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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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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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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타임포럼 공식 리뷰를 통해서는 오리스(Oris)의 올해 바젤월드 신제품인 빅 크라운 프로파일럿 칼리버 114(Big Crown ProPilot Calibre 114)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10-데이즈 파워리저브를 특징으로 하는 인하우스 수동 칼리버를 탑재한 두 번째 빅 크라운 프로파일럿 시리즈로, 날짜 표시 기능을 갖춘 전작 빅 크라운 프로파일럿 칼리버 111를 바탕으로 GMT 기능을 추가한 버전입니다. 다이얼 중앙의 포인터 핸드가 챕터링의 24시 프린트를 가리킴으로써 세컨 타임존을 표시하는 일목요연한 기능 배열이 돋보이며, 새롭게 선보이는 매뉴팩처 칼리버 114로 구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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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첫 선을 보인 빅 크라운 프로파일럿 칼리버 111

- 2018년 신제품인 빅 크라운 프로파일럿 칼리버 114 안트라사이트 다이얼 버전 

지난 2014년 창립 110주년을 기점으로 오리스는 매년 어김없이 아뜰리에(Artelier) 컬렉션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 매뉴팩처 칼리버 모델을 출시했습니다. 창립 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를 담아 숫자를 함께 병기한 칼리버 110(타임온리 &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을 필두로, 칼리버 111(날짜), 칼리버 112(세컨 타임존 & 낮밤 인디케이터), 칼리버 113(날짜, 요일, 주, 월) 등 매년 새로운 라인업이 아뜰리에 최상위 모델을 장식했는데요. 올해는 이례적으로 아뜰리에 컬렉션을 건너뛰고, 항공 라인인 빅 크라운을 통해 새로운 칼리버 114(24시 GMT)를 먼저 소개하고 있습니다. 왜 이러한 결정을 했는지는 어쩌면 기존의 라인업에 이미 모종의 해답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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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첫 선을 보인 아뜰리에 칼리버 112 

오리스는 2016년 시와 분, 스몰 세컨드, 날짜,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 그리고 세컨 타임존(GMT)과 낮밤 인디케이터를 함께 표시하는 아뜰리에 칼리버 112를 선보인 바 있습니다. 세컨 타임존을 표시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긴 하지만, 칼리버 112와 칼리버 114는 기본적으로 기능상의 차이는 없기 때문에 굳이 칼리버 114를 아뜰리에 라인으로 출시할 필요성을 못 느꼈을 것입니다. 그리고 10-데이즈 매뉴팩처 모델은 아니지만 기존의 빅 크라운 프로파일럿 GMT 시리즈를 통해 포인터 핸드 형태의 GMT 모델을 전개한 바 있기 때문에 이러한 구성을 차용한 칼리버 114는 아뜰리에 보다는 빅 크라운 라인으로 소개하는 쪽이 자연스럽다고 판단했을 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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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신제품인 빅 크라운 프로파일럿 칼리버 114 블랙 다이얼 버전 

