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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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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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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레라 파나메리카나의 포스터. 코카 콜라가 스폰서라는 의미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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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어에서 가장 성공적인 모델은 역시나 까레라입니다. 레이스와 측정을 통해 이룩된 호이어의 역사에서 이 둘을 얼마나 멋지게 융합한 테마. '스피드'를 그 속에 담아낸 시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 곧 호이어의 철학이었습니다. 지금의 명예회장 잭 호이어가 호이어를 이끌던 시절 그는 남, 북 아메리카를 연결하는 파나메리카나 하이웨이의 멕시코 구간 완공을 기념해 열리게 된 랠리 '까레라 파나메리카나'의 소식을 듣습니다. 여기서 영감을 얻어 크로노그래프 모델을 하나 만들었고 이름은 까레라라고 지어집니다. 이 이름의 유래는 말씀드리지 않아도 잘 아실 것 같습니다. 여담으로 까레라라는 이름 때문에 포르쉐와 상표권 분쟁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그 때문에 이름에 잠시 까레라를 쓸 수 없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요즘 별 문제 없이 까레라를 쓸 수 있는 것을 봐선 둘 사이에서 문제가 잘 해결되었기 때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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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의 첫 까레라

 

호이어 시절 뿐 아니라 지금의 태그 호이어에서도 대표 모델은 까레라입니다. 지금과 같은 라인업을 갖추기 이전 잠시 방황의 시절(숫자로 이뤄진 이름이 라인이 무척 많았던 시절)에서도 비교적 까레라는 잘 자리를 잡고 있었습니다. 그 동안 이런 까레라 류의 크로노그래프로는 몬자(Monza), 타르가 플로리오(Targa Florio) 같은 것이 있었다가 사라졌습니다. 모나코도 꽤 오래 라인업을 지키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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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잭 호이어 80주년 에디션, 오른쪽은 리뷰 모델


작년 잭 호이어 탄생 80주년을 기념하는 모델이 등장하더니 까레라 50주년인 올 해에도 잭 호이어 에디션이 까레라를 통해 등장했는데요. 호이어를 설립한 호이어 가문의 일원이며 전성기를 이룩한 중요한 인물인 것은 맞는데, 요즘 들어 부쩍 잭 호이어가 부각되는 것을 보면 무슨 의도(?)가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잭 호이어는 80년대 초반 호이어를 떠났다가 1999년 잠시 고문직을 거쳐 명예회장으로 지금까지 함께 하고 있는데, 그 동안 왜 잭 호이어를 활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잡설이 길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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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리뷰는 '까레라 칼리버 1887 크로노그래프 잭 호이어 리미티드 에디션'입니다. 이름이 상당히 길어서 '까레라 1887 잭 호이어'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까레라 뒤에 숫자 1887이 붙으면 칼리버 1887이 탑재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칼리버 1887은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세이코로부터 지적재산권, 즉 설계와 생산권리를 사서 만들어 낸 무브먼트입니다. 칼리버 1887은 지금껏 스위스 시계 업계에서는 없었던 상당히 흥미로운 형태라 세이코 본사에 갔을 때, 태그 호이어 R&D총괄 겸 부사장인 기 시몬을 만났을 때 양쪽에게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세이코는 언급에 대해 조심스러운 편이 었습니다. 비니지스적인 내용들이라 구체적으로 오픈하기 어렵다는 인상이었고, 기 시몬에게는 타사 그것도 일본제 무브먼트의 설계로 만드는 무브먼트와 ETA와의 관계에 대해서 였는데 그는 별 상관 없다는 대답이었습니다. 자신들도 ETA의 고객사이기 때문에 별 영향은 없다는 내용이었는데요. 당시 생존해 있던 스와치 그룹의 회장 니콜라스 하이에크가 일본제 무브먼트를 베이스로 만들었다는 것 때문에 격노했다는 후문도 있습니다. 스위스 시계 업계를 무너뜨린 직접적인 원인이 일본의 세이코였으니까요. (물론 쿼츠 개발에 뒤늦은 스위스의 탓이 더 크겠지만) 이와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으리라 보지만 칼리버 1887에는 핵심 부품인 헤어스프링을 니바록스가 아닌 세이코와 파르미지아니 산하 헤어스프링 메이커 아토칼파에서 공급받는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세이코에서 부품 단위의 공급이 어느 범위까지인가 대해서 물었는데 나사류 정도라고 하길래 더 물어보는 걸 멈췄었던 기억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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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C78 플랫폼으로 융한스에서 완성한 칼리버 J890 (이것 말고 칼리버 8L도 함께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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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윙잉 피니언(Swinging Pinion)


