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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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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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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언제나 케이스 오픈은 두근거립니다


까르띠에가 파인 워치메이킹(Fine Watchmaking)’이라고 쓰기 시작한 것은 2009년의 SIHH로 기억합니다. 같은 해 라 쇼드퐁의 축구 경기장 규모에 맞먹는 통합형 공장을 공개하기 시작하면서 파인 워치메이킹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SIHH 2008에서 공개한 발롱 블루 투르비용이 파인 워치메이킹의 시작점이라고 보고 있습니다만, 아무튼 컴플리케이션 레인지에 들어가는 모델을 파인 워치메이킹이라고 부른 것은 2009년부터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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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T를 촬영했던거라 화질이 좋지 않습니다. 현재 까르띠에 파인 워치메이킹을 구성하는 모델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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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오른쪽의 여성이 캐롤 포스티어, 왼쪽 첫번째 남성이 레볼루션의 발행인 웨이 코 선생입니다. (PT중 한 장면)

 

올해 SIHH에서 왕성하게 신제품을 선보인 메이커의 하나가 까르띠에입니다. manual7님의 리뷰를 통해 신제품에 대해 보다 자세하게 알 수 있었는데요. 로통드 드 까르띠에 미닛 리피터 플라잉 투르비용의 등장으로 지난 짧은 3년간 상당한 물량을 투입한 컴플리케이션 라인업에 잠깐의 쉼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배리에이션을 포함하여 총 47개의 컴플리케이션이 라인업에 올려놨는데 이렇게 짧은 기간 동안 매년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는 것은 물리적으로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에 가깝죠.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든든한 조력자들이 있어서 인데, 컨셉터인 캐롤 포스티어를 중심으로 한 내부 개발팀을 비롯 같은 리치몬드 그룹 내의 예거 르쿨트르, 피아제와 같은 매뉴팩처와 오데마 피게 르노 에 파피 같은 외부 스페셜리스트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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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통드 드 까르띠에 플라잉 투르비용

 

지금까지의 파인 워치메이킹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투르비용입니다. 라인업 하나당 하나의 투르비용이 있을 만큼이죠. 투르비용은 크로노그래프나 미닛 리피터와 함께 하기도 하지만 가장 많은 형태는 수동 투르비용입니다. 발롱 블루 투르비용에 탑재되었던 무브먼트인 칼리버 9452MC가 중심에 서 있습니다. 이것의 베이스 무브먼트라 볼 수 있는 것은 로저 드뷔에서 개발 사용 중인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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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버 RD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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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버 9452MC


