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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us_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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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빈은 최초에 'Marvin" 이라는 이름으로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1850년 스위스 시계의 중심지 뉴사텔 인근에 위치한 쌍띠미에에서  Marc 와 Emmanuel Didisheim 형제에 의해 외부 공급 업체로부터 부품을 납품받아 시계를 조립하는 소규모 공방을 만든 것이 마빈의 출발입니다. 이 때는 여는 브랜드의 시작과 마찬가지로 창립자의 이름을 딴 회사 이름을 사용하였고 그것은 시계의 브랜드명이기도 했습니다.


회사가 급성장 하고, 1891년 FRERES 에서 창립자 Emmanuel Didisheim 의 아들 Albert Didisheim 에 이르러서는 첫 공장의 설립, 1893년 미국 진출이 시작되면서 뉴욕에서 최초로 미국시장에 그들의 제품을 소개할때 Albert Didisheim et Freres 라는 이름이 너무 어려웠기 때문에 그들의 미국 유통회사인 마빈의 이름을 따와 '마빈'이라고 브랜드명이 시작되었습니다. M을 거꾸로 한 모양의 왕관모양의 브랜드 로고 역시 이 시기에 만들어집니다.


한때 스위스에서 가장 규모가 큰 워치메이커로 성장한 마빈은 KLM, Air France 같은 항공 회사는 물론 2차세계대전에서 프랑스가 독일에 항복하기 전 까지 프랑스군에 공식 납품했습니다. 또한, 메이드 인 스위스 시계로 미국 시장에서 성공한 브랜드 중 하나였는데, 연간 수백만개의 시계를 제조하며 시계 관련 매커니즘의 개발과 특허를 받은 역사가 이를 뒷바침하고 있습니다. Ferrari, Chevrolet, Mercedes, Fiat 같은 자동차 회사와의 제휴와 더불어 전설적인 F-1 레이서 Sterling Moss, Juan Manuel Fangio, Alberto Ascari 의 후원을 통한 모터 스포츠 마케팅으로 명성을 쌓아 갔으며, 마릴린 몬로, 체 게바라의 시계로도 이름을 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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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타 클라라에 있는 체 박물관에 체 게바라가 착용했던 마빈시계가 전시되어 있다 >



마빈은 1950년대와 60년대 연간 7백만개 이상의 제품을 생산하며 정점을 달립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큰 규모의 회사였다는 것이 70년대 불어닥친 쿼츠 쇼크에 더 큰 타격을 받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시기에 스위스의 많은 시계 브랜드들이 인수 합병을 통한 생존을 모색하게 되었고, 마빈 역시 대형 시계 제조 업체 그룹인 Manufacture Suisse Reunie(M.S.R)의 일원이 됩니다. 하지만 MSR에 흡수된 이후의 마빈은 겨우 브랜드의 명맥만을 유지할 정도로 존재감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하지만 과거의 화려한 명성을 갖고 있던 시계 명가 마빈이 기계식 시계의 전성기를 맞은 오늘날 다시 부활하리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예측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2002년에 들어서 마빈 브랜드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Cecile 과 Jean-Daniel Maye 가 Didisheims의 자손으로 부터 권리를 구입하게 되며 MSR로 부터 독립하여 시계 제조 및 마케팅 활동을 시작하면서 마빈의 부활을 알립니다.


현재의 마빈 컬렉션을 보면 확연히 젊은 취향의 현대적인 분위기가 넘칩니다. 160년 역사의 워치메이커에서 상상되는 클래식하고 빈티지스러운 모델이 없다는 것은 좀 아쉽습니다. 역사가 끊기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인 듯 합니다. 또한 가격대 역시 쿼츠 모델을 생산하는 등 엔트리급의 대중적인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것 역시 그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브랜드명 빼고는 모든 것을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마빈으로서는 많은 고민 끝에 나온 결론일 듯 하고 그래서인지 "새로운 시간, 새로운 코드" 라는 광고 캠패인을 전개라든가 하고 온라인과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것 역시 다른 브랜드의 마케팅 방법 보다는 좀 더 개방적이고 도전적입니다.


