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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RMAN BRAND

독일 포럼에 또 글을 남깁니다.

이틀 전쯤 득템기 올리고 너무 도배성인가요? ㅋ 죄송합니다. 꾸벅;;;

 

 

다름이 아니오라, 오늘은 서로 비슷한 기능을 가졌으나, 서로 전혀 다른 느낌과 스펙을 가진 두 독일 시계를

컨셉으로 잡고 포스팅을 해보려 합니다. 자 그럼 매우 허접한 사진 하나 먼저 투척하고 시작하겠습니다.

 

gg.jpg

 

위 시계를 보시고 하나는 당연히 진 856이겠고,

다른 하나는, 예거의 리베르소로 생각하신 회원님이 계시다면,

죄송스럽지만 낚이신 겁니다. ㅋㅋ

 

 

일전에 우리 회원님 중, 타르칸(Tarkan) 님께서 딱 한번 이 독일 게시판에 그 모습을 드러내 보였던

일명, '가난한 자의 리베르소',  Jean Muller의 리베르소(Reverso) 제품 되겠습니다. 당시 관련 링크 걸면 다음과 같습니다.

https://www.timeforum.co.kr/index.php?mid=brand_GermanBrand&search_keyword=tarkan&search_target=nick_name&document_srl=81279

 

 

자, 그럼 위 사진의 black & blur된 이미지를 걷어낸 실사 사진을 다시 한 장 보여 드리겠습니다.

 

00.jpg

 

저도 한 1년 좀 넘게 전 타르칸 님 포스팅 보면서,

'어라? 이 녀석, 예거랑 똑같이 생겼는데 아니라구? 장 머시기???'하며 상당히 신기해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고 당시 구글이나 이베이를 나름 여러번 검색하고 이 시계에 관한 자세한 정보를 찾아보려 했지요.

 

하지만, 신기할 정도로 이 시계에 관한 정말 흡족할 만한 디테일한 정보를 전 결국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러고 한 1년여의 세월이 흘러, 어쩌다 보니 또 이 시계가 제 손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ㅋ

사실 득템한 지는 좀 되는데, 이 녀석은 다이얼 하단에 'Made in Germany'라고 당당히 프린트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그 출생이 자못 의심스럽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선뜻 따로 포스팅 할 엄두가 나질 않았던 게 사실입니다.

또 한편으로는 너무 제 컬렉션이 다 속속들이 알려지는 것보단, 남들 모르게 혼자만 즐기는 시계로 남겨두고 싶었던 마음도 있었지요.ㅎㅎ

 

 

하지만 최근 진 856을 득템하면서 이 녀석과 함께 엮어 포스팅 한 번 해보는 것도 잼있겠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왜냐구요? 이 전혀 다르게 생긴 시계가 왜 무슨 연관성이 있냐구요? 흠... 그럼 다음 사진을 또 보시지요.

 

22.jpg

 

자아... 진 856 말고 오른쪽 장 뮬러 리베르소에 포커스를 맞춰 보시길 바랍니다.

리베르소라는 컨셉 답게 뒷면 역시 다른 느낌의 다이얼로 돼 있습니다. 특이하죠? ㅋ

나름 뒷백에는 또 인그레이빙까지 필기체로 멋드러지게 돼 있네요.

 

여튼 제가 이 뒷백 사진을 보여드린 이유는, 이 시계가 바로 듀얼 타임 기능이 가능한 메케니컬 수동 워치이기 때문입니다.

 

11.jpg

 

다시 말해, 6시방향 시다바리 초침이 있는 화이트 다이얼 정면의 시간과

뒷면, 블랙에 야광인덱스가 있는 투 핸즈로 구성된 다이얼은 시간을 각각 따로 세팅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시간 세팅 방법도 매우 간단합니다.

