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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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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I-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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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법입니다. 아무리 맛있는 요리라 할지라도 어디에 어떻게 담아내느냐가 중요합니다. 음식은 맛과 향은 물론이고 눈으로도 즐기기 때문이죠. 시계에서 케이스는 그릇에 해당합니다. 다이얼과 무브먼트를 담고 보호하는 이 금속 덩어리는 시계의 전체적인 인상을 좌우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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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보편적인 케이스 형태는 원입니다. 대칭이 잘 맞고 안정적인 데다가 시간의 성질이나 시계의 메커니즘과도 일맥상통하기 때문일 겁니다. 원이 아닌 다른 형태를 채택한 시계가 성공한 사례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어찌 보면 케이스는 보수적인 영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눈에 익지 않거나 너무 튀면 외면 받기 십상입니다. 원을 벗어나는 건 일종의 모험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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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1960년대에는 개성 있는 케이스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습니다. 종전 이후 새 시대에 대한 기대와 시계 제조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이런 움직임을 부채질했습니다. 르 브라수스의 맹주인 오데마 피게도 다양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토노, 다이아몬드, 바게트, 쿠션 등 각양각색의 케이스 속에서 오데마 피게는 오벌을 즐겨 사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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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5년에 출시한 밀레너리 트리플 캘린더

역사가 깊은 워치메이커가 그렇듯 오데마 피게도 과거에서 힌트를 얻곤 합니다. 기계식 시계가 다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한 20세기 말, 1951년에 제작한 오벌 케이스 시계를 소재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한 오데마 피게는 1995년에 신제품을 선보입니다. 다가오는 새 천 년을 의식해 시계의 이름은 밀레너리(Millenary)로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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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자동차 메이커 마세라티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밀레너리 MC12 마세라티 투르비용 크로노그래프(Millenary MC12 Maserati Tourbillon Chronogra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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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작 여성용 밀레너리 스타릿 스카이(Millenary Starlit 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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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에 발표한 밀레너리 카본 원(Millenary Carbon One)

밀레니엄 이후 오데마 피게는 밀레너리의 무한한 가능성을 모색합니다. 비대칭 오프센터 다이얼을 도입하고 밸런스 휠을 앞으로 끄집어 내는 한편, 퍼페추얼 캘린더와 크로노그래프 이외에도 투르비용, 미니트 리피터, AP 이스케이프먼트 같은 복잡한 기능을 이식했습니다. 카본 원과 마세라티 에디션은 이런 변화의 정점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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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오데마 피게는 또 한 번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합니다. 레이디 밀레너리를 출시하며 여성 시계 시장에 대한 공세를 강화한 겁니다. 오데마 피게는 로열 오크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릅니다. 로열 오크는 분명 최고의 시계 중 하나지만 남성성이 강한 팔각 케이스가 부담스러운 여성에게 어필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했습니다. 우아한 오벌 케이스의 밀레너리는 오데마 피게의 전략에 어울리는 적임자였던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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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 모델은 오데마 피게의 2018년 신작으로, 기존 레이디 밀레너리에 몇 가지 새로운 시도를 더한 베리에이션입니다. 가격은 7100만원대로,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모델보다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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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디자인과 메커니즘을 적용하며 변신을 거듭한 밀레너리 컬렉션에서 변하지 않은 한 가지가 있다면 바로 오벌 케이스입니다. 핑크 골드로 만든 양 옆으로 퍼진 케이스는 비율이 좋아 어색함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케이스, 러그, 베젤에는 단차를 두어 입체감을 살렸습니다. 둥글게 솟은 돔형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는 분위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가로와 세로는 39.5mm와 35.4mm, 두께는 9.8mm입니다. 