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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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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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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회사가 만나 한 시계를 탄생시킵니다. 보베(Bovet)의 오탄타(Ottanta)는 명 자동차 디자인을 무수하게그려나가고 있는 피닌파리나와 보베가 만나 피닌파리나의 80주년을 자축하기 위해 3년간 공을 들인 작품입니다. (오탄타는 이태리어로 80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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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탄타 정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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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뒷면으로 스트랩을 뒤집어 끼우는 것으로 시계를 리버서블하게 사용가능합니다. 베젤과 케이스 백의 구분이 안되는 디자인은 다 이유가 있어서죠



이것을 보면 어떤 부분을 누가 담당했는지 명료합니다. 디자인은 피닌파니라, 그것을 현실로 끌어내는 작업은 보베가 맡았습니다. 모터리제이션이란 테마 아래 오탄타가 완성되는데, 지금까지 클래식을 기본으로 선보였던 보베의 다른 모델과 비교하면 가장 스포티하며 근미래풍의 모습니다. 그에 이어 올 해에는 크로노그래프 캄비아노가 선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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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비아노 크로노그래프


오탄타는 소량의 리미티드 에디관계로 이대로 끝난다면 굉장히 아쉽죠. 오탄타 디자인을 베이스로 차후에는 정식 라인업의 하나로 발전할 수 있겠다는 기대를 심어준 모델입니다. 캄비아노는 피닌파리나가 위치한 지명으로 이름에서 피닌파리나와의 지속적인 협업을 추측하게 해줍니다.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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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보베 스타일입니다. 스트랩을 상상속에서 지우면 회중시계처럼 보이는 디자인이죠. 12시 방향의 크라운. 러그는 다른 시계와 달리 케이스와 일체형 구조가 아니죠. 회중시계에서 손목시계로 이행되던 시기에 볼 수 있었던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때 회중시계에 와이어를 땜질한 다음에 스트랩을 연결했고, 지금도 회중시계를 손목시계로 변신시키는 취미가 있다면 애호하는 방식입니다. 보베는 이를 완성된 디자인으로 구축하고 자기의 것으로 가져옵니다. 이 디자인은 개성적이며 동시에 회중시계 시대의 향수를 자극합니다. 시계에 관심이 오래되다 보면 실제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빈티지 회중시계 하나 구입할까 하는 마음이 들곤 하죠. 문제는 단순한 소장용 혹은 장식용으로 쓰겠다고 마음먹고 구입한 회중시계이더라도 용도를 가지고 태어난 물건인 만큼 한번쯤은 용도에 맞게(?)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빈티지는 실제 사용에서 살짝 벗어난 물건이라 큰 오차 기계적인 트러블이 잠재해있죠. 용감하게 사용하다가 문제가 일어나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역시나 좀 아쉽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소장중인 시계를 하나하나 감아주고 닦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시계 매니아 중의 매니아이자 보베의 CEO인 파스칼 라피는 이런 마음을 일찍이 감지했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보베의 모델 중 아마데오(AMADEO) 컨버터블 시스템(AMADEO® Convertible System)이라고 써있는 것이 있습니다. 회중시계를 하나쯤 가지고 싶은 매니아의 마음이 반영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하나의 손목시계를 탁상, 회중시계의 3가지 방법으로 변환할 수 있는 시스템입니다. 사실 스트랩 한번 교환 하려고 해도 번거롭죠. 스크류 타입이 가장 편하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러그에 상처를 내기 십상입니다. IWC의 같은 방식은 이상적인 형태로 상처없이 간단하게 교환이 가능하지만 아마데오는 그 보다 편리합니다. 홀을 눌러야 할 툴조차 필요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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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방향의 러그 양쪽으로 푸시 버튼이 하나씩 있습니다. 이것을 좌우에서 동시에 누르면서 스트랩을 당기면 간단하게 하나가 분리 됩니다. 나머지 하나를 분리하려면 케이스 백에 있는 푸시 버튼을 열고 링 모양의 부품을 아래로 내리면서 스트랩을 살짝 당기면 역시 간단하게 분리 됩니다. 이렇게 스트랩이 분리되면 회중시계 형태가 됩니다. 크라운을 괜히 12시 방향으로 배치한 게 아니죠. 아까의 링 모양 부품을 각도 조절이 되므로 이미지처럼 시계를 세울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탁상시계입니다. 탁상시계 형태로는 의외로 쓸모가 많습니다. 키보드를 입력하거나 하는 책상 위에서의 업무가 많다면 시계를 풀고 진행하곤 하죠. 브레이슬렛 모델이라면 책상에 쓸리기도 하고, 스트랩은 버클과 마찰이 일어나기도 하니까요. 아까 탁상시계로 변신하기 이전에는 회중시계의 모양일 때에는 12시 방향의 러그에 체인을 결합하여 더욱 회중시계답계 연출 할 수 있습니다. 캄비아노와 결합된 이미지의 체인은 실버를 블랙 로듐 도금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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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구조는 심플합니다. 블랙 DLC처리한 베젤과 케이스백이 스테인리스스틸의 케이스를 샌드위치 합니다. 12시 방향 베젤의 곡선처리나 푸시 버튼을 제외하면 기교를 부린 부분이 없습니다. 하지만 새틴 가공한 케이스의 측면이나 DLC처리된 부분의 차분한 컬러가 좋군요. 주로 시선은 케이스 12시 방향에 있는 크라운이나 크라운 가드를 겸하는 러그로 집중됩니다. 크라운은 스크류 다운 방식인데 러그로 인해 잡을 수 있는 면적이 협소해지며 다소 불편합니다. 크라운 조작시는 비교적 문제가 없지만 돌려서 열고 다시 돌려서 넣을 때는 손끝에 힘이 들어가는군요. 시계가 멈추지 않는다면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다만심플한 케이스에 반해 다이얼은 복잡한데 정석적인 디자인이 아닐까 합니다. 케이스까지 복잡하면 정신이 없을 겁니다. 멀티 레이어 구성이며 플로팅 기법을 보여준 오탄타가 약간 연상되기도 합니다. 다이얼 바깥 부분에는 정교하게 프린트 된 타키미터, 빅 데이트 윈도우, 트리컴팩스 카운터가 자리합니다. 리벳 모양의 스크류가 사용되었고 카운터는 크기를 달리합니다. 9시 방향이 영구초침으로 스티어링 휠의 형태를 하고 있군요. 번개 모양의 푸른색 크로노그래프 핸드가 인상적인데 보베가 애용하는 바늘입니다. 레이어와 레이어의 틈 사이사이로 데이트 링이라던가 기어라던가 하는 메커니즘의 일부가 조금씩 비칩니다. 다이얼의 컬러는 새틴 처리한 챠콜(그레이?)로 블랙 DLC의 베젤과 조화롭습니다.

