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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1970  공감:30 2016.11.21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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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랑팡Blancpain...


가장 널리 알려져 있기로는 1735년 설립된 최고(最古)의 시계 브랜드,


다른 한편으로는 예토전생된 내력과 네크로맨서 장 클로드 비버의 왠지 모를 비호감으로 비난받는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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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극단의 평가를 받는 블랑팡에 대해 얼마만큼 알고 계시나요?


까면 깔수록 하얀 속살이 매력적인 블랑팡...눈물없인 깔 수 없는 슬픈 블랑팡...양파같은 블랑팡의 이야기를 같이 까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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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5년 요한 자크 블랑팡Jehan Jacques Blancpain에 의해 설립된 블랑팡은 원래 그리 큰 히트작은 없던 빌레레Villeret의 작은 시계 브랜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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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유일의 히트작이자 사실상 전설급인 피프티 패덤즈Fifty Fathoms가 1953년도에 런칭되기까지는 사실 시계사에 큰 족적을 남기지는 못한 브랜드였죠. 


피프티 패덤즈의 성공으로 1950년대 말, 블랑팡은 연간 10만개 정도의 시계를 생산할 정도로 사세를 크게 확장하였습니다. 


현대적인 다이버의 시조가 피프티 패덤즈인가 서브마리너인가로 블랑팡과 롤렉스 팬들이 많이 다투기도 하지만...


애초에 민간용으로 만들어진 서브마리너와는 달리 피프티 패덤즈는 처음부터 군용으로 만들어져 프랑스 해군을 시초로 해서 미 해군과 많은 나라의 해군에서 실전용으로 사용되었다는 점과...


당시에도 시계 딜러들이 판매하던 롤렉스 서브마리너와는 달리 피프티 패덤즈는 다이빙 샾에서 여러 다이빙 장비들과 함께 다이빙 툴의 하나로 판매되었다는 점을 보더라도 최초의 현대적인 다이버 타이틀이 누구에게 가야 하는가는 명확한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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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사족이지만 스쿠버 다이빙의 창시자이자 수중자가호흡장치(Aqua-Lung)의 공동 개발자인 자크 이브 쿠스토도 피프티 패덤즈를 애용하였으며 뿐만 아니라 그가 운영하던 다이빙 샾인 아쿠아 렁(Aqua-Lung)에서 피프티 패덤즈에 아쿠아렁 로고를 박아서 실제 판매도 했기 때문에 이 인연으로 블랑팡에서는 'Aqua-Lung' 한정판을 가끔 내고는 합니다.


그런데 별 상관없는 IWC는 왜 뜬금없이 아쿠아타이머로 쿠스토 에디션을 내는지...


암튼 나날이 사세를 확장하던 블랑팡은 더욱 용이한 시계 생산을 위해 SSIH(Société Suisse pour l'Industrie Horlogère)에 가입합니다.


당시 스위스 시계 업계는 일종의 시계 브랜드 동맹인 오메가 중심의 SSIH와 론진 중심의  ASUAG로 양분되어 있었는데요, 지금의 항공동맹(스타 얼라이언스, 스카이 팀...)이나 해운동맹(2M, G6...)과 비슷한 개념이라 보시면 되겠습니다.


그 후...스위스 시계업계의 악몽, 쿼츠 파동이 블랑팡을 덮칩니다.


1970년대의 그 짧은 시간 동안, 블랑팡은 완전히 끝장이 납니다.


생산이 중단된 것은 물론, 브랜드가 파산하여 그 브랜드 권리증만을 SSIH가 소유(보관)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2014년 인터뷰에서 비버는 블랑팡이 1959년 이래로 활동이 완전히 정지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블랑팡 홈페이지에는 1971년까지 생산을 지속한 것으로 나옵니다. 비버의 개인적인 기억력 보다는 블랑팡의 공식 홈페이지 내용이 옳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우리의 젊은 장 클로드 비버Jean Claude Biver가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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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제가 구할 수 있는 가장 젊은 비버의 사진입...^^;)


룩셈브르크에서 태어나 10살때 스위스로 이민 온 비버는 대학 졸업 후 1975년, 제네바 인근의 한적한 휴양지이자 시계 계곡으로 유명한 Vallee de Jous 지역으로 갑니다. 


20대의 재기발랄했던 비버가 휴양차 이곳을 찾았는지, 아니면 어떤 원대한 포부를 가지고 이곳을 찾았는지는 모르지만, 비버는 이곳에서 유명한 메뉴팩처인 프레더릭 피게Frederique Piguet을 방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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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그는 운명적인 만남-프레더릭 피게의 아들 자크 피게Jacquet Piguet를 만나게 됩니다.


