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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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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의 역사는 두갈래 방향으로 진화해 왔습니다. 더 정확한 시간을 위한 기술의 역사와 미적취향을 위한 공예의 역사가 그것입니다. 기술의 역사에서 '마린 크로노미터' 라든가 공예의 역사에서는 '메티에 다르' 같은 말들을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오늘 리뷰는 그 중 보다 정확한 시간을 향한 노력의 역사를 잠시 되돌아보고 시작하겠습니다. 다들 아시는 것처럼 태동기의 시계란 정확성이란 말이 부끄러울 정도로 오차가 심했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에도 장신구로서의 역할은 충분했는데 당시 고가의 시계를 소유할 수 있는 귀족이나 부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그렇게 정확한 시간을 필요로 하진 않았던 모양입니다.) 


시계의 정확성 향상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계기는 바로 '천문대 크로노미터 콩쿨'이었습니다.


크로노미터의 어원은 크로노(시간) Metre (측정)을 하는 시간 측정 기계로 정확한 시계를 지칭합니다. 대항해 시대 이후 항해술과 지도 계측법이 발달하면서 시계는 항해의 필수 장비로 등극합니다. 북극성을 기준으로 위도 측정을 하지만, 항해에 필요한 경도 측정에는 “표준시”가 필요하였습니다. 그래서 표준시에서 1초 오차로 계산하면 경도 상 400미터 정도의 오차 발생하기에 항해 시에 정확한 시계가 필수적이었습니다. 시간이라는 것이 결국 지구가 태양주위를 공전하고 또한 자전하면서 지구에서 보는 하늘의 움직임을 수치화 한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시간은 결국 하늘의 움직임으로 측정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당시 하늘을 관측하던 여러 천문대에서 정확한 시계 경진대회인 천문대 크로노미터 콩쿨을 주관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크로노미터 경진대회의 역사는 1970년대의 쿼츠 시계가 생산되면서 부터인 1974년에 그 막을 내릴 때까지 계속됩니다.


당시 천문대 크로노미터 콩쿨은 40~44일동안 5자세차, 3단계의 온도(4’c, 20’c, 30’c) 동안의 테스트를 거쳐 각 시계회사와 겨루는 방식이었습니다. 현재는 C.O.S.C. (Controle Officiel Suisse Chronometres) 인증 기관에서 5자세차와 3온도차에 대한 15일간의 Record로 인증을 하고 있습니다.


워치메이커로서는 천문대 크로노미터 콩쿨에서 좋은 성적은 낸다는 것은 판매와 직결될 수 있는 중요한 홍보 수단이었습니다. 대회를 준비하는데 자사의 최고 인력이 동원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디자이너, 엔지니어와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Adjuster의 역할이었습니다. 완성된 시계를 크로노미터 대회의 기준에 맞게 조정하는 것은 축구에서 마치 골의 마침표를 찍는 스트라이커와 같은 역할일 것입니다. 


오랜 경험과 미세한 감각이 있어야만 가능한 Adjuster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은 곧 워치메이커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며,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던 스위스 하이엔드 워치메이커 바쉐론 콘스탄틴 역시 이런 우수한 Adjuster를 확보하고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에서의 유명했던 Adjuster로는 C. Batifolier, M. Favre, J. Golay-Audemars, F. Modoux, E. Olivier, H. Wehrli and A. Zibach 등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 바쉐론 콘스탄틴과 천문대 크로노미터 콩쿨과의 인연은 Mater  Adjuster C. Batifolier 의 수정을 거친 시계가 1898년 제네바 콩쿨에서 1위를 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후, 수년에 걸친 인증과 수상으로 세간에 바쉐론 콘스탄틴이라는 이름을 알리면서 1907년에 Chronometre Royal 이라는 이름을 세상에 공표하며 한 단계의 도약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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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7년에 신청한 크로노미터 로얄 트레이드 마크>



