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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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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I-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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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에는 시간을 따라오는 부수적인 기능이 있습니다. 밋밋함을 없애고 따분함을 달래주는 기능 중에서 어떤 것은 실생활에서 제법 유용한데 반해 그럴싸해 보이지만 딱히 쓸모가 없는 것도 있습니다. 전자에 속하는 날짜는 시계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기능으로, 실용성이라는 손목시계의 본질적 가치와 가깝습니다. 달의 위상 변화를 구현하는 문페이즈는 후자에 해당합니다. 막연하고 부정확하지만 오늘날 기계식 시계에 요구되는 미적 가치에 부합합니다. 이 둘이 공존하는 시계는 폭넓은 사랑을 받습니다. 적당한 복잡함과 양면성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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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첫 번째 슬림라인 문페이즈와 (아래)2017년에 출시한 슬림라인 문페이즈 매뉴팩처

프레드릭 콘스탄트(Frederique Constant)는 2013년 슬림라인 문페이즈(Slimline Moonphase)를 출시했습니다. 프레드릭 콘스탄트 입장에서는 어느 정도 흥행이 보장된 스몰 컴플리케이션 드레스 워치를 보유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을 겁니다. 고전적인 스타일에 날짜와 문페이즈를 첨가한 이 시계는 이내 브랜드의 주력 모델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두 기능을 6시 방향의 서브 다이얼에 통합했습니다. 친숙하고 안정적인 레이아웃에 기대어 좋은 호응을 이끌어냈지만 동일한 기능에 비슷한 디자인을 가진 다른 시계와의 비교는 피할 수 없었습니다.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개의치 않고 다양한 베리에이션을 비롯해 여성용 모델까지 출시하며 컬렉션을 확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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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슬림라인 문페이즈에 변화를 가져옵니다. 과거의 크로노그래프처럼 다이얼 3시와 9시 방향에 카운터를 설치한 뒤 날짜와 문페이즈를 따로 이식했습니다.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차별화를 꾀하고 포트폴리오에 깊이를 더하는 묘수였습니다. 슬림라인 문페이즈가 성공을 거두자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클래식 라인에도 같은 공식을 적용했습니다. 이번 리뷰에서 만나볼 시계, 클래식 문페이즈 매뉴팩처(Classic Moonphase Manufactur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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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골드 도금으로 고급스러움을 두른 케이스의 지름은 42mm입니다.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지만 드레스 워치의 세계에서 작은 편은 아닙니다. 다행히 두꺼운 베젤이 시계가 작게 느껴지도록 눈을 현혹시킵니다. 부드럽게 굽이지는 러그는 알맞은 비율을 보여줍니다. 클래식 매뉴팩처 시리즈는 선이 굵고 풍성한 볼륨감이 매력적입니다. 가녀린 슬림라인과 나란히 놓고 보면 차이는 명확해집니다. 케이스는 베젤과 중간 케이스 그리고 케이스백까지 세 부분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모든 부분은 빠짐없이 폴리시드 가공했습니다. 전면에는 돔형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를 채용했습니다. 양파 모양의 크라운은 조작이 수월할 뿐만 아니라 디자인의 중심을 잡아주는 조연 역할을 톡톡히 해냅니다. 방수는 50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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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을 뽑지 않고 돌리면 메인스프링을 감아 동력을 비축할 수 있습니다. 크라운을 한 칸 뽑은 뒤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날짜를, 반대 방향으로 돌리면 달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날짜와 문페이즈를 조작하는 버튼은 따로 없습니다. 크라운만으로 모든 기능을 다룰 수 있어 편리할뿐더러 케이스 디자인이 훼손되는 걸 방지했습니다. 크라운을 끝까지 뽑으면 시간을 맞출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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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 질감이 느껴지는 실버 다이얼은 번쩍이는 케이스와 대비를 이룹니다. 인덱스는 부착하지 않고 인쇄했습니다. 길쭉한 로마 숫자 인덱스를 활용해 효과적으로 공간을 메웠습니다. 갖가지 요소로 꽉 들어찬 다이얼은 여백의 미 대신 탄탄한 구성을 내세웁니다. 얇은 나뭇잎 모양의 바늘은 차분하고 절제된 드레스 워치의 묘미를 살립니다. 초침이 생기면서 전작보다 역동적으로 변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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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 중앙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날짜 다이얼이, 오른쪽에는 문페이즈가 자리합니다. 둘을 따로 떨어뜨려 놓으니 가독성도 좋고 각자가 뚜렷하게 강조되는 듯 합니다. 바늘로 날짜를 가리키며, 홀수만 숫자로 표시합니다. 문페이즈 디스크에는 달과 그 주변을 맴도는 앙증맞은 별이 떠있습니다. 따뜻하고 차분한 분위기의 케이스와 다이얼 때문에 파란색이 한층 도드라집니다. 드레스 워치의 본모습에 가까워지기 위해 야광 도료는 쓰지 않았습니다. 그로 인해 불빛이 없는 곳에서는 시간을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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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버 FC-700으로부터 파생된 셀프와인딩 칼리버 FC-712는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29번째 인하우스 무브먼트입니다. 로터는 무브먼트 감상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테두리만 남겨놨습니다. 대신 와인딩에 필요한 회전 에너지를 충분히 얻을 수 있도록 끝을 두껍게 제작했습니다. 무브먼트를 뒤덮은 페를라주와 원형 제네바 스트라이프, 지루함을 달래주는 파란색 나사는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손에서 탄생한 무브먼트임을 나타내는 표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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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버 FC-712는 슬림라인 문페이즈 매뉴팩처의 칼리버 FC-702와 진동수는 28,800vph(4Hz)로 같지만 그 외에는 많은 부분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주얼은 28개로 칼리버 FC-702보다 2개 더 많습니다. 초침을 추가하고 설계를 약간 변경하면서 늘어난 것으로 보입니다. 밸런스 휠을 지지하는 브리지 디자인도 다릅니다. 무엇보다 파워리저브는 38시간으로 4시간 짧습니다. 스펙트럼이 넓은 인하우스 무브먼트 라인업은 훌륭하지만 다소 짧은 파워리저브는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오차는 레귤레이터 방식으로 조정하며, 나사를 이용한 미세 조정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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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문페이즈 매뉴팩처는 다이얼과 케이스에 따라 세 모델로 나뉩니다. 로즈골드 도금 모델을 뺀 나머지 두 제품은 스테인리스스틸 케이스에 실버와 네이비 블루 다이얼을 짝지었습니다. 가격은 도금 모델이 420만원대, 스테인리스스틸 모델이 380만원대로, 슬림라인 문페이즈 매뉴팩처보다 약간 낮습니다. 모두 악어 가죽 무늬를 넣은 소가죽 스트랩과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로고로 장식한 폴딩 버클을 장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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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지 않은 역사지만 드레스 워치에 매진해온 브랜드답게 전체적으로 균형을 잘 잡았습니다. 디자인은 변칙적이나 과하지 않습니다. 무브먼트 생산 능력이 뒷받침되니 여러 시도를 하는데 거침이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조금만 더 작으면 어떨까 싶지만 이를 상쇄할 수 있는 장점이 많습니다. 인하우스 무브먼트가 담긴 진지한 드레스 워치를 원한다면 비슷한 가격대에서는 대안을 찾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품 촬영 : 
포토그래퍼 권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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