 

무브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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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셉토 2000시리즈로 위 이미지가 보베의 베이스 무브먼트와 가장 흡사합니다. 보베는 밸런스 휠에 웨이트가 없는 스무스 밸런스죠 


칼리버 13BA08. 베이스 무브먼트는 콘셉토(Concepto)의 칼리버 2000입니다. 이것을 모르고 보면 ETA의 칼리버 7750이라고 거의 100%가 생각할 겁니다. 저도 그랬고요. 콘셉토 칼리버 2000은 기본적으로 트리컴팩스(ETA로 치면 칼리버 7753)형태인데 보베의 경우 크라운이 12시 방향에 있기 때문에, 트리컴팩스 수정을 생략하고 다이얼을 반시계 방향으로 90도 회전시킨 뒤 빅데이트를 추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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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의 외관 자체는 ETA 칼리버 7750으로 생각할 수 밖에 없을 만큼 흡사합니다. 칼리버7750의 설계를 빌려왔기 때문으로 저는 이런 무브먼트를 제네릭으로 부릅니다. 무브먼트 설계의 대한 특허는 15년으로 알고 있습니다. 1970년대에 등장한 7750이기 때문에 이미 특허 권리가 상실된 지 오래죠. 그렇기 때문에 ETA이외에도 설계를 이용하여 무브먼트를 생산할 수 있고, 대표적인 제네릭 생산 업체가 셀리타(Sellita)입니다. 콘셉토도 그와 유사한 회사이며 칼리버 2000시리즈는 칼리버 7750에 대응하지만 베리에이션의 폭이 상당히 넓습니다. 칼리버 2000은 몇 가지 부분에서 칼리버 7750과 차이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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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색으로 표시된 부분이 트리오비스 레귤레이터로 미세 조정이 가능합니다. 