올 해 전열을 가다듬은 로저 드뷔가 선보인 펄션(Pulsion) 투르비용에 탑재된 RD505SQ, 좀 더 정확하게는 엑스칼리버의 플라잉 투르비용에 탑재되었던 초기형 칼리버 RD02입니다. 현재의 RD02와는 스펙상으로 차이가 거의 없지만 파워리저브가 48시간에서 60시간으로 조금 늘어난 개선판으로 보입니다. 로저 드뷔는 2007년 리치몬드 그룹에 합류(?)할 때, 생산 시설의 일부를 넘기고 계속 독립적인 경영으로 할 것으로 알려졌었습니다. 생산 시설이 넘어가면서 매뉴팩처였던 로저 드뷔의 무브먼트 설계도 역시 넘어갔다고 봐야 하는데 가장 큰 수혜자가 까르띠에였습니다.칼리버 9452MC는 칼리버 RD02를 리디자인해서 탄생한 투르비용 무브먼트로 까르띠에의 이니셜 ‘C’를 따온 케이지 같은 까르띠에에 어울리는 변신이 이뤄지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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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통드 드 까르띠에는 파인 워치메이킹 전용 라인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심플하고 매끈한 라인을 뽐내는 라운드 케이스 디자인은 복잡한 컴플리케이션을 비롯 기능을 담기에 아주 좋은 그릇이 됩니다. SIHH 2010에서 첫 선을 보인 로통드 드 까르띠에 플라잉 투르비용은 칼리버 9452MC의 배리에이션이 탑재된 모델입니다. 다른 9452MC 배리에이션과의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스켈레톤 버전이라는 점인데 까르띠에는 이 스켈레톤 영역에서 고유한 스타일을 정착시킵니다. 일반적으로 스켈레톤이라고 하면 브릿지, 메인 플레이트의 면을 도려내고 최소한의 골격형태만 남긴 뒤에 장식 가공을 하는 기법으로 바세론 콘스탄틴의 스켈레톤 워치가 대표적인(모범적인?) 예라고 하겠습니다. 무브먼트의 다채로운 아름다움 중 그 하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새로운 형태의 스켈레톤이 등장합니다. 리샤르 밀에 의해 제안된 이것은 철근 콘크리트의 구조물을 만들 때 뼈대가 되는 철근 구조를 연상케 하는 기법입니다. 이것을 다시 로저 드뷔가 나름의 방식으로 소화하기도 하는데 일반적인 스켈레톤과의 차이점은 기존 무브먼트를 가지고 작업하는 게 아닙니다. 철근을 짜 맞추듯 구조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므로 완전히 다르죠. 까르띠에 이런 맥락이지만 또 다른 접근 방식을 보여줍니다. 리샤르 밀이나 로저 드뷔가 기계적인 느낌을 강조했다면 까르띠에는 클래식한 조형미를 드러냅니다. 까르띠에 워치 전반에 사용되는 로만 인덱스를 구조화 하면서 다이얼, 브릿지, 메인 플레이트를 하나로 집결시키게 됩니다. 칼리버 9452의 배럴, 기어 트레인, 케이지가 일직선으로 연결되는 특성을 잘 드러내는 스켈레톤 구조와 결합하게 되면서 다른 칼리버 넘버를 부여 받습니다. 로통드 드 까르띠에 플라잉 투르비용에는 칼리버 9455MC가 탑재되며 9452MC에 기초한 배리에이션 형태를 의미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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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버 9455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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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버 9455MC는 매우 심플합니다. 12시 방향에는 절반보다 조금을 더 드러낸 배럴, 배럴과 연결된 기어 트레인을 따라가면 6시 방향에서 케이지와 만나게 됩니다. 까르띠에 투르비용에서 시그니처가 된 C자 모양의 케이지가 달린 플라잉 투르비용으로 브릿지 없이 허공에 떠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빛을 마치 거울처럼 반사하는 이니셜 C의 피니싱이 인상적입니다. 리뷰의 모델은 케이스가 화이트 골드로 핑크 골드 케이스 베리에이션 하나 더 있습니다. 칼리버 9455MC는 배럴, 기어트레인, 밸런스 휠에 이르기까지 실버톤 입니다. 브라스로 만들어 노란빛을 띄는 기어, 역시 노란빛 혹은 금빛을 띄는 글르시듀르의 밸런스 휠을 떠올리면 확실히 특징적인 부분입니다. 기어(스템 제외)와 글루시듀르제 밸런스 휠은 로듐 처리해 얻을 수 있었던 컬러입니다. 이로 인해 화이트 골드 모델은 케이스와 더불어 차갑다는 느낌이 들 정도죠. 특유의 스켈레톤 구조와 컬러에 완전히 녹아 들어가 있습니다. 로만 인덱스의 뼈대는 저먼 실버(니켈 실버)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이왕이면 금으로 만들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봄직하지만 금의 경우 무르기 때문에 썩 적합한 소재가 아닙니다. 금을 무브먼트의 플레이트와 브릿지에 사용하는 프랑소와 폴 쥬른의 경우 핑크 골드를 사용하는데, 금 중에서는 가장 단단해서 입니다. (성분 구성도 케이스용과는 다소 다른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저먼 실버는 이런 입체형태의 뼈대를 만들기에 충분한 강성을 지녀 적합한 소재라고 판단하여 사용하였고 로듐 도금과 옐로우 골드 모델의 경우는 핑크 골드 도금이 되어있습니다. 