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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측

조회 5297·댓글 120

다니엘 로스(Daniel Roth)의 시계들은 독특한 케이스 디자인과 컴플리케이션으로 쉽게 다른 시계들과 구분됩니다. 

2000년에 불가리 그룹의 산하에 들어가면서도 그들의 색깔과 브랜드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지만, 2010년 불가리는 제랄드 젠타(Gerald Genta) 브랜드와 함께 다니엘 로스를 불가리 브랜드 안으로 합병을 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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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시계의 다이얼 전면에 "Daniel Roth"라고 적혀진 시계를 볼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다니엘 로스 시계의 특징과 철학은 불가리라는 브랜드 안에서도 고유하게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2012년 바젤에서 발표한 빠삐용 크로노그래프(Papillon Chronograph)에서도 확연히 보여지고 있습니다.

 

 

비록 다이얼에는 "BVLGARI"라고 적혀있기는 하지만, 기존에 다니엘 로스를 아시는 분들이라면 케이스의 독특한 모양만 보아도 아 이것은 다니엘 로스구나라는걸 알 수 있을 디자인입니다.  실제로 다이얼 전면의 브랜드를 제외하면, 기존 다니엘 로스 시계에서 바뀐 부분은 하나도 없어 보일 정도입니다. 이는 다니엘 로스 시계를 불가리가 어떻게 생각하고 왜 합병했는지를 추측하게 해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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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시계를 만나보면, 우선은 그 크기에 압도됩니다. 케이스의 크기는 46mm x 43mm. 일단 세로 길이가 46mm나 되고 러그 길이도 상당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손목이 굵은 사람이 아니면 쉽게 착용할 수 없는 시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뒤에 나오는 사진들에서 확인할 수 있지만 상당히 두껍습니다. 두께는 15mm인데, 둥글둥글한 베젤과 케이스 모양으로 인해 15mm 보다도 더 두껍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같이 손목 가는 사람은 착용하기 힘들겠더라고요. 그래서 다행히 뽐뿌도 덜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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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엇보다 제가 이 시계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점은 시계의 색깔입니다.

핑크 골드의 케이스와 갈색의 가죽줄 매치는 많은 여자들이 제가 좋아하는 조합이기도 하지만, 그 외에도 다이얼 안에 있는 회갈색과 파란 핸즈의 조화가 매우 뛰어납니다.

 

스튜디오에서 많은 빛을 받으며 하얀 배경에서 촬영한 이 사진들은 실제 보통 빛 아래에서 볼 때의 시계 색감보다는 약간 밝은 편입니다.

다이얼의 색감이 조금 더 도드라지게 사진을 찍어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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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매우 고급스러우면서 조화가 멋진 다이얼이 보입니다.

블루핸즈 역시 평소에는 검은색처럼 보이다가 빛 반사가 나면 푸른 색으로 은은하게 비쳐지는 것이 매우 매력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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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의 색감을 지나면 더욱 독특한 모양에 관심이 가게 됩니다. 현재 이 시계가 가리키는 시각 몇시 일까요? 

 

정답은 5시 59분입니다.

 

 

 

시간은 12시 방향에 위치한 점핑아워가 나타내고, 분은 두개의 블루 핸즈가 서로 돌아가며 반원을 그리면서 시각을 가르킵니다.

일반적인 시계 다이얼의 3시부터 9시까지 밑으로 반원으로 00분부터 60분까지를 회전하면서 가르키는데, 보통 이러한 방식은 레트로그레이드로 하겠지만, 이 빠삐용 크로노그래프는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는 두개의 바늘을 가지고 나타냅니다. 하지만 이 두개의 바늘에는 지금 사진에서는 보여지지 않는 특별함이 숨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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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의 이름이 빠삐용(나비)인 이유는 바로 이 두개의 분침 움직임이 나비 날개짓을 연상시키기 때문입니다.

 

위의 사진들에서는 두개의 분침들이 모두 펴져 있지만, 보통 때에는 아래 반원을 지나며 분을 가리키는 분침만 펴져있고, 위로 올라간 분침은 눕혀져서 시간을 가르키지 않으면서 돌아갑니다. 그리고 분을 나타내던 분침이 회전을 해서 대략 55분 정도가 되면, 반대쪽을 회전하던 분침이 서서히 펴지면서 시각을 가르킬 준비를 합니다. 두번째 사진처럼요.

 

그리고 정확히 정시가 되면, 시간을 나타내는 점핑 아워의 숫자가 찰칵 하는 소리와 함께 빠르게 바뀌고, 그리고 이제 60분을 지난 분침이 서서히 접히면서 위로 올라가게 됩니다.