마빈 컬렉션은 지난해 타임포럼 리뷰를 통해 말톤 쿠션 모델을 소개한 바 있는데, 이번 리뷰는 말톤 라운드 파워리저브 모델 입니다. 이름처럼 대중적인 기호가 가장 큰 원형 케이스 라인이며, 마빈의 가장 핫 한 모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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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할 화이트 다이얼 모델과 그레이, 블랙 다이얼 버전이 있다 >



리뷰를 위해 시계를 처음 접했을 때 깔끔하고 시원스런 페이스에 뛰어난 가독성이 좋은 첫인상을 만듭니다. 직경 42mm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는 유려하고 순백의 다이얼 위로 자리잡은 핸즈와 인덱스는 젊은 세대들을 위한 취향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또한 마빈은 식별 코드를 통해 마빈 시계만의 개성을 담고 있는데, 이것을 찾아 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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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빈은 특히 케이스나 다이얼 등 외형에 많은 공을 들인다는 느낌을 받아 왔는데 케이스의 가공은 비슷한 가격대의 경쟁 브랜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단순한 가공 형태보다 더 많은 문양을 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피니싱 역시 폴리싱 처리를 통한 고급스러움과 부드러운 터치감이 돋보입니다. 방수 성능은 50m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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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께는 11mm 로 케이스 직경에 비해 과도하게 두껍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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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은 마빈 로고가 새겨진 심플한 형태를 하고 있으며 그 반대쪽 9시 방향 케이스 측면에 새겨진 것은 창립자 Marc & Emmanuel Didisheim 의 상징으로 마빈의 첫번째 식별 코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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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루백 케이스를 통해 보이는 무브먼트는 ETA 2897 무브먼트입니다. 시분초 기능에 날짜창 및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 기능을 가진 것이 특징이며 28,800 vph, 21석, 42시간 파워리저브를 가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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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트 및 로터에 약간의 코스매틱 작업을 한 것이 보이며, 조작감은 흠잡을 데 없습니다. 조작 방법은 우리가 흔히 봐왔던 ETA 시리즈의 무브먼트와 같습니다. 0단에서 수동 태엽감기를 통해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의 충전되는 상황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1단에서 날짜창 조정, 2단에서 스톱 세컨드 기능의 시간 조정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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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은 전체적인 밸런스가 참 잘 잡혀 있습니다. 화이트 컬러의 표면은 질감 좋은 종이 같은 부드러우면서 따뜻한 느낌을 줍니다. 그 위로 블루 및 실버 컬러의 인덱스는 가독성을 확보하면서 여유로운 개방성이 느껴집니다. 같은 블루 색상이지만 핸즈는 불에 구운 핸즈를 채용했고, 인덱스는 에나멜 도료를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약간의 색상차를 느낄 수 있습니다.


8시 방향에 레일로드 마크 위로 레드 컬러의 다이아몬드 문양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마빈 식별 코드 중 두번째 입니다. 마빈은 8 또는 레드 컬러로 차별적인 개성을 만들고 있습니다. 어떤 모델은 8 숫자를 레드 컬러로 표시해서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하기도 하고 이 모델처럼 작은 문양으로 표시되기도 합니다. 왜 마빈에서는 'red 8'을 자사의 식별 코드로 선택했는지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는 않고 있습니다. 중국인 취향에 맞춘 것이 아닌가 짐작해 볼 뿐입니다.


7시 방향에 위치한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는 이 모델의 핵심 디자인이자 기능입니다. 다이얼을 생동감있게 하면서 실생활에서 편의성이 높은 기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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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랩은 블랙 컬러 색상의 소가죽 스트랩이 기본 채용되어 있습니다. 스트랩의 안쪽은 레드 컬러의 소가죽을 사용했는데 이것이 세번째 마빈의 식별 코드 입니다.


스트랩 사이즈는 20/18mm 이며 스트랩 교체가 쉽도록 스프링바에 손잡이가 달린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마빈의 스트랩은 경쟁 브랜드에 비해서 월등한 품질을 보여줍니다. 부드럽고 쫀득한 느낌이 일품이며 컬러 표현 또한 나무랄데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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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클은 마빈 로고가 양각된 핀버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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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착용샷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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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빈은 어떻게 보면 신생 브랜드에 가깝습니다. 160년의 역사에 30년 가까운 휴지기는 대중들이 마빈을 망각하기엔 충분한 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인지도를 회복하는 건 본사의 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이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더 진취적인 디자인과 가격 대비 좋은 품질로 대중들에게 어필하려 합니다. 리뷰 모델 역시 실제로 봤을 때 상당한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주위로 부터 시계 이쁘다는 소리는 확실히 들을 수 있을 듯 한데 마빈이라는 브랜드까지 알아봐 주리라 기대하는 것은 당분간은 쉽지 않을 듯 합니다. 뭐 이런 일이야 우리 시계 마니아들에게는 너무 익숙한 일일 수도 있을 듯 합니다만...



리뷰 협조 : 미림시계

촬영 : Picus_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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