 

아무튼 칼리버 1887은 세이코 인스트루먼트(SII) TC78 플랫폼, 세이코에서는 6S 시리즈로 부르는 크로노그래프를 토대로 태그 호이어가 만든 것입니다. 태그 호이어 이전에 TC78 플랫폼은 독일의 융한스에서 먼저 사용된 바 있습니다. 요즘은 사용하지 않는 듯 한데요. 설계를 가져왔다고 해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좀 민망한지라 태그 호이어가 입맛에 맞게 수정을 합니다. 외관상 칼리버 1887이 칼리버 6S 시리즈에 비해 더 정돈된 느낌인데요. 브릿지 디자인을 다듬어 냈습니다. 클러치 방식은 스윙잉 피니언으로 이것은 호이어가 최초로 고안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자동 크로노그래프의 경우 스윙잉 피니언이거나 버티컬 컬러치인데 최근이라면 후자가 대세이고 간혹 수동 크로노그래프에 캐링암 방식을 쓰는 아주 독특한 타입도 있습니다. 로저 듀비는 마이크로로터 자동 무브먼트위에 캐링암 방식 수동 크로노그래프를 올렸는데 예외적인 형태고요. 스윙잉 피니언 방식은 대표적인 것이 ETA의 칼리버 7750 되겠습니다. 스윙잉 피니언의 장점은 공간을 덜 차지하고 버티컬 클러치는 구조상 두께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대신 단점은 크로노그래프 작동시 크로노그래프 바늘이 튕기는 현상이 있지만 요즘 만져본 칼리버 7750에서는 그런 현상을 본적이 거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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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레라 칼리버 1887 잭 호이어가 까르네라 여러 나라를 다니다 보니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그런 건지 어떤지 비교 샘플이 몇 개 있어야 확신할 수 있겠지만, 적지 않은 비율로 크로노그래프 바늘 튕김이 있습니다. 푸시 버튼을 눌러 크로노그래프를 작동하면 순간 멈칫 하거나 아니면 뒤로 살짝 밀렸다가 크로노그래프 바늘이 움직이니다. 스톱에서 재 스타트시 가장 작은 눈금 2,3개 정도 밀려났다가 앞으로 나아가기도 합니다. 정확한 측정이 목적인 크로노그래프에서는 치명적인 부분이 아닐 수 없는데 좀 더 많은 샘플로 확인이 필요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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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는 최근의 컨셉 모델인 마이크로(Mikro) 시리즈, 마이크로타이머, 마이크로거더, 마이크로펜둘럼S 같은 투 피스 형태입니다. 크로노그래프 푸시 버튼은 모델에 따라 일반적인 오른쪽 측면이거나 12시 방향인데 까레라 1887 잭 호이어는 후자에 속합니다. 이런 푸시 버튼 배치는 한 손으로 쥐고 조작하기에 적합합니다. (왼손기준) 검지를 이용해 리셋 버튼을 누르는 것에 익숙해질 필요는 있지만 한 손은 자유롭죠. 45mm 지름, 두께도 적지 않은 푸 피스 케이스지만 착용해 보면 예상보다 가볍습니다. 케이스가 스테인리스 스틸과 티타늄을 병용했기 때문인데요. 케이스 측면을 이미지처럼 가공한 것도 가벼울 수 있었던 요인이 될 것 같군요. 베젤은 탄화 티탄 처리를 해 보다 높은 강도와 검정의 색상을 얻어냈습니다. 케이스는 전체적으로 샤프한 느낌을 주며 이것은 모서리가 살아있어서 입니다. 모서리의 날은 죽이고 샤프한 느낌만 살린 케이스 가공은 훌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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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시 버튼에 힘을 주면 이동 스트로크의 절반 가량 도달해서야 크로노그래프를 움직입니다. 카메라의 반 셔터 같은 감각으로 세이코 크로노그래프의 특징적인 부분이라 볼 수 있는데 그대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것은 안정된 작동을 위한 준비 동작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컬럼 휠을 사용한 무브먼트이긴 한데 스타트와 스톱 동작 사이에서 스토로크 차이가 납니다. 컬럼 휠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차이가 있긴 한데 다소 현저하게 동작의 차이가 구분되고 스톱 시의 버튼 느낌은 글쎄요. 