크라운 1단을 빼면 뒷면, 즉 블랙 다이얼 시간을 조정할 수 있고,

크라운 2단까지 다 빼면 앞면, 화이트 다이얼 홈타임을 조정할 수 있게 돼 있습니다.

 

 

전 이 시계를 보면서 처음 놀란 게, 쿼츠가 아닌 기계식 수동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하지만,

해외 포럼이나 구글을 샅샅이 뒤졌는데도 이 시계의 무브먼트에 관한 어떤 정보도 공개돼 있질 않더군요.

하지만 Watchuseek.com 같은 포럼에선 몇 차례에 걸쳐 소수 회원들 사이서 이런 식의 질문이 돌았습니다.

 

이 시계를 실제로 본 사람 있냐? 이 시계의 정체가 대체 뭐냐? 이 시계 가뭄에 콩 나듯 아주 가끔씩 이베이에 출몰하는 데 독일 시계 맞긴 한 거냐?

구동방식이 수동이라는데 무브의 정체는 뭐냐? 정말 듀얼 타임 기능이 가능은 한 거냐? 등등....

그러나 수많은 설들만 난무할 뿐,

실제로 시계 실사 사진이나 무브 사진을 공개하며 이 시계에 관한 디테일한 정보를 공유해주는 이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영국의 한 시계 커뮤니티 내의 저먼 포럼 게시판에서 저는 이 시계에 관한 

나름 반가운 하나의 코멘트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 내용은 대충 다음과 같습니다.

 

 

Dear bmajazz
 
I asked Adam aka GLADIATOR on this, as he takes a special interest in all makes of Reverso watches.
The one you bought is a genuine mechanical watch made in Germany. They come up for auction quite often and sell for around under $750.


Adam is sure Jaeger stopped Jean muller from producing this watch, as Jaeger Le-Coultre defend that patent strongly.

Then again it may have been manufacturer Frank Muller who claimed them.
 
That said, Adam thinks it is a nice example, but wishes the second dial was 24 hour or an AM/PM indicator. 
Hope that helps, and Adam wants one too!
 
Kind Regards

Ike

 

 

위 코멘트와 또 다른 몇 가지의 정보를 취합해 대충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1. 이 시계는 '메이드 인 저머니' 즉, 독일에서 생산된 시계가 맞다! (항간에 떠도는 중국생산 레플리카설은 사실과 무관하다)

 

2.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도 초반까지 아주 잠깐 이 브랜드의 시계가 몇 종류 출시됐는데,

그 케이스 디자인이 예거 르꿀트르의 아이콘적인 '리베르소'를 너무나 똑같이 복제해 냈기 때문에

예거 측에서 강력히 특허권을 주장하며 이 시계와 브랜드를 철저히 탄압? 했다고 합니다.

(즉 너네 제품 다 없애, 잉? 안 그럼 수백 억 유로 소송 건다? 뭐 이런 식으로 난리를 치며 소리소문없이 이 브랜드의 싹을 잘라 없애버린 것이지요)

 

3. 또한 이 브랜드의 불운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장 뮬러(Jean Muller), 즉 브랜드 네임에 단지 Muller라는 이름이 들어간다는 이유 만으로,

역시나 비슷한 이름을 가진 프랭크 뮬러 측의 소송 압박까지 엎친데 덮친 격으로 붙어 결국 브랜드 네임까지 잃어버리고 그 존립을 내세울 겨를도 없이

시장에서 빠르게 사장되어 갔다는 것입니다.

 

 

자, 어떤가요? 이런 내막을 듣고 보니, 참으로 불행한 브랜드의 말로가 아닐 듯 싶죠?!

작은 독립 브랜드로 시작했으나 본의 아니게 디자인이 너무 특정 브랜드의 제품을 연상케 한다는 이유만으로

이 회사는 금방 문을 닫았답니다. 그래서 홈페이지는 커녕, 관련 정보도 그토록 찾기가 힘들었던 것입니다.

