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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CHERON CONSTANTIN QUAI DE L'ILE day-date and power-reser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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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SIHH를 통해 데뷔한 바쉐론 콘스탄틴 케드릴의 첫인상은 강렬했습니다. 넘치는 카리스마에 그로테스크한 야성미가 "바쉐론이 이런 시계를...?" 하는 짜릿한 상식의 반전에서 오는 놀라움이었습니다. 250년이 넘는 역사 속에 파텍 필립과 함께 항상 '최고'였던 바쉐론 콘스탄틴은 세대를 초월하는 시계를 만드는 우아하면서 보수적인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케드릴이 위블로나 파르미지아니 같은 브랜드에서 만든 시계라면 그러려니 생각했을 수도 있겠지만 바쉐론 콘스탄틴의 케드릴은 마치 고전미인 이영애가 스모키 화장을 하고 퇴폐미 물씬 풍기는 팜므파탈로 변신한 '친절한 금자씨'를 봤을 때와 같은 이질적인 느낌을 줬습니다.

 

SIHH나 바젤월드 페어 등을 통해 전해지는 시계 동향을 보면 항상 초복잡시계라든가 기괴한 형태의 시계들이 뉴스의 중심이 되곤 합니다. 최고이기 때문에 보수적인 노선을 걸을 수 밖에 없었던 바쉐론 콘스탄틴 같은 회사는 화제의 중심에서 뒤로 밀리는 느낌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바쉐론 콘스탄틴은 절치부심, 분기탱천하여 250년 이어져 온 회심의 무림 필살기를 펼침으로써 각 사파들의 준동을 정리하고 시계 무림을 평정하려는...이런 소설을 써 봅니다... ^^; 아무튼 케드릴이 세상에 선보이기 까지는 바쉐론 콘스탄틴 내부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있었을 거라는 예상을 해 봅니다.

 

케드릴은 현존하는 최강의 위조방지 기술을 시계에 도입하고 자신만의 시계를 갖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한 맞춤형 주문 시스템이라는 혁신적인 컬렉션입니다.

 

무브먼트가 훤히 보이는 반투명 디스크 형태의 다이얼 위에 초소형 문자출력, 보안잉크, 눈에 보이지 않는 UV 표시기술 등 스위스은행이 어음, 수표 등에 쓰고 있는 위조 방지 시스템을 시계에 최초로 도입했습니다. 소위 짝퉁과의 전면전을 선포한 느낌입니다. 따라 할테면 따라 해 보라는... 기존의 시계 업체들이 짝퉁에 대해 어느 정도 거리감을 두고 초연한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인 인상입니다. 어찌 보면 브랜드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 너무 까칠하고 신경질적이라는 반응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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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맞춤형 주문 시스템입니다.

 

사실 19세기 시계가 완전한 수공으로 만들어 지던 시대에는 누구나 시계를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주문했습니다. 하지만 대량 생산 시대를 맞고 있는 지금의 고급 시계시장에서는 바쉐론콘스탄틴의 시도는 신선한 발상입니다. 케드릴 라인을 구입하는 고객이라면 크게 케이스, 다이얼, 무브먼트, 마무리, 스트랩 등 크게 일곱 가지 부분에서 색깔, 재질 등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각자 개성에 맞게 연출되는 조합 수만 400여 가지가 가능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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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드릴의 케이스 구성도를 통해 다양한 변형 모델이 가능하다는 점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듭니다.

 

"인간은 주체적인 결정을 하면 반드시 후회한다"는 심리학적 명제를 감안하면 주문자가 조합한 케드릴의 최종 결과물이 그사람에게 아주 만족스런 결과를 주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내가 한 조합 말고 다른 조합을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는 케드릴을 구입한 사람이라면 한번쯤 생각해 보았음직한 일입니다. 세상에~ 바쉐론을 산 사람들이 후회를 하다니... 이 예측하지 못한 결과는 바쉐론 콘스탄틴 역시 당황스러운 일임에 틀림 없습니다.

 

예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돈 많고 시계는 잘 모르는 소심한 A씨는 바쉐론 콘스탄틴 홈페이지에 있는 케드릴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런저런 조합을 해 봅니다. 처음에는 이런 저런 조합하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하지만 400여 가지 조합 중 하나를 선택하려고 하니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기 시작합니다. 조합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입니다. 친구들에게 조언도 구하고 인터넷을 뒤져 이런저런 정보들을 조합한 후 한가지를 결정해 주문했는데 나에게 도착한 시계가 애초에 시뮬레이션으로 상상했던 그 느낌이 아닙니다.  A씨는 당혹스럽습니다과연 내가 조합한 케드릴을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봐 줄까하는 소심한 생각이 자꾸 머리 속을 맴돕니다. 패션 감각이 좋은 친구 B가 이런 꾸질꾸질한 조합을 했냐고 비웃을 것 같아 자꾸 후회됩니다. 당장 바쉐론 콘스탄틴 부띠끄로 달려가 환불하고 싶어 집니다. 이런 복잡한 일을 고객에게 전가시키는 바쉐론 콘스탄틴이 원망스럽기까지 합니다. 이런 말이 당장 튀어나올 것만 같습니다.