물론 이때의 크로노미터 로얄 시계는 회중시계를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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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 Chronometre Royal: Grand Feu Enamel Dial, Pear Shaped Gold Hands> 


 

이후 바쉐론 콘스탄틴 크로노미터 로얄은 천문대 크로노미터 콩쿨에서 1931년부터 1961년까지 모두 15회의 1st Prize를 거머쥡니다. 중요한 것은 바쉐론 콘스탄틴에서는 크로노미터 로얄이라는 모델명답게 일반적으로 생산되는 시계보다 더욱 엄격한 기준의 시계를 생산해 왔다는 것입니다. 사실 크로노미터 콩쿨 역사를 보면 워치메이커들은 이 대회를 위한 별도의 특별판 시계을 만들어 출품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바쉐론 콘스탄틴 크로노미터 로얄 컬렉션은 실제 양산 제품과의 차이가 가장 적은 브랜드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시대의 변화에 맞춰 1953년에 손목시계용 크로노미터 로얄 제품을 출시하게 됩니다.


손목시계 크로로미터 로얄 모델에 탑재된 무브먼트 중 Cal.1007/BS 무브먼트가 있는데, BS는 Balance Stop 기능을 뜻합니다. 지금에야 핵(Hack)기능은 많은 회사에서 사용되고 있는 기술이었지만, 당시에는 획기적인 Balance Stop 기능으로 조금 더 정확한 시간 측정에 한발 더 다가간 기술의 진보였습니다. 현재까지 더 앞선 기록이 존재하지 않지만, 지금까지의 기록으로는 핵기능을 군사 목적이 아닌 일반적인 기능으로 출시한 최초의 시계 회사가 바로 바쉐론 콘스탄틴이며, 바쉐론 콘스탄틴 내에서도 오직 크로노미터 로얄의 레이블에서만 존재하였습니다.


수동 칼리버 1007/BS가 성공적인 세간의 주목을 이끌고 10년동안 크로노미터 시장에서 지금까지도 각광을 받아오다가 1963년 자동 크로노미터 로얄 칼리버가 출시됩니다. 이 시기의 탑재 무브먼트 Cal.1072는 스완넥 레귤레이터 버전이고, 1072/1은 자이로맥스 밸런스 버전입니다. 이렇게 바쉐론 콘스탄틴의 크로노미터 로얄의 역사는 더 정확한 시간 측정을 위한 당대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한동안 크로노미터 로얄의 역사는 끊어집니다. 그리고 기계식 시계의 부활 시점에서 2007년 크로노미터 로얄의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여 Ref.86122가 세상에 나오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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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86122 100th Annivesary Limited edition of 100pcs>


 

