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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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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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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첩보물 007 시리즈와 오메가(Omega)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오메가 시계, 특히 씨마스터가 1995년 ‘골든아이(GoldenEye)’부터 우여곡절 끝에 올해 개봉한 ‘노 타임 투 다이(No Time to Die)’까지 한 편도 빼놓지 않고 영화에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씨마스터 다이버 300M, 씨마스터 플래닛 오션 600M, 씨마스터 아쿠아테라, 씨마스터 300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씨마스터가 한 번쯤 제임스 본드(James Bond, 주인공)의 워치로 활약한 바 있습니다. 단순한 소품으로만 그치지도 않았습니다. 레이저를 발사하거나 폭발물로 쓰이는 등 제임스 본드의 비밀 무기로 활용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20년 나와 ‘노 타임 투 다이’에서 활약한 씨마스터 다이버 300M 007 에디션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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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타임 투 다이’ 이전까지 나온 씨마스터 007 에디션은 대부분 일정 수량만 생산하는 한정판이었습니다. ‘노 타임 투 다이’를 겨냥해 제작한 씨마스터 다이버 300M 007 에디션은 그와 달리 레귤러 에디션으로 계속해서 선보입니다. 제작 과정에는 ‘카지노 로얄(Casino Royale, 2006)’부터 6대 제임스 본드로 활약 중인 다니엘 크레이그(Daniel Craig)의 의견이 반영됐다고 합니다. 007 시리즈에 출연하면서 ‘진짜 제임스 본드라면 어떤 시계를 선호했을까?’라는 생각을 했다는데요.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 빠르게 행동하기 위해서는 가벼운 시계가 필수라 여겼고, 군인 출신인 설정에 따라 군용 시계의 느낌을 살리면 좋겠다는 의견을 오메가에 피력했다고 합니다. 티타늄 케이스에 밀리터리 디자인의 씨마스터 다이버 300M이 그렇게 탄생하게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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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베이스는 역시나 4세대 씨마스터 다이버 300M이지만 기존과는 디테일에서 제법 차이가 납니다. 다이얼과 베젤의 인서트는 세라믹 대신 알루미늄으로 제작했습니다. 세라믹의 광택이나 질감이 고급스럽긴 하지만 군용 시계에는 어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다이얼 컬러는 약간 변색된 트로피컬 브라운입니다. 군용 시계에 맞게 어둡고 매트하며 반사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핸즈 및 인덱스는 기존과 동일하지만, 각각에 빛 바랜 듯한 오렌지색 슈퍼루미노바(어둠 속에서는 분침은 초록색, 나머지는 푸른색으로 발광)를 도포했습니다. 마치 트리튬 야광의 반감기가 지나 색이 변한 듯한 컬러입니다. 모델명을 제외하면 다이얼의 각종 프린팅도 그와 같은 색입니다. 다이얼 6시 방향에는 영국군의 상징인 브로드 애로우가 자리합니다. 007은 영국 정보기관인 MI-6의 요원이자 군인이기 때문입니다. 다이얼을 덮는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라스는 복고풍을 위해 돔형으로 제작했는데요. 그 곡률이 상당합니다. 측면에서 봤을 때 다이얼이 왜곡되고 정면에서 봤을 때도 다이얼 바깥쪽이 구부러진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다이버 워치로는 가독성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빈티지 구현이라는 측면에서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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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방향 회전 베젤의 알루미늄 인서트는 다이얼과 마찬가지로 매트하게 처리했고, 표면에 새긴 스케일은 다이얼 인덱스와 같은 컬러로 나타냈습니다. 기존 세라믹 인서트와는 확연히 다르게 톤 다운된 느낌입니다. 알루미늄은 세라믹에 비해 표면 경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오메가는 표면 경도를 올리는 특수한 코팅을 통해 스크래치에 취약한 알루미늄의 단점을 보완했다고 합니다. 베젤의 조작감은 케이스가 티타늄이어서 그런지 돌릴 때 울림이 좀더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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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늄 케이스의 사이즈는 직경 42mm, 두께 13.15mm입니다. 