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tek Philippe 5170J Review
파텍 필립은 최고의 시계 브랜드입니다. 시계에 대해서 잘 모르는 사람도 어쩌면 이름 한번 쯤은 들어보았을 브랜드이고, 고급 기계식 시계 시장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지식이 있다면 파텍이 최고의 시계 브랜드라는 데에 이견을 달 사람은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절대적인 시계 판매량과 매출 금액은 롤렉스, 까르띠에, 오메가가 높을지 몰라도, 개당 판매 단가, 할인율, 브랜드 가치, 전문가 및 수집가의 선호도, 그리고 가장 결정적으로 중고판매가와 경매 시장에서의 낙찰가를 생각할 때, 파텍 필립의 현재 위상은 절대적입니다.
최근 경매에 올라온 파텍 필립 ref. 2499P. 낙찰가는 $3.6m
이러한 파텍 필립의 위상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ref. 5170J 수동 크로노그래프
시계가 가지는 겉모습에서 비롯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제 눈에는 파텍 필립의 시계들 다이알 사이드에서 보이는 모습도 아름답기 그지없습니다만, 워낙 클래식한 디자인을 고수하는 브랜드인지라, 슬쩍 들여다봤을 때, 첫 느낌에 화려하거나 멋지다거나 하는 인상을 받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번 리뷰의 대상인 5170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날짜 창이 없는 크로노그래프 시계. 30분 미닛 카운터가 3시 방향에, 그리고 섭세컨드가 9시 방향에 있는 디자인은 지금까지 다른 시계 브랜드나 모델에서도 많이 보아온 모습입니다. 두 개의 섭다이얼이 무브먼트 중심에서 약간 밑으로 쳐져있는 배열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특별한 점을 찾기는 힘듭니다.
물론 확대해서 본다면 다이알 프린팅의 완벽함을 볼 수 있을 것이고, 구입하여서 오랫동안 착용을 한다면 질리지 않는 우아한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점들을 제외하면 첫 눈에 이 시계를 들여다보았을 때, 그냥 ‘깔끔하고 클래식한 디자인의 시계’ 이외에는 다른 느낌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실례로 다른 비 시계 커뮤니티에 파텍필립과 다른 캐주얼 시계 (예: 파네라이)등을 같이 올려놓고 반응을 지켜본다면, 파텍 필립의 브랜드를 모르는 사람들에게서는 그냥 할아버지 시계 같다는 반응 외의 것을 찾기란 쉽지 않기도 합니다.
용두에 새겨져 있는 칼라트라바 문양과 크로노 버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텍 필립이 현재의 위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제 개인적인 생각에는, 파텍 필립을 즐기기 위해서는 적절한 지식이 뒷받침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적절한 지식이 뒷받침이 될 때, 파텍 필립을 소유한다는 것은 말초적인 즐거움을 지나, 크나큰 즐거움을 소유자에게 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007 Skyfall
단적인 예를 들자면, 007 영화는 오락영화입니다. 007 시리즈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손쉽게 영화를 즐기고 좋아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안 플레밍의 원작 소설을 읽고, 007 영화 시리즈의 맥락을 짚어나가는 사람에게는 또다른 즐거움을 선사하겠지만 (그래서 아는 만큼 보여주는 영화 시리즈이기도 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쉽게 다가가고 모두들 최소한 어느정도는 즐길 수 있는 것이 007 영화입니다. 저는 롤렉스가 시계 브랜드 중에서는 007 영화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Rendering of Hamlet and his father's Ghost by Henry_Fuseli
하지만 파텍 필립은 그렇지 않습니다. 셰익스피어의 희극과 비극 같은 시계입니다. 어린 학생 시절 학교에서 읽으라고 시켜서 마지못해 읽은 셰익스피어는 그냥 지루한 옛날 이야기이며, 햄릿은 왜 저렇게 혼잣말은 하는지, 로미오는 왜 죽어야 하는지 이해 안되고 말만 어렵게 써놓은 이야기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조금 더 인생을 알고 난 뒤 접한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달랐습니다. 맥베쓰가 듣는 노크 소리가 양심의 소리였음을 알게되고, 템피스트에서 인생의 허망함을 보고, 그 작품들 안에 인간 사회의 보편적인 고찰이 들어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셰익스피어의 작품들과 같이 고전으로 남는 문학작품들의 문학의 보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시대와 지역, 나이, 성별, 인종을 초월해서 모든 인간에게 적용 가능한 보편적인 감성을 담고 있고 이것은 시간이 흘러도 퇴색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러한 감성은 어느정도 삶을 살아간 이후에 더욱 더 잘 알게 되는 것이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라는 말과도 같이, 이렇게 새로운 지식을 통해서 알게 된 즐거움은 깊고 오래 가는 즐거움으로 남습니다.