 

"바보야, 전문가는 당신들이란 말이야!"

 

A씨의 사정은 안타깝지만 바쉐론 콘스탄틴은 케드릴을 통해 좀 더 젊고 진취적인 이미지를 획득하는데는 성공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계 비전문가가 조합한 자신의 시계를 실제 받았을 때 자신의 상상한 그것과 틀릴 수 있다는 리스크를 감당하기에 케드릴의 가격은 너무 비쌉니다. 차라리 바쉐론을 믿고 바쉐론이 만들어 준 컬렉션 내에서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옛 방식이 보수지향적인 바쉐론 소비자들에게는 더 합당한 방식이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바쉐론은 이에 튀지않고 클래식한 얼굴의 '무난한 케드릴'을 선보입니다. 발빠른 대응입니다.

 

오늘은 2011년 새롭게 케드릴 컬렉션에 중 하나인 QUAI DE L'ILE day-date and power-reserve (Ref. 85050/000R-I0P29)을 리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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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습니까? 첫인상부터 무난한 스타일이지요~  ^^

 

다이얼 하나 솔리드 형태로 바뀌었을 뿐인데 느낌이 많이 담담하고 차분해 졌습니다. 그 외에 케드릴의 유전자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선택 폭 또한 줄였습니다. 또 다른 모델은 측면 부분이 티타늄으로 된 모델이 있습니다. 2가지 모델 중 하나만 선택하면 됩니다.

 

 

 

Case

 

쿠션케이스 형태에 사이즈는 41mm 입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사이즈인데 로즈골드 소재의 케이스는 묵직하면서 중후한 맛을 풍깁니다. 위아래로의 길이가 50.50mm이며 두께가 12.90mm이기 때문에 41mm 사이즈의 원통형 시계들보다는 더 크게 느껴집니다. 각 파츠를 조립한 형태이다 보니 입체감이 어느 시계보다 뚜렷합니다또한 베젤과 러그는 광택 처리했으며 측면은 반광택의 새틴 처리를 해 밋밋한 맛을 피했습니다. 조립식 케이스이기 때문에 방수는 30mm 밖에 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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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한 근육질 느낌의 첫인상과는 달리 세세히 보여지는 시계의 전체적인 상하좌우 라인은 유선형 형태이며 부드러운 엣지 라인은 최상의 케이스 가공 능력을 보여 줍니다. 측면에서 보면 케이스와 곡면 글래스, 스트랩이 마치 하나의 곡선처럼 연결감을 주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세세한 가공 상태로 인해 손목에 부드러운 착용감을 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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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션케이스 형태이기 때문에 스트랩과 케이스가 빈틈없이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보이는 것이 특징인데 러그가 숏다리처럼 좀 짧아 보입니다. 스트랩은 파네라이처럼 나사 형태로 장착되어 있습니다.


크라운은 말테크로스 문양이 양각된 형태로 케이스의 약간 아래쪽에 위치해 있으며 케이스의 각진 형태와는 달리 둥글둥글한 느낌입니다. 케이스와 약간의 유격을 유지하고 있고 크기도 충분히 커 조정하기에 불편함이 없도록 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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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 방향 옆면에는 요일창 조정을 위한 매립형 버튼이, 4시 방향 옆면에는 날짜창 조정을 위한 버튼이 있습니다.

 

 

 

 

Dial & Hands

 

 

부엉이 스타일의 볼륨감이 돋보이는 다이얼입니다. 사진상으로는 화이트에 가깝지만 실제 보면 실버 다이얼입니다. 다이얼의 표면은 수직방향으로 브러쉬드 처리되어 있습니다. 핸즈와 아워 인덱스는 케이스와 같은 로즈골드 색상입니다. 서브다이얼과 6시 방향의 파워리저브 핸즈는 티타늄 색상으로 강인한 느낌을 줍니다. 핸즈의 색상차가 뚜렷해 시인성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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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투명 디스크 형태의 다이얼이 주던 다이나믹한 입체감을 어느 정도 보완하기 위해서 서브다이얼을 비롯해 인덱스가 상당한 두께감을 줍니다. 핸즈가 서로간의 운행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 중앙의 시, , 초 핸즈가 다른 시계보다 높이 운행하고 있다는 것도 흥미있습니다.

 

시 인덱스를 보면 바 인덱스와 아라비아 인덱스가 적절히 조화되어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표면은 브러쉬드 처리되어 있는데 모서리 부분은 부드럽게 곡면 광택처리 해 준 것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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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와 5시 사이에 위조방지를 위한 자외선에서만 볼 수 있는 표시가 있습니다.