 

마치 풍차처럼도 보일 수 있는 이 일련의 분침 움직임은 매우 우아해서, 시간 조정을 위해서 용두를 돌려볼 때면 참 아름답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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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단점이 없는것은 아닙니다. 현재 이 시계가 가르키는 시각처럼 정시에 가까울 때는, 이게 과연 5시인지 5시 59분인지 시계를 힐끗 보는것만으로 판단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문제이기는 합니다. 만약 점핑 아워의 시간이 넘어가면서 분침도 바로 접히게 했다면 시간을 잘못 읽는 오해는 줄일 수 있겠지만, 그러면 그대신 나비의 날개짓이 덜 우아해졌을것 같습니다. 분침이 서서히 펴지고, 또 접히는 그 모습은 다른 시계에서는 볼 수 없는, 이 빠삐용만의 움직임이니까요. 우아한 분침 움직임이긴 하지만 그 우아함 속에는 희생된 것도 있기는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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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다이얼 중앙에 보이는 초침은 영구 초침이 아닌 크로노그래프 초침으로 평소에는 6시 방향, 회갈색 다이알 안쪽의 60 부분에 고정되어 있습니다. (사진에서는 촬영을 위해 약간 크로노그래프를 진행시킨 모습입니다.) 그리고 1시와 11시쪽 서브다이얼은 크로노그래프의 분과 시간을 나타내는 서브다이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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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휠 크로노그래프의 동작은 이 정도 고급시계가 되면 당연하다는 듯이 매우 부드럽습니다.

 

30m 방수의 케이스는 금이 많이 사용된 듯이 묵직하며, 부드러운 곡선이 주를 이루는 케이스에 직선의 러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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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아래로 옮겨보면, 케이스에 딱 들어맞는 질 좋은 악어 가죽줄과, 양 옆을 눌러서 쉽게 뺄 수 있는 폴딩 버클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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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의 길이가 비대칭형인 더블 폴딩 버클입니다. 착용감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만.. 

워낙 시계 자체가 제 손목에는 컸던지라 과연 얼마나 좋은지 직접 느껴보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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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를 돌려보면 Daniel Roth Cal. 2319 자사 무브먼트가 보입니다. 비슷한 베리에이션의 무브먼트가 같은 빠삐용 보야제(Papillon Voyageur) 모델 등에도 사용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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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도 최근 몇년 동안 많이 오르다보니 몇몇 시계 회사들에서는 금시계에 들어가는 금의 함량을 줄이려는 노력이라도 있었는지 생각보다 가벼운 경우들을 가끔 보곤 했었는데, 역시 불가리의 영향인건지 (이전 Daniel Roth 시계는 만져본 적이 없어서 비교가 안되네요.) 케이스에는 금이 아낌없이 들어간 듯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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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이나 케이스의 화려함에 비해 로터는 굉장히 수수합니다. 다니엘 로스(Daniel Roth)라는 이름을 볼 수 있는 반가운 로터이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는 너무나 수수해서 조화가 오히려 맞지 않는 로터라 조금 실망입니다. 로터 안쪽을 나뭇가지처럼 스켈레톤 처리라도 했으면 훨씬 더 보기 좋았을것 같은데 말입니다. 아니면 금으로 된 로터라도 넣어 주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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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무브먼트의 독특함은 다이얼에서 이미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뒷면에서 보이는 무브먼트에는 큰 특별함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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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일견 수수해보일 수 있는 무브먼트 뒷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하이엔드 시계의 무브먼트가 가져야할 세심한 피니싱은 충분하게 그리고 매우 고급스럽게 들어가 있습니다. 각 무브먼트 부품등에 들어간 앵글라쥐와 폴리슁 처리등을 보면 마치 별것 아닌듯하게 당연하다는듯이 손길이 닿아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고급 무브먼트를 바라보는건 언제나 즐거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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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용샷입니다. (제 손목은 아닙니다. 이쪽이 훨씬 더 보기 좋네요) 위로 올라간 분침이 접혀있는 모습도 보입니다.

 

마침 시계와 옷차림과의 조화가 좋습니다.

금통에 가죽줄 시계이지만, 전통적인 시계 디자인에서 벗어나 현대적이면서도 우아한 다이얼 디자인, 거기에 크로노그래프까지 들어간 이 시계는 커다란 케이스와 더불어 정장용 시계라기보다는 편하게 스웨터 정도를 입고 놀러 다니는 캐주얼 복장 등에 더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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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과 핸즈의 색상이 보이는 각도에 따라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느 하나가 더 낫다고 이야기하기 힘든 모습이네요.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는 가장 아래 사진처럼 약간의 색상 대조가 생기니 모습이 고급스러운 시계의 색감이 가장 잘 나타내주는 각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어디론가 여유롭게 여행이라도 떠날 때 잘 어울릴 것 같은 이 빠삐용 크로노그래프의 가격은 7500만원대입니다.

당연히 비싼 시계이고 어떤 감각에서도 결코 저렴하다고 할 수 없는 가격의 시계이지만, 왠지 이만한 크기의 그리고 독특한 자사 무브먼트가 들어간 불가리의 시계가 이정도 가격이라고 하니 별로 비싸지 않은것 같다는 이상한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많은 대중에게 어필하며 많은 판매로 이어질 시계는 아닙니다만, 다니엘 로스의 시계가 불가리 안에서 이렇게 훌륭한 모습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리고 불가리가 파인 워치메이킹(fine watchmaking)에 이렇게 신경쓰는 모습도, 그리고 무엇보다 독특하고 아름다운 시계의 모습이 보기 흐믓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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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2nd Round Studio

촬영 협조 : 불가리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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