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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계를 하겠습니까?"

 

피아제의 신형 구버너 컬렉션에 대한 리뷰를 위해 피아제를 방문했을 때 담당 직원은 저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애초에는 지난 피아제 행사 때 살짝 맛 만 본 구버너 컬렉션에 대해서 좀 더 시간을 갖고 자세히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과 가격적으로 접근이 쉽지 않은 피아제 시계 중에서 그나마 좀 더 저렴하고 심플한 형태를 한 기본 모델을 타임포럼 회원들에게 소개하려던 목적이어서 왼쪽의 핑크 골드 모델을 리뷰하려고 했었습니다. 하지만 순간 드러나 버린 나의 된장 본색은 다이아몬드 모델을 가리키고야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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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화려한 남자를 꿈꾸는 저는 이런 화려한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시계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습니다. 그냥 돈이 없어 못 살 뿐이죠. 다만 '보석시계'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전통적인 매뉴팩쳐'임을 강조하려던 피아제의 의도에 도움을 주지 못한 것 같아 한켠 미안함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

 

최근에 와서 시계에 대한 패러다임이 바뀌고, 무브먼트를 중심으로 한 기술적인 부분이 부각되면서 더 복잡한 컴플리케이션 기능이나 새로운 컨셉의 구조를 가진 시계들이 뉴스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고급 시계의 대명사는 슬림한 크기에 다이아몬드로 대표되는 보석들로 장식된 시계들이었습니다. 황금와 다이아몬드가 주는 황홀함은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존엄과 부귀를 표현하는 수단이었으며, 피아제의 시계들은 이런 '상류사회'의 격식과 권위에 어울리는 시계로 사랑받아 왔습니다. 하지만 피아제는 여느 보석 브랜드와는 달리 초기부터 시계에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장착해 왔으며, 특히 울트라 씬 무브먼트에 많은 노하우를 갖춘 '매뉴팩쳐'임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피아제의 역사는 조르주 에두아르 피아제(George Edouard Piaget)가 스위스 유라 산맥의 작은 마을인 라 코토페에서 작은 공방을 연 1894년 부터 시작됩니다. 조르주 피아제가 만든 무브먼트는 스위스 전역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고, 그의 손자인 제랄드(Gerald)와 발렌틴(Valentin)이 1943년 정식으로 피아제라는 브랜드를 런칭하는데 결정적인 초석이 되었습니다. 1957년 이후 울트라 씬 무브먼트인 9P, 12P를 선보이며 1960년대에 들어서서 울트라 씬 무브먼트를 바탕으로 제네바의 여러 귀금속 세공 공방을 인수하여 본격적으로 고가의 '보석 시계'를 생산하기 시작했는데, 오늘날까지 여전히 피아제의 시계 컬렉션에는 기본형 모델과 보석이 세팅된 모델을 함께 출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새롭게 소개된 구버너 컬렉션은 이미 과거에 피아제에서 선보인 바 있는 구버너 컬렉션을 정식 컬렉션화 한 것으로 구버너(Gouverneu)는 불어로 'governor(총독, 지사)'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구버너 컬렉션은 피아제의 블랙 타이(Black Tie) 컬렉션의 일환으로 엠퍼라도(Emperador), 엠퍼라도 쿠썽(Emperador Coussin), 프로토콜(Protocole), 렉탕글 아 랑씨엔느(Rectangle à l’Ancienne), 그리고 구버너(Gouverneu)로 이뤄져 있습니다. 이름에서 느껴지듯 블랙 타이 컬렉션의 특징은 최고의 의전에 걸맞는 품격있는 남자의 세계를 그립니다. 모두 독특하고 차별적인 디자인에 우아함을 더한 케이스와 그에 맞춤 제작된 가죽 스트랩의 조합이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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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uverneur Automatic Calendar 구버너 오토매틱 캘린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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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uverneur Chronograph 구버너 크로노그래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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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uverneur Tourbillon 구버너 뚜르비용 > 

