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in't nothin' but a hound dog cryin' all the time. You ain't nothin' but a hound dog cryin' all the time. Well, you ain't never caught a rabbit and you ain't no friend of mine. 1956년, 경쾌한 리듬과 중독성 강한 가사. 여기에 부드러운 목소리와 섹시한 춤이 더해진 노래 <하운드 독(Hound dog)>으로 엘비스 프레슬리는 슈퍼스타가 됐습니다.
- (왼쪽)치오콜라토네와 (오른쪽)콘 드 바슈
- 2011년에 부활한 히스토리크 아롱드 1954
1950년대, 흑인 음악에 뿌리를 둔 로큰롤이 음악계를 평정했다면 회중시계에서 진화한 기계식 손목시계는 시장을 장악했습니다. 손목시계의 폭발적인 성장은 바쉐론 콘스탄틴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막을 내린 1945년 현대화 작업에 착수한 이들은 창립 200주년인 1955년을 전후로 손목시계의 아름다운 형태를 심도 있게 연구한 것으로 보입니다. 톨레도(Toledo)에 영감을 준 치오콜라토네(Cioccolatone, 1952년), 프랑스어로 제비의 날개라는 뜻을 가진 아롱드(Aronde, 1954년), 두께 1.64mm의 9리뉴 칼리버 1003을 탑재한 울트라신(1955년), 소의 뿔처럼 생긴 러그가 인상적인 콘 드 바슈(Cornes de Vache, 1955년) 셀프와인딩 무브먼트가 내장된 월드타이머 외흐 뒤 몽드 6213(Heures du Monde 6213, 1957년) 등 브랜드의 역사를 장식한 시계가 여럿 배출된 것이 바로 이때였습니다.
- 피프티식스의 뿌리인 Ref. 6073
바쉐론 콘스탄틴은 올해 피프티식스라는 새로운 컬렉션을 발표하며 그 영감의 원천이 Ref. 6073이라고 밝혔습니다. Ref. 6073은 엘비스 프레슬리의 하운드 독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바로 그 해에 탄생한 시계입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커다란 상징성이나 특별한 이야기를 간직한 시계를 되살리는 작업을 계속해왔습니다. 피프티식스는 그런 정책의 일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헌데 이번에는 접근 방식이 다릅니다.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제작하기보다는 몇 가지 특징을 차용해 현대적이고 세련된 시계를 창조한 겁니다. 피프티식스는 등장과 함께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파인 워치메이킹을 표방하는 브랜드에서 스포츠 카테고리가 아님에도 스테인리스스틸을 도입했다는 것, 제네바 홀마크를 받지 않았다는 것, 엔트리 무브먼트를 공유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이번 리뷰에서 살펴볼 피프티식스 컴플리트 캘린더 골드 모델은 이 같은 논란의 중심에서 약간 벗어나 있습니다. 핑크골드 케이스와 제네바 홀마크를 받은 인하우스 무브먼트를 사용했기 때문이죠. 얼마 전 컬렉션에 추가로 이름을 올린 피프티식스 투르비용을 제외하면 컬렉션에서 가장 화려하고 복잡한 모델이기도 합니다.
가장 먼저 눈길이 가는 건 러그입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피프티식스가 Ref. 6073을 계승했다는 근거로 러그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베젤과 함께 그려내는 수려한 선은 메종의 상징인 말테 크로스를 표현합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이 말테 크로스를 디자인에 접목한 건 Ref. 6073이 처음은 아닙니다. 창립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1955년에 제작한 울트라신 시계에서도 말테 크로스를 형상화한 러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약간의 변주로 정형화된 원형 케이스의 인상을 미묘하게 바꿔놓은 바쉐론 콘스탄틴의 창의성이 돋보이는 대목입니다. 러그의 곡선을 이어 받아 위로 살짝 솟구친 박스형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는 요란하게 도드라지는 일부 레트로 콘셉트 시계의 그것보다 정숙한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케이스의 지름은 40mm, 두께는 11.6mm로, 피프티식스 데이-데이트 모델과 동일합니다. 방수 능력은 30m입니다.
크라운에는 말테 크로스를 양각으로 장식했습니다. 원작과 달리 측면을 살짝 부풀린 케이스는 크라운을 보호하는 동시에 현대 손목시계의 형태를 따르고 있습니다. 크라운을 뽑지 않은 상태에서 돌리면 와인딩, 한 번 뽑은 뒤에는 시간을 조정할 수 있습니다. 크라운으로 캘린더 기능을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대신 시계와 함께 제공되는 전용 핀으로 케이스 측면에 삽입한 작은 버튼을 눌러 조작할 수 있습니다.
