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ke? or Fate? Highend
1898년 마리 퀴리에 의해 최초로 발견된 방사성 물질 라듐에 의해, 인류는 최초로 방사성 물질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계업계에서는 인광물질과 반응하여 인광현상을 일으키는 이 물질의 특성을 이용해서 야광시계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1950년대 까지는 라듐이 시계의 인덱스나 핸즈의 야광에 활발하게 이용되었고,
라듐의 강려크한 방사능 때문에 프로메튬, 트리튬 등의 반감기가 짧거나 방사능이 약한 대체 방사성 물질들도 사용 되었지만,
이들은 모두 시간이 지나면서 핸즈와 인덱스에 칠해진 인광물질의 변색을 일으켰습니다.
그래서 이런, 오래되어 변색된 야광칠을 우리는 올드 라듐 칼라(Old Radium colour) 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현재 시계업계 에서는 복고 열풍이 강하게 불고 있습니다.
밀레니엄을 전후해서 시장을 지배했던 자사무브먼트 트랜드가 좀 가라앉고...
이제 복고, 즉 과거에 나왔던 시계들의 '복각' 트랜드가 시계업계 전반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복각' 시계들의 가장 두드러진 디자인적 특징이 바로 올드 라듐 칼라의 인덱스와 핸즈 야광입니다.
그때 그시절, 방사성 물질을 사용한 야광을 가지고 있던 빈티지들을 그대로 복각하면서,
그 분위기와 향수를 강조하기 위해 마치 방사성 물질들에 의해 변색된 것처럼 인덱스와 핸즈의 색깔을 야릇한 살구빛으로 칠하기 시작한 것이죠.
방사성 물질, 그리고 오랜 시간에 의한 자연스러운 변색이 아닌 그때 그시절의 분위기를 강조하기 위해 사용한 이런 야광을,
일부 냉소적인 사람들은 Faux-Patina, 혹은 Fake-Patina 라고 부릅니다.
명백히 '가짜' 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은연중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고 있죠.
저도 '본의아니게' 복고 트랜드에 휘말려 이런 Old-Radium 칼라, 혹은 Fake-Patina 칼라의 야광색을 가지고 있는 시계들이 몇개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런 만들어진, 인공적인 Fake-Patina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계는 '감성' 이라지만, 이 감성 조차 상술에 의해 만들어지고 조작되어진 것으로 느껴야만 하는 것인가?
시간에 의해 삭고 변색되어 군데군데 떨어져 나간 파티나를 가진 썩은 시계를 가지고 감성을 느끼느니 현대적인 섬세한 터치로 깔끔하게 살구빛 야광이 칠해진 새시계를 즐기는게 나은 것인가...
여러분이 Fake-Patina에 대한 가치판단을 내리기 전,
여러분은 우선 현대, 즉 지금 여러분의 시계에 사용되는 야광의 운명, 즉 'Fate'에 대해 아셔야 합니다.
1990년대 초 일본인 Kenzo Nemoto에 의해 LumiNova 라는 비방사성 형광물질이 개발된 이래,
이제 시계는 영원히 늙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유명한 상품명 'Super-LumiNova' 라는 이름으로 사용되는 LumiNova는...
스트론튬(Strontium)이란 비방사성 인광물질을 주 원료로 하며,
방사성 물질을 첨가하지 않기 때문에 인광현상, 즉 발광을 하는데 외부의 에너지, 즉 '빛' 이 필요하지만,
이 스트론튬의 인광현상은 뭔가를 소모하며 일어나는 화학반응이 아니라 물질의 '특성'을 이용한 반응이기 때문에...
풍화에 의해 이 물질이 소실되지 않는 이상 이 Super-LumiNova 의 발광은 세월에 의해 약해지지 않으며 영원히 재현되며 지속됩니다.
즉, Super-LumiNova를 재료로 사용한 시계의 야광은 여러분과 함께 나이를 먹어도 '영원히' Patina가 생성되지 않을 '운명(Fate)' 이라는 것입니다.
밀레니엄을 전후하여 만들어진 두 시계입니다.
트리튬 야광과 Super-LumiNova 야광이 동시에 사용되던 과도기적인 시대에 만들어진 시계들로, 비슷한 나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트리튬 야광을 사용한 시계는 Patina가 생성되며 세월의 변화를 보이고 있고,
Super-LumiNova가 사용된 시계는 변함없이 새것같은 인덱스의 색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 그럼 이제 다시한번 질문을 던져봅니다.
여러분이 새로 사는 시계의 야광은 앞으로 영원히 Patina 현상을 보이지 않을 것입니다.
Fake? or Fate?
여러분은 'Fake' 를 받아 들이시겠습니까 아님 그냥 영원히 변하지 않는 'Fate'에 순응하실 건가요?
판단은 지극히 여러분 개인적인 몫이 되겠지만...
이런 점에 대해 시계업계도 고민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아예 에라 모르겠다, 이왕 마실 독약, 깨끗히 그릇을 비우겠다는 비장한 각오? 로 Fake-Patina 야광을 넘어서 Fake-Patina Dial을 만드는 등 복고 감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고,
'야광이 늙지 않는다면, 케이스라도 에이징(Aging) 시키자' 라는 생각인지,
파티나가 생기는 브론즈를 케이스 소재로 삼는것을 넘어...