제가 느낀 것은 미끄덩거린다고 할까요. 달리 표현하기가 어려운데, 좀 독특합니다. 크라운은 푸시 버튼과 함께 12시 방향이며 지름이 큰 크라운은 태엽을 감고 시간을 조정하기에 용이합니다. 크라운의 위치로 인해 조작 시 손가락이 스트랩과 닿을락 말락 하는데요. 손가락의 개인차를 고려하면 스트랩이 걸리적거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크라운을 감아보면 칼리버 6S의 느낌과도 비슷합니다. 저항감이 없진 않지만 감으면서 나는 소리나 촉감에 비해서는 매끈하게 감기는 느낌이랄까요. 이것도 독특하죠. 크라운 포지션은 0, 1, 2 0에서 수동 감기, 1에서 날짜 조정, 2에서 시간 조정입니다. 날짜 조정은 일반적인 수준이고 시간 조정은 무난하게 원하는 대로 바늘이 잘 움직여 줍니다. 단지 원하는 시간을 살짝 지나쳤을 때 뒤로 조금 돌리면 크라운이 30도 가량 헛도는 구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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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배치에서 푸시 버튼을 시계 반대방향으로 90도 회전한 것이 다이얼에서 그대로 나타납니다. 얼핏 보면 가로 투 카운터처럼 보이는군요. 6시 방향으로 옮겨온 영구초침의 주위에 아무것도 없기 때문인데요. 3시와 9시 방향에 있는 12시간과 30분 카운터는 카운터답게(?)가공을 했습니다. 다이얼 정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붉은 색 크로노그래프 바늘이 인상적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펄스미터와 타키미터를 하나의 구역에 동시에 배치한 것으로 이럴 경우 클래식 배치라면 하나가 안쪽, 다른 하나가 바깥쪽에 있게 되지만 적절한 공간 활용을 통해 번잡함을 피했습니다. 다이얼은 썬 레이 패턴이 은은하게 베어 들어 있고, 안쪽은 실버 바깥쪽은 그레이로 둘 사이는 색은 물론 단차를 두어 구분지었습니다. 인덱스를 비롯 다이얼 전체의 가공 퀄리티가 높아 현대적인 느낌이 들면서 의도한 것은 빈티지 풍이 아닐까 하는데, 이 둘이 한 곳에 섞여 있어 오묘하군요. 케이스 백은 역시나 씨스루. 무브먼트는 어두운 톤을 띄는데 PVD 계열의 처리나 루테늄 코팅을 한 듯 합니다. 씨스루 백 위에는 호이어 가문의 문장, 잭 호이어의 싸인이 들어가 있고 테두리에서는 까레라 50주년을 알리는 각인이 들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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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랩은 까르네라 정식 제품 버전과 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까르네를 기준으로 보면 무광의 악아 가죽 스트랩이고 스트랩 안쪽은 빨간 내피로 마감되어 있습니다. 내피가 매끈해서 손목과 닿는 느낌은 좋으나 다소 미끄러워서 조금 헐렁하게 착용한다면 시계가 이동할 가능성도 있겠군요. 제품 버전과 다를지도 모르기 때문에 참고만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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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까레라라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건 아무래도 투 톤의 썬 레이 다이얼 때문일 텐데요. 까레라 1887 잭 호이어는 컨셉 모델을 제외하고 태그 호이어가 가진 모든 역량으로 완성한 가장 현대적인 형태의 까레라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안에서 전통, 현재를 동시에 드러내는 모델이기도 하고요. 크로노그래프 작동시 초침이 튕기는 현상을 최소화 한다면 딱히 흠잡을 곳이 없는데 이것이 리뷰 내내 마음에 걸려 아쉬웠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제품화 된 같은 모델을 몇 개 더 만져봐야 아쉬운 부분에 대한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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