옐로우 골드 모델의 무브먼트의 칼리버 넘버는 9453MC로 리뷰의9455MC와 다른데 구조적으로 동일하지만 부품 하나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정확하게 어떤 부품이라고는 본사 답변에는 없었습니다) 옐로우 골드 모델의 경우 실버톤의 무브먼트가 대비되어 도드라져 보입니다. 로마자 XII, III, IX와 바(Bar)로 이뤄지는 뼈대는 핸드 피니시가 이뤄집니다. 이 모델의 경우 얼마나 소요되는지 정확하게는 알 수가 없는데, 같은 기법을 사용하는 스켈레톤 포켓워치는 핸드 피니시에만 3일 정도가 소요된다고 합니다. 3시 방향에는 키리스(Keyless) 워크가 자리합니다. 크라운을 당기지 않은 포지션 0에서 와인딩, 포지션 1에서 시간 조정으로 기능만큼 조작은 간단합니다. 크라운은 지름 45mm 케이스에 어울리는 큼직한 크기이며 손가락으로 쥐기에 편리한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카보숑 사파이어가 세팅되어 있는데 실제로 봤을 때 짙고 어두운 블루 컬러가 상당히 매혹적입니다. 와인딩을 할 때 크라운을 통한 반응은 조금 무료하다고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메인 스프링의 저항 혹은 토크는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매끄럽고 부드럽게 크라운이 돌아갑니다. 시간 조정을 위해 크라운을 한 칸 당기고 크라운을 돌려보면 블루 스틸 처리한 분침과 시침이 사뿐하게 반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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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형태의 스켈레톤 모델이라 다이얼, 메인 플레이트 같은 명확한 경계가 없습니다만, 케이스 백 쪽에서 보면 케이스 소재, 시리얼 넘버(사진에서는 부득이 모자이크 처리했습니다)등의 각인과 무브먼트에서는 무브먼트의 개별 넘버(역시 모자이크 처리했습니다)와 정면에서 잘 보이지 않았던 기어트레인이 더 명확하게 보입니다. 더불어 제네바 실 역시 확인됩니다. 예전에 까르띠에의 개발 담당 디렉터에게 물어본 적이 있는데, 제네바 실을 받게 되는 무브먼트는 일반 무브먼트의 생산 비용보다 50%가량이 더 소요된다고 합니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하이엔드에서 필수조건인 높은 수준(되도록이면 완벽한)의 피니싱. 이것을 소비자 입장에서 쉽고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증명의 하나가 제네바 실입니다. 칼리버 9455MC는 스켈레톤이기 때문에 애초부터 숨거나 피해갈 수있는 여지가 더욱 없습니다. 부품의 숫자가 많지는 않은 편이지만, 특유의 스켈레톤 구조상 크고 면과 각이 많은 무브먼트 전체를 완벽하게 마무리 해야 합니다. 모서리를 다듬는 앵글라쥬, 뼈대이자 인덱스의 면 처리 등. 기능은 심플하지만 눈으로 즐길 수 있는 아름다움을 위한 노력이 발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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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골드의 지름 45mm케이스지만 스텔레톤 모델이라서 인지 그리 무겁지 않은 편입니다. 같은 케이스의 크로노그래프를 손목에 올려봤을 때와 무게감이 다릅니다. 두께는 10mm가 넘지만 지름과의 비율상 시각적으로는 슬림하게 느껴집니다. 러그를 보면 이미지처럼 대형의 스크류로 스트랩을 고정하는 듯하며, 이 스크류는 기능 이외에 디자인적 재미까지 고려한 요소입니다. 엘리게이터 스트랩을 사용했고 이미지에서 보시다시피 스트랩 측면까지 덮는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사소한 듯 하지만 스트랩 오더 메이드를 할 때 이 방식을 선택하면 가격이 제법 올라가죠. 제작자 입장에서는 손이 더 가는 고급 기법입니다. 버클은 이미지처럼 잠기게 됩니다.

 

로통드 드 까르띠에 플라잉 투르비용은 모던한 형태의 스켈레톤과 심플한 형태의 투르비용을 담백하게 즐길 수 있는 모델입니다. 좀 더 첨언을 하자면 제네바 실을 받은 무브먼트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좋은 예이기도 합니다. (사진으로 디테일을 보여드릴 수 없어 매우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메크로로 확확 땡겨서 찍어야 보여드리기에도 좋았을텐데요. 기회가 있다면 100mm메크로 렌즈라는 눈을 빌려 디테일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이 모델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고급 시계(무브먼트)의 증표로 오랜 기간 존재해 온 제네바 실에 대한 존중이랄까요? 작년 추가 규정이 포함되면서 변화에 대응하기 시작한 제네바 실과 제네바 실을 수호하고자 하는 메이커의 하나로 떠오른 까르띠에의 시계만들기를 가장 투명하게 보여주는 한 점의 시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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