일반적인 씨마스터 다이버 300M(직경 42mm, 두께 13.5mm)보다 약간 더 얇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얇고 가벼운 시계를 원하던 다니엘 크레이그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방수 사양은 역시나 이름대로 300m입니다. 케이스 디자인은 일반 모델과 큰 차이 없습니다. 포화잠수를 가능케 하는 상징적인 헬륨가스 배출밸브가 케이스 10시 방향 측면에 자리하고, 한번 비틀어낸 듯한 특유의 러그는 그 라인이 크라운 가드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헬륨가스 배출밸브와 크라운은 씨마스터 4세대에 들어 서로 구분하기 위해 모양을 약간 달리했는데요. 크라운은 전형적인 원통형, 헬륨가스 배출밸브는 원뿔형으로 제작했습니다. 각각은 측면에 홈을 촘촘히 낸 덕분에 조작하기도 편합니다. 스크루 다운 크라운을 풀면, 포지션 0단에서는 와인딩이 이루어지고 1단에서 바로 시간을 맞출 수 있습니다. 날짜 기능이 없기 때문입니다. 조작감은 부드럽습니다. 시간 조정을 위해 크라운을 돌리면 핸즈가 부드럽게 따라옵니다. 핸즈를 원하는 곳에 정확히 맞추기에도 용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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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백은 아쉽게도 일반 제품과 달리 막혀 있습니다. 이마저도 군용 시계에 충실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솔리드백에는 다이얼과 동일한 브로드 애로우와 007 표식, 군용시계의 일련번호 같은 문구를 각인했습니다. 각 정보들은 12시 방향 기준으로 정확하게 수평으로 정렬돼 있습니다. 케이스백을 열고 닫더라도 한치의 흐트러짐 없는 이 정렬은 계속 유지됩니다. 오메가가 특허를 취득한 나이아드 락(Naiad Lock) 시스템을 케이스백에 적용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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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재한 무브먼트는 자동 인하우스 칼리버 8806. 일반 모델에 탑재하는 칼리버 8800에서 날짜 기능을 생략한 논-데이트 버전입니다. 제원은 베이스와 동일합니다. 시간당 진동수는 25,200vph(3.5Hz), 파워리저브는 55시간입니다. 마찰을 줄여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코-액시얼 이스케이프먼트는 역시나 빠짐없습니다. DLC 코팅 처리한 검은색 밸러스 휠에는 실리콘 밸런스 스프링을 장착했습니다. 칼리버 8806은 각 부품 덕분에 15,000가우스 이상의 자기장에도 끄떡없는 항자성과 뛰어난 정확성을 자랑합니다. 탁월한 신뢰성을 바탕으로 스위스 계측학 연방학회(METAS)에서 공인하는 마스터 크로노미터 인증까지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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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고풍의 메쉬 브레이슬릿은 케이스와 동일한 티타늄으로 만들었습니다. 티타늄 코일을 한 줄씩 꼬아 엮은 다음 압축해서 제작했다고 합니다. 메쉬 타입의 브레이슬릿은 링크 사이사이로 간혹 털이 끼는 경우가 있는데요. 해당 브레이슬릿은 프레스 과정을 통해 그런 현상을 미연에 방지했습니다. 메탈 브레이슬릿이지만 버클은 가죽 스트랩에서 볼 법한 폴딩 형태입니다. 브레이슬릿에 스트랩처럼 홀을 낸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착용감은 케이스와 브레이슬릿 모두 티타늄으로 제작한 덕분에 예상대로 가볍고 편안합니다. 참고로, 시계 무게는 약 100g입니다. 가죽 스트랩을 조합한 일반 드레스 워치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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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마스터 다이버 300M 007 에디션(Ref. 210.90.42.20.01.001)은 현재 티타늄 브레이슬릿 기준으로 가격이 1190만원입니다. 일반 씨마스터 다이버 300M(브레이슬릿 버전 700만원)보다 500만원가량 더 비쌉니다. 소재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금액대가 높은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이 시계가 가치 있는 건 뭇 남성들이 혹하는 007이라는 상징성에 기존 제임스 본드 에디션이나 4세대 씨마스터 다이버 300M이 보여주지 못한 복고풍의 밀리터리 디자인을 절묘하게 배합했기 때문입니다. 나온 지 2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애호가들에게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이유도 그와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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