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리에 트랜슬루슨트 스켈레톤
기계식 시계의 매력이 무엇이냐고 물어 오는 이에게 가장 간단한 대답은 스켈레톤 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투명 다이얼 아래로 투과되는 스프링과 기어의 조합은 금속이 주는 차가운 시크함에 각각의 톱니바퀴가 돌아가며 만들어내는 따스한 생명력이 더해집니다. 감출 수 없는 개방성으로 가격이 비싸고 그로테스크한 인상에 가독성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많지만, 쿼츠 시계는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기계식 시계 만의 매력을 한껏 녹아낸 스켈레톤 시계는 그렇게 기계식 시계를 공학에서 미학의 영역으로 우리를 인도합니다.
스켈레톤 시계는 이런 특성으로 대중적으로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형태임에도 최상위 브랜드에서 엔트리급 대중 브랜드까지 기계식 시계를 만드는 워치메이커라면 자사의 컬렉션에 스켈레톤 모델를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엔트리급 가격대의 시계를 만들면서도 100% 기계식 시계만을 고집하는 오리스 역시 스켈레톤 모델을 꾸준히 선보여 왔는데, 올해에도 아틀리에 트랜슬루슨트 스켈레톤 모델을 선보였습니다.
40.50mm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는 오리스 아틀리에 컬렉션의 전형성을 잘 따르고 있습니다. 볼륨감이 돋보이는 우아한 케이스 라인과 단아한 폴리싱 베젤은 드레스 워치의 특징을 명확히 드러냅니다. 내부 무반사코팅 양면 돔형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래스가 시계의 내부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크라운이나 러그, 브레이슬릿 등 스켈레톤 모델이라는 점 외에는 오리스 아틀리에 컬렉션의 다른 모델과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가격 대비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 어느 정도 절충점을 찾아야 하는 브랜드의 한계이지만 이런 제약이 오히려 소소한 아이디어를 통해 극복하려는 의지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케이스와 무브먼트 사이의 공간을 어떻게 처리하느냐일 것입니다. 인하우스 무브먼트 시대에 오리스 처럼 범용 무브먼트를 기반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워치메이커에서는 극복해야할 장애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최근의 커진 케이스 직경에 비해 범용 무브먼트의 크기는 변함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이 문제는 일반적인 시계에서는 무브링을 끼워 넣어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켈레톤 시계에 불투명한 무브링을 끼워 넣는다면 미관상 보기도 좋지 않을 뿐 만 아니라 스켈레톤 시계로의 의미도 반감됩니다. 그렇다고 케이스에 딱 맞는 스켈레톤 무브먼트를 따로 제작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기존의 오리스 스켈레톤 모델은 무브먼트를 제외한 가장자리 부분을 원반 형태의 다이얼로 가림으로써 훌륭히 마감했습니다.
<오리스 스켈레톤 모델 비교 >
감출 것은 감추면서 스켈레톤 모델의 약점인 시인성을 보완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트랜슬루슨트 스켈레톤 모델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스켈레톤 본원에 더 가까워진 듯 합니다.
금속 튜브를 이용해 무브먼트를 지지하면서 시, 분을 나타내는 인덱스 역할까지 동시에 해결했습니다. 스켈레톤 모델로서의 투과성이 더 향상되어 시원스러운 느낌이 강해졌는데 그래서인지 모델명이 트랜슬루슨트(Translucent)가 추가되었습니다. 미적으로도 마치 바퀴살처럼 보이는 구조는 완성미를 높이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다이얼은 미네랄 유리 다이얼입니다. 사실 스켈레톤 시계라고 해서 다이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투명한 소재를 사용하는 것 뿐입니다. 그리고 그 위로 6시 방향에 오리스 로고가 프린팅 처리되어 있습니다.
장착된 무브먼트는 Oris 734 무브먼트로 셀리타 SW 200-1 무브먼트를 베이스로 하고 있습니다. 뒷면으로는 오리스의 상징이 되어버린 붉은색 로터를 볼 수 있습니다. 스켈레톤 시계에 오토매틱 무브먼트는 사실 썩 좋은 조합은 아닙니다만 최대한 저렴한 비용으로 스켈레톤 시계를 만들어내기 위한 방편으로 이해해야 하는 부분일 듯 합니다. 코스메틱 부분 역시 가격 대비 최선을 다 했다는 정도로 평하겠습니다.
씨스루백 타입의 케이스백에는 미네랄 크리스탈이 사용됩니다.
브레이슬릿은 클래식한 7연 브래이슬릿으로 고급감을 잘 살렸습니다. 또한 양방향 폴딩 버클이 적용되었습니다. 다크브라운 색상의 가죽 스트랩 모델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착용샷입니다.
스켈레톤 시계에서 엔트리급 가격대의 시계들은 명확히 한계가 있습니다. 그 속에서 한계를 극복하려는 아이디어와 그렇게 탄생된 시계가 만들어 낸 미적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모델입니다. 또한 제조 비용이 많이 드는 스켈레톤 시계를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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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켈레톤 사고싶네여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