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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6년, 23세의 율리스 나르덴이 스위스 르로클(Le Locle)에 자신의 이름으로 시계회사를 설립한 후 율리스 나르덴이 만든 마린 크로노미터는 무역을 위해 거친 바다를 항해하던 배들이 무사히 목적지 항구로 도착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최고의 정밀 기기로 각광받았습니다. 그렇게 마린 크로노미터로 율리스 나르덴은 성장했고, 오늘날까지 율리스 나르덴의 대표 아이콘이 되었으니 로고에 자리 잡고 있는 '닻' 모양의 엠블럼은 이런 율리스 나르덴의 역사를 잘 함축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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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쇼드퐁에 위치한 시계 박물관(Musee International d'Horlogerie)은 시계의 과거, 현재,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율리스 나르덴 마린 크로노미터 오리지날 모델을 볼 수 있다. >


 

이제는 최신 GPS 기기의 장착으로 더이상 선박에서 마린 크로노미터를 볼 수는 없지만, 율리스 나르덴 마린 크로노미터는 해양 제국의 로망을 간직한 채 손목 시계로 변신하여 대중에게 더 가까이 다가와 있습니다. 


하지만 마린 크로노미터 컬렉션이 율리스 나르덴의 아이코닉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범용 무브먼트인 ETA 2892 수정 무브먼트(UN-26)을 탑재하고 있었다는 점은 시계 마니아들에게 아쉬움을 주는 부분이었습니다. UN-26이 비록 범용 무브먼트를 기반으로 하지만 훌륭하게 수정된 무브먼트였음에도 불구하고 인하우스 무브먼트 시대에 하이엔드급의 워치메이킹을 표방하는 율리스 나르덴의 격에 맞지 않는다고 할까요. 이제 그런 불만은 율리스 나르덴의 인하우스 무브먼트 UN-118 무브먼트를 탑재한 새로운 마린 크로노미터가 등장하면서 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2012 바젤월드를 통해 선보인 율리스 나르덴의 신형 마린 크로노미터 컬렉션은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탑재했기 때문에 공식 명칭 역시 '마린 크로노미터 매뉴팩쳐'로 바뀌었습니다. 350개 리미티드 에디션의 로즈골드 모델과, 양산형으로 스테인리스 모델과 콤비 모델을 선보였는데 한가지 아쉬운 것은 로즈 골드 모델과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의 다이얼 형태가 완전히 다르다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로즈골드 모델과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의 다이얼 디자인이 동일하게 출시되어 가난한 시계 마니아들에게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곤 했는데, 신형 마린 크로노미터의 경우 두 모델의 다이얼이 완전히 다른 디자인으로 차별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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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 골드 모델의 경우 그랑 푸 에나멜 다이얼에 오리지날 마린 크로노미터의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한 클래식하고 우아한 다이얼을 갖고 있습니다. 반면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과 콤비 모델의 경우 좀 더 현대적이며 스포티한 남성적인 느낌을 줍니다.


개인적으로 로즈 골드 모델에 더 눈길이 가지만 4,800만원이라는 적지 않은 가격이 부담스럽게 다가옵니다. 그래서 오늘 리뷰는 좀 더 현실적으로 접근 가능한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을 통해 새로워진 마린 크로노미터의 모습을 살펴 볼까 합니다.


시계 분류로 따진다면 마린 크로노미터는 럭셔리 스포츠 시계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경쟁 브랜드의 요트 컬렉션 같은 시계들과 비교 해 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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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모델명은 'Marine Chronometer Manufacture 1183-122-7M/42' 입니다. (이후 부터 그냥 '마린 크로노미터'로 부릅니다.) 가장 기본적인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인데 비슷한 형태의 1183-122-7/42'(M이 없음)은 티타늄과 스테인리스 스틸 콤비 모델입니다


신형 마린 크로노미터는 기존의 모델보다 큰 45mm 케이스로 출시되었습니다. 폴리싱(유광) 케이스에서 나오는 고급스러움과 다이얼에서 풍겨 나오는 마초적 냄새는 럭셔리 스포츠 시계라는 카테고리에 잘 어울립니다. 