비버는 자크 피게의 손목에 있던 울트라 슬림 스켈레톤 시계에 큰 감명을 받고 시계 업종에 종사하기로 합니다.


비버의 부탁을 받은 자크 피게는 비버를 아버지 프레더릭 피게에게 소개하고, 프레더릭 피게는 비버를 오데마 피게에서 근무할 수 있게 해 주죠.


능력있던 비버는 오데마 피게에서 유럽 담당 메니저 자리까지 올라갑니다.


예나 지금이나 Big 3에 속하는 오데마 피게에서 비버는 이른바 'Art of Watchmaking'에 흠뻑 빠져 듭니다.


이곳에서 그는 제랄드 젠타와 같이 일했고, Royal Oak의 탄생도 지켜 보았으며, 그걸 팔아 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1979년, 이제 막 30대에 접어 든 비버는 오메가로 자리를 옮깁니다.


오메가에서는 Luxury Gold Division의 생산과 판매를 총괄하는 역할을 맡아서, 이른바 메가 메뉴팩처의 경험과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세일즈 경험을 쌓게 됩니다.  


결국, 1981년 오메가를 떠나면서 비버는 Fine watch making에서부터 Mega manufacturing까지 모든 경험을 쌓은 준비된 인재였던 것입니다.


비버는 1981년 오메가를 떠나면서 같은 SSIH에 속해있던 '블랑팡'을 눈여겨 봅니다.


10년 이상 생산을 중단한 채 서류화 되어 있던 이 잊혀진 브랜드에 비버가 관심을 가진 것은 오직 '가장 오래된' 브랜드라는 타이틀 뿐이었습니다.


당시 스위스 시계 업계의 분위기는 쿼츠로 인해 매우 침체되어 있는 상황으로 빅3를 포함한 거의 모든 브랜드가 60~70% 이상의 생산품을 쿼츠로 메우고 있던 시기였습니다.


비버의 사업 아이디어는 바로 '향수Nostalgia' 였으며 쿼츠로 잊혀진 옛 스위스 기계식 시계의 정수를 재현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블랑팡을 보며 생각해 낸 광고 문구는-Since 1735 there had never been a quartz watch from Blancpain 블랑팡은 1735년 이래 단 한개도 쿼츠를 만든적이 없다-였습니다.


솔직히 이 한 줄의 모토를 위해 SIHH의 아카이브에 보관되어 있던 수많은 파산한 브랜드 중 블랑팡이 선택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비버는 그의 오랜 친구이자 그가 시계업계에 발을 들여놓는 계기가 된 친구 자크 피게와 손을 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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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피게는 1858년 르 브라스Le Brassus에 설립된 유서깊은 메뉴팩처 루이 엘리세 피게Louis Elisee Piguet를 설립한 루이 엘리세 피게의 손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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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엘리세 피게의 아들인 프레더릭 피게Frederique Piguet가 회사를 물려받으면서 회사 이름을 프레더릭 피게로 개명 하였으며, 그 아들이 바로 자케 피게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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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레더릭 피게는 설립 이래로 PP, AP, VC, GP 등의 하이엔드 메이커들에게만 무브먼트를 제공해 온 최고의 메뉴팩처로 비버가 이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었습니다.


자-그럼 이제 대충 그림이 그려 지겠지요?


1983년 비버-자크 피게 콤비에 의해 재건된 브랑팡은 1735년부터 존재했다가 잊혀진 블랑팡의 부활이 아니라 완벽한 재창조 였습니다.


프레데릭 피게가 제조를 맡고 판매를 비버가 맡는 블랑팡의 이름만 내건 완벽히 다른 브랜드였던 것입니다.


당시 상황을 비버의 인터뷰로 인용해 보겠습니다.


"블랑팡이 스위스 시계 업계에서 가장 오래된 시계 브랜드이자 이름이었지만 그 당시 블랑팡은 22 년 동안 활동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블랑팡이 활동했던 때는 1959 년이었습니다(앞서 밝힌것처럼 비버의 혼동인 것 같습니다. 블랑팡은 1971년까지 생산을 지속했었습니다.).


그래서 1982년 블랑팡의 모든 기계, 공장, 가구, 부동산 및 사람들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었습니다. 이름이 잊혀졌다고 말할 수 있었죠. 22 년은 거의 한 세대입니다.


나는 이 블랑팡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실제로 비버는 SSIH로부터 블랑팡을 단돈 22,000 스위스프랑으로 사들입니다.).


계약도, 사람도, 아무것도 아닙니다. 단지 이름뿐입니다. 하지만이 이름은 1735 년부터 계속되었습니다. 블랑팡은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시계 브랜드였습니다.


