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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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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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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파네라이(Panerai)의 라인업은 크게 ‘루미노르’와 ‘라디오미르’, 루미노르에서 다이어트를 시도한 ‘루미노르 두에’, 루미노르를 현대적인 다이버 워치로 발전시킨 ‘섭머저블’로 나뉩니다. 적통은 역시나 앞서 나온 라디오미르와 루미노르입니다. 근래 브랜드를 대표하는 루미노르도 결국에는 라디오미르에서 비롯했으니, 파네라이의 뿌리는 라디오미르라 할 수 있습니다. 라디오미르는 1916년 파네라이가 라듐을 기반으로 개발하고 특허를 취득한 동명의 야광 물질에서 유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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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파네라이는 주요 컬렉션을 야광 물질에 따라 라디오미르와 루미노르(1949년, 트리튬 기반의 야광 물질)로 구분했는데요. 21세기를 기점으로 야광 염료에 방사능 물질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서, 라디오미르와 루미노르는 이제 케이스 형태로 구별합니다. 잘 알려진 대로, 1956년 특허를 취득한 크라운 가드가 있는 건 루미노르, 없는 건 라디오미르라 하죠. 상대적으로 심플한 라디오미르는 다시 1940년대 라디오미르의 디자인을 계승한 ‘라디오미르 1940’과 와이어 러그로 이루어진 ‘라디오미르’로 나누곤 했습니다만, 지금은 따로 구분하지 않고 전부 라디오미르로 통칭합니다. 일반적인 러그가 달린 부티크 에디션 PAM00995 역시 라디오미르로 지칭하지만, 따지고 보면 라디오미르 1940 라인에 속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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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미르 PAM00995는 지난 2019년 첫선을 보였습니다. 당시 파네라이는 우리말로 ‘밀리터리 그린 에디션’을 가리키는 에디찌오네 베르데 밀리타레(Edizione Verde Militare)를 주제로 4종의 라디오미르 신제품을 선보인 바 있습니다. PAM00995는 네 형제 중 막내에 해당합니다. 당시 블랙 세라믹 케이스로 무장한 PAM00997, GMT 기능을 겸비한 PAM00998,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와 GMT 기능을 지원하는 PAM00999와 함께 나와 엔트리 역할을 맡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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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M00995는 역시나 국방색을 연상케 하는 얼굴에 시선이 단번에 꽂힙니다. 다이얼은 파네라이가 자랑하는 샌드위치 구조입니다. 아래쪽은 과거 라디오미르(야광 염료)가 떠오르는 베이지색 슈퍼루미노바를 도포한 원판이고, 실질적인 다이얼 역할을 하는 위쪽은 인덱스를 큼지막하게 오픈워크 처리하고 모델명 및 원산지를 프린팅했습니다. 표면은 밀리터리 그린 컬러에 맞춰 매트한 질감이 느껴지도록 무광 가공했습니다. 파네라이 특유의 연필 모양 시/분침과 귀여운 초침은 특별한 모델에 걸맞게 골드로 만들었습니다. 각 핸즈 표면에는 어김없이 인덱스와 원판의 컬러와 동일한 슈퍼루미노바를 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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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미르’표 둥굴둥굴한 쿠션 케이스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했습니다. 방수 사양은 100m. 직경은 45mm, 두께는 12mm로 파네라이 시계치고는 얇습니다. 곡선을 한껏 살린 표면은 무광의 다이얼과 대비되게 전체를 유광으로 마감했습니다. 다이얼을 덮는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라스는 돔형입니다. 측면에서 보면 상당한 왜곡이 일어나지만, 그만큼 복고적인 분위기가 납니다. 케이스 뒷면은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삽입해 파네라이에서 직접 개발한 무브먼트를 당당히 드러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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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면을 가득 채우는 무브먼트는 자동 인하우스 칼리버 P.4000입니다. 시간당 진동수는 28,800vph(4Hz), 파워리저브는 3일입니다. 더블 배럴이 안정적인 토크와 함께 충분한 파워리저브를 보장합니다. 두께는 3.95mm로 파네라이의 여느 수동 무브먼트와 비슷합니다. 무브먼트와 같은 높이에 설치한 마이크로 로터 덕분입니다. 무브먼트를 덮는 풀 로터처럼 로터가 무브먼트 감상을 방해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감상의 재미를 더합니다. 표면에 브랜드명 및 로고를 각인한 이 로터는 비중이 큰 텅스텐 합금으로 충분한 회전력을 확보하며 와인딩 효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마이크 로터의 약점까지 어느정도 보완했습니다. 칼리버 P.4000은 타임 온리 무브먼트이기에 크라운 포지션 0에서는 와인딩, 1에서는 시간을 맞출 수 있습니다. 수동 무브먼트까지는 아니지만, 일반적인 자동 무브먼트에 비해 와인딩하는 맛도 제법 있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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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랩은 원래 파네라이 특유의 브라운 폰테 베키오(Ponte Vecchio) 가죽 스트랩이 기본이고 추가로 직물 스트랩을 제공하지만, 리뷰 모델은 ‘줄질’을 통해 스트랩을 바꿨으니 참고 바랍니다. 파네라이 시계는 ‘줄질’이 또 묘미입니다. PAM00995는 그런 면에서 약간 아쉬울 수 있습니다. 스프링 바에 스트랩이 끼워져 있습니다. 스프링 바가 일반적이긴 하지만, 요즘 인터체인저블 시스템이나 파네라의 전통적인 스크루 방식보다 ‘줄질’이 까다로운 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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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파네라이에서 한정 생산하는 밀리터리 그린 에디션은 흥행을 보장합니다. 과거 그 유명한 섭머저블 ‘브론조’가 그랬고, 전 CEO 안젤로 보나티(Angelo Bonati)가 파네리스티를 위해 마지막 선물로 남긴 루미노르 PAM00911이 그랬습니다. 리뷰 모델 PAM00995(출시 당시 1388만원) 역시 크라운 가드가 없는 라디오미르임에도 히트를 쳤고요. 또 어떤 모델이 다음 시리즈로 나올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변이 없는 한 흥행 신화를 이어가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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