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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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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태그호이어(TAG Heuer)는 브랜드 창업자 에두아르 호이어(Edouard Heuer)의 증손자이자 시계 업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잭 호이어(Jack Heuer) 명예회장의 88주년 생일을 기념하는 골드 리미티드 에디션을 발표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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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 호이어 태그호이어 명예회장

선대의 뒤를 이어 1958년 가족 기업의 4세대 회장으로서 회사 경영 일선에 합류한 잭 호이어는 1950년대 멕시코의 까레라 파나메리카나 레이스에서 영감을 얻어 아이코닉 컬렉션 까레라(Carrera)를 론칭하고, 세계 최초의 오토매틱 크로노그래프 칼리버(일명 크로노매틱) 개발 프로젝트를 주도했으며, 1970년 미국의 스타 배우 스티브 맥퀸(Steve McQueen)이 주연을 맡은 영화 '르망(Le mans)'을 통해 훗날 컬트적인 인기를 얻는 모나코(Monaco) 컬렉션을 소개하는 등 호이어 시대의 황금기를 이끈 탁월한 경영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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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초 페라리와 인사하는 잭 호이어

또한 1969년부터 스위스의 영웅으로 불린 드라이버 조 시퍼트(Jo Siffert)를 후원한 것을 계기로 시계 브랜드 최초로 포뮬러 1(F1) 레이싱카에 자사의 로고를 새기기 시작했으며, 나아가 1971년부터 79년까지 포뮬러 1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페라리의 창업자 엔초 페라리(Enzo Ferrari)와의 친분을 바탕으로 스쿠데리아 페라리(Scuderia Ferrari) 팀의 공식 타임키퍼가 되는 등 1970~80년대 모터스포츠의 전성기와 함께 하며 탁월한 선구안으로 브랜드의 성공을 견인했습니다. 당시 페라리 팀 소속의 니키 라우다, 클레이 레가초니, 질 빌뇌브와 같은 전설적인 스타 드라이버들이 호이어의 까레라 혹은 모나코 시계를 착용했고, 드라이버들 사이에서 호이어의 크로노그래프는 필수 아이템처럼 자리매김해 현재로 이어지는 명성을 다질 수 있게 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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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잭 호이어 명예회장의 업적은 태그호이어 브랜드 역사를 통틀어 가장 화려한 장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는 80세 생일을 맞은 2013년 은퇴를 선언했음에도 태그호이어 명예회장으로서 여전히 큰 존재감을 자랑하는 것도 그가 남긴 유산들이 지난 무게 때문일 것입니다. 타임포럼은 모처럼 공식 리뷰를 통해 한 시대를 풍미한 관록의 백전노장 잭 호이어의 88세 생일을 축하하는 의미를 담은 태그호이어의 특별한 리미티드 에디션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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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티지 까레라(1158CHN)와 현행 한정판 비교 사진