우리는 전통적인 기계식 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고, 어떤 브랜드든 구입할 수 있지만 결국 이런 전통적인 기계식 시계로 새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전통적인 시계에는 가장 오래된 브랜드를 선택하는게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었죠. 가장 오래된 브랜드가 전통적인 시계를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블랑팡이 역사에서 돌아와 쿼츠 시계 시대에 전통 기계식 시계를 만드는 것을 결정했습니다."


팍 느낌이 오시죠?


결국 1983년 출범한 블랑팡은 1858년 설립된 프레더릭 피게가 무브먼트 제조에서 벗어나 완성품 시계를 블랑팡의 이름으로 만든 것이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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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블랑팡은 공장조차 오메가에 넘어가 있어 새로운 블랑팡은 프레더릭 피게 공장 앞의 농장을 빌려서 시작해야 했을 정도입니다.


당시 블랑팡의 지분을 보면 프레데릭 피게가 48%, 비버가 48%, 블랑팡의 이사였던 미쉘 파브레 michel favre가 4%를 가지고 있었죠.


1983년 재창립 이래로 블랑팡은 순항을 시작합니다.


행운이 함께 했죠. 쿼츠 파동의 여운이 아직 남아서 다른 경쟁 업체들이 움츠려있던 시기였습니다.


 SSIH와 ASUAG가 하나로 합쳐져 SMH가 만들어져 훗날 스와치 그룹Swatch Group이 탄생하지만 당시 SMH에는 오메가 이상의 하이엔드 브랜드가 없었습니다.


리슈몽Richemont 또한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거대 브랜드 그룹과의 경쟁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Since 1735 there had never been a quartz watch from Blancpain 블랑팡은 1735년 이래 단 한개도 쿼츠를 만든적이 없다- 라는 광고 문구는 관심을 집중시켰습니다.


거기에 전통적인 기계식 시계를 만드는 데 있어서 프레더릭 피게만큼 훌륭한 파트너는 없었습니다.


비버는 한 인터뷰에서 블랑팡을 하이엔드에 진입시키는게 위블로보다 훨씬 쉬웠다고 말합니다.


블랑팡은 연간 판매량을 5천만 스위스 프랑까지 증대시켰고 1992년 스와치에 6천만 스위스 프랑에 매각됩니다(앞에서 기술한 대로 비버는 블랑팡을 22,000 스위스 프랑에 구입했었습니다).  


1983년부터 시작된 블랑팡과 프레더릭 피게의 관계는 10년동안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로 발전되어 나갔습니다.


그저 이름만 가져다 쓴 블랑팡은 이제 프레더릭 피게보다 더 큰 회사로 성장해 있었고, 하지만 프레더릭 피게 없이는 블랑팡도 존재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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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스와치는 블랑팡을 인수하면서 프레더릭 피게도 같이 사들입니다. 스와치에서 두 브랜드가 완전히 합쳐지게 된 것입니다.


스와치의 블랑팡에서는 반대로 프레더릭 피게의 존재가 희미해져 갑니다.


성공적으로 하이엔드 브랜드로 안착한 이후로 스와치의 지원하에 블랑팡은 잊혀졌던 아이덴터티를 다시 찾기 시작합니다.


피프티 패덤즈가 부활한 것입니다.


이제 블랑팡의 전통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집니다.


하나는 재탄생한 블랑팡, 즉 프레더릭 피게와 비버가 합작한 하이엔드 드레스 워치의 전통이 그대로 이어지는 빌레레Villeret 라인...


다른 하나는 1735년부터 존재하던 블랑팡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피프티 패덤즈Fifty Fathoms 라인으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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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망 라인은 이 둘 사이를 이어주는 연결점이라고 할 수 있죠.

(Le Brassus 라인은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라인, 엘 에볼루션 라인은...CEO의 취...취미 라인?)


이름만 블랑팡과 프페더릭 피게로 나뉘어져 있을 뿐, 한 회사나 다름없었던 이 두 브랜드는 2010년 마침내 형식적인 관계를 청산합니다.


프레더릭 피게의 이름이 지워지고 메뉴팩처 블랑팡으로 새롭게 명명된 것입니다.


전통적이면서도 혁신적인 브랜드, 환생인 것 처럼 보이지만 전혀 다른 브랜드, 역사가 없다고 말하지만 프레더릭 피게의 역사가 함께하는 브랜드, 새롭게 시작했는가 했는데 잊혀진 역사가 복원된 브랜드...마치 오래된 술통에 담긴 새 포도주처럼 복잡하고 야릇한 맛을 느끼게 해 주는 브랜드가 블랑팡 말고 또 있을까요?


다음 편에는 아래 두 짤이 대변해 주는 블랑팡의 슬픈 처지를 한번 써 볼까 하는데 허리가...아구구...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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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원탑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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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No.3? 이러려고 스와치에 팔려왔나 자괴감 들고 괴로워...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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