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지배자? 아니면 빵셔틀? Highend
비오면 뒤굴뒤굴...여유를 넘어 생계까지 위협받는 노가다가 업이라...오늘같은 날은 상당히 심심하군요.
오늘은 아예 쉬는날이라 편히 생각하고 룰루랄라 하는 와중에 한 가지 음모론이 생각났습니다.
일단 게시판 이동 차단용 사진 한 장 박고...
저의 유일한 블랑팡이자 유일한 F.Piguet mov.를 가진 Blancpain Trilogy GMT 24입니다.
사실 음모론의 시작은 이녀석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오늘의 음모론은 새로운 음모론이 아니라 기존의 음모론의 업그래이드 판입니다...^^
이전에 제가 오메가의 8500에는 F.Piguet의 입김이 상당히 들어간 것이 아닌가...
정확히는 F.P 1150이나...더 심증이 가기로는 F.P 1315가 8500의 밑바탕이 된 것이 아닐까...하는 음모론을 제기한 적이 있었는데요.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F.P, 즉 블랑팡과 오메가의 관계가 이상합니다.
단순히 양사의 대표적인 무브먼트의 날짜조정 방식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F.P와 오메가를 엮으려 했던 지난번의 음모론이 근거가 너무 부족했다면...^^
최근 오메가의 마스터 코엑시얼 발표와 정황을 보면 그 의심이 더욱 짙어집니다.
사실 이 마스터 코엑시얼의 자성차단 기술은 기계식 시계의 한계점중 하나인 자성에 대한 취약함을 근본적으로 극복하는 대단한 기술입니다.
전통적인 연철 케이스를 쓰는 대신 자성에 내성을 지니는 부품을 사용함으로서 무게와 두께를 줄이고 요새 대세인 씨스루백으로 무브먼트의 속살까지 보여줄 수 있으니까요.
당연 이번 Basel 2014에서는 이 마스터 코엑시얼이 가장 화제였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알고 계시겠지만, 그리고 의식하지 못하고 계실수도 있겠지만...이 기술은 이미 존재하던 기술입니다.
그렇습니다. Basel 2013에서 블랑팡 피프티 패덤즈 바티스카페(Bathyscaphe)에서 이미 적용된 기술인 것입니다.
사실 그 이전에도 아무도 모르게 이 기술이 적용된 시계가 있습니다.
역시 블랑팡의 피프티 패덤즈로 Fifty Fathoms Tribute to Aqua Lung에 이 기술이 사용되었다고 짐작하고 있습니다.
2010년인가 2011년에 발표된 이 시계는 500개 한정판으로 바티스카페 이전의 현행 피프티 패덤즈 모델로는 가장 늦게 발표되었으며 여타 피프티 패덤즈와 다이얼의 차이가 있지만 가장 다른 차이점은 시쓰루 백이라는 것입니다.
1년 전 이 모델에 대해 관심이 있던 제가 블랑팡 부띡 쪽에 이 모델의 자성차단 기능에 대해(피프티 패덤즈 기본 모델은 모두 자성차단 기능이 있습니다) 문의해 보았을 때 부띡 직원의 답변은 놀랍게도 ‘모른다’ 였습니다.
직원은 본사측에 문의해 보겠다고 하고 저는 당연히 씨스루 백은 자성차단이 안되겠거니 하며 잊고 있었는데 얼마 전 바티스카페를 실착하러 가서 다시 한 번 물어 봤을때의 대답은 놀랍게도 ‘자성차단이 된다!’ 였습니다.
제가 직원이 문의한 이메일의 블랑팡측의 답메일을 직접 열람한 것은 아니지만 그 직원의 말로는 ‘자성차단이야 당연히 기본 사항이니 선전할 필요도 없다...’ 라는 내용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생각해 보십시오.
블랑팡은 너무 선전을 안합니다. 물론 전 기종에 대해 선전과 자화자찬에 극히 인색한 모습을 보이지만...이런 무브먼트 자체의 자성차단 기능에 대한(업계 최초 아닌가요?!) 기술이 2011년에 이미 발표 되었음에도 일언 반구의 선전도 없습니다.