그냥 보기엔 그냥 시계 같지만 이 시계에는 쉽게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파텍 필립은 어떤 보편적인 가치를 가지고 있기에 시계 브랜드 안에서 현재의 위상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그것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시계를 뒤집어보아야만 합니다.
등짝을 보자.
(이 이후 무브먼트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은 쩜하나군(fert32)님께서 수고해주셨습니다.)
Ref. 5170j에 탑재된 무브먼트는 CH 29-535로, 레마니아 베이스로 수정된 이전세대 수동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 CH 27-70과는 달리 자사 제작 무브먼트입니다.
Caliber |
CH 27-70 |
CH 29-535 |
Base |
누벨 레마니아 |
인하우스 |
지름 |
27.5mm |
29.6mm |
높이 |
5.57mm |
5.35mm |
주얼 |
24개 |
33개 |
부품 |
208개 |
269개 |
진동수 |
2.5Hz |
4Hz |
파워리저브 |
60h |
65h |
무브먼트의 스펙은 위와 같습니다. CH 27-70에 비해 지름은 커지고, 두께는 얇아졌으며 주얼과 부품수는 늘어났습니다. 진동수와 파워리저브는 상승하였습니다. 그렇다면 구조 상에서 어떤 점이 바뀌었을까요?
같은 점으로는, (스포크의 수가 두 개에서 네 개로 늘어나고, 웨이트의 개수가 여덣 개에서 네 개로 줄어들었지만)프리스프렁 밸런스를 채용했다는 점, 컬럼휠에 캡을 씌웠다는 점이 있으며 비교적 클래식한 구조를 가졌다는 점도 공통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차이점으로는, 다이얼 쪽에서 보았을 때 더욱 확실히 볼 수 있겠지만, 초침과 미닛 카운터의 위치가 구형에서는 정확히 센터상의 라인에 있었던 반면, 신형의 경우는 그보다 조금 아래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는 랑게 운트 죄네의 다토그래프와 같은 모습입이다. 무브먼트 상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큰 차이점은, 사진상의 무브먼트 세시 방향이 구형에 비해 매우 복잡해졌다는 것입니다. 크로노그래프라는 똑같은 기능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크로노그래프 작동을 위해 사용되는 부품의 개수가 늘어난 것을 육안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부품들이 시계의 기능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요? 이를 알기 전에 우선, 크로노그래프의 기본적인 구조에 대해 간략히 확인해 보도록 합니다.
파텍 필립의 구형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인 CH27-70은 가장 심플하면서도 정석적인 구조의 무브먼트로, 기본적인 크로노그래프 구조의 교보재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무브먼트입니다. 다만, 충분히 큰 사이즈의 고화질 사진을 구하지 못 했기 때문에, 다른 크로노그래프 사진으로 구조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밸쥬에서 제작하고 롤렉스에서 수정한 valjoux 72입니다. 이 무브먼트도 파텍 필립의 CH27-70 (Lemania 2310)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녹색 숫자가 쓰여있는 부품들이 크로노그래프 윤열을 이루는 기어들입니다. 1번 부품은 초침휠과 같은 축으로 연결되어 있는 휠로, 당연하게도 일 분에 한 바퀴씩 회전합니다. 무브먼트의 센터에 위치한 3번 휠은 크로노그래프 초침휠이며, 가장 길쭉한 바늘인 크로노그래프 초침이 연결되는 바늘입니다. 이 휠 또한 일 분에 한 바퀴씩 회전합니다. 5번은 크로노그래프 분침휠이며 1분에 한 칸 움직입니다. 보통 30분에 한 바퀴 회전을 하지만 종류에 따라 45분, 1시간에 한바퀴 회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2번과 4번휠은 각각 1번과 3번 휠, 3번과 5번 휠을 연결하는 기어들입니다. 2번 휠은 사진과 같이 크로노그래프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에서, 1번 휠과는 접촉하고 있지만 3번 휠과는 접촉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크로노그래프 초침이 시간을 카운트하지 못하는 것입니다.
