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엔드 드레스워치를 찾아서 - 6. Blancpain Highend
하이엔드 브랜드 Big 5를 지나서 기타 브랜드들을 볼 차례입니다. 비록 하이엔드 Big 5로는 분류되지 않는 브랜드들이나, 충분히 하이엔드 드레스워치라 부를만한 시계들을 만드는 브랜드들 위주로, 그 안에서 좋은 드레스워치들을 살펴볼 생각입니다.
다만, 이전에 살펴본 브랜드들과는 다르게, 모든 모델들을 다 둘러볼 수는 없고.. 브랜드 안에서 제가 마음에 들고 드레스워치로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모델들만 짧게 살펴볼 생각입니다. 이유는.. 그 많은 브랜드들과 각 모델들을 다 살펴보는건 너무 어렵고 시간이 걸리는 일일 뿐더러, 또 브랜드의 포지셔닝 자체가 내려갈수록 모든 모델을 둘러보는 것이 하이엔드 드레스워치를 찾는 사람들에게 그리 큰 의미를 가지지도 않기 때문입니다.
Blancpain 만 하더라도 깜짝 놀랄정도로 드레스워치로 분류할만한 시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같은 케이스에서 다이알과 기능의 variation 들이 많았고.. 그중에서 제 생각에 괜찮은 모델 몇개만 집어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제가 언급하지 않은 모델들 중에서도 드레스워치로 훨씬 더 적절한 것들이 있을지도 모르고, 그러한 모델의 경우, 알고계시는 분께서 덧글로 정보를 더해주시는 것도 좋을것이라 생각합니다.
블랑팡에서 컬렉션들을 우선 살펴보면.. 드레스워치로 적절한 컬렉션은 아무래도 Villeret 밖에는 없습니다. 기함이라고 부를만한 Le Brassus 컬렉션에는 컴플리케이션들만 가득하고, Leman 역시 컴플리케이션이 아니면 두껍고, Fifty Fathom 은 다이버 컬렉션이니까요.
Villeret 컬렉션 안에는 생각보다 시계들이 엄청나게 많았습니다. 컴플리케이션들도 많지만, 일단은 드레스워치로 볼 수 있는 모델들만 살펴보겠습니다.
첫번째는 ref. 6630 입니다. Villeret 컬렉션의 케이스에 로만 인덱스가 들어간 아주아주 단순한 날짜기능만 가진 심플워치처럼 보이지만, ref. 6630 은 그보다는 조금 더 의미가 있는 시계입니다. 겉면에서 보이는 다이알도 Grand Feu 에나멜 다이알인 것도 있지만,
바로 무브먼트가 자동 8-day 무브먼트이기 때문입니다. 무브먼트에 대해 많은 자료를 찾을 수는 없었지만, 2014년 바젤에 발표된 이 시계는 프리데릭 피게의 무브먼트에서 벗어나 자사무브먼트를 블랑팡의 여러 시계에 도입하려는 시도로 생각됩니다.
에나멜 다이알과 8일 리저브라는 점들은 훌륭하지만 단점으로는 42mm의 케이스 사이즈와, 11.25mm의 두께입니다. 그리고 덕분에 상승한 가격도 있어서, 리테일 가격은 USD 28,900 입니다.
다음 모델은 사진으로 보기엔 이전 모델과 별로 다를게 없어보이는 ref. 6651 입니다. 역시 같은 Villeret 케이스에 날짜창이 들어간 단순한 구성입니다.
사용된 무브먼트는 Cal. 1151로 브레게와 마찬가지로 Frederic Piguet의 Cal. 1150이 베이스 무브먼트입니다. 트윈 배럴을 가진 이 무브먼트의 장점은 파워리저브가 굉장히 긴 편으로 거의 100시간에 가깝다는 점입니다.
FP 1150 베이스 무브먼트는 이 모델 뿐 아니라 Villeret 컬렉션의 거의 대다수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의 많은 시계들의 베이스무브먼트가 되고 있습니다. Swatch Group 안에서 FP 의 무브먼트를 가장 폭넓게 사용하는 브랜드가 바로 블랑팡인데, 그 이유는 물론 FP 무브먼트가 고급 에보슈 무브먼트이기 때문에 블랑팡 정도 되는 브랜드에서 사용하기 적합하다는 것도 있겠지만, 2010년에 블랑팡이 FP를 자사 무브먼트 manufacturer로 인수하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블랑팡이 FP 무브먼트를 사용하는 것은, 이미 자회사로 편입되었기 때문에 자사무브먼트로 보아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기도 하지요.