 

 

 


Movement

 


사파이어 크리스탈 시쓰루 타입의 케이스백을 통해 본 무브먼트는 케드릴 전용 무브먼트인 2475 SC-1입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명성에 걸맞는 잘 마무리된 최상급의 무브먼트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다른 시계를 볼 때 보다 감흥이 떨어지는 것 같은데 그 이유는 이 시계가 바쉐론 콘스탄틴이 만들었기 때문인 것 같은데, 바쉐론 콘스탄틴이면 이정도 무브먼트 피니쉬는 해 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아무튼 단방향 감기 방식의 오토매틱 무브먼트는 보이지 않는 곳까지 세세하게 잘 마무리되어 있습니다. 쇳조각 하나하나를 정성스럽게 갈고 닦은 흔적이 역시 최고의 브랜드답다는 느낌이 듭니다. 제네바 홀 마크가 당당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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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 홀마크는 스위스 제네바 연방정부가 19세기 후반에 처음 부여되기 시작했으며 연방정부가 인증하는 높은 수준의 무브먼트에만 주어집니다. 제네바 연방정부가 위조와 모조품에 대항하기 위하여 제네바 칸톤 지역의 위치메이커들에 의해 제작된 시계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 졌습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세기가 넘도록 이 마크를 획득한 몇 안 되는 회사 중 하나입니다.

 

2475 SC-1 무브먼트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케드릴을 위한 무브먼트입니다. 무브먼트의 앞면이 반투명 디스크를 통해 앞에서 보여지기 때문에 무브먼트의 색감에도 특별히 신경 쓴 무브먼트입니다. 하지만 이 모델의 경우 불투명 솔리드 다이얼이기에 이 모습을 볼 수가 없습니다.

때문에 더 아쉬워 지는 건 로터입니다. 반투명 다이얼 모델의 경우 앞면과 뒤면에서 보여지는 무브먼트의 균형미를 위해서 일거라고 이해하지만 이 모델의 경우에는 앞면에서 무브먼트를 볼 수 없으므로 무브먼트를 볼 수 있는 것은 뒤면 뿐입니다. 그런데 거무튀튀한 로터가 무브먼트의 반을 가려버리고 있으니 말입니다.

 

로터는 최상의 소재라는 22K 골드 소재에 표면을 루테늄 코팅 처리했습니다. 이 때문에 루테늄 특유의 진회색 색상은 무브먼트를 좀 더 파워풀하게 보이게 합니다. 로터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4개의 구멍을 내 준 것도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케드릴 특유의 다이나믹하고 그로테스크한 페이스와 잘 어울리는 무브먼트임은 틀림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케드릴은 좀 더 부드러워진 페이스를 갖고 있는 만큼 바쉐론의 다른 컬렉션에서 사용되는 호사스런 골드 로터를 그대로 썼어도 무방했을 듯 합니다. 5개의 줄무늬도 너무 단순해 보이고 바쉐론 콘스탄틴의 말테 크로스라도 좀 새겨 넣었더라면 좀 더 고급스럽고 화려해 보였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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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2475 SC-1
Energy: automatic
Thickness (mm): 5.70
Diameter (mm): 26.20 (11''' ¼)
Number of parts: 264
Number of jewels: 27
Frequency: 4 Hz (28'800 v.p.h.)
Power-reserve (hours): 40 approx.
Indication: hours, minutes, central second, hand-type calendar, day of the week
Certification: Hallmark of Geneva

 

 

 


Strap & clasp

 

 

다크브라운의 악어가죽 스트랩은 최상의 품질입니다. 광택이 돋보이고 케이스 연결감을 위한 두께도 좋다. 23/20mm의 정말 특이한 사이즈의 스트랩인데 당연히 호환성은 떨어집니다.


스트랩의 길이는 살짝 짧은 느낌이 드는데 표준사이즈의 손목은 가진 저에게는 딱 맞지만 손목이 두꺼운 사람에게는 조금 짧은 듯 합니다. 촘촘하게 난 8개의 구멍은 누가 차더라도 착용감에 문제가 없을 듯 합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로고인 말테 크로스를 형상화 한 버클은 케이스와 같은 로즈골드 소재로 극강의 화려함을 보여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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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남같은 강렬한 케드릴도 좋지만 온화한 얼굴에 외유내강 케드릴도 좋습니다. 같은 케드릴이지만 다른 느낌의 케드릴이 추가되면서 다양한 소비자의 취향에 맞춤대응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결국 기존의 케드릴 컬렉션에 2개의 컬렉션이 추가된 것이고 선택폭이 더 늘어난 것이기 때문에 어떤 케드릴을 고를까 고민하는 A씨의 고민을 더 크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걱정은 됩니다. ^^;

 

"A, 400가지 중 어떤 걸 할까 고민하셨죠이젠 402가지 중 하나를 골라 보세요~!!"

 

애초에 자신만의 케드릴을 선사 하겠다는 바쉐론 콘스탄틴의 발상은 좋았습니다만 케드릴을 가진 사람이 평생 동안 똑같은 케드릴을 가진 사람을 만날 확률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냥 담담하게 내 손목 위에서 자신의 광채를 은은하게 뽐내는 정도로 존재해 주는 것이 더 오래도록 사랑받는 케드릴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끝으로 리뷰를 통해서 잠시나마 바쉐론 콘스탄틴의 케드릴을 손목에 올려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는 것은 저에게는 영광이었습니다. 케드릴은 제가 소유하기에는 너무 먼 곳에 있습니다. 페이스가 부드러워 졌을 뿐 가격이 부드러워 진 것은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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