 

 

 

구버너 컬렉션의 가장 큰 특징은 원형, 타원형이라는 너무나 익숙한 도형의 조합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감성의 시계를 만들어 냈다는데 있습니다. 원형과 타원형이라는 모양 자체는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도형입니다. 그리고 시계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형태입니다. 하지만 타원형의 케이스는 여성 시계에서 주류를 이룬 형태로 남성 시계에서는 익숙치 않습니다. 빈티지 시계에서 타원형 케이스에 원형 다이얼을 한 시계들은 종종 만나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의 형태는 찾기 쉽지 않습니다. 그런 역발상이 구버너 컬렉션에서 느낄 수 있는 참신함이며, 그 속에서 고급스럽고 우아하고 유니크한 시계 디자인을 완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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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션 케이스와 타원형(Oval) 케이스의 시계. 다이얼은 원형이다. >

 

 

두개의 이질적인 도형의 조합은 이미 엠퍼라도 쿠썽 모델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엠퍼라도 쿠썽 역시 원형 케이스에 쿠션 스타일의 다이얼을 하고 있는데, 쿠션 케이스에 원형 다이얼은 이미 파네라이 같은 시계에서 많이 익숙하지만 그 반대의 조합은 찾아 보기 힘듭니다.


구버너의 탄생은 두 세대의 디자이너 - 아버지 Jean-Claude Gueit 와 아들 Emmaneul Gueit 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Jean-Claude Gueit는 해리 윈스턴에서 디자이너로 첫 발을 내 디딘 후 피아제의 수석 디자이너로서 블랙 타이 컬렉션을 주도해 왔습니다. 구버너의 다이얼을 디자인한 아들  Emmaneul Gueit 의 경력 역시 아버지 못지 않게 화려한데, 오데마 피게의 로얄 오크 오프셔와 해리 윈스턴의 프로젝트 Z1의 설계를 담당했으며, 세상에서 가장 비싼 휴대폰의 디자인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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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버너 컬렉션의 케이스는 공통적으로 43mm 사이즈에 핑크골드와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화이트 골드 버전으로 선보입니다. 케이스 제작 역시 파이제 매뉴팩쳐에서 제작합니다.

 

새틴 브러쉬 마감 표면과 폴리싱 마감 표면의 교차 배열은 피아제의 섬세한 금 세공술을 엿볼 수 있는데, 케이스와 케이스 측면은 새틴 브러쉬 마감이 가해졌고, 베젤과 케이스백은 폴리싱 처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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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께 9mm의 케이스는 편안한 착용감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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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골드 소재로 선보이는 구버너 모델 세 가지는 모두 베젤에 다이아몬드가 세팅되었습니다.

 

128개의 다이아몬드(약 1.4캐럿)를 세팅하였으며, 피아제 공방에서 자체 세공한 정교한 두 줄 보석 세팅(two-row gemsetting)은 구버너 시계 라인의 원형과 타원형이 결합된 이중 구조를 드러내는 부드럽고 가는 베젤의 형태를 한층 강조해주도록 고안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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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하게 짜인 구조와 균형이 잘 잡힌 다이얼은 역시 구버너 라인을 정의하는 주요 형식 중 하나입니다. 바깥쪽의 타원은 다이얼의 중심부로 올수록 점차 원의 형상으로 변화합니다. 다이얼의 둘레를 따라 썬버스트 기요쉐 문양은 다이얼에 한층 강력하고 역동적인 느낌을 부여했고, 다이얼 장식은 외부에서 중심부로 올수록 점점 형태가 단순해 지면서 정제된 고급스러움을 잘 살렸습니다.