다시 시계 모델로 돌아가서, ref. 6651의 크기는 적당한 40mm에 두께 8.7mm 입니다. 블랑팡은 꽤 많은 모델들에서 케이스 재질을 귀금속 뿐 아니라 스테인레스 스틸로도 내고 있습니다. Flagship 모델이 아닌 경우엔 여러 재질로 내는듯 합니다. ref. 6651 역시 마찬가지로, 골드 모델의 경우엔 리테일 가격이 USD 19,400 정도이지만 스틸모델은 USD 9,800 입니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하이엔드 브랜드보다 가격대가 확 낮아진 모습입니다.
다음 모델은 크기가 38mm로 조금 더 작아진 ref. 6223 입니다. 다만 어찌된 일인지 두께는 조금 더 두꺼워져서 9.15mm 입니다. 사용된 무브먼트는 비슷한 cal. 1150 무브먼트이고, 리테일 가격은 크기 덕인지 확 낮아진 USD 15,500 (골드) 와 USD 8,400 (스틸) 입니다.
제게 있어서 Villeret 컬렉션 하면 사실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르는 특징은 트리플 캘린더와 바늘로 표시되는 날짜창입니다. Villeret 컬렉션에서 그렇게 날짜를 표시해주는 ref. 6653 모델입니다. 6시방향의 초침은 30초 레트로 그레이드입니다.
사용된 무브먼트는 cal. 7763Q 인데 역시 FP 1150 베이스이며, 케이스 지름은 40mm 인데, 늘어난 기능때문인지 두께도 10.83mm로 늘어났습니다. 리테일 가격은 USD 22,500 입니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모델은, 블랑팡 Villeret 컬렉션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트리플캘린더 (풀 캘린더) 문페이즈 모델입니다. 사실 이정도가 되면, 이미 드레스워치라고 하기엔 너무 복잡하고 두꺼워지긴 하지만, Villeret 컬렉션 안에서 아이콘과도 같은 모델이라 여기에서 적어봅니다.
풀캘린더 혹은 트리플캘린더란, 월, 일, 요일 3가지가 모두 표시되는 기능입니다. 상당히 복잡기능이긴 한데, 다만 애뉴얼 캘린더와 다른 점은, 월에 따라서 30일과 31일을 자동으로 넘어가지는 않는다는 점입니다. 따라서 2달에 한번 정도는 날짜를 조정해주어야할 필요성은 있는 점이 애뉴얼 캘린더와의 차이점입니다 (애뉴얼 캘린더는 2월말에 한번만 필요로 합니다).
사용된 무브먼트는 Cal 6639 로, 역시 FP 1150 베이스의 무브먼트이고 100시간의 (mdoc님의 제보로 수정) 8 days 파워리저브를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시계에는 몰라도 풀 캘린더 모델에서의 192시간 파워리저브는 꽤 의미가 있습니다. 시계가 한번 죽으면 날짜 다시 맞추기 정말 귀찮거든요.
단점은 커진 시계의 크기입니다. 케이스 지름이 42mm, 두께가 11.7mm로, 이정도가 되면 드레스워치의 범주를 (적어도 저에게는) 벗어납니다. 신형 모델이 아닌 과거의 Villeret 모델 중에는 38~39mm 정도 크기로 동일한 기능의 시계들이 있었으니, 손목크기가 맞지 않는 사람은 그러한 시계를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리테일 가격은 USD 20,230 정도이고, 스틸 모델은 USD 14,900 입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표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스틸 모델의 존재도 그렇고, 가격면에서 하이엔드 Big 5 와는 꽤 큰 차이를 보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블랑팡 시계들을 접하고 손에 쥐고 살펴보면, 가격의 차이만큼 드는 느낌의 차이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리고 컴플리케이션 모델은 다른 이야기이지만, Villeret 컬렉션의 심플워치들의 경우 직접 볼 때, 조용하고 절제된 아름다움이라는 것은 분명 있기는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너무 절제되어서 사뭇 심심해보이는 면이 많은것도 사실입니다.