ETA의 칼리버 7750은 특유의 C자형 레귤레이터가 달려있죠. 이 부분의 변경으로 밸런스 콕의 형태도 변했습니다


우선 칼리버 7750의 특징인 C자형 레귤레이터 대신 미세 조정이 가능한 트리오비스 레귤레이터로 교체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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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빨간색 부분도 변경점입니다. 캠이 위치하는 자리로 수정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세부적인 변경점이 많습니다


브릿지의 형태도 다른데 컨셉토쪽이 훨씬 정리되어 있는 느낌이죠. 크로노그래프를 제어하는 캠에도 손을 댄 것으로 보입니다. 칼리버 2000의 베리에이션의 경우 컬럼휠 버전도 있는데 크로노그래프 캄비아노는 그것이 아닌 캠 버전입니다. 직접 만져보면 7750의 특성 그대로 입니다. 아마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7750과 구분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크라운을 감을 때의 감촉, 시간 변환시의 크라운 반응은 차이점이 없습니다. 로터가 공회전 할때의 느낌이나 로터가 돌며 와인딩이 될 때 끼릭끼릭하는 소리도 거의 같죠. 허나 푸시 버튼을 누를 때의 반응은 생각보다 딱딱합니다. 10년 전의 태그 호이어에 탑재된 칼리버 7750을 누를 때 느낌이 그랬는데, 푸시 버튼의 위치나 모양, 시계의 파지 방식 때문일 수도 있지만 다소 힘을 줘야 눌러집니다. 캠 방식의 경우 스타트 시와 스톱시의 푸시 버튼의 압력이 현저하게 달라진다는 단점이 있죠. 이 모델의 경우 압력이 갭이 크지 않은 점이 독특하더군요. 수정된 부분과 연관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작 체계는 크라운 포지션 0에서 수동 와인딩, 1에서 날짜 조정으로 빅 데이트 방식이라고 다른 조작법이 있지는 않습니다. 일반적인 날짜 조정방식과 같고 단지 십의 자리가 변할 때의 모션이 재미있습니다. 2에서는 시간 조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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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니싱은 한마디로 깔끔합니다. 7750이나 다른 제네릭에서 찾아 보기 어려운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페를라쥬와 제네바 스트라이프를 이용한 가공이죠. 보베는 샌드블라스트를 기법을 이용했습니다. 특별한 장식 가공이 없는 금도금된 무브먼트를 사용한 회중시계에서 종종 볼 수 있는데 독특하게 광택이 억제된 그레이 톤을 띄고 있네요. 화려하지는 않지만 현대적이며 세련된 느낌으로 케이스와 조화롭습니다. 세부 가공을 더 살펴보면 상단 브릿지와 로터에 앵글라쥬 가공이 되어 있습니다. 블루 스틸 스크류의 경우에도 조금 더 정성이 더해진 것 같습니다. 칼리버 7750의 경우도 블루 스크류가 애용됩니다만, 나사 홈 부분만은 파랗지 않고 실버 그대로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두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는데 화학처리이거나 도금 때문에 홈 부분이 열처리에도 변하지 않거나 이죠. 이미지에서 보면 나사 홈까지 파랗습니다. 칼리버 7750과 그 설계를 사용하는 모든 무브먼트를 아우러 봐도 그 중에서 수준급의 피니싱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고급 수정이 이뤄졌고 또 고급스러운 피니싱이 역시 이뤄졌지만 태생적인 부분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습니다. 우리가 종종 보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 일부 설명을 드렸지만 종합적으로 이 무브먼트의 가치나 시계에 적합한가에 대한 판단은 여러분의 몫일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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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파스칼 라피(Pascal Raffy) 

 

보베라는 메이커가 아직은 생소하실 겁니다. 저는 보베가 런칭하기 조금 이전부터 알고 있었는데 앞서 말했던 독특한 디자인 때문에 조사(?)해 보았었죠. 연간 제품 생산량이 약 2000개 정도로 굉장히 적은 수치입니다. CEO인 파스칼 라피의 철학과도 연관이 있고 기본적으로 타겟 프로덕션의 성격이 강합니다. 타겟 프로덕션은 여러가지로 설명이 가능하지만 여기서는 조금 취향타는 시계라고 해두죠. 하지만 단순히 몇몇 사람의 취향에 맞는 시계를 만드는 메이커는 아닙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매뉴팩처의 하나로 파스칼 라피가 보베를 인수하면서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데 가장 핵심은 STT의 인수였습니다. STT는 투르비용 에보슈를 비롯 자동 무브먼트등을 생산하던 곳으로 인수되며 디미어 1738로 이름을 바꿉니다. 디미어 1738에서는 보베의 제품을 비롯 STT에서 해왔던 일들이 이어지는 듯합니다. 투르비용 같은 컴플리케이션을 공급해주는 역할도 하는데 숨은 실력자라고 할까요. 그 외에도 다이얼 같은 외장 부품도 보베의 하우스에서 생산되어 외부로 공급됩니다. 또 보베는 파르미지아니, 쇼파드(제네바도 있지만)와 함께 스위스 플러리에 지역에 위치한 연합전선(?)의 일원으로 더욱 더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되는 매뉴팩처로 기억하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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