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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867  공감:24  비공감:-1 2021.01.18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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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광(光)...


어둠속에서도 눈부신 빛을 발하는 야광은 항상 우리를 들뜨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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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곳에서도 시계를 보기 위한 실용적인 목적으로 시작되었으나,


이제는 그런 목적따윈 필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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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시계줄이 빛나야 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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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스누피가 빛나야 하는 것인지 아무도 그 이유를 모르지만, 


이제 이런 멋진 야광들은 우리의 소년기적 감성을 자극해 주는 현대 시계의 빠질 수 없는 양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야광-특히 시계에 야광이 쓰이게 된지는 사실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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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다시피 퀴리 부인이 발견한 라듐(Radium)이 시계에 사용된 최초의 야광물질이었으니 아무리 빨라봐야 1900년대 초 정도부터이지 싶습니다. 


이런 라듐 시계는 대략 1950년대까지 만들어 졌었는데, 


아시다시피 라듐은 방사능 물질, 그중에서도 특히 무서운 방사능 물질이었습니다. 


반감기가 무려 1600년에, 가장 유명한 방사능 물질인 우라늄의 300만배나 되는 방사능을 가진 라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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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 의학적 목적으로 사용된 탓에 건강에 좋다고 여겨져 라듐 치약, 라듐 생수, 라듐 초콜릿, 라듐 콘돔! 등 지금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라듐포함 제품들이 많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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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라듐이 인체에 악역향을 끼친다고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다름아닌 라듐이 함유된 야광안료를 시계의 인덱스와 핸즈에 바르던 여직공들 덕분이었습니다. 


자그마한 인덱스와 핸즈에 라듐 안료를 고르게 바르기 위해 침으로 붓을 뾰죽하게 만들면서 인체로 침투한 라듐이 여직공들에게 각종 암을 비롯한 방사능 피해를 일으켰고,


라듐 걸즈라 불린 이 여직공들의 희생 덕분에 라듐의 위험성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고 사용이 금지되게 된 것입니다.  


이제 야광물질은 라듐 이외의 대체품이 필요하게 되었고,


과도기적으로 사용했던 야광 물질이 프로메튬(Promethium)과 트리튬(Tritium) 이었습니다. 


프로메튬은 반감기가 2-3년으로 매우 짧고, 주로 알파붕괴를 하기 때문에 투과력이 약해 종이 한장으로도 차폐가 가능해서 안전한 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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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프로메튬을 야광으로 사용한 시계 중 가장 유명한 것이 블랑팡의 피프티 패덤즈 Mil-Spec 입니다. 


따라서 야광을 가지고 있는 빈티지 시계들은 1950년대 산까지는 라듐 야광일 가능성이 커서 조심하셔야 하겠지만, 프로메튬이 사용된 FF Mil-Spec 빈티지는 반감기가 지나도 한참 지났기 때문에 안심하셔도 괜찮습니다(깨알같은 블랑팡 광고).  


트리튬은 반감기가 12.3년으로 프로메튬보다는 긴 편이어서 사실상 루미노바 제품이 나오기 전까지는 트리튬이 라듐의 대체제로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트리튬은 약한 베타선을 내놓기 때문에 6mm 정도의 공기도 투과하지 못할 정도이고 피부의 각질층도 뚫지 못합니다. 


프로메튬도 트리튬처럼 투과력은 약하지만, 프로메튬의 알파선은 피부에 직접 접촉되는 경우 인체에 상당한 피폭을 가하게 됩니다. 


따라서, 직접 흡입하거나 먹지 않는 이상 트리튬이 인체에 가장 안전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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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런가, 튜브로 감싸인 트리튬 야광은 현재도 시계 뿐 아니라 각종 키링이나 라이트 등 야광제품에 다양하게 이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프로메튬과 트리튬 야광은 시계에 사용하기에는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로 짧은 반감기 탓에 프로메튬은 2-3년, 트리튬은 12년이 지나면 야광의 밝기가 반씩 줄어든다는 것이죠.


그래서 현대 야광의 대세는 슈퍼루미노바(Super-LumiNova)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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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루미노바에 대한 특허권은 Kenzo Nemoto라는 일본인이 가지고 있습니다. 


