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버시즈를 들인지 이제 약 반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시계사진도 많이 찍었고, 이곳에 포스팅을 하며 자랑한번 해보고자 하는 마음이 굴뚝같았습니다만 귀차니즘으로 인해 그러지 못했네요.
사실 사용기라는걸 올리려면 적어도 반년 혹은 일년가까운 시간은 보내야 된다는것이, 제 개인적인 지론인지라 그부분또한 포스팅을 꺼리게 된 이유였습니다.
요 며칠간 그동안 사진 찍어 놓은 것들을 보면서, 이제는 모아 놓은 사진들을 대 방출하고 그와함께 겸사겸사 모아온 정보들을 올려보는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포스팅을 한번 해봅니다.
이글은 꽤 긴 포스팅이 될것 같네요.
제 나름대로 2~3년내의 짧은 기간동안에 기계식시계를 직접 경험하면서 정립한 몇가지 개인적인 철학이 있습니다.
1) 가벼워야한다.
2) 얇아야 한다.
3) 비교적 정확해야한다.
4) 착용감이 좋아야한다.
5) 스틸브레이슬릿을 기반으로 줄질이 잘어울리는 모델이어야한다.
대략 이렇게 다섯가지의 조건입니다.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조건 들인데, 다들 아시듯, 시계디자인이라는것이 복잡하면 할수록 매력요소가 많이 생기는것은 어쩔수 없더군요.
그래서 저는 이 모델을 들이기 직전까지도 어리석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실수를 반복하고 있던 저에게 애인이 하이엔드 입성이라는 달콤한 제안을 내밀었고, 저는 위의 조건 5개를 만족하는 모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시계질을 시작할때만해도 바쉐론 콘스탄틴이라는 브랜드가 정말 장벽이 높고 멀게만 느껴졌었는데, 막상 입문을 하려고 하니,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가 된다는 사실이 참 아이러니 했습니다.
부틱에서는 구경조차 할수 없고 미칠듯한 프리미엄시세가 형성되어있는 점보와 노틸러스를 보며, 오히려 이렇게 합리적인(?) 구매를 할 수 있음에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되더군요. ㅎㅎ
사실 애인은 구매 직전 오버시즈 크로노 팬더 모델을 강하게 추천했습니다만, 앞서 언급했던 철학을 준수하기 위해 꽤나 큰 차액(?)을 뒤로 하고 데이트 모델로 확정을 하였습니다.
반년에 육박하는 사용 이후 적는 후기이니, 상당히 이성적으로 신뢰도 있는 사용기를 적을 수 있을것 같네요. 하이엔드 동호회의 특성상, 이런류의 후기 및 정보글이 잘 올라오지 않는것 같아, 큰 마음먹고 한번올려보며, 본 글이 하이엔드 입성에 주저주저하시는분들께 좋은 가이드가 되길 기대해봅니다.
1. 부속품 및 구성
부속품은 크게 시계본체와 브레이슬릿, 레더/러버 스트랩 및 디버클 그리고 기타 부속품으로 나뉩니다.
기타 부속품은 박스와 여권스타일 디자인의 보증서와 설명서, 제네바실, 매뉴얼USB 등입니다.
기존 2016년에 오버시즈의 리뉴얼 런칭을 진행하면서 박스가 트래블백 스타일의 박스였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는 바뀐 버전으로 수령하였습니다.
향후 지속적으로 바뀔 예정이라고 하네요. 박스의 경우 보관함 역할도 겸할 수 있고, 2구까지도 동시에 보관이 가능하기에 매우 유용합니다. 사진에서 보시듯이 보관함 자체가 상당히 고급스럽습니다.
2. 사용하면서 느꼈던 주요 사항
편하게 착용할 수 있는 데일리 워치이자, 품위유지를 가능케 하는 사치재로써 상당히 유용한 도구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인적인 측면에서 말씀드리자면, 블랙 래카 다이얼은 깊은 심연을 느끼게 할만큼 압도적입니다.
더불어 말테크로스 브레이슬릿의 존재감은 굳이 설명이 필요없다고 생각합니다. 나침판 컨셉의 로터와 시스루백또한 감탄이 나옵니다.
데일리워치로써의 장점을 몇개 꼽자면,
첫 번째, 가변적으로 길이 조절이 가능한 이지링크 그리고 브레이슬릿/레더/러버의 교체가 아주 간편하게 교체가 된다는 점입니다. 스타일링에 민감한 멋쟁이들에게는 확실히 좋은 선택입니다.