케이스 형태, 톱니 모양의 베젤, 러그 등 전체적으로 케이스의 형태는 전작의 모습을 그대로 이어 받고 있지만 크라운의 디자인이 바뀐 것이 가장 눈에 띕니다. 율리스 나르덴의 마린 시리즈가 그렇듯 악어 가죽 스트랩과 러버 스트랩 버전도 있어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선택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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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에서 본 모습 입니다. 두께는 14mm 입니다. 기본적인 크기와 두께가 있다 보니 무게가 200g 정도로 묵직한 느낌을 줍니다. 마린 크로노미터라는 이름 답게 방수 성능은 200m 인데 웬만한 수상 스포츠에 문제를 일으킬 여지는 없어 보입니다. 럭셔리 스포츠 위치의 방수 성능이 200m 이상일 필요는 없을 테니까요. 케이스에 대응하는 러그와 브레이슬릿의 두께도 적당하고 부드럽게 곡선을 그리며 연결된 모습이 좋은 착용감을 만들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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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의 측면 가공을 보면 안쪽으로 곡선을 그리며 흘러가는 라인은 정말 예술입니다. 접합식 러그와 크라운 가드는 그런 곡면에 정확히 잘 붙어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늘 볼 때 마다 가공이 참 어렵겠다는 생각을 합니다만 이런 부분이 율리스 나르덴의 마린 크로노미터가 왜 럭셔리 워치인가를 보여 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톱니 문양의 고정 베젤과 이 시계에서 유일하게 새틴 처리된 크라운 가드(사실 구형처럼 유광 처리 되어도 좋았을 텐데)는 이 시계를 더욱 스포티하게 보이도록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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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류 방식의 크라운은 윗면에 율리스 나르덴의 로고가 아름답게 새겨 있으며, 크라운의 측면은 러버 소재를 사용해 더 편한 조작감을 주는 한편 스포츠 시계로서의 강인한 인상을 만들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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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편 9시 방향에 위치한 율리스 나르덴 만의 시리얼 넘버가 새겨진 패치가 붙어 잇습니다. 볼 때 마다 '멋지다' 라는 생각이 들곤 하는데 확실히 시계의 품격을 높여 주는 요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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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반사 코팅 처리된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래스는 완벽한 측면 시인성을 보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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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의 뒷면으로는 씨스루 타입의 케이스백을 통해 신형 무브먼트인 UN-188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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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공개된 UN-188 무브먼트의 스펙부터 보겠습니다. 


 

Technical Data Caliber UN -118 


Movement : 


- In-house designed movement 

- COSC certification 

- Escapement, patented DIAMonSIL 

- Oscillator : patented inertial balance wheel I 10 with silicium 1.1.1 hairspring 

- Total diameter : 31.60 mm 

- Total thickness : 6.45 mm 

- Power reserve : 60 hours 

- Number of components : 248 pieces 

- Number of jewels : 50 pieces 

- Frequency : 4Hz, 28’800 v/h 


Decoration : 


- Cotes de Geneve 

- Circular Cotes de Geneve 

- Circular graining 

- Diamond angling 

- Alloy of platinoide metals plating 


Display : 


- Hours . minutes : hands in center 

- Small direct seconds 

- Power reserve indicator 

- Date at 6 o’clock , forward and backward date cor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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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188에 대한 첫 인상은 ETA 2892 무브먼트를 수정해 사용해 오던 UN-26 보다 월등한 신형 무브먼트를 만들기 위해 엄청 애를 썼다는 것입니다. 시계 마니아들의 불만을 해소시켜야 하는 것은 물론 경쟁 브랜드에 장착되는 무브먼트 보다 진일보한 것이어야 했을 것입니다. 율리스 나르덴의 '혁신'이라는 이미지에 부합하여야 했을 것입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역시 앵커와 이스케이프먼트휠을 다이아몬실(DIAMonSIL)로 제작했다는 것입니다. 다이아몬실은 율리스 나르덴의 혁신적인 소재로 실리시움과 다이아몬드의 결합으로 탄생한 것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실리콘 소재에 다이아몬드 코팅을 하는 방법으로 내마모성을 극대화시켜 오일 없이 구동이 가능하도록 한 것입니다. 실리시움 소재은 최근에 율리스 나르덴을 비롯한 몇몇 브랜드에서 선도적으로  적용하고 있는 부분인데, 고강도, 내마모성, 항자기성, 미세가공 등의 장점을 갖고 있습니다. 율리스 나르덴은 여기서 한발 더 나간 다이아몬드 코팅 기술을 선보인 것입니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루비 없는 앵커가 가능한 것은 다이아몬드 코팅 처리로 내마모성을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헤어스프링 역시 실리시움 소재를 사용했습니다.



(실리시움 소재에 대한 평가는 아직 논쟁이 되는 부분입니다. "타임포럼 칼럼 - [알라롱 월드] Elixir? The Silicium" 편을 보시면 좀 더 이해가 빠른 것입니다.)


https://www.timeforum.co.kr/2955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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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의 크기는 무엇보다 튼튼하고 정확한 무브먼트를 만드는데 중점을 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의 경향으로 볼 때 인하우스 무브먼트 제조에 있어 과거처럼 좀 더 작은 크기의 무브먼트를 만들기 위한 경쟁을 하는 것도 아니고 도리어 더 커진 케이스 사이즈로 인해 무브먼트의 크기에는 별다를 제약을 받지 않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마린 크로노미터의 특성상 크기 보다는 튼튼함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도 그 이유라 하겠습니다. 밸러스를 브릿지 역시 좀 더 튼튼하게 양방향으로 지지 하도록 설계했습니다.