돌이켜보면 태그호이어는 2013년 잭 호이어 80주년 생일 기념 시계를 비롯해 그간 종종 잭 호이어 명예회장의 업적을 기리는 리미티드 에디션을 꾸준히 선보였습니다. 해당 트리뷰트 에디션을 잭 호이어의 전성기 시절 업적 중 단연 돋보이는 까레라 컬렉션으로 소개함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인데요. 최근의 잭 호이어 88주년 생일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은 18K 로즈 골드 케이스로 제작해 특별히 더욱 고급스러움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또한 잭 호이어가 평소 즐겨 착용하고 가장 좋아한다는 빈티지 까레라 모델 중 하나(Ref. 1158CHN)에서 영감을 얻었기 때문인데요. 골드 케이스 및 브레이슬릿 형태로 선보인 오리지널 타임피스 고유의 스타일을 다이얼 디자인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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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티지 까레라 골드 모델(Ref. 1158CHN)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긴 했지만, 잭 호이어 88주년 생일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은 42mm 사이즈로 출시한 현행 까레라 호이어 02 시리즈(일명 엘레강스 크로노그래프 라인업)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원형의 바디에 안으로 살짝 굽은 직선적인 러그 디자인을 강조한 특유의 케이스 디자인은 1963년 제작된 가장 초창기 까레라 모델(Ref. 2447)을 계승하고 있습니다. 까레라 호이어 02 시리즈가 지난해 대대적으로 리뉴얼 출시되자마자 빈티지 크로노그래프 시계애호가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은 이유도 바로 이 초창기 까레라 모델의 케이스 디자인을 그대로 재현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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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소재 및 다이얼 디자인은 앞서 언급했듯 빈티지 까레라 모델 중 Ref. 1158CHN에서 직접적인 영감을 얻었지만, 케이스 형태 및 세부 디자인은 가장 초기 원조 까레라 모델 Ref. 2447을 따르고 있기 때문에 잭 호이어 88주년 생일 기념 한정판이라는 상징적인 의미와 별개로 시계 자체만 놓고 봤을 때도 꽤나 매력적입니다. 눈에 보이는 대부분을 폴리시드 마감한 케이스의 전체적인 마감 상태 또한 딱히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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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지널 빈티지 모델과 마찬가지로 투-톤의 '판다(Panda)' 다이얼 디자인을 적용했습니다. 실버 오펄린 다이얼 위 크로노그래프 분 카운터(3시 방향)와 시 카운터(9시 방향)만 블랙 아주라지(Azurage) 처리했으며, 각면 가공한 아플리케 타입의 바통 인덱스 및 핸즈는 로즈 골드 도금 처리해 케이스톤과 조화를 이룹니다. 검처럼 시원시원하게 뻗은 핸즈 중앙에는 화이트 슈퍼루미노바를 채워 야간에도 충분한 가독성을 보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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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 6시 방향에는 일반적인 카운터 혹은 서브다이얼이 아닌 크로스라인을 변주한 미니멀한 형태로 스몰 세컨드를 표시하는 핸드가 놓여져 있습니다. 그리고 하단에 별도의 어퍼처(창)로 날짜를 표시합니다. 그런데 스몰 세컨드 위쪽으로 낯선 심볼 하나가 눈에 들어옵니다. 숫자 8 두 개를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나란히 옆으로 뉘어놓은 형태를 띠고 있는데요. 다름 아닌 잭 호이어 명예회장의 88주년 생일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은 기호입니다. 숫자 8을 직관적으로 강조하기 보다는 무한, 영원의 의미를 담은 더블 루프 심볼로 변주함으로써 해당 스페셜 에디션에 모종의 시적인 의미마저 더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가장 먼저 이 시계를 선물 받았을 잭 호이어 명예회장도 해당 디테일을 보고 무척 만족해하지 않았을까 하는 개인적인 의견을 보태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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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는 태그호이어의 인하우스 자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호이어 02를 탑재했습니다. 몇 해 전 신축한 슈베네(Chevenez) 매뉴팩처에서 자체 개발, 제작된 브랜드의 두 번째 차세대 자동 크로노그래프 워크호스로, 2014년 까레라 컬렉션으로 데뷔할 당시에는 파워리저브 성능에서 착안해 CH80으로 불린 적이 있습니다. 이후 잠시 프로덕션이 중단되었다가 2017년 오타비아(Autavia)를 리-론칭하면서 복각 디자인의 오타비아 크로노그래프 제품에 호이어 02로 이름을 바꿔 탑재하기 시작해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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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고급 자동 크로노그래프의 상징과도 같은 컬럼 휠과 버티컬 클러치(수직 클러치) 메커니즘을 갖추고 있어 푸셔 조작시 매끄러운 사용감과 함께 안정적인 크로노그래프 작동을 지원합니다. 무브먼트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컬럼 휠 톱니에 로즈 골드 컬러를 입힌 것 또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레귤러 버전과 비교해 깨알 같은 디테일 차이인데 나름대로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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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이어 02 칼리버의 가장 큰 장점은 아무래도 80시간에 달하는 비교적 긴 파워리저브 성능을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3일 이상의 파워리저브는 확실히 평상시 착용할 때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게다가 타임온리도 아니고 크로노그래프 모델임에도 80시간 파워리저브 성능은 확실히 타 브랜드의 비슷한 조건의 크로노그래프 칼리버들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습니다. 더구나 호이어 02 칼리버를 탑재한 스틸 모델의 경우 한국 출시 가격은 6백만 원대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동 가격대의 크로노그래프 제품군에서는 사실 스펙만으로는 경쟁 상대가 없을 정도입니다. 태그호이어가 수년 간의 절치부심 끝에 마침내 대량생산에 성공해 호이어 02를 컬렉션 전반에 확대 적용하기로 결심한 것도 이러한 전략적인 계산이 있었을 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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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투명 사파이어 크리스탈 케이스백을 통해 독자적인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으며, 케이스 방수 사양도 간단한 샤워나 세차, 레저 활동시 착용하기에도 무리가 없는 100m 방수까지 지원해 실용적입니다. 그리고 블랙 DLC 코팅 마감한 스켈레톤 로터 중앙에는 "시간은 멈추지 않는데, 왜 우리가 그래야 하지?(Time never stops, why should we?)"라는 잭 호이어가 남긴 유명한 모토를 그의 서명과 함께 인그레이빙 후 로즈 골드 컬러 래커로 채워 의미를 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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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랩은 두툼하게 패딩 처리된 블랙 앨리게이터 가죽 스트랩을 체결하고 스트랩 안감에도 잭 호이어의 서명을 골드톤으로 넣었습니다. 그리고 케이스와 동일한 로즈 골드 소재의 핀 버클을 장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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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레라 호이어 02 잭 호이어 88주년 생일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Ref. CBN2041.FC8306)은 총 188피스 한정 출시하며, 올해 초부터 전 세계 지정된 태그호이어 부티크에서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제작 수량이 그리 많지 않은데도 국내에 12피스 정도가 입고될 예정이며, 태그호이어 청담 부티크 등 주요 매장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국내 소비자 가격은 2천 33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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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노그래프 손목시계의 영원한 아이콘 까레라를 탄생시킨 산파이자 태그호이어를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시킨 산증인의 88주년 생일을 기념하는 의미 있는 한정판 모델에 크로노그래프 시계애호가라면 관심을 가져볼 만하지 않나 싶습니다. 국내에 들어올 총 12피스 중 어느 분이 행운의 주인공이 될 지, 혹시 이 글을 보고 계시다면 댓글로 착용샷 하나 정도 남겨주시는 건 어떨지요?  

제품 촬영 : 
포토그래퍼 권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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