에 들어오는 빈자리들이 있어 큰일입니다...ㅋㅋ
여러분들도 시계 보관함을 자세히 들여다 보세요. 빈자리 한두개만 채우면 완성될 시리즈물들이 보일겁니다.
여러분들만의 빙고 완성을 기원합니다~ ^^
댓글 16
-
ClaudioKim
2022.02.20 17:56
-
mdoc
2022.02.21 08:42
한줄 맞추셔야죠. 파일럿 크로노그래프로 빙고 추천드립니다~^^
-
jay9240
2022.02.20 18:30
제 브레게 마린에 1150이 들어가니 추가로 울트라슬림이 들어간 녀석 하나 있으면 좋겠네요. 근데 무브 지식이 일천하다보니 막상 또 찾다보면 까먹게된다는 ㅎㅎㅎ 혹시 FP71들어간 모델 몇가지 알려주실수 있나요?
-
mdoc
2022.02.21 08:49
현재 FP71은 브레게에서만 502.3이라는 이름으로 독점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FP가 이제 블랑팡 메뉴펙쳐가 되었으니 FP71도 블랑팡건데 블랑팡도 못쓰나봐요...ㅡ,.ㅡ 502.3이 들어간 브레게 모델은 선택지가 많습니다. 7137는 물론이거니와 7337, 5157, 7147, 5140 등에 쓰이고 있습니다. 브레게 클래식 라인에서 초침이 없거나 5~6방향 초침을 쓰는 시계는 다 502.3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jay9240
2022.02.21 11:45
정성스런 답변 감사합니다 ^^ 언젠가 득템으로 보답하겠습니다 ㅎㅎ
-
현승시계
2022.02.20 19:57
멋진 지식과 글에 감탄하고 갑니다.
-
mdoc
2022.02.21 08:50
아 요새 멋진 시계들을 득템하셔서 그저 부럽습니다~^^
-
예거듀오
2022.02.20 21:44
어려문 무브먼트의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정리해 주셨네요!
뭔가 머리속에 무브먼트에 대한 뼈대가 생기는 느낌입니다. 감사드립니다!
깊이 없는 시계생활을 하다보니 저의 드래곤볼은 무브가 아닌 브랜드에 초점이 맞춰져 있네요!^^;
-
mdoc
2022.02.21 08:51
시계생활은 예거듀오님처럼 하시는게 정답!
-
홍콩갑부
2022.02.21 11:47
이건 그냥 이쁘고 핫한 시계만 쫒는 입장에선 생각도 할수 없는 시계에 대한 해박한 지식이 뒷받침되어여 가는한 콜렉션이군요~
-
mdoc
2022.02.22 08:42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제눈에 이쁜 시계만 사다 보니 빙고 한줄이 맞춰지게 됐네요...ㅋㅋ
-
알라롱
2022.02.21 17:28
크 제가 피게 무브먼트가 들어간 시계를 모으던 때에 칼리버 71만 빼고 완성한 적이 있었는데요. 칼리버 71이 델리케이트하다는 글 하나에 바들바들 떨며 구매하지 않았습니다. 다시 보니 오프센터의 칼리버 71이 더 아름답네요. 칼리버 21이 단종되면서 실질적인 클래식 울트라 씬은 칼리버 71이다보니 더 그런것 같습니다. 군침도는 mdoc님의 컬렉션입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
-
mdoc
2022.02.22 08:44
역시 알라롱님의 덕력은 저보다 오래되고 깊으십니다...ㅎㅎ
-
나츠키
2022.02.22 19:32
오늘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저도 거의 리치까지 온 거 같은데 남은 하나의 숫자가 도데체 뭔지 통 예상이 안되는 나날입니다..
호이어 까레라 혹은 바이스로이..? 아님 니나린치…? 같기는 한데 직접 보면 또 이것도 아닌 것 같단말이죠….; ;
사실은 리치까지 아직도 먼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보니 아직 폴로우터의 마이크로 로터를 실물로 본 적이 없는데…
아…아직도 멀었군요…
-
Saint.allen
2022.02.23 20:22
유익한 글 잘 읽었습니다.
아름다운 무브를 가진 시계는 비단 다이얼 뿐만 아니라
뒷면을 보는 재미마저 쏠쏠해서 시간 가는 줄 모를 것 같네요 ㅎㅎ...
