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58 지오스피어 크로노그래프 0 옥시젠 LE290

>> 관련 리포트 바로가기

-1858 아이스드 씨 오토매틱 데이트

>> 관련 리포트 바로가기

올해 몽블랑(Montblanc)의 키워드 역시도 1858이었습니다. 201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흐름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는 1858 레드 애로우 LE88, 1858 지오스피어 크로노그래프 0 옥시젠 LE290과 같은 모델로 라인업을 살찌우는 것은 물론 다이버 워치로 분류되는 1858 아이스드 씨 오토매틱 데이트를 통해 세계관까지 확장했습니다. 다이버 워치를 베이스로 GMT 기능을 추가한 1858 GMT 오토매틱 또한 빼놓을 수 없고요. 

-20세기 초 제작된 미네르바의 군용 시계

근 몇년간 브랜드를 이끌어온 1858은 몽블랑 빌르레 매뉴팩처의 전신인 미네르바의 창립 연도를 가리킵니다. 미네르바에 헌사하는 의미를 담은 1858 컬렉션은 지난 2015년 첫선을 보였습니다. 미네르바가 창립 160주년을 맞은 지난 2018년에는 20세기 초 탐험가들이 사용하기도 했던 미네르바 군용 시계에서 착안해 산악 탐험 정신을 고취하기에 이릅니다. 주요 디자인은 로고까지 몽블랑이 1930년대 쓰던 몽블랑 산 모양 로고를 도입하는 등 철저하게 복고풍을 지향했습니다. 하나의 명확한 주제를 확립한 1858 컬렉션은 이후 대대적인 리뉴얼을 통해 거침없이 외연을 확장해 나가게 됩니다. 이때 라인업의 중심을 잡은 모델이 1858 지오스피어입니다.  

지오스피어를 비롯한 1858 컬렉션은 전환점이 된 2018년부터 계속해서 메인 컬러를 바꿔 오고 있습니다. 2018년은 산 정상을 가리키는 검은색, 2019년은 산속의 숲에서 비롯한 초록색, 2020년은 빙하와 눈 덮인 산악 지역을 의미하는 푸른색을 각각 그 해의 색으로 채택한 바 있습니다. 트렌드와는 별개로 산악 탐험과 관련된 고유한 테마를 각 컬러에 덧씌워 의미를 부여한 셈입니다. 

가장 나중에 나온 1858 지오스피어 블루는 다이얼 컬러가 짙푸릅니다. 다이얼 외곽으로 갈수록 검은색에 가까워지는 그러데이션 효과도 전작인 그린 모델보다 좀더 선명합니다. 짙푸른색과 검은색의 경계도 명확해 보입니다. 몽블랑은 이러한 컬러를 가리켜 스모키 블루라 부릅니다. 다이얼 디자인은 컬러를 제외하면 블랙, 그린, 블루 세 모델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먼저, 복고풍의 커시드럴 핸즈와 큼지막한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는 1858 컬렉션의 모티프가 된 미네르바의 20세기 초 군용 시계에서 비롯했습니다. 플린지에 표시한 레일 로드 미니트 트랙은 고전적인 분위기를 한껏 돋웁니다. 다이얼 위아래로는 지구를 반으로 갈라놓은 듯한 반구형 디스크가 자리합니다. 예상대로 12시 방향은 북반구, 6시 방향은 남반구를 각각 가리킵니다. 주요 대륙을 섬세하게 묘사한 각 반구에는 하늘색으로 표시한 7개의 점이 있습니다. 각 점은 세계 칠대륙 최고봉(Seven Summits, 이하 세븐 서밋)의 위치를 표시한 것이라 합니다. 각 반구에서는 해당 표식과 같은 색으로 그은 선도 하나씩 볼 수 있는데요. 세계 표준시의 기준이 되는 본초 자오선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반구 주위로는 낮밤을 구분한 24시간 인디케이터가 위치합니다. 반구 디스크는 이 인디케이터에 맞춰 하루에 1회전하며 각 대륙의 시간을 대략적으로 표시합니다. 일종의 월드타임 기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셈입니다. 다이얼 3시 방향에는 1858 컬렉션임을 드러내는 로고와 날짜 창이, 맞은편 9시 방향에는 세컨드 타임을 표시하는 서브 다이얼이 서로 마주보고 있습니다. 