(또 당시엔 인터넷이 지금처럼 그렇게까지 활성화되던 시절도 아니었기 때문에 더더욱 남은 자료가 없었던 셈이죠.)

 

그리고 어마어마한 공룡 기업인 리치몬트 그룹으로 예거가 편입되면서,

자사 브랜드는 살벌할 정도로 관리를 잘하는 그들 답게, 리베르소를 노골적으로 카피한 장 뮬러라는 듣보잡 독일 촌놈 브랜드가

왠 그지 깽깽이 똥파리 새끼냐며 괘씸하게 여겼을 런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더욱 철저하게 이와 관련된 자료나 시계들을 폐기처분케 한 건 아닐까 하고 저 나름대로 결론을 내려 보았습니다.

 

 

덧붙여 이와 같은 나름 근거있는 추론에 근거하면, 최근 몇년간 이베이나 다른 그레이마켓에서 아주 뜨문뜨문 출몰하는

이 녀석들은 고로 현행 생산된 제품이 아닌, 수 년 전 그 당시 발표되었다가 용케 폐기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한번 쯤 팔렸거나, 아님 소수 컬렉터들 사이에서 어딘가로 몰래 빼돌려진 일종의 재고 워치라는 사실입니다.

 

33.jpg

 

그럼 시계를 잠시 보지요. 흠... 다이얼이 상당히 고급스럽게 잘 만들어졌습니다.

다이얼 조차 JLC 빈티지 리베르소를 그대로 복제한 것처럼 너무 닮았습니다.(적당히 베껴야는데 너무 베꼈어. 이러니까 짓밟히지! ㅎ)

 

다이얼 중앙의 직사각형 모양의 챕터링과 그 안에 겹쳐지는 서브 다이얼 부분만 제외하곤

인덱스가 표시되는 외곽은 은은한 선버스트 가공을 해서 불빛 각도에 따라 사뭇 그 느낌이 다르게 보이구요.

아라빅 인덱스 역시 프린트 방식이 아닌 아플리케 타입으로 붙인 양각인덱스 입니다.

또 각각의 인덱스 숫자는 폴리싱 처리를 해서 맨들맨들 불빛 아래서 적당한 블링함을 선사해주고요.

 

가운데 챕터링 안쪽과 6시방향 서브 다이얼 바탕은 전통적인 실버 다이얼은 아니고, 화이트 라커 처리된 다이얼 같습니다.

근데 묘하게 빛에 따라 은은하게 빛을 발해서 제법 보기 괜찮습니다.

핸즈는 3침 모두 블루 핸즈인데, 노모스나 토비의 클래식 시계들처럼 불에 구운 제뉴인 블루스틸은 아니고 페인티드된 것입니다. ㅋ

 

 

다이얼 뒷면, 즉 서브 초침이 제거된 심플한 2침 핸즈의 블랙 다이얼은 인덱스와 핸즈가 전부 루미너스 처리돼 있습니다.

제가 순간적으로 조도를 높였다 불을 끄고 실험을 해보니 그 야광 강도가 제법 강했습니다.

자연광에서 보이는 색상은 유색에 가까운 화이트 계열이기에 제 생각엔 수퍼루미노바 C1 안료로 추정됩니다.

 

44.jpg   

여튼 보기 보다 상당히 앞 뒷면 다이얼 모두 제법 고급스럽게 잘 만들어진 녀석입니다.

크기는 가로 30, 세로 48(러그 투 러그 포함) 정도로 JLC의 그랑 리베르소 976과 거의 흡사한 크기입니다. (아래 사진 참조)

 

 

jaeger-le-coultre-grand-reverso-976.jpg

 

그랑 리베르소와 케이스 크기며 케이스 디테일 회전하는 느낌 같은 것도 상당히 유사해

저 개인적으론 조금 충격적이었습니다. (위 그랑 리베르소 976은 물론 후면이 시스루이고 듀얼타임기능의 시계가 아니지만)

이렇듯 너무 견고하게 잘 예거의 그것을 복제해 냈기에, 예거에서 난리를 칠법도 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

 

 

 

무브먼트 성능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이어서 그런지 실 사용감을 보니 제법 놀랍습니다.