-
김설계
2022.03.10 06:55
재미있네요 ㅋ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공감 수 |
---|---|---|---|---|---|
공지 | [공지] 매크로 먼데이 [39] | TIM | 2014.03.07 | 5744 | 11 |
Hot | 구관이냐 신관이냐 & 미묘한 감정 [14] | darth vader | 2024.11.15 | 1622 | 4 |
Hot | 브레게 마린 청판 (5817) [10] | 에비에이터 | 2024.11.12 | 1867 | 0 |
Hot | [기추] 오버시즈 4520V/210R [25] | soulfly | 2024.11.04 | 608 | 6 |
Hot | 파텍에서 드디어 연락이 왔습니다~ 큐비터스 스틸 그린 [19] | 홍콩갑부 | 2024.10.28 | 5349 | 4 |
9875 | 생존신고(제이콥앤코,파텍,바쉐론,브레게) [13] | 샤크툰 | 2022.02.23 | 1004 | 7 |
9874 | 이제 마린도 예약조차 받지 않는군요.ㅠㅠ [36] | 아디다스추리닝 | 2022.02.23 | 1386 | 1 |
9873 | 시계亂 위스키亂 [24] | 클래식컬 | 2022.02.21 | 886 | 4 |
9872 | 수동 드레스워치 [18] | 클래식컬 | 2022.02.21 | 810 | 6 |
9871 | 이젠 1-2년 웨이팅은 기본이 되어버린 듯 합니다. [18] | nocturn | 2022.02.21 | 1140 | 4 |
9870 | [기추] VC 트래디셔널 컴플리트 캘린더 오픈페이스 [26] | 현승시계 | 2022.02.20 | 1011 | 8 |
» | Bread & Butter [16] | mdoc | 2022.02.20 | 846 | 20 |
9868 | 이렇게 첫글을 올리네요. Feat 7027 [16] | 아디다스추리닝 | 2022.02.19 | 927 | 5 |
9867 | 폰 바꾼 김에 한 컷 [16] | 클래식컬 | 2022.02.18 | 521 | 5 |
9866 | 파텍필립 노틸러스 오버홀 1편 [35] | m.kris | 2022.02.18 | 2861 | 14 |
9865 |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정도의 인지도가 있어야 살 수 있는시계는? [31] | 홍콩갑부 | 2022.02.18 | 1488 | 4 |
9864 | 7137 'Breguet Blue' [41] | mdoc | 2022.02.15 | 1922 | 33 |
9863 | 브레게 오라문디 5717PT [37] | 현승시계 | 2022.02.13 | 1165 | 15 |
9862 | 블랑팡 피프티 패텀즈 영입 [11] | 사망기사 | 2022.02.13 | 976 | 5 |
9861 | 시계 3점 [16] | platinum | 2022.02.13 | 969 | 9 |
9860 | 불금스캔, 오랜만에 보는 프랭크뮬러 [4] | 션홍 | 2022.02.11 | 527 | 2 |
9859 | 햇살이 좋네요 ^ ^ [2] | 아롱이형친구 | 2022.02.11 | 494 | 3 |
9858 | 바쉐린 오버시즈 웨이팅 관련 [12] | 비누만세 | 2022.02.11 | 1219 | 0 |
9857 | 불금 스캔 데이 [2] | 클래식컬 | 2022.02.11 | 344 | 2 |
9856 | 보증서의 가치? [12] | lonelyplate | 2022.02.10 | 606 | 0 |
9855 | 브레게 마린 티타늄 청판 예약했습니다. [12] | 샤피로 | 2022.02.10 | 912 | 2 |
9854 | 오랜만에 5711 [9] | 부포폰 | 2022.02.07 | 877 | 1 |
9853 | 모저앤씨 엔데버 기추했습니다. [9] | FreeMaker | 2022.02.07 | 755 | 3 |
9852 | 형제의 나란히 나란히 [1] | Nfc | 2022.02.07 | 640 | 2 |
9851 | 첫 하이엔드 시계 추천 부탁드려요. [29] | 샤피로 | 2022.02.06 | 1152 | 0 |
9850 | 오랜만의 긴자… [17] | 나츠키 | 2022.02.06 | 869 | 3 |
9849 | 마음이 편안해지는 사진 [13] | 클래식컬 | 2022.02.05 | 724 | 2 |
9848 | 스포츠워치의 완성은 브슬 ?!, 바쉐론 에베레스트 [17] | m.kris | 2022.02.05 | 1011 | 2 |
9847 | 사진 정리, 노틸러스 5711 [14] | m.kris | 2022.02.05 | 846 | 3 |
9846 | Similar but different ~~ :) [8] | energy | 2022.02.05 | 613 | 4 |
9845 | 시간 참 잘 갑니다 [2] | 클래식컬 | 2022.02.04 | 413 | 1 |
9844 | 가구점에서 [10] | 클래식컬 | 2022.02.02 | 641 | 1 |
9843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ft. Lange 1) [18] | 현승시계 | 2022.02.02 | 830 | 2 |
9842 | 새해 첫날 파텍필립 정말로 가격 인상했군요. [15] | 홍콩갑부 | 2022.02.01 | 1134 | 5 |
9841 | 큰딸의 수험일… [15] | 나츠키 | 2022.02.01 | 778 | 4 |
ㅎㅎ mdoc님 요즘 연속으로 좋은글 올려주시고 고맙습니다~^^
제목이 정말 딱인데요~
저만의 빙고는...흠 자꾸 늘어가서 큰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