1858 지오스피어 스모키 블루 다이얼 버전은 핸즈와 각 인덱스, 반구의 대륙에 하얀색 슈퍼루미노바를 도포했습니다. 베이지색으로 복고적인 분위기를 냈던 전작(블랙, 그린 다이얼 버전)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아무래도 복고풍보다는 빙하와 눈 덮인 산악 지역에서 비롯한 테마에 좀더 집중한 것으로 보입니다. 야광도 초록색이 아닌 푸른색으로 빛납니다. 양방향 회전 베젤의 네이비 세라믹 인서트에 새긴 동서남북 방위 표식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직경 42mm, 두께 12.8mm의 케이스 사이즈는 이전 시리즈와 동일하지만, 소재는 스틸(블랙 다이얼) 또는 브론즈(그린 다이얼)에서 보다 가볍고 튼튼한 그레이드 5 티타늄으로 바뀌었습니다. 덕분에 시계 착용감도 더 좋아졌습니다. 어떻게 보면 탐험가의 시계를 지향하는 1858 지오스피어에는 여러모로 티타늄이 더 잘 어울리지 않나 싶습니다. 티타늄 특유의 컬러가 스모키 블루 다이얼과도 잘 맞고요. 케이스 표면은 새틴 브러시드 가공을 중심으로 모서리는 폴리시드 처리하며 입체감을 살렸습니다. 양각으로 정교하게 몽블랑 로고를 새긴 크라운은 크기가 적당한 편이라 조작하기 좋습니다. 방수 사양은 100m입니다. 케이스백은 아쉽게도 막혀 있습니다. 대신 산악 탐험 정신을 강조하는 몽블랑 산과 등산용 아이스 피크를 중앙에 정교하게 조각했습니다. 테두리에는 방수, 소재 등 시계와 관련된 각종 정보가 새겨져 있습니다. 끝부분에는 에베레스트, 킬리만자로 등 다이얼에 표시한 세븐 서밋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탑재한 무브먼트는 자동 칼리버 MB 29.25입니다. 셀리타의 범용 무브먼트 SW300-1을 베이스로 자체 개발한 월드 타임 모듈을 추가했습니다. 시간당 진동수는 28,800vph, 파워리저브는 42시간입니다. 크라운 포지션 0단에서는 수동으로 와인딩이 가능하고, 세컨드 타임을 지원하는 무브먼트답게 1단에서는 시침만 한 시간 단위로 조작할 수 있습니다. 날짜는 시침의 움직임에 따라 바뀝니다. 2단에서는 분침을 움직여 시간을 맞출 수 있습니다. 이때 북반구와 남반구 디스크도 함께 작동합니다. 9시 방향 세컨드 타임은 케이스 좌측면 코렉터를 통해 조작할 수 있습니다. 해당 무브먼트를 탑재한 지오스피어는 1858 컬렉션의 다른 제품과 마찬가지로 500시간에 걸쳐 진행되는 엄격한 품질 인증 테스트를 거칩니다. 약 3주 동안 사용자가 시계를 실제 착용한 상황을 가정하고 오차, 방수, 크라운 조작, 충격 등 신뢰성과 직결되는 항목에 관해 검사한다고 합니다.  

스트랩은 정석대로 다이얼과 코드를 맞췄습니다. 짙푸른색에서 외곽으로 갈수록 검은색에 가까워집니다. 해당 스트랩을 스푸마토(Sfumato, 자욱하다는 뜻의 이탈리아어 ‘스푸마레’에 유래) 카프 스트랩이라 부르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다이얼과 동일한 컬러 조합에 따라 스트랩 끝부분에는 흰색 스티치 장식을 더했습니다. 가죽 스트랩 외 또 다른 옵션으로 스틸과 티타늄을 혼용한 메탈 브레이슬릿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제품 가격 역시 그에 따라 달라지겠죠. 가죽 스트랩 모델(Ref. U0125565)은 791만원, 메탈 브레이슬릿 버전(Ref. U0125567)은 834만원입니다. 

1858 지오스피어는 요즘 몽블랑의 간판으로 지난 4년간 쉼없이 달려 왔습니다. 블랙, 그린, 블루는 물론 리미티드 에디션에 한해 브라운, 그레이, 레드 컬러 다이얼을 선보이는 등 컬러 팔레트도 꾸준히 확장해 나갔습니다. 단순히 다이얼 컬러 베리에이션만 늘린 것도 아닙니다. 브론즈 케이스 또는 특수하게 에이징 처리한 빈티지풍의 케이스도 과감히 도입했습니다. 올해는 마침내 크로노그래프를 조합한 1858 지오스피어 크로노그래프 0 옥시젠 LE290을 통해 기능성에서도 확장 가능성을 내비쳤고요. 추후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새롭게 돌아올지, 지금보다 1858 지오스피어의 다음 챕터가 더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