고급 무브먼트가 들어간 고급 브랜드의 시계를 스틸 케이스로 구해서 비교적 저렴하게 하이엔드 드레스워치를 착용한다라는 의미로 블랑팡을 찾는다면 그것은 꽤 의미가 있는 일일 것 같습니다만, 골드 케이스 모델들을 살펴보고, 또 이전에 소개한 하이엔드 드레스워치들, 그리고 앞으로 소개할 다른 시계들을 같이 놓고 고려해보면, 블랑팡을 선택하는 것은 이 디자인이나 브랜드에 특별히 끌리는 요소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에게는 쉬운 일이 되지 않을듯 합니다.
가장 끌리는 모델은 풀캘린더 모델의 ref. 6639 이지만, 그정도 크기는 또 드레스워치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제가 블랑팡에서 드레스워치로 고를만한 시계는 없는듯 합니다.
블랑팡에서의 드레스워치:
None
댓글 20
-
echo.
2015.07.13 12:55
-
사이공조
2015.07.13 13:22
마무리도 좋고 깔끔한 브랜드 이네요
-
컬렉터
2015.07.13 20:38
경험상 쓴소리로...왜?..나름 전통의 하이엔드 인데 빅5에 비하여 저렴한 가격대에 경험이 가능토록 포지션을 책정했을까? ..라는 궁금증은 구입 하자마자 풀렸습니다..딱 가격 만큼의 품질 이더군요..앞과 뒤 그리고 감성적 부분 까지도요..저도 드레스 라인에서 블랑팡은 pass 입니다..외려 다이버 & 파일럿 라인이 좋아 보였습니다...그나저나 이즈음 좋은 읽을꺼리 제공해 주시느라 고생이 많으십니다..추천~^^
-
김우측
2015.07.13 23:13
특히 다이버 라인.. Fifty Fathom은.. 헠헠. 가격만 빼면 정말 모든게 알흠답지요. 저도 늘 군침 흘리고 있습니다.
-
mdoc
2015.07.13 21:05
Blancpain...특히 Complete Calendar 팬으로서 좀 더 부연설명 드리자면...
Blancpain의 Signature line인 Complete Calendar는 3종류가 있는데...
Ref.6263은 F.P1150 베이스로 지름 37.6mm, 두께 10.7로 세계에서 가장 얇은 Complete Calendar title 을 가집니다.
Ref.6654는 F.P1150 베이스로 지름 40mm, 두께 10.65mm로 6263과 지름만 다른 것 같지만...Under lug corrector가 적용되어 케이스 옆면의 날짜수정 버튼이 러그 아래쪽으로 편리하게 숨어 들었으며...무엇보다 Secured calendar & moon-phase mechanism이 적용되어 요, 일, 월, 문페이즈를 시간에 제한 없이 안전하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
Ref.6639는 Cal.6639 채택으로 파워 리접이 8일...대신 지름이 42mm, 두께 13.07mm로 싸이즈가 커졌으며 역시 Under lug corrector, Secured calendar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Blancpain 6639가 드림 워치라 오버좀 해 봤습니다...^^;
-
김우측
2015.07.13 23:14
아 좋은 덧글 정말 감사드립니다. 비슷한게 하도 많아서 저도 그냥 좀 넘기다가 눈에 들어오는것만 꼽았었네요. 개인적으론 로만 인덱스 안에 날짜 인덱스가 있는 ref. 6654의 다이알 디자인이 제일 맘에 드네요.
-
딸바보아빠
2015.07.13 21:09
빌레레 트리플 캘린더는 두께나 크기로는 엄격한 기준의 드레스 워치에는 해당하지 않는 모델이죠.
하지만 그래도 이쁘니까...
블랑팡 275주년 기념 모델인 6664입니다. half hunter case로 더 두껍습니다.
-
mdoc
2015.07.13 21:31
이쁘면 모두 용서됩니다...^^
-
echo.
2015.07.13 22:18
아.... 진짜 예쁩니다
-
타임시계
2015.07.13 23:47
6664... 제 기준으로 다이얼은 최고라 생각합니다.