심지어 사라진지 오래된 실버 케이스까지 등장하고 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뭐...
둘 다 사서 즐기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ㅋㅋ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하군요.
PS) 이 글은 '알쓸신시<5> About 야광' 과 함께 읽으시면 좋습니다.
알쓸신시<5> About 야광(夜光) - Highend/Independent - TIMEFORUM
추석 명절, 모두 무탈하게 푹 쉬고 즐기시길 기원합니다~ ^^
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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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udioKim
2021.09.2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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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21.09.20 21:26
브론즈는 없고 은통 시계는 하나 있는데...이게 케이스에 생기는 파티나는 저한테는 은근히 신경 쓰이더라구요. 편안한 추석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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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o
2021.09.20 20:58
좋은 글엔 선추천이죠 ㅎㅎ 전 과하지 않은 포티나면 좋습니다. 다만 포 리벳 브레이슬릿(ex: 블랙베이 58)은 한번도 마음에 들었던 적이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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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21.09.20 21:32
오잉? 왠 fake rivet 인가...하고 찾아 봤더니 진짜 그러네요...하나 알아갑니다. 호불호를 떠나서 누군가는 줄 줄이다가 골탕먹은 사람이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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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abiyau
2021.09.20 21:02
역시 진리의 둘다인거 같아요.
하나만 딱 선택하기에는 어렵네요.
덕분에 좋은 정보 알고 가요~
좋은글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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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21.09.20 21:33
베컴 형님의 명언이자 진리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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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팅이
2021.09.20 22:25
역시나 야광을 복각? 하여도 특유의 푸석푸석?하게 부풀어오른 모카번의 느낌은 재현이 안되니 아쉽긴하지만 그렇게라도 맛을 느낄수있음에 전 만족합니다. ㅎㅎㅎ
아무래도 신품과 처음부터함께함에 의미가 큰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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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21.09.21 14:25
빈티지 복각에 올드 라듐 칼라는 전반적인 분위기를 맞추기 위한 일종의 양념이라 생각해서 너무 과하지 않으면 저도 만족합니다. NOS급의 빈티지가 아니라면 빈티지와 복각중 고르라고 하면 저도 복각 신품으로...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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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모수익체증
2021.09.20 23:18
mdoc님 포스팅은 항상 추천이죠 ㅋㅋㅋ
역시나 재밌는글 감사드리며 즐거운 추석 기원합니다
인덱스까지 잘 익은 시계는 언제나 멋집니다만
시간이 쌓인 시계라면 스댕(또는 금)케이스에 함께 보낸 흔적들이 남으니 루미노바가 쌩쌩하더라도 여전히 멋지지 않을까 싶네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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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21.09.21 14:27
슈퍼루미노바 등장 후 지금까지 20년 넘게 흘렀는데...혹시 모릅니다. 한 50년 정도 흐르면 뭔가 세월의 흔적이 뭍어나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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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ris
2021.09.21 01:02
선생님 저는 fake 요 ^^;; 손 번쩍 들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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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21.09.21 14:27
예~올드 라듐 칼라 한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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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딜러
2021.09.21 04:05
재미있고 유익한글 공감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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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21.09.21 14:28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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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랑객64
2021.09.21 11:21
유익하고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저 같은 시알못은 그냥 마음에 들면 뭐든지 좋은걸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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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21.09.21 14:28
좋은게 좋은겁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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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시계
2021.09.21 12:20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저는 낡지않고 오래 가는게 좋은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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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21.09.21 14:29
슈퍼 루미노바의 변치않는 야광이 함께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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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갑부
2021.09.21 23:42
굳이 선택을 해야한다면? 감성적인 측면의 세월의 흔적도 좋지만 전 처음처럼 변하지 않는게 더 끌리는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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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IV
2021.09.22 15:37
찢어진 청바지..같은게 아닐까 합니다.
유행일때는 새 청바지 조차, 균일하게 인위적으로 이쁘게? 찢어져 파는 것도 있지만, 저는 그냥 입다가 좀 찢어지는 거라면 모를까, 인위적 균일적으로 찢어서 파는건 디자이너가 찢었다고 해도 안사게 되더군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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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빠
2021.09.22 16:44
좋은글 재밌게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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껌스
2021.09.24 23:22
제가 세라믹 베젤과 야광(슈퍼루미노바)를 싫어합니다.
시간을 먹일 수 없기 때문인듯 한데요.
하지만 fake 슈퍼루미노바는….윽…
ㅠㅠㅠㅠㅠㅠㅠㅠ 리빙데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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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rth vader
2021.09.26 09:09
제가 내린 결론은 셋다입니다. faux patina 하나, 완벽한 모던 하나, 그리고 레알 빈티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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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님 추석 맞이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일단 저도 비슷한 스탠스의 둘다 즐기자~쪽이네요ㅎ
Fake를 가진 복각들도 라인업에 있고
그렇지 않은것들은 대부분 Fate 야광을 가진 것들이니깐요ㅎ
대신 요즘 브론즈 소재에 빠져서 Patina는 잘 즐기고 있답니다ㅎ
좋은글에 공감(추천) 내려놓고 갑니다~
추석 풍요롭게 잘 보내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