전 이 시계의 무브가 대체 정체가 뭔지, 거짓말 조금 보태고 정말 궁금해 미칠 지경입니다. ㅋㅋ

일단 분명한 건, 이 녀석은 6비트에 조작감이나 이런 게 왠지 딱 푸조 7001을 연상케 합니다.

푸조 베이스에 살짝 변형을 가한 게 아닐까 저 나름은 상상하고 있는데, 정말 궁금합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꼭 기술자에게 의뢰해 뒷백을 개봉하고 무브의 정체를 밝혀내고 싶습니다.

 

여튼 지금으로써는 이 녀석은 시간도 매우 정확하게 잘 맞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던 비슷한 심플 수동이었던 노모스의 알파처럼 말이지요. 비록, 핵기능은 없지만

시간을 요령껏 맞춰놓으니 아주 잘 맞고 놀랍게도 풀 와인딩후 지켜보니 파워리저브 시간도 제법 괜찮은 수준입니다. 기본 40시간 정도는 하는 듯.

 

뒤의 세컨타임 핸즈 역시 앞면과 맞물려 잘 돌아갑니다.

예거의 대표적인 심플 듀얼타임 베이스로는 리베르소 듀오에 들어가는 854 칼리버가 있습니다.

이 녀석과 같은 6진동에, 파워리저브 시간은 조금 더 긴 45시간 정도 됩니다.

JLC의 854 칼리버가 매우 단순한 구조를 가진 수동 무브먼트인데도

투타임 조정이 가능한 것은, 무브 양쪽 면에 시분침 구동휠을 서로 엊물리게 하는 구조의 추가적인 피니언을 설계했기 때문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장 뮬러 리베르소의 투타임 기능의 수동 무브 역시, 기존의 심플한 수동 베이스에 기어 트레인의 전체적인 수정 없이도

아주 간단하게 피니언 1-2개만 더 추가해 세컨 타임 조정이 가능케 만든 건 아닐까,

이 또한 저의 매우 얄팍한 지식으로나마 대략적으로 추정해 볼 수 있을 따름입니다. (이 원리 역시 좀 더 깊게 파헤쳐 알고 싶습니다.)

 

여튼 일단 쿼츠가 아니라는 점만으로도 전 만족하며,

실제 성능은 큰 문제 없이 상당히 믿음직스럽게 비교적 정확하게 잘 가고 있기 때문에

시계 자체의 값어치로서는 제법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00.jpg

 

그럼 마지막으론 진 856에 새로 장착해 준 파일럿 스타일 밴드 줄질 사진 몇장 추가로 더 공개하며 마칠까 합니다. ㅋ

정품 디버클도 따로 주문해 주고, 밴드는 리오스의 버팔로 가죽 소재의 파일럿 스트랩인데요.

857 가죽 모델들에 딸려 나오는 파일럿 스타일 밴드처럼 양 방향 러그 쪽에 가죽(saddle style)이 덧대여진 것도 닮았고,

일단 퀄리티 자체가 정품 밴드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너무나 훌륭하네요. 완전 만족스럽답니다. 후후.

진이나 다마스코 유저분들이라면 이 리오스 파일럿 스트랩 한번쯤 경험해 보시라고 강력 추천해드리고 싶군요.

 

 

22.jpg

33.jpg

44.jpg

 

그럼 이상으로, 듀얼타임이 가능한 두 전혀 다른 독일 시계를 주제로 한 포스팅을 마칠까 합니다.

제 글이 늘 그렇듯 내용은 좀 길지만, 관심 있으신 분들은 모쪼록 즐겁게 감상하셨기를 바라며 이만 총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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