-
파일럿
2015.07.14 09:42
3년전 금통 드레스와치를 사기위해 소공동 갤러리아 여러매장을 돌던 중 제눈에 가장 예뻐보여 구입한 빌레레 울트라플레이트 입니다. 아직까지 매우 만족하고 평생 귀속템으로 생각 하고 있습니다. 이글을 보니 제가 몰랐던 모델들도 많은데 워낙 심플한 스타일이 좋다보니 제눈엔 아직도 이시계가 젤 예뻐보이네요. 좋은글 감사하고 많이 공부하고 갑니다.^^
-
캐논
2015.07.14 11:23
선추천.. ㅎ
좋은 포스팅 재미있게 잘읽고 있읍니다.!!
-
마발발
2015.07.14 12:47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
아차족
2015.07.14 16:09
전통적인 디자인의 드레스워치를 열심히 고르는 중이라 정말 도움이 많이 되고 뽐뿌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좋은 글 잘보고 갑니다~~~
-
Bzbz
2015.07.14 17:03
저도 예물 때문에 얼마전 블랑팡을 갔었는데요,
문페이즈는 빌레레가 제일 맘에 들더군요.
물론 더 비싼 모델은 아예 안보고 있습니다 ^^;
-
RUGBY™
2015.07.14 20:20
사실 스와치 그룹에서도 2인자로 있을 수 밖에 없는 포지션덕에 컬렉션도 스틸로 많이 나오는 편이고 ㅎㅎ
여러가지로 좀 억울할 수도 있는 브랜드 라고 생각합니다만..
저보고 본격 다이빙와치인 FF 를 제외하고, 블랑팡에서 고르라면
우선 2005년 한정판으로 나왔던, 푸틴 시계로 유명한 아쿠아렁 빅데를 꼽겠구요 (40미리에 11미리 정도 두께니까 드레스 용도로도 "가능"은 합니다)
그리고 이 파워리접이 달린 울트라플레이트 6606 을 고르겠네요. 이 모델은 특히 스틸의 가격이 아주 착합니다
병행은 특히 더더그래도 피게베이스라 그런지 감는 느낌도 아주 괜찮구요, 짧은 파워리접도 귀엽고, 40미리, 8.55두께지만 러그도 짧아 보이는 느낌이 있어 손목에 괜찮게 안착하네요.
좋은 연재물에 ㅊㅊ 드립니다~~
-
rudy
2015.07.15 11:24
AP하면 ROO가 생각나듯이 블랑팡하면 다이버 라인이 생각납니다.
-
갈대바람
2015.07.15 15:24
고마우신글 잘 봤습니다...
1편부터 정독했습니다...
저야 주중에 내내 정장이어야 해서.. 이런글 정말 좋습니다...
근대..관심은 있지만..제 능력밖의 라인이라는게 슬픕니다...
-
로렉스맨냐
2015.07.25 00:50
좋은정보감사해요~ 잘 보고갑니닷
-
Energico
2015.07.29 10:10
멋있는 시계입니다. 소위 말하는 Top Watch 수준에서 고급무브먼트+스테인린스 스틸 케이스 이것은 지갑이 얇은 사람들을 위한 시계사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습니다. 하이엔드는 역시 금통 아니면 플라티넘. (원래 시계가 왕족, 귀족 장난감...). 그렇다고 제 지갑이 두툼하다는 것은 절대 아님.
블랑팡 빌레레 로만 인덱스 다이얼에서 날짜 창을 약간내부에 그리고 로만인데스는 약간 작게하여 다이얼의 전체적인 훼손이 없게한 디자인이 제일 마음에 듭니다. 많은 경우 3시 혹은 6시이에 날짜창을 배치하는데 이것 때문에 해당위치 인덱스가 반쪽 혹은 없는 경우가 되고 전체적인 다이얼의 모양새의 격기 떨어집니다.
개인적으로는 블랑팡에서 다음의 청판이 제일 끌립니다.
http://www.blancpain.com/en/watch/6223c-1529-55a
여러 리뷰 감사합니다. 혹시 여유가 되시면 독일시계와 바우하우스 디자인 시계들도 리뷰해주시면 감사.
크기 때문에 드레스워치라 하기엔 애매한 감이 없지않아 있지만, 역시 블랑팡 하면 빌레레 트리플캘린더 문페인듯 합니다.
문페이즈 하면 브레게와 더불어 딱 떠오르는게 블랑팡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