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guet 5907 & Kurkdjian Highend
보통 한 브랜드의 엔트리 레벨 시계를 보면, 그 브랜드의 본질(?)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장 기본이 되면서도, 그 브랜드의 이미지를 제일 잘 담고 있어야 하니까요.
브레게에서는 5907이 그런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타임 온리, 스몰 세컨즈, 수동. 이게 끝입니다.
어떻게 보면 '지금 현재의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모습이겠지요.
가장 기본이 되면서도, 브레게의 아이덴티티는 모두 담고 있습니다.
로만 인덱스, 블루 브레게 핸즈, 로만 인덱스쪽 테두리의 헤어라인 처리, 기요쉐, 바깥쪽 코인 엣지 베젤, 러그쪽 원형 마무리, 나사형 브레게 핀버클이죠.
이것들은 브레게의 상위 모델에서도 절대 빠지지 않습니다.
(물론 예술성을 중시한 에나멜 모델에서는 몇 개가 빠지기도 합니다. ^^;)
기요쉐 패턴은 두 가지가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착용하다보면 이 시계는 기요쉐 패턴보다, 그 바깥쪽의 로만 인덱스의 헤어라인 처리된 부분이 훨씬 이쁩니다.
카페에서 보면 딱 저 테두리 부분만 반짝거리지요. 눈을 뗄 수가 없더군요. ^^;
크기는 34.7mm 입니다. 드레스 워치 기준으로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사이즈죠.
(물론 빅사이즈 유행에서는 살짝 작아보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덕분에 타이트한 셔츠 소매라도 무리 없이 잘 착용이 가능합니다. ^^;
두께는 7.5mm 입니다. 이런 얇은 두께에 적응하고 나면, 두꺼운 시계들은 손이 잘 안 가더군요. ^^;
브레게의 블루 핸즈 색감은 정말 뛰어납니다.
억지로 푸른색을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원래 저런 푸른색이라는 느낌을 주더군요.
빛이 없을 때 깊은 네이비 색감에서, 빛을 받으면 블루로 싹 바뀌는 것을 볼 때마다 심쿵했습니다. ^^;
무브먼트는 511DR 이 사용되었습니다. F. Piguet의 자동 무브먼트를 수정하였고, 현재는 브레게에서만 제작/생산/사용되고 있습니다.
11.5 리뉴, 23석, 진동수 3Hz, 파워리저브 95 시간 (4일) 의 스펙입니다.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가 뒤쪽으로 배치된 것입니다.
사용자가 와인딩을 할 때마다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는 재미를 선사하죠.
PRI까지 블루로 처리한 브레게의 센스가 좋더군요. ^^
특히 뒷면으로 돌려 오른손으로 와인딩을 할 때, 무브먼트의 브레게 각인이나 이런 것들이 거꾸로 되어있지 않고,
사용자의 시선과 동일한 방향으로 배치되어 있다는 점도 참 마음에 듭니다.
이런 디테일한 배려가 없이 그냥 시계의 방향과 동일한 방향으로 각인들도 배치되어 있다면, 뒷면을 보고 와인딩시 이런 각인이나 PRI가 거꾸로 보이겠지요.
오른쪽의 탕겐테처럼 말이죠. ^^; 물론 탕겐테는 PRI가 앞면에 있으므로 앞쪽을 보고 와인딩하겠지만요.
이렇게 PRI가 뒤쪽으로 배치된 구조는 브레게에서는 거의 없습니다. (하이 컴플리케이션에서는 몇 개의 모델이 있습니다)
5907의 후속인 5277은 PRI를 다시 앞쪽으로 배치하였지만..제 취향은 아니더군요. ^^;
엔트리임에도 불구하고, 무브먼트의 마감은 제대로 되어 있어서, 루페로 볼 때 마다 만족감이 큽니다.
또한 옆의 3137과 비교하면, 수동시계이므로 용두가 크게 디자인 되어 있다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초기형 5907은 용두가 작게 디자인 되어있습니다)
많은 시계 포럼들에서 가장 합리적인 가격의 하이엔드 드레스 워치로 꼽히던 5907인데, 단종된 것이 참 아쉽습니다.