두 번째는 로터효율이 좋은편이고, 파워리저브가 약 60시간에 이르기 때문에, 방콕하는 주말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편하게 버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상당히 안정적인 무브먼트 성능입니다.
무브먼트에 핵기능이 없는 관계로 일오차, 주 오차 같은 부분을 측정해본적은 없으나 한달기준 대략 1분의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다시 말해 일오차는 3~4초 미만이 아니겠느냐 하고 판단합니다.
세 번째로는, 무게와 두께에 대한 부분인데, 10mm대의 울씬 모델은 아니지만 11mm 이내의 적정한 두께와 무게로 드레스워치와 스포츠워치의 경계내에서 편하게 착용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쉬운 부분은 베젤부분의 경계선에 먼지가 좀 낍니다.ㅎㅎ 하루종일 컴퓨터를 붙잡고 있는 내근직 업무의 특성상 험한일을 할 일이 좀처럼 없는데도, 먼지가 끼는게 눈에 보이더군요. 사실 디자인의 특성상먼지를 닦아낼때도 살짝 번거롭습니다. 이점은 사용자가 감수해야될 사용상의 단점으로 보이네요.
3. 참고할만한 정보
가끔 회원분들로부터 제품구매와 관련된 질문을 쪽지로 받는 경우들이 있었는데, 모처럼 포스팅하면서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좀 정리 해보겠습니다.
사실 5월에 블랙 데이트 모델을 결정한 결정적인 사유는 일본 긴자 바쉐론 부틱에서 귀동냥으로 들은 정보때문이었습니다.
‘2018년 발매된 크로노 팬더모델과 블랙 데이터 모델은 2018년 한정생산이다.’ 이부분이 좀 민감한 부분일 수 있어, 한국에서 구매당시에 국내 부틱에 문의를 하였었고, 당시까지만 해도 확언을 못받았었습니다.
그리고 며칠전에 확인한바 더 이상 블랙다이얼 및 팬더 크로노 모델은 생산이 없다고 하네요. 데이트 모델과 팬더 크로노모델의 경우 두 모델 합산 약 2000개 가량 생산 이고, 한국에 두 모델 합산 10개 언저리가 들어왔다고 하네요. 아마 데이트 모델의 경우 구매가 사실상 힘든 상황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뭐 개인적인 의견으로 저 또한 구매 당시에 청판 또한 꽤나 매력적으로 느꼈던 부분이라, 청판의 경우 블랙데이트 모델의 충분한 대안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구매를 고려하시는분들은 한번 해당사안을재고 해보심이 좋을것 같네요.
개인적으로 얼마전에, 리테일가가 제가 구매했던 2600만원에서 2520만원으로 내려간것을 보며 살짝 섭섭하긴 했으나, 위의 내용과 제품의 수급등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듣고 이해가 되면서 기분이 좀 풀리더군요.
4. 소고
성격상 시계를 상전처럼 모시는 스타일이 되지 못하고, 좀 무신경 한 편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시계를 꼼꼼히 한번 살펴봤습니다. 반년만에 시계의 버클과 양 사이드, 그리고 말테 베젤쪽이 상당한 잔기스들로가득함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시계의 상처들이 분명 속상해야하는것이 사실이나, 제가 분실만 하지 않는다면 정말 오랫동안 같이 할 동반자로써 함께하는 훈장과 같은것이라 생각하니 안심하는 감정을 가지게 됩니다.
오버시즈 구매전에, 잦은 기추와 기변의 유혹에 시달리는 저를 보면서 시계분야에 있어 상당한 내공을 지니고 있는 애인이 몇마디 하더군요.
'시계를 대하는 마인드 부터 바꾸라.', '기계식 시계, 그중에서도 특히 하이엔드의 영역은 철저히 사치품이고, 자기만족의 영역으로 이해해야하고, 비이성의 정당화가 타당한 곳이다.'
대략 이러한 논조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앞으로도 끊임없이 유혹과 갈등과 자금난에 시달리게 될것이라는 준엄한 경고와 함께 말이죠.
반년간의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위의 조언을 듣고 선택한 이 모델이 상당히 저에게는 좋은 선택이었음을 느낍니다.
평생이 될지는 장담할 수 없으나 오버시즈가 오랜기간동안 인생의 동반자이자, '여행의 동반자'로써 존재감을 발하길 바랍니다.
긴긴 포스팅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몇몇 기타 착샷들과 함께 포스팅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감사드립니다.^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