방수 능력은 20m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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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좌우 측면, 러그 상단, 베젤과 이너 베젤에는 프로스티드 골드(Frosted Gold) 마감을 적용했습니다. 오데마 피게는 2년 전 여성용 로열 오크 발매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피렌체의 주얼리 디자이너 캐롤리나 부치(Carolina Bucci)와 손을 잡고 레이디 로열 오크 프로스티드 골드를 공개했습니다. 지난 해에는 남성용인 로열 오크 프로스티드 골드 41mm를 한정 발매하기도 했습니다. 오데마 피게가 프로스티드 골드를 로열 오크 이외의 컬렉션으로 확장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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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규칙한 작은 구멍으로 뒤덮인 모습은 마치 제주 앞바다의 현무암을 보는 듯합니다. 플로렌틴 기법으로도 불리는 이 독특한 마감은 금 표면을 장식하는 고대의 해머링(hammering) 기술에서 착안했다고 합니다. 1분에 12000번 압축 공기에 의해 진동하는 전용 도구에는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습니다. 장인들은 이 도구를 손에 쥐고 금속을 두드려 독특한 표면을 완성합니다. 촉감은 살짝 까슬하지만 거칠게 느껴지는 건 아닙니다. 프로스티드 골드 마감은 상처가 나기 쉬운 골드 케이스의 단점을 보완해줍니다. 멀리서 보면 보석을 박아 놓은 것 같은 시각적 효과도 제공합니다. 단점이 있다면 미세한 먼지나 실밥이 잘 낀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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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을 새긴 크라운은 반투명 사파이어 카보숑으로 장식했습니다. 크라운을 뽑지 않은 상태에서 돌리면 메인스프링을 감을 수 있습니다. 메인스프링을 다 감을 때까지 별다른 저항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부드럽습니다. 크라운을 한 번 뽑으면 시간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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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은 화이트 오팔을 얇게 잘라 만들었습니다. 빨간색, 파란색, 초록색, 노란색, 보라색이 어우러진 오팔은 자개보다 더 화려합니다. 빛에 따라 수줍은 소녀에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여인으로 모습을 바꾸기도 합니다. 다이얼에는 인덱스가 없어 오팔의 매력을 온전히 즐길 수 있습니다. 다이아몬드 커팅한 앙증맞은 시침과 분침은 오팔과 잘 어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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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와 마찬가지로 오벌 형태로 설계한 핸드와인딩 칼리버 5201은 시간 이외에 특별한 기능은 없습니다. 부품 수도 157개밖에 되지 않는 그야말로 단순한 무브먼트입니다. 다이얼과 스몰 세컨드의 레이아웃에 따라 기어트레인을 배치했습니다. 시간당 진동수는 21,600vph(3Hz), 파워리저브는 49시간입니다. 케이스백 너머로 펼쳐지는 장면은 흥미롭습니다. 플레이트 전체를 페를라주로 채웠기 때문입니다. 제네바 스트라이프 마감을 적용하고 안쪽 빈 공간을 페를라주로 처리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오데마 피게는 이 같은 상식을 부정합니다. 대신 다이얼이 있는 시계의 정면에서 원형과 직선으로 처리한 제네바 스트라이프를 즐길 수 있습니다. 밸런스 휠과 스프링의 움직임도 앞쪽에서 더 잘 보입니다. 내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전통적인 가치관을 뛰어넘어 당당함과 자신감을 발산하는 현대 여성의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플레이트는 군데 군데 절개해 톱니바퀴를 노출시켰습니다. 8개의 무게추가 달린 프리스프렁 밸런스는 금으로 만든 브리지에 의해 고정되어 있습니다. 크라운 휠과 래칫 휠은 마모와 마찰을 줄이기 위해 톱니를 폴리싱했고, 표면은 선버스트 마감으로 처리했습니다. 나사 머리는 미러 폴리싱으로 매끄럽게 다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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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시 브레이슬릿(Polish bracelet)은 레이디 밀레너리를 완성하는 마지막 퍼즐입니다. 세컨드-스킨 타입 메탈 브레이슬릿이라는 오데마 피게의 설명답게 손목에 감기는 편안한 착용감이 압권입니다. 폴리시 프레이슬릿은 밀라네즈(milanese) 브레이슬릿과 제작 방식이나 생김새가 비슷합니다. 부드러운 촉감을 전달하고, 손목에 밀착되는 느낌도 쾌적합니다. 무엇보다 일반 브레이슬릿이나 가죽 스트랩이 따라올 수 없는 고급스러운 자태를 뽐냅니다. 두 브레이슬릿의 결정적인 차이는 직조 방향입니다. 한쪽 방향으로 짠 밀라네즈 브레이슬릿과는 달리 폴리시 브레이슬릿은 좌우로 교차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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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드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금으로 만든 지름 5mm의 봉을 일정하게 구부립니다. 이렇게 만든 여러 개의 봉을 엮고 사이사이에 길쭉한 봉을 집어 넣어 고정시킵니다. 작업이 끝나면 프레스로 납작하게 누릅니다. 이 과정에서 봉과 봉 사이에 있던 틈이 줄어들어 더욱 촘촘해집니다. 모양이 얼추 잡히면 양쪽으로 삐죽하게 튀어나온 부분을 잘라 길이를 맞춘 뒤 금 조각으로 납땜합니다. 마지막으로 버클을 연결하면 완성입니다. 폴리시 브레이슬릿은 제작 과정이 번거롭고 손이 많이 갑니다. 기계에 의지할 수 없어 사람이 한 땀 한 땀 작업해야 합니다. 하지만 완성된 결과물은 시계의 가치를 드높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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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고급 시계의 주요 고객으로 부상함에 따라 여성용 시계가 범람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은 브랜드의 핵심 모델을 보석으로 치장하거나 여성스럽게 분장한 것입니다. 그에 반해 레이디 밀레너리는 여성 시계로는 드물게 확고한 정체성을 갖고 있습니다. 워치메이킹에 대한 깊은 이해와 독보적인 스타일은 여성 시계의 홍수 속에서 밀레너리를 빛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제품 촬영: 
권상훈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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