Kenzo Nemoto는 1941년부터 구 일본군의 군용 항공기와 잠수함의 계기판에 야광을 칠하는 사업을 했었으며, 


전후 이 노하우를 민간에서 사용, 발전시키면서 1993년 LumiNova라는 스트론튬(Strontium) 화합물을 사용하는 비방사성 형광안료를 발명한 것입니다. 


지금 스위스 시계에 사용되고 있는 Super-LumiNova는 Nemoto의 LumiNova에 대한 라이센스를 취득한 RC Tritec AG라는 스위스 기반 합작회사의 상품명입니다.


이 회사 설립이 1993년이니...대략 이때쯤부터 스위스 시계들의 야광이 서서히 슈퍼루미노바로 교체되었겠죠.


자...이제 요약하자면, 


방사성 야광물질은 라듐, 프로메튬, 트리튬이 있고...


이중 라듐 야광을 가진 빈티지 시계는 현재도 아주 위험하고


프로메튬과 트리튬 야광 빈티지는 현재는 반감기가 한참 지나있어 안전하고,


트리튬은 흡입하거나 먹지만 않으면 안전하기 때문에 현재도 사용되고 있다.


그리고 지금 시계에 사용되는 대부분의 야광은 비방사성 물질로 만들어진 슈퍼루미노바이다.


뭐...이정도 되겠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우리는 흔히 방사성 야광 안료들은 스스로 빛을 내고,


슈퍼루미노바의 경우 스스로 빛을 내지 못하고 외부에서 빛을 쬐여주는 축광() 과정이 있어야 빛을 낸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입니다...이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입니다. 


라듐, 프로메튬, 트리튬은 사실 모두 직접 빛을 내는 물질들은 아닙니다. 


라듐의 어원이 라틴어로 빛살(Ray)을 뜻하는 라디우스(Radius)에서 유래하긴 했지만 이 빛살은 강한 방사선을 뜻하지 라듐이 직접 빛을 내지는 않습니다.

(라듐의 방사성 붕괴때 발생하는 알파 입자가 공기를 이온화 시켜 청색의 빛이 나기도 하는데 라듐 안료의 야광은 이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프로메튬, 트리튬도 모두 단독으로 빛을 내뿜는 물질들이 아니고요.


사실 라듐과 프로메튬, 트리튬...그리고 슈퍼루미노바의 빛을 내뿜는 원리는 모두 똑같습니다. 


야광의 원리는 인광(燐光, Phosphorescence)현상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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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광 성질을 가지고 있는 물질은 빛과 같은 에너지를 쐬이면 그 에너지를 흡수하여 전자가 들뜬 상태가 됩니다.


이 들뜬 상태의 전자는 흡수한 에너지(빛)를 다시 방출하면서 원래 상태(바닥 상태)로 돌아가는데, 인광 물질은 이 과정이 수분~수시간까지 느리게 일어나는 물질을 말하는 것입니다. 


저도 문과충이라 제가 무슨 말을 지껄이고 있는지 저도 잘 이해가 가지 않지만...


대충 야광은 흡수한 빛(에너지)을 느리게 내뿜는 인광물질에 의한 현상이라는 것만 알아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럼 대충 이해가 가시겠지요? ^^;


라듐, 프로메튬, 트리튬이 함유된 야광안료가 스스로 빛을 내는건 빛대신 이들 방사성 물질인 라듐, 프로메튬, 트리튬이 내뿜는 방사선을 에너지로 흡수한 인광물질의 전자가 들뜬 상태에서 바닥상태로 돌아가면서 이 방사선 에너지를 빛(가시광선)의 형태로 내뿜기 때문입니다. 


슈퍼루미노바는 안에 에너지(방사선)를 공급할 방사성 물질이 없이 인광물질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외부에서 빛(에너지)을 쬐여주는 축광 과정이 있어야만 빛을 내뿜는 것이고요.


이게 무슨말인고 하니...


반감기가 한참 지나 노랗게 익어있는 트리튬 야광의 경우, 에너지원인 트리튬의 방사선이 거의 나오지 않아 스스로 빛을 내지는 못하지만 슈퍼루미노바처럼 UV를 쬐여 주면 잠시간이지만 야광이 다시 살아 납니다. 안에 있는 인광물질이 UV를 에너지 삼아 빛을 발하는 거지요. 