크기만 상관 없다면 주위의 어느 분에게 추천해도 실패가 없던 시계였거든요. ^^;
이상입니다. 편안한 주말 되세요~
댓글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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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사랑
2015.11.2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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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역사
2015.11.30 11:59
케이스의 반짝임과 밝은 푸른색의 핸즈를 사진에 제대로 담지 못해 아쉽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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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머렉스
2015.11.28 18:00
멋진 글 잘 봤습니다~ 뒷백이 나 하이엔드야를 외치고 있네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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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역사
2015.11.30 12:00
시스루백을 보면서 와인딩할때의 손맛은 참 잊을 수가 없네요. PRI가 뒤에 위치하는게 이렇게 좋은 것인줄 이제야 알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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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erome
2015.11.28 20:05
심쿵한 사진들 잘 봤습니다.... ^^ 추천 남기고 갑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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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역사
2015.11.30 12:01
감사합니다. 저도 여러가지 다른 색의 조명 아래에서 이 시계를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받아서 놀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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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렉터
2015.11.28 20:07
뭣보다..시계의 사이즈와 무브먼트 리뉴와의 벨런스가 아주좋은 모델이라 생각됩니다..엔트리 임에도 기본에 충실한 피니싱도 보기좋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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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역사
2015.11.30 12:03
네, 저도 동의합니다. 딱 이정도 크기가 무브먼트/케이스 크기의 밸런스가 적절하더군요. 이 녀석의 후속인 5277은 동일한 무브먼트에 케이스 사이즈만 키워서 출시되어 좀 실망했습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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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a
2015.11.28 20:22
역설적일 수도 있지만 단순하기 때문에 더 아름다워 보입니다. 저도 브레게 하면 그랑푸 다이얼보다는 길로쉐 다이얼에 로만 인덱스가 먼저 떠오릅니다. 가장 브레게 다운 특징들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잘 봤습니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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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역사
2015.11.30 12:03
타임 온리가 시계의 본질에 가장 가까운 시계가 아닐까 합니다. 덕분에 브레게 만듦새의 아름다움에 더 집중하게 되더군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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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lsy
2015.11.28 20:34
정말 이름만으로도 설레는 브레게...정성스러운 리뷰 잘 봤습니다!추천도 함께 남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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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역사
2015.11.30 12:04
감사합니다. 평소에 느끼던 것을 사진에 모두 담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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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lebrite
2015.11.28 23:22
메종 프랜시스 커정인가요~?
저도 완전 좋아하는 향수입니다..
5907 너무 이쁩니다.. 브레게 클래식의 매력이 가득한 시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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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역사
2015.11.30 12:09
네, MFK입니다. 오우드의 향을 참 잘 잡아서 좋아라하는 향수입니다. 클래식한 5907과 잘 어울릴 것 같아 함께 찍어봤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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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4688
2015.11.29 16:11
아...브레게~~~갖고싶네요 ㅜㅜ
손목이 거지같이 커서리;;; 37미리는 도저히 ㅜㅜ
뒷백이 너무 좋네요~ 아무에게나 보여주지 않는부분....나혼자 감상할수있는 부분이라......
자기만족도가 높은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참으로 좋을듯합니다~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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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역사
2015.11.30 12:10
사실 요즘 나오는 브레게 시계들은 대부분 크게 나와서..저는 오히려 손목 굵으신 분들이 부럽습니다. ㅠㅠ
사용자가 와인딩 할 때만 파워리저브를 보여주고, 그 때마다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도록 세팅한 것이 감성을 자극하는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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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체
2015.11.29 21:26
브레게의 무부먼트는 볼 때마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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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역사
2015.11.30 12:11
감사합니다. 저도 루페로 볼 때마다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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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o85
2015.11.30 09:45
같은 5907 유저로서 추천드립니다~
사진도 너무나 멋지고 5907의 매력을 정말 잘 살펴주셔서 많은분들에게 소개되어 기분이 참 좋습니다~
자주 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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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역사
2015.11.30 12:12
감사합니다. 단종되지 않았다면 더 많은 분들이 이 시계의 매력에 빠지실텐데, 좀 아쉽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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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o85
2015.11.30 13:57
그러니까요~ 아쉽네요 마침 지금 저도 5907을 차고서 댓글을 달고 있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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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논
2015.12.01 01:33
브레게 유저로써 이런글에는 당연히 추천 꽝 !! 드립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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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i
2015.12.01 15:13
와 정말 멋지네요 추천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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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족
2015.12.01 16:10
가끔 장터에 매물이 나올때마다 관심 갖던 시계였는데, 이렇게 정성어린 글을 보고나니까 시계에 대한 생각 자체가 달라지네요. 꼭 한번 경험해 보고 싶다는 유혹도 강하게 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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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yz
2015.12.02 00:38
이런 리뷰 너무 좋습니다~ 잘 읽고,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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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지천수
2015.12.04 15:33
시계도 멋진 콜렉션입니다만, 향수에 꽤나 조예가 깊으신 회원님이시군요 ^ ^ 흔치않은 브랜드 커크잔! 저도 집에 OUD와, 가지고계신 실크무드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침향만의 독특함은 타 향조에 비해 유니크한 느낌을 가질수 있게 해주죠. 근래에 출시된 satin mood를 아직 시향안해봐서,, 조만간 갤러리아 가볼까 생각중입니다^^
시계도 향수도 멋집니다. 잘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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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2015.12.06 12:57
단아하고 멋진 아이템 입니다^^
엔트리 모델? 그 이상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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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rgico
2015.12.08 01:49
브레게 격이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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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펭귄
2015.12.08 02:06
아름답습니다. 말씀하신대로 브레게의 매력은 실버헤어라인과 격높은 블루핸즈에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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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덩치스머프
2015.12.10 12:28
조심해서 사용하세요... 적당히 감으셔야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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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ergico
2015.12.11 16:19
다시 보니 브레게가 무려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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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컨트롤
2015.12.20 12:33
컬렉션 정말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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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lee
2015.12.30 15:11
역시 브레게 아이덴티디는 하이엔드중에서도 가장 뚜렷한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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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벌써
2016.01.09 17:42
뭐가 달라도 다릅니다. 정말 브레게 좋네요^^
차 보면 압니다!!!
정성스레 쓰신 글 잘 봤습니다. 덕분에 브레게의 아름다움을 잠시나마 느껴보게 됐네요. 무조건 추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