바티스카페도 antimagnetic 이라고 얘기는 하고 있지만 오메가처럼 15,000Gauss니 뭐니 하는 구체적인 수치에 대한 표현은 일체 없습니다.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하기에는 그룹내 서열에서는 브레게에 밀리고 해리 윈스턴에게도 까이며 판매량에서는 당연히 오메가를 밑도는 현 블랑팡의 상황에는 전혀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저의 추측은 이렇습니다.
이하 어디까지나 저의 추측입니다.
스와치 그룹에는 ETA, F.Piguet(블랑팡), Lemania(브레게)의 세 무브먼트 제조업체가 있습니다.
이 중 ETA는 론진 이하 그룹내 브랜드들의 무브 공급과 개발에 바쁩니다(밥통을 늘려 준다던가 컬럼휠을 만들어 준다던가...).
오메가는 스와치 그룹 내에서 특별한 존재입니다. 리슈몽에 까르띠에가 그렇듯이 오메가는 스와치의 밥줄이자 메가 메뉴팩처입니다. 당연히 오메가 이하 브랜드와는 차별을 해야 하고 그래서 F.Piguet가 등장합니다. 이전부터 F.P1185를 다운그래이드 해서 공급한 것도 그렇고 8500의 개발에도 Piguet가 상당히 관여를 합니다. 코엑시얼이야 탈진기 부분에 대한 설계로 다니엘 옹의 설계를 따르더라도 무브먼트 전반의 설계와 제작에 Piguet가 관여합니다.
즉, 블랑팡이 개발하고 오메가에 넘겨주는 것입니다. 마스터 코엑시얼 기술도 이렇게 넘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오메가의 무브나 기술이 Piguet의 손을 탄 것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밝히는 것이 이득이냐 독자 기술로 처리하는 것이 이득이냐 하는 문제가 대두됩니다.
이전에야 F.Piguet의 무브를 공급받는다는 사실 자체가 선전이 되었습니다. F.P1285를 공급받아 3301을 만들었다는 사실이 오메가 판매에 도움이 되던 시절이었죠. 하지만 이제 manufacture 시절이 도래했습니다. 하위 브랜드들도 자사무브를 부르짖고 있는데 아무리 Piguet지만 이제는 오메가도 자신의 기술이 필요할 때가 된 것입니다. 그렇다고 스와치 그룹에서 남아도는 인력(ETA, F.Piguet, Lemania...)을 놔 두고 오메가 독자적으로 개발을 시킬까요? 당연히 그래야 하겠지만 그룹 전체적으로는 낭비도 그런 낭비가 없습니다.
일단 Piguet가 개발합니다. 그리고 블랑팡은 일체의 선전 없이 선비짓?을 합니다. 블랑팡은 고고한 하이엔드니까요...
기술을 넘겨받은 오메가는 독자적인 기술이라고 대대적인 선전을 합니다. 많이 팔아먹어야 하니까요.
상당히 그럴듯한 시나리오 아닌가요?
만약 이 시나리오가 맞다면 블랑팡은 상당히 불쌍한 입장인 것 같습니다.
뭐...블랑팡이 오메가의 어둠의 지배자로서 오메가를 암중 조정하며 앵벌이로 이용해 먹고 있다면야 좋겠지만...현 상황으로 봐서는 블랑팡이 오메가의 빵셔틀기술셔틀일 가능성이 크니...블랑팡 입장에서는 조용히 기술을 강조하면서 마켓팅을 해야하는 희안한 입장이니까요.
역시 음모론은 한가한 사람들이 만든다는 것을 실감하며...과감히 떡밥을 던졌으니 많이 낚이시기 바랍니다...^^
추천은 바라지도 않습니다. 비추만 주지 마세요...그런 의미에서 비겁하지만 비추 기능이 없는? 하이엔드동에 올립니다. ^^
쓰다보니 F.Piguet(블랑팡), ETA 모두 나름 바쁜 것 같은데...Lemania는 뭐하고 있는건지...
댓글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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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udio Kim
2014.08.21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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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14.08.22 10:22
오메가는 요새 정말 굉장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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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바보아빠
2014.08.21 19:21
그런 음모가...