버튼을 눌러 크로노그래프를 작동시킬 경우, 빨간 2번으로 표시된 레버(캐링 암)가 움직이게 됩니다. 이 레버에 붙어있는 2번 휠도 레버를 따라 이동하게 되고, 3번 휠과 접촉하여 동력을 전달해 시간을 재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1번 휠에서 시작하여 2번 휠, 3번 휠로 가는 흐름은 눈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으나, 3번 휠에서 4번 휠을 거쳐, 미닛 카운트 휠인 5번 휠까지 가는 흐름은 이와는 다릅니다. 사진에서 보았을 때, 4번 휠과 5번 휠은 이빨이 맞물려 있어(파란 1번 점선 안) 4번 휠이 회전할 경우 5번 휠도 함께 회전함을 알 수 있지만, 정작 3번 휠과 4번 휠이 연결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파란 2번 점선 안) 동력이 전달될 방법을 쉽게 확인할 수 없습니다. 이 부분에서의 동력전달은 다음과 같은 특별한 부품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빨갛게 테두리가 쳐진 부품은 미닛 핑거라고 하는 부품으로, 3번 휠의 아래 위치합니다. 이 핑거의 끝부분은 4번 휠의 이빨에 걸리게 되어 있으며, 핑거는 3번 휠과 조립되어 그와 마찬가지로 일 분에 한 바퀴 회전하고, 일 분에 한 번씩 4번 휠과 닿아, 4번 휠의 이빨을 건드려 회전시킵니다. 이 것이 3번 휠과 4번 휠이 직접 닿아있지 않는 이유이며, 또한 크로노그래프 분침이 크로노그래프 초침과 함께 천천히 회전하지 않고, 크로노그래프 초침이 55초에서 5초 사이를 이동할 때에 한칸 이동하는지에 대한 이유입니다.(실제로는 55초에서 5초 사이의 10초간 보다 더욱 짧은 시간에 바늘이 움직입니다.) 만약 3번 휠과 4번 휠이, 1번 휠과 2번 휠처럼 직접 연결되어 있었다면, 1번부터 5번 휠까지 모두가 함께 돌아가겠지만, 그렇지 않으므로 핑거가 4번 휠을 건드릴때만 움직이게 되는 것입니다.
빨간 1번 부품은 리셋 해머입니다. 리셋 해머는 우리가 크로노그래프를 리셋할 경우 움직여, 크로노그래프 초침과 분침을 다시 0으로 리셋시키는 부품입니다. 어떻게 리셋 해머는 크로노그래프를 리셋시킬까? 그 구조는 아래의 사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위는 레마니아 1861의 사진입니다. 왼쪽은 모든 부품이 조립된 사진이며, 오른쪽 사진은 몇 개의 부품이 제거되어 있습니다. 왼쪽 사진에서 빨간 점선으로 표시되어 있는 부품이 리셋 해머이며, 오른쪽 사진에서 빨간 점선으로 표시되어 있는 부품이 하트 캠 이라는 부품입니다. 하트 캠은 각각의 휠과 조립되어 있습니다. 리셋 버튼을 눌렀을 때 리셋 해머는 왼쪽의 사진처럼 움직여 2번 휠과 3번 휠의 축에 접촉합니다. 정확히는, 각 휠의 축이 아니라 오른쪽 사진의 하트 캠에 접촉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하트 캠과 리셋 해머가 최초로 접촉한 지점이 어디인지에 관계 없이, 리셋 해머의 누르는 힘에 의해 해머의 끝은 강제로 캠을 밀어 위 사진의 빨간 화살표가 가리키는 점과 접촉하게 됩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크로노그래프 바늘은 리셋을 시켰을 경우 자신의 위치를 알고, 찾아갈 수 있다. 