 

도핀 스타일의 핸즈를 채용했으며 아워 마크는 케이스와 같은 골드 소재를 사용했습니다. 시인성 면에서는 확실히 핑크 골드 모델이 더 좋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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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버너 오토매틱 캘린더 모델에 장착된 무브먼트는 피아제의 인하우스 무브먼트 800P 입니다. 피아제는 2001년 제네바의 관문인 플랑 레 와트((Plan-les-Ouates)에 새로운 '매뉴맥쳐 드 오뜨 오롤제리 피아제(Manufacture de Haute Horlogerie Piaget)를 설립하였습니다. 라 코토페의 공방과 더불어 좀 더 현대적인 설비를 갖춘 매뉴팩쳐의 완성으로 지속적인 신형 무브먼트를 선보이고 있는데 칼리버 800P 뿐만 아니라 구버너 라인에 장착되는 모든 무브먼트가 이곳에서 디자인, 개발 및 제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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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P 무브먼트의 스펙은 지름 12’’ (26.8mm), 두께 4mm, 21,600 vph, 25석, 파워리저브 85시간(이중 배럴) 입니다. 파워리저브가 길다는 것이 큰 특징인 기본형 무브먼트로 보입니다. 시, 분, 초, 6시에는 날짜창이 있으며 시간 조정시 스톱 세컨드 기능이 있습니다. 0단에서 태엽감기, 1단에서 날짜창 조정, 2단에서 시간조정을 하며 시간조정 시 바늘의 유격이 생각보다 심한 것은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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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스루 케이스백을 통해 보이는 무브먼트에는 핑크 골드 모델은 같은 색상의 골드 로터가, 화이트 골드 모델의 경우는 블랙 색상의 로터가 조립되어 있어 깔맞춤을 해 준 모습이고 로터 위로 피아제 문장이 새겨져 있습니다. 로터의 곡선미와 일치되는 유려한 곡선으로 분할된 브릿지와 스크류로 장식된 밸런스 휠, 원형 꼬뜨 드 제네브 문양, 블루 스크류 등의 장식적 요소가 매력적입니다. 다만 앵글라쥬 처리가 거의 없다는 것은 시계의 가격을 생각하면 많이 아쉬운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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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랩은 화이트 골드 모델의 경우 블랙 색상의 악어가죽 스트랩과, 핑크 골드 모델의 경우 브라운 색상의 악어가죽 스트랩이 장착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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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상의 매치를 위해 스트랩의 뒷면 역시 앞면과 동일한 색상으로 처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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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클은 화이트 골드의 심플한 탱버클이 제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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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용샷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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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에 대한 관념이 바뀌고 타임포럼에서도 늘 시계에 대한 논쟁이 있어 왔지만, 피아제의 시계는 이런 중심에서 한걸음 살짝 비켜 있는 느낌이 듭니다. 그것은 아마 시계 마니아들과 피아제가 추구하는 시계에 대한 생각이 약간 다르기 때문일 거라 생각합니다.

 

피아제에게 1,000m의 방수 성능이나 야광 기능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피아제가 추구하는 것은 시계의 내구성이나 기능보다는 시계가 만들어낼 수 있는 궁극의 아름다움을 향한 미적 완성도였습니다.  구버너 컬렉션 역시 보편적인 원형 시계에서 단 하나의 타원형 모양을 삽입하면서 어느 시계보다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 냈는데, 이런 역발상을 통해 새로운 구조의 미적 완성을 발견해 냈다는 것에 박수를 보냅니다.

 

하지만 트랜드가 변함에 따라 피아제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매뉴팩쳐로서의 전통을 좀 더 부각시키는 모습인데, 울트라 씬 무브먼트를 장착한 알티플래노 컬렉션이라든가 새로운 투르비용 모델의 출시가 그것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 '피아제다운' 모습을 지켜 나가려는 노력이 있습니다.

 

구버너 오토매틱 캘린더 모델의 가격은 핑크 골드 모델이 3000만원대이며 다이아몬드가 세팅된 화이트골드 모델이 6000만원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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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피아제 공식 홍보영상 한편을 보며 구버너의 세계로 푹~ 빠져 보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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