블랑팡을 소유하고 있는 입장에서 현재 블랑팡의 입지가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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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14.08.22 10:23
블랑팡 팬으로서 저도 좀...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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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13
2014.08.21 20:10
추측이 아니라 그럴것으로 생각됩니다. ㅋ 아마 기업의 운영 입장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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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14.08.22 10:24
공식적인 입장이야 당연 노 코멘트일거고...어디까지나 추측이죠...상당히 그럴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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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카51
2014.08.21 22:30
블랑팡 알면 알수록 짠해지죠^^
다이버 워치의 원조인데도 불구하고
롤렉스에게 지존의 자리를 뺐기고 2인자로 밀려난 것도 그렇고
가장 오래된 기계식 시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하이엔드의 의전서열에서
뭔가 부족한 대우를 받으며 0.2% 모자른 위치에 서게 되는
만년 2인자의 모습이 말입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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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14.08.22 10:24
아...짠~하다는 표현이 딱 와닿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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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hab
2014.08.21 23:25
좋은글입니다
스와치그룹에서 브레게에좀 밀리는것같아 안타깝습니다 -
mdoc
2014.08.22 10:25
No.2까지는 그런데 No.3는 정말 아닌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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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천
2014.08.22 00:39
재미있는 표현입니다 ㅋ
저는 블랑팡이 아쉬운 것이.. 기존의 명기들 (1150, 1185, 21, 71)만 적절히 모듈 얹어서 요리조리 출시해도
충분히 신뢰롭고 균형잡힌 라인업 구성이 가능할텐데 기존 무브들을 뭔가 제대로 써먹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고..
저렇게 좋고 다양한 명기들을 놔둔채 자꾸 새로운 무언가를 개발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mdoc님 말씀대로
'우리가 새로 만든건 기존 명기들보다도 더 뛰어나다!'라는걸 적극적으로 어필이라도 해줘야 하는데
그렇게도 못하고 있고.. (그리고 주관적 느낌입니다만, 새로운 무브들의 뒷백이 사실 그리 아름다워 보이지도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래저래 안타까움이 많이 드는 브랜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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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14.08.22 10:30
새로운 무브들...특히 8days 계통의 아름다움이 떨어지는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특히 무브가 커지면서 밸런스가 상대적으로 작아져서 클래식한 느낌하곤 완전 멀어졌죠...
그래도 꼼꼼한 피니슁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제생각엔 CEO가 바뀌어야...스포츠카 좋아하는 도련님은 그닥 블랑팡에 열정이 없으신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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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머렉스
2014.08.22 00:54
좋은글 잘 봤습니다~~ 블랑팡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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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14.08.22 10:31
불쌍하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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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
2014.08.22 02:18
블랑팡도 어느 그룹에 가도 대표 선수라고 할 수 있을 만큼의 하이엔드 브랜드인데,
스와치 그룹 내에서 포지셔닝이 조금 애매한게 매우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좋은 가설과 설명 잘 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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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14.08.22 10:32
기술과 우아함...어디에도 뒤쳐질게 없는 브랜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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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공 조
2014.08.22 02:31
뒤의 모습니 상당히 특이하네요..프로펠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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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oc
2014.08.22 10:33
한때 저기에 꽂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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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시계
2014.08.22 12:44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진실이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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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드베컴
2014.08.23 00:04
재밌게 잘 봤습니다. 블랑팡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열게해 준 내용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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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찌남
2014.08.23 22:12
그러한 자성차단 기술은 율리스나르당이 가장 먼저 실리콘을 사용하여 거의 15년 전부터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블랑팡이 선전하기보단 기본 스팩으로 그냥 장착하는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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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galmind
2014.10.09 22:59
mdoc님의 게시글을 찾아 정독하고 있습니다. 상당히 조예가 깊으시네요. 앞으로도 좋은 글 많이 올려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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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카니
2016.12.11 13:40
오 읽어보니 그럴듯 하네요... 많은 생각을 줍니다
오멕동을 열심히 지키는(?) 저로서는 굉장히 흥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