크로노그래프 중에는 한 개의 카운터만 있어 초만 측정이 가능한 모델도 있지만, 현재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크로노그래프 시계는 초와 분 두개, 혹은 시 분 초 세 개를 측정할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개 이상의 카운터를 가진 크로노그래프를 리셋시킬 경우, 여러 개의 캠과 해머를 정확하게 접촉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만약 리셋 해머가 모든 캠들과 정확히 접촉하지 못할 경우, 크로노그래프 초침은 0으로 리셋되지만, 크로노그래프 분침은 정확히 0에 도달하지 못하는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리셋 해머 밑에 빨간 3으로 표시되어 있는 부품은 브레이크 레버입니다. 크로노그래프의 작동은 기본적으로 스타트-스톱-리셋 순으로 이루어지는데, 크로노그래프 초침 휠은 스타트 상황에서 초침 윤열에 연결되어 회전하고, 리셋일 때에는 리셋 해머에 의해 위치가 고정됩니다. 이 둘을 제외한, 스톱 상황에서 크로노그래프 초침휠을 고정해 주는 것이 바로 브레이크 레버입니다. 브레이크 레버의 한쪽 끝은 컬럼휠에 닿아 있고, 반대쪽 끝은 크로노그래프 초침휠에 접촉합니다. 버튼을 눌러 스톱 페이즈에 들어갔을 때, 컬럼휠이 회전하여 브레이크 레버를 밀어주고, 반대쪽 끝이 크로노그래프 초침휠에 닿아 크로노그래프 초침이 헛도는 것을 방지해 줍니다. 크로노그래프 분침 휠의 경우 다른 브레이크 없이, 빨간 4로 표시되어 있는 스프링이 회전을 막아줍니다. 브레이크 레버의 작동에서 중요한 것은, 스타트-스톱-리셋 과정에서 초침 윤열에 의한 크로노그래프 초침 회전과, 브레이크 레버에 의한 위치고정 사이에 최대한 정확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약 크로노그래프를 작동시킬 때, 스탑 페이즈에서 초침 중간휠이 떨어지고, 브레이크 레버가 크로노그래프 초침 휠을 즉시 잡아주지 못한다면 크로노그래프 초침 휠은 컨트롤을 잃고 이리저리 제멋대로 움직일 위험이 있습니다.
파텍 필립의 CH27-70도 지금까지 확인한 다른 무브먼트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크로노그래프 윤열이 있고, 미닛 핑거가 달린 센터 휠이 있고, 미닛 카운트 휠이 있으며, 센터 휠과 미닛 카운트 휠을 연결하는 중간 휠이 있고, 리셋 해머와 브레이크 레버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CH29-535의 모습을 다시 확인해 보도록 하지요.
다시 확인해본 CH29-535의 모습은 CH27-70의 모습과는 사뭇 다릅니다. 우선, 크로노그래프 초침 휠과 크로노그래프 분침 휠을 연결하는 중간 휠이 없습니다. 리셋 해머와 브레이크 레버 또한 위에서 본 형태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크로노그래프 초침-분침 중간 휠이 없으면 이 무브먼트는 어떻게 미닛 카운트를 할까요?
CH 29-535가 미닛 카운트 중간 휠 없이 크로노그래프를 구동시킬 수 있는 이유는, 무브먼트의 미닛 카운팅이 점핑 매커니즘에 의해 작동되기 때문입니다. 점핑 매커니즘은 인디케이터, 혹은 바늘을 짧은 시간 안에 즉각적으로 이동시키는 기술로, 퀵체인지 데이트창이나 레트로그레이드 등이 점핑 매커니즘에 의해 작동됩니다. 점핑 매커니즘은 기본적으로, 즉각적인 움직임을 이끌어낼 에너지를 축적할 스프링을 필요로 합니다. 때문에, CH 27-70에서 미닛 카운터가, 크로노그래프 초침이 55초에서 5초 사이를 지날 때에만 움직이더라도 이는 점핑 매커니즘에 의한 움직임이라고 볼 수 없으며(바늘이 즉각적으로 움직이는 에너지를 공급할 스프링이 없고, 바늘이 움직이는 시간이 비교적으로 오래 걸리므로), CH29-535는 CH27-70에 비해 더욱 짧은 시간에 즉각적으로 미닛 카운트 핸즈가 이동하게 됩니다. 이러한 작동을 만드는 부품은 아래에 표시되어 있습니다.