그리고 오늘 리뷰를 통해 소개할 모델은 바로 이 크로노미터 로얄의 후계자인 히스토릭 크로노미터 로얄 1907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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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시계로 출시된 현행 크로노미터 로얄 1907 모델은 100년 전 크로노미터 로얄이 회중시계로 처음 알려졌을 때와 가장 흡사한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한정판 이후에 출시된 일반 모델은 초침을 제외하면 완벽하게 그 뿌리로 돌아간 듯 한데, 센터 초침 역시 시계 발전 과정의 결과로 이해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39mm의 18K 5N 핑크골드 케이스는 어떤 장식미도 배제된 단아함을 갖추었습니다. 측면을 제외한 모든 부분은 폴리싱 처리 되었으며, 두껍워 보이지도 얇아 보이지도 않은 배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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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피니싱된 케이스는 부드러운 곡선으로 이어져 러그에서 완성됩니다. 어떻게 보면 전통적인 남성용 드레스워치에서 줄 수 있는 최선의 우아함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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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백은 씨스루 타입으로 탑재된 무브먼트를 볼 수 있습니다. 방수는 30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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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께는 9.250mm 로 슬림워치는 아니지만 드레스 워치의 적당한 얇음을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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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은 바쉐론 콘스탄틴의 말테 크로스 로고가 장식된 고전적인 디자인의 크라운입니다. 과거 빈티지 모델들을 보면 이렇게 얇은 크라운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케이스의 측면 라인을 살려주면서 기능적으로는 착용시 손등을 자극하지 않는 편의성이 있습니다. 당연히 조작시 약간의 불편함은 있는데 크라운을 뺄 때 편리하도록 케이스백에 약간의 홈을 만든 것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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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와 같은 18K 5N 핑크골드 소재의 다이얼은 그랑 퓌(Grand Feu) 에나멜 작업으로 완성되었습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조되는 그랑 퓌 에나멜은 제조공정이 까다로워 바쉐론 콘스탄틴 같은 최고급 브랜드의 시계에서나 만나 볼 수 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아쉬운 점이지만 순수함 가득한 화이트 컬러에 은은한 광택이 뿜어내는 고급스러움은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냅니다. 그 위로 아라비아 인덱스와 레일웨이 트랙은 확실한 시인성을 보장하면서 시계에서의 클래식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말하는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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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백을 통해 보여지는 무브먼트는 바쉐론 콘스탄틴의 칼리버 2460 SCC 무브먼트입니다. 직경 26.20mm(11'''½) 에 두께 3.60mm 의 전형적인 드레스 워치 크기를 갖고 있으며 부속품 수 182 개, 27석, 28'800 vph(4 Hz), 약 40시간의 파워리저브를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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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브먼트의 특징은 제네바 씰과 COSC 인증을 동시에 받았다는 것입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유일한 크로노미터 인증 시계인데 보통의 크로노미터 인증은 15일 동안 5자세차, 3온도차를 테스트하지만, 크로노미터 로얄은 30일 동안 테스트합니다. (그래서 테스트지가 두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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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네바 씰 인증으로도 충분한데 COSC 인증까지 받은 것은 과거의 천문대 크로노미터 콩쿨을 현재는 COSC가 계승하고 있고, 이 시계의 이름이나 전통에 맞게 '크로노미터 인증'을 다시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외관상으로 보여지는 피니싱은 화려합니다. 플레이트의 페를라쥐 및 코트 드 제네바 문양, 각 부품의 엥글라쥐 피니싱은 바쉐론 콘스탄틴의 실력과 자부심을 드러내고 있고 22K 골드 소재의 스켈레톤  로터는 하이엔드 워치메이커의 아우라를 과시합니다. 자동 무브먼트임에도 스켈레톤 로터 때문에 수동 무브먼트에서 느낄 수 있는 무브먼트 보는 재미가 뛰어난 것도 기분좋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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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랩은 미시시피 엘리게이터 스트랩입니다. 타임포럼의 바쉐론 콘스탄틴 리뷰를 봐 왔던 분들이라면 많이 익숙한 스트랩이 아닐까 합니다. 다크브라운의 진한 색감이 핑크 골드 케이스와 너무나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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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클은 바쉐론 콘스탄틴의 로고인 말테 크로스를 형상화한 핀 버클입니다. 케이스와 마찬가지로 18K 5N 핑크골드 소재를 사용했는데, 이 버클은 어느 워치메이커의 버클보다 유니크하고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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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용샷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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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쉐론 콘스탄틴을 흔히 워치메이커 빅3 중 하나에 포함시키는 이유는 단순히 역사가 오래되었다거나 가격이 비싸기 때문은 아닐 것입니다. 정확함을 향한 당대 시계 장인들의 열정과 땀이 한겹 한겹 쌓이고, 그렇게 만들어진 시계 역사에서 바쉐론 콘스탄틴은 늘 기술을 선도하고 최고를 지향했습니다. 


그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크로노미터 로얄의 역사이며, 크로노미터 로얄의 최후 계승자가 바로  크로노미터 로얄 1907 입니다. 그래서 이 시계는 아름다움을 넘어 '가치'를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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