고급 무브먼트의 상징처럼 된 스크류 조정 방식의 밸런스휠이나 기존의 무브먼트 UN-26 보다 거의 2배나 많은 50석이 보석을 사용한 것, 파워리저브가 60시간으로 늘어난 것도 눈에 띕니다. 날짜창이 전후로 작동되는 점은 또하나의 편리성을 부여합니다.


피니싱 역시 여러 부분에서 신경을 썼는데 앞면에 코트 드 제네바 문양으로 뒷면에 원형의 코트 드 제네바 문양을 넣었으며, 로터의 양쪽에 율리스 나르덴의 엠블럼인 "닻"을 조각해 넣은 것은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을 정도로 정성을 기울인 부분입니다.


더불어 COSC 인증서뿐 아니라 UN에서 자체 테스트 과정을 거친 보증서를 함께 제공하는데, UN의 자체 테스트는 다양한 환경 내에서의 엄격한 테스트를 5일간 진행한다고 합니다. 


0단 태엽감기, 1단 날짜창 조정, 2단 핵기능이 있는 시간 조정의 기능을 합니다. 시계가 완전히 멈춘 상태에서 약 100번 정도의 크라운을 감으니 완전히 충전이 되었습니다. 태엽을 처음 감을 때와 거의 다 감길 때까지 저항감이 거의 없이 가벼운 조작감을 보여 주었으며, 날짜 조정이나 시간 조정 역시 부드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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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 못지 않게 큰 변화를 보여준 부분이 다이얼입니다.


구형 마린 크로노미터의 다이얼이 갖고 있던 오리지날 마린 크로노미터의 모습은 로즈 골드 모델에 전부 양보해 버리고 스테인리스 스틸 모델은 완전히 새로운 모습의 다이얼을 선보였습니다. 12시 방향의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와 6시 방향의 스몰세컨드 및 동그란 날짜창이 이 시계가 마린 크로노미터의 계승자임을 알아 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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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가 커짐에 따라 같이 커진 다이얼은 시원스런 가독성을 보여줍니다.


블랙 다이얼에 두꺼운 로만 인덱스는 매우 터프하게 보입니다만 디테일하게 들어가 보면 율리스 나르덴만의 섬세함이 보입니다. 블랙 다이얼을 자세히 보면 (사진상으로는 잘 안보입니다만) 미세한 썬레이 문양으로 처리되어 있습니다. 로만 인덱스는 표면이 돔(Dome) 형태의 곡면을 만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빛이 반사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라데이션 무늬를 만들어 냅니다. 스켈레톤 스타일에 끝부분만 야광 처리한 시침, 분침은 완전히 새롭게 디자인된 부분입니다. 율리스 나르덴은 이런 스켈레톤 스타일의 핸즈를 잘 만들어 왔습니다. 문스트럭, 엘 토로 같은 모델의 핸즈를 보면 마치 엄지와 검지 손가락 모양에 야광 부분이 손톱 같은 모양으로 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신형 마린 크로노미터의 핸즈는 여기서 한걸음 더 진보했습니다. 파워 리저브 인디케이터와 서브 다이얼의 빨간 표식은 기능적인 요구에 충실하면서도 흑백으로 구성된 다이얼에 색감을 주며 디자인적으로 포인트가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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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스 나르덴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동그란 모양의 싸이클롭스와  날짜창입니다. 저는 이 동그란 날짜창은 참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계속 보고 있으면 저 안으로 빠져버릴 것만 같다고나 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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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을 45도 각도에서 보면 곡면의 인덱스를 비롯해 서브다이얼과 핸즈의 또다른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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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광은 초록색입니다. 요즘 대세인 푸른빛 야광이었으면 좀 더 마린 크로노미터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았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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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mm 케이스에 어울리는 두툼한 두께에 유광과 새틴 가공이 결합된 3연식 브레이슬릿입니다. 6시 방향의 아래쪽으로 율리스 나르덴의 로고가 새겨진 피스가 있습니다. 브레이슬릿 사이의 틈이 상당히 넓은데 브레이슬릿의 구부러짐을 부드럽게 하지만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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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클은 양방향 디플로이언트 버클입니다. 율리스 나르덴의 로고가 새겨져 있는 쪽에 버튼을 양쪽에서 누르면 부드럽게 열립니다. 반대편은 약간의 힘을 주면 열 수 있는데 헐겁지도 뻑뻑하지도 않은 적당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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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착용샷입니다. 45mm는 역시 저에게는 커 보입니다. 손목 둘레가 20cm 이상인 분들이라면 잘 어울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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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스 나르덴의 마린 크로노미터는 화려한 유광 케이스에 부드러운 모서리 가공과 세부적인 디테일이 언제나 블링블링한 느낌을 강하게 주었습니다. 이제 인하우스 무브먼트 UN-188 까지 장착했으니 율리스 나르덴은 강력한 엔트리 모델을 갖게 되었습니다. 물론 가격도 올랐습니다. 리뷰 모델의 공식 가격은 1,480만원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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