빨간 1번 부품 코일 스프링은 점핑 모션을 만들기 위한 스프링이며, 2번으로 표시되어 있는 빨간 점선 안의 레버는 스프링이 연결되어있는 부품입니다. 녹색 2번 휠은 크로노그래프 분침이 연결되어 있는 크로노그래프 미닛 카운터입니다. 이 휠은 점핑 모션을 위해 톱니 모양의 독특한 형태의 기어 프로필을 갖고 있으며, 이는 빨간 1번 암의 끝에 있는 은색 갈퀴와 맞물립니다. 녹색 1번 휠은 크로노그래프 초침이 연결되어 있는 크로노그래프 세컨드 카운터입니다. 크로노그래프 세컨드 카운팅 휠 아래에는 점핑 모션을 위한 스네일 캠이라는 부품이 있는데, 이는 하트 캠과 비슷한 캠의 일종이나, 형태는 이름과 같이 달팽이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위 사진이 스네일 캠의 일반적인 작동 모습입니다. 스네일 캠은 회전 운동을 하며, 접촉되어있는 암을 위아래로 이동시킨다. DIA.1에서 암은 스네일 캠의 가장 낮은 부분에 위치하므로, 암의 높이도 가장 높습니다. 하지만 캠이 회전함에 따라 암의 위치는 점점 높아집니다. 그리고 마지막 DIA.7에서 캠이 회전하여 DIA.1의 상태로 변하면서, 암은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낲은 위치로 갑작스러운 움직임을 일으킵니다.
무브먼트 내의 스네일 캠은, 사진에서의 빨간 2번 암과 접촉하고 있습니다. 빨간 2번 암은 빨간 1번 스프링에 의해 사진상에서 9시 방향으로 지속적인 힘을 받습니다. 하지만 녹색 1번에 위치하는 스네일 캠이 회전함에 따라 암은 점점 사진상의 3시 방향으로 위치하게 되고, 암의 끝부분에 있는 은색 톱니는, 미닛 카운팅 휠의 두 번째 이빨에 걸리게 됩니다. 그리고 계속 캠이 회전하여, DIA.7에서 DIA.1의 페이즈로 바뀌면, 스프링에 의해 암은 갑작스레 9시 방향으로 이동하고, 끝의 갈퀴는 미닛 카운팅 휠을 당겨 한 칸 이동시킵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센터의 세컨드 카운팅 휠이 한 바퀴 회전할 때마다 이루어지며, 크로노그래프 초침이 한 바퀴 회전할 때마다 크로노그래프 분침이 한 칸씩 이동하게 됩니다. 이러한 구조의 장점으로는, 미닛 카운팅이 정확하고 정밀하게, 즉각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우리가 CH 27-70에서 확인한 리셋 해머의 모습을 다시 보도록 하지요. CH 27-70의 리셋 해머는, 미닛 카운터 리셋 해머와 세컨드 카운터 리셋 해머가 일체형으로 조립되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CH 29-535의 경우에는 미닛 카운터 리셋 해머와 세컨드 카운터 리셋 해머가 따로 가공되어 나사로 보이는 부품에 의해 연결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스크류로 보이는 녹색 동그라미 안의 부품은 스크류가 아닌, 축으로 이용됩니다. 그 축을 중심으로 미닛 카운터 리셋 해머는 회전 운동을 할 수 있습니다. 미닛 카운터 리셋 해머와 세컨드 카운터 리셋 해머는 각각 다른 스프링에 의해 텐션을 받아서 리셋을 수행합니다. 그러므로, 미닛 카운터 리셋 해머와 세컨드 카운터 리셋 해머가 일체형이 아니기 때문에, 각 해머는 각각의 하트 캠과 완전히 접촉하여 정확한 리셋에 대한 신뢰도를 높힐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브레이크 레버의 생김새를 보겠습니다. 일반적으로 브레이크 레버의 한쪽 끝은 컬럼휠에, 반대쪽 끝은 크로노그래프 세컨드 카운트 휠에 위치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CH 29-535의 브레이크 레버는, 한쪽 끝은 휠에 닿아있지만, 반대쪽 끝은 컬럼휠에 닿아있지 않은 것을 볼 수 있습니다다. 그렇다면 이 레버를 어떤 방식으로 제어하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독특한 형태의 캐링 암과 리셋 해머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브레이크 레버에는 두개의 핀이 솟아나와 있는데, 이들은 각각 캐링 암과 리셋 해머의 팁과 접촉하게 됩니다.(녹색 동그라미) 이러한 형태에 의해, 브레이크 레버는 컬럼휠의 회전이 아닌, 캐링 암과 리셋 해머의 움직임에 의해 컨트롤됩니다. 스타트-스톱-리셋 작동시 크로노그래프 부품의 움직임은 아래와 같습니다.