단지 차이는 인광물질로 무엇을 사용했냐의 차이입니다. 


이전 라듐, 프로메튬, 트리튬 등에 주로 사용하던 인광물질은 황화아연(ZnS) 이었고...


슈퍼루미노바에 사용되는 인광물질은 스트론튬 알루미네이트(Strontium-Aluminate) 화합물입니다. 


특히 스트론튬 알루미네이트 화합물은 황화아연보다 10배 이상의 밝기와 지속력을 지니고 있지요.


그래서 황화아연을 인광물질로 사용한 트리튬 빈티지 시계에 UV를 쬐이면 야광의 밝기와 지속시간이 슈퍼루미노바에 비해 상당히 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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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 좌측이 빈티지 트리튬 야광을 가진 Heuer 1550SG 이고, 우측이 슈퍼루미노바 야광을 가진 Blancpain FF MilSpec 입니다. 


UV 광원을 비추면 둘 다 야광이 살아 나지만, 빈티지 트리튬 야광의 밝기와 지속력이 슈퍼루미노바에 비해 상당히 약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인광물질들의 수명은 이론적으론 거의 반영구적입니다. 


인광물질들이 화학반응에 의해 빛을 내뿜는 것이 아니라 전자가 들뜬 상태로 올라갔다가 바닥상태로 내려오면서 빛을 뿜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풍화나 습기에 노출되어 인광물질이 소실되지 않는 이상 야광은 반복적이고 지속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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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블랑팡 트릴로지 GMT24를 잘 보시면 인덱스는 야광이 변색되어 죽어있지만 핸즈의 야광은 뚜렷히 살아 있습니다. 


오버홀을 하면서 핸즈를 새로 갈았기 때문이지요.


이전에는 인덱스도, 핸즈의 야광도 모두 같은 슈퍼루미노바이고...세월이 지남에 따라 인덱스의 슈퍼루미노바가 수명을 다했구나...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새삼스레 다시 보게되니 야광으로 트리튬을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1990년대 후반 제품이니 충분히 그럴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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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시피 UV를 비추면 야광이 살아나는데 교체된 슈퍼루미노바 야광의 핸즈보다 밝기와 지속력이 약한것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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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트리튬 튜브를 사용하는 시계들도 이런 원리에 의해 UV를 비추면 야광이 일시적으로 밝아졌다가 사그라집니다. 


트리튬의 방사선 에너지에 UV 에너지가 중첩되어 인광물질이 더 밝게 빛나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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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리튬 야광 빈티지 시계 하나 구입했다가 의문에 의문이 꼬리를 물어 결국 알뜰신시 5탄까지 쓰고 말았네요...


마지막으로 하나 드는 의문은 이런 원리를 빈티지 시계의 야광 파티나 진위 판단에 사용할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근래의 복고 열풍으로 현행 시계들도 노란색 faux patina 야광을 칠해서 나오는 판국에,


당연히 진짜 빈티지 파티나 야광 시계에 대한 수요도 많아졌고, 실제 노랗게 잘 익은 빈티지 트리튬 야광 시계들은 웃돈을 얹어서 판매되곤 합니다. 


돈이 오가는 곳에 사기가 있는 법.


오랜 세월에 의해 바스러져 탈락된 빈티지 트리튬 야광을 덧칠해서 오리지날인양 판매하는 경우도 많을겁니다.  


제 생각엔 이때 옛날 방식으로 황화아연 인광물질을 섞어서 리터치 하지 않은 이상,


가짜로 파티나 색깔 안료만 칠해놓은 경우에는 UV 라이트를 비쳐도 야광이 살아나지 않을 것이요, 


반대로 야광이 너무 뚜렷한 경우는 슈퍼루미노바를 섞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이얼이나 핸즈 재생은 제가 실제 경험이 없어서 뇌피셜로만 생각중인데,


혹시 예지동 등에서 망실된 빈티지 야광을 복원받으신 분들...야광이 어떻던가요?


그냥 인광물질 없이 색깔만 빈티지 안료로 복원하나요 아니면 루미노바를 섞어서 복원하는지...아니면 설마 오리지날 빈티지와 구별이 안가게 황화아연 인광물질을 섞어서 복원하는지...


타포의 집단지성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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