케이스 2, 4, 10시 방향의 버튼은 각각 월, 날짜, 요일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문페이즈 디스크는 케이스 하단 러그 사이에 있는 버튼으로 한 칸씩 넘길 수 있습니다. 다양한 기능은 편의성과 함께 사용자에게 세심한 주의를 요구합니다. 기능마다 조작을 금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사용설명서에 기재된 주의사항을 충분히 숙지한 뒤에 조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피프티식스의 입체감은 외형에서만 비롯된 건 아닙니다. 날짜를 의미하는 숫자가 둥글게 늘어선 가장자리는 기요셰, 아라비안 숫자와 바 인덱스가 번갈아 가며 놓인 부분은 선버스트, 문페이즈와 월 및 요일 창이 자리한 중심부는 오팔린으로 마감을 달리 했습니다. 서로 다른 톤이 뒤엉킨 다이얼은 무광으로 진정시킨 반면 케이스는 화려한 유광으로 처리해 균형을 잡았습니다.
바늘과 인덱스는 피프티식스의 성격이 정통 드레스 워치에서 약간 벗어났음을 보여줍니다. 바통 형태의 시침과 분침, 아라비안 숫자 인덱스 사이사이에 놓인 네모난 바 인덱스에만 슈퍼루미노바를 칠했습니다. 절제된 슈퍼루미노바와 디자인이 다른 인덱스를 교차해 놓은 모습은 근사합니다. 파란색으로 칠한 날짜 바늘은 문페이즈 디스크와 함께 따뜻하고 부드러운 이미지에 반전을 제시합니다.
케이스백에는 1956년의 자취가 남아있습니다. 무브먼트를 노출하는 사파이어 크리스털 글라스 주변을 10각형으로 조각했습니다. 본래 Ref. 6073은 10각형이 아닌 12각형이지만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밸런스 콕과 케이스백에는 제네바 홀마크가 빛나고 있습니다. 파인 워치메이킹의 상징인 제네바 홀마크는 정밀함과 예술성 그리고 스위스 고급시계의 전통을 대변합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1901년부터 제네바 홀마크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둘은 단순한 협력을 넘어 스위스 시계의 우수성을 알리는 동반자적 관계를 구축해 왔습니다. 피프티식스 셀프와인딩 모델에서 제네바 홀마크가 누락된 것을 두고 설왕설래가 오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셀프와인딩 칼리버 2460 QCL/1은 2007년 바쉐론 콘스탄틴이 개발한 브랜드 최초의 셀프와인딩 칼리버 2450을 기반으로 합니다. 지름과 두께는 각각 29mm와 5.4mm입니다. 부품 수는 308개에 이르며, 보석은 27개, 진동수는 시간당 28,800vph(4Hz)입니다. 조정은 다섯 가지 자세에서 이루어집니다. 파워리저브는 약 40시간으로 최신 무브먼트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시각적 즐거움이 부족함을 채우고도 남습니다. 말끔하게 깎아낸 모서리와 브리지 표면에 새긴 제네바 스트라이프에서 고급시계의 품위가 느껴집니다. 빈 공간은 페를라주로 빈틈없이 채웠고, 모든 나사의 머리를 포함해 밸런스 스터드와 몇몇 부품은 미러 폴리싱 처리했습니다.
기요셰 패턴을 새겼던 로터는 말테 크로스만 남기고 모두 덜어낸 오픈워크 로터로 교체했습니다. 모든 브랜드를 통틀어 가장 멋진 상징으로 손꼽히는 말테 크로스를 디자인 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는 건 축복일 겁니다. 볼 베어링 방식의 22K 핑크골드 로터는 끝을 두껍게 해 와인딩 효율을 높였습니다. 다양한 마감 기법이 뒤섞인 로터는 자켓 위에 걸친 값비싼 코트를 보는 듯 합니다. 밸런스는 프리스프렁이 아닌 트리오비스 레귤레이터 방식입니다. 무브먼트와 수평으로 놓인 스터드 옆의 나사로 오차를 미세 조정할 수 있습니다.
피프티식스 컬렉션은 악어가죽 스트랩 외에 다른 대안이 없습니다. 단, 케이스 소재에 따라 핀 버클(골드 모델)과 폴딩 버클(스테인리스스틸 모델)로 나뉩니다.
피프티식스 컴플리트 캘린더 골드 모델의 가격은 4560만원으로, 같은 무브먼트를 쓰는 트래디셔널 컴플리트 캘린더(4960만원)나 하모니 컴플리트 캘린더(5400만원)와 비교하면 가격 면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스테인리스스틸 모델(2920만원)을 선택한다면 이 같은 장점은 더 부각될 수 있습니다.
기타를 치며 가수의 꿈을 키운 어느 젊은 트럭 운전사는 불세출의 아이콘이자 로큰롤의 황제가 되었습니다. 그를 향한 기성 세대의 비난과 편견은 훗날 찬사로 뒤바뀌었습니다. 피프티식스는 기존의 통념을 벗어난 도전적인 시도입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이 점잖은 일탈이 환호로 보답 받길 기대해봅니다.
바쉐론 같은 하이엔드에서 56 같은 엔트리 모델은 쫌. 이 라인이 오래 갈 수 있을지 의문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