그림과 같이, 크로노그래프를 스타트했을 때, 브레이크 레버는 캐링 암이 작동한 후, 암의 팁에 밀려 이동해 세컨드 카운트 휠과 접촉을 끊으며, 크로노그래프를 정지했을 떄, 캐링암과 접촉을 끊고 스프링에 의해 회전하여 세컨드 카운트 휠과 접촉해 고정시키며, 크로노그래프를 리셋했을 때, 리셋 해머와의 접촉에 의해 세컨드 카운트 휠과 접촉을 끊습니다. 이러한 움직임에 의해 각 단계는 순차적으로 전환되며, 동시에 즉각적으로 반응이 일어나고, 또한 각 페이즈가 겹쳐 크로노그래프 부품에 주는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복잡하고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 기능성도 뛰어납니다.
결국은 아름답기 위한 모습보다는 더욱 정확하고 기능면에서 완벽한 크로노그래프를 만들기 위한 설계와 노력이 우선시 되었고, 그 뒤에 찾아온 것이 바로 아름다움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아름답기도 하지만 생각보다 편했던 폴딩버클
“Relentless Pursuit of Perfection”
수 년 전, 렉서스의 광고 문구였었지만, 렉서스보다는 파텍 필립에게 더 어울리는 가치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파텍 필립은 이러한 가치를 추구하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들에게는 전면에 내세워 광고할 가치가 아닌, 자신들에게 있어서 당연한 가치이기 때문일런지도 모릅니다.
컬럼휠에는 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캡이 씌워져 있습니다. 약간은 오버스러운 것도 같지만 이게 파텍의 자세인듯 합니다.
당시에 가능한 모든 기술을 총동원하여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도 가능한한 완벽한 시계를 만드는 것. 단순히 보기에 아름다운 시계가 아닌, 정확함과 완벽함을 추구하는 시계. 그리고 동일한 기술과 피니싱이라도 다른 브랜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완벽함을 보이는 것. 이것이 파텍 필립이 현재 시계 시장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그러한 시계를 소유하기 위해 지불해야 하는 가격은 매우 높습니다 (5170J의 가격은 1억1천만원대). 그리고 시계가 보이는 모습 또한 젊은 이에게 어울릴만한 시계도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기에 꿈을 꾸게 만드는 시계가 아닐까 합니다. 나이가 들어서 자신의 아이나 손자에게 물려줄 생각을 하며 흐믓하게 시계를 구입하는 미래의 나의 모습을 상상하며 말이지요.
촬영을 도와주신 Picus_K님과 무브먼트 관련 글을 써주신 쩜하나군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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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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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르히아이스
2014.02.15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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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정이
2014.03.01 23:38
멋진 수동 크로노무브먼트를 가진 제 드림 워치인데 리뷰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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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평
2014.03.02 06:52
로렉스와 파텍을 007과 세익스피어에 비유한 필력에 감탄하면서 추천드리고, 저 위의 프리포트님의 댓글에도 심히 공감하면서 추천드리고 갑니다. 과거 수동크로노그래프 기능 개발 초창기에는 그 기능이 첨단 기능으로 높은 가격을 받을 정당성이 있었는 지 모르지만, 지금은 사실 기능보다는 장식의 성격이 강하다고 볼 때 과연 그만한 가격을 주장할 만 한 값어치가 있는 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어 심히 공감합니다. 그리고 국내판매가격도 해외가격과 비교해 볼 때 이 제품은 파텍의 다른 제품에 비해서도 거품이 좀 많이 끼어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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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2
2014.04.24 23:53
리뷰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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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k1234
2014.05.10 00:29
이 아이는 앞태가 더 나은것 같습니다.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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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노아
2014.05.18 00:37
에나멜이었군요. 그랑퓌 대단합니다. 정말 탐나는 모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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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록화
2014.06.17 14:05
본문에 시계사이즈가 안 나와 있어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VC의 그것보다는 약간 작은 것 같기도 하네요. 이게 더 맘에 듭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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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비씨
2014.06.19 17:10
저에게는 어렵네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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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동찐찐
2014.07.03 09:37
기계적인 설명을 완전히 이해는 못 하지만
열심히 잘 읽었습니다.
상세한 해설 정말 감사드립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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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fresh
2014.07.12 03:13
멋진 리뷰와 유익한 덧글들 잘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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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크
2014.07.26 13:00
좋은 리뷰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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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기리
2014.08.23 00:00
잘보구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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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colass
2014.08.24 19:39
눈돌아가게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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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수박
2014.08.25 22:50
파텍,
좋은 시계,
그림의 떡.... ㅎㅎ
좋을 리뷰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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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가도
2014.09.02 20:33
몇번을 읽어도 진국인 리뷰~~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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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펫
2014.09.11 18:42
파텍이군요
파텍,,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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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관
2014.09.22 13:02
좋은 리뷰 잘 보았습니다. 파텍은 예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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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존
2014.09.22 17:20
실물을 간절히 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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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다판
2014.09.29 11:28
최고의 시계라 그런지 댓글도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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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kMC
2014.10.10 22:16
테크니컬한 관점에서 풀어써주신 부분은 최고였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유익하고 상세한 리뷰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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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와치
2014.12.04 22:18
무브먼트 아름답다는 말뿐 안나오네요
보기만 해도 귀티가 흐릅니다
좋은 리뷰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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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버홀릭
2015.01.04 22:53
멋진 리뷰...감탄하면서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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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LLINI
2015.01.31 17:31
꿈만같은 시계네요 ㅎㅎ
구경잘하고갑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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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rotaker
2015.05.15 13:41
역시 파텍필립입니다. 가격도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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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ksemu
2015.09.11 10:23
최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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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도토리
2015.09.14 23:48
최고의 시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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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명숨김
2015.10.03 16:35
멋진 리뷰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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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S융
2015.10.27 13:43
파텍은 역시 심플 시계보다 컴플리케이션에서 진가를 발휘하는듯 합니다. 물론 심플 시계도 훌륭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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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구르르
2015.11.26 16:18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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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님
2017.12.01 20:13
좋은글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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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페
2018.02.20 00:34
이렇게 심도있고 수준높은리뷰는 처음으로보는것같네요.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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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ris
2018.07.30 20:59
아는 만큼 보인다고, 무브먼트에 대한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ㅎㅎ 이제 크로노그래프 무브먼트를 좀 더 잘 감상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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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황제
2018.11.15 14:51
다이얼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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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hk2018
2018.11.20 21:47
멋진 리뷰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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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감생신
2019.04.17 12:15
슈트에도 잘어울리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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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o85
2019.07.13 11:31
크로노 무브의 공부가 정말 많이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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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2019.11.10 06:38
시계도 이쁘지만 폴딩버클의 디테일이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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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휘
2019.12.22 11:31
파텍은 역시 영롱하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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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1999
2021.01.28 22:56
크 보고만 있어도 괜히 기분이 좋아지는거 같네요
너무 멋진 모델인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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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dzl
2021.03.04 16:03
예술을 손목에 걸치는 느낌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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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fableman84
2021.03.30 15:08
언제나 차볼까요 파텍필립...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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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XMEA1
2021.10.12 08:03
5170은 심플하지만..디테일이 참 좋은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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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평
2022.07.03 00:26
하 파텍은 정말..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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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가도
2022.07.05 18:04
몇년동안 몇번을 읽어 알듯 말듯하지만 계속 멋지구나라는 생각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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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뱀
2022.07.26 14:14
파텍이라 역시네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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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광이
2023.01.06 10:56
손목에 한번 올려볼 날 있겠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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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텍은 늘 감탄을 만드네요~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