이제 본격적으로 제품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빅 크라운 프로파일럿 칼리버 114는 새틴 선버스트 마감 처리한 안트라사이트(무연탄, 그레이 계열) 다이얼과 매트한 블랙 컬러 다이얼 크게 두 가지 컬러 다이얼로 출시됩니다. 둘 중 타임포럼은 블랙 컬러 다이얼 & 스틸 브레이슬릿 모델(Ref. 01 114 7746 4164-Set 8 22 19)을 리뷰용으로 촬영했습니다. 컬렉션은 다르지만 지난해 리뷰한 아뜰리에 칼리버 113을 통해 무연탄 컬러 다이얼 특유의 고급스러운 느낌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요. 항공 라인인 빅 크라운 프로파일럿에는 기본적으로 매트한 블랙 다이얼이 가장 잘 어울린다는 판단으로 블랙 다이얼 모델을 선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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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경 44mm 크기의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는 전체 무광으로 브러시드 가공되어 항공시계 특유의 절제된 멋을 투영하고 있습니다. 스틸 브레이슬릿 역시 표면을 브러시드 가공하여 케이스와 조화를 이룹니다. 헤어 라인까지 살려 부드럽게 브러시드 가공한 케이스 및 브레이슬릿의 전반적인 피니싱 상태는 빅 크라운 프로파일럿 라인 최상위 모델답게 준수한 편입니다. 양쪽으로 다소 길게 뻗은 러그의 측면부가 날이 조금 살아있고 케이스백 테두리 부분이 다소 거칠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지만 해당 시계의 가격대를 생각하면 그리 흠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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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의 프로펠러를 연상시키는 회오리 모양의 나선형 베젤 역시 빅 크라운 프로파일럿 컬렉션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항공시계를 표방한 고만고만한 디자인이 범람하는 현 시대에 오리스 나름의 차별화된 접근법이 돋보입니다. 나선형 요철 디테일은 케이스백 모서리에도 그대로 적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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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사이즈 케이스에 걸맞게 크기가 다소 큰 크라운의 테두리도 마찬가지로 요철 처리되어 조작시 그립감이 좋습니다. 스크류 다운 크라운을 푼 상태에서 핸드 와인딩이 가능하며, 1단에서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면 세컨 타임존을 가리키는 별도의 포인터 핸드를 개별 조작할 수 있고, 반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면 날짜를 변경할 수 있습니다. 2단에서는 일반적인 시계들처럼 시와 분을 세팅할 수 있고요. 오리스 매뉴팩처 칼리버 시리즈가 늘 그러했듯 와인딩 및 기능 조작 방식은 매우 직관적이고 간편해 추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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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분들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사이즈도 살펴보겠습니다. 손목이 얇은 분들은 케이스 크기(44mm)부터 자칫 부담스럽게 여길 수 있지만, 34mm(15리뉴)에 달하는 비교적 커다란 직경의 칼리버 사이즈를 감안하면 이 부분은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게다가 일반적인 무브먼트와 달리 싱글 배럴 형태로 10일간의 롱 파워리저브를 구현해야 하기 때문에 무브먼트에서 배럴이 차지하는 공간(직경)부터가 남다릅니다. 이러한 무브먼트 설계상의 특징과 유니크함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단순히 외적인 스펙만을 가지고 케이스 사이즈를 운운하는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습니다. 클래식한 디자인의, 소위 말하는 ‘정장용 시계’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아뜰리에 칼리버 시리즈가 일반적으로 아시아 남성들이 선호하는 사이즈에 비해 크기 때문에 아쉬움을 느끼는 분들이 적지 않다면, 태생적으로 빅 사이즈에 훨씬 관대한(!?) ‘항공 시계’ 카테고리에 해당하는 빅 크라운 프로파일럿은 44mm 정도의 크기가 객관적으로도 그리 과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이는 타사인 IWC의 파일럿 라인업을 대입해도 비슷하게 수긍이 갈 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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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한 블랙 다이얼은 미적인 이유도 있지만 빛을 산란하지 않아 파일럿 손목시계용으로는 제격입니다. 전통적으로 파일럿 시계에 매트한 블랙 다이얼을 선호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인데요. 내부 반사방지 코팅 처리한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전면 글라스 소재로 사용함으로써 다이얼의 가독성을 더욱 좋게 합니다. 더불어 아워 마커와 아라비아 숫자 인덱스, 핸즈에는 특수 형광물질인 화이트 컬러 수퍼루미노바(BGW9)를 사용해 야간에도 푸른색 빛을 발산해 가독성을 보장합니다. 특히 아플리케 타입으로 부착한 양각 아라빅 인덱스는 단순히 표면만 수퍼루미노바 처리한 게 아니라 몰딩 과정에서 수퍼루미노바 층을 겹겹이 채워 올리는 식으로 완성함으로써 축광시 밝기가 더욱 오래 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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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도 강조했듯 빅 크라운 프로파일럿 칼리버 114는 시와 분 외 다이얼 9시 방향에 스몰 세컨드(초)와 날짜를, 3시 방향에 개방된 비선형의 인디케이터를 통해 파워리저브(동력의 잔량)를, 그리고 중앙의 포인터 핸드로 세컨 타임존을 표시합니다. 핸드 끝 부분의 모양이 흡사 비행기처럼 생겼고 레드 팁 처리되어 한 눈에 들어오며, 24시를 가리켜서 자연스레 홈 타임의 낮/밤 시간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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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출시한 전작 칼리버 112가 다이얼 12시 방향에 별도의 서브 다이얼과 시/분침으로 홈 타임의 시각을 직관적으로 표시하고, 나아가 더블 디스크 형태로 통합된 독자적인 데이 앤 나이트(낮/밤) 인디케이터로 홈 타임의 시간대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면, 후속 버전인 칼리버 114는 비록 기능적으로는 칼리버 112와 큰 차이가 없다지만 디스플레이 형태를 보다 단순하게 처리함으로써 전혀 다른 종류의 시계처럼 보이게 합니다. 디자인적으로도 칼리버 112가 다이얼이 꽉 차 보인다면, 새로운 칼리버 114는 상대적으로 더 심플하고 칼리버 110, 111로 이어진 특유의 다이얼 디자인(레이아웃)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변주한 형태이기 때문에 시각적인 거부감도 덜한 편입니다. 오리스 브랜드 로고가 기존의 시계들처럼 다이얼 상단에 그대로 위치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느껴지고요. 어찌됐든 고객들의 다양한 니즈를 고려하여 발 빠르게 이런 저런 시도를 게을리하지 않는 점이 독립 시계 브랜드로서의 오리스의 가장 큰 장점이자 시계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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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루 형태의 케이스백을 통해서는 독자적인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단, 케이스백 중앙의 글라스 소재는 사파이어 크리스탈이 아닌 미네랄 크리스탈입니다. 커다란 직경(34mm)의 인하우스 수동 칼리버는 밖에서는 빈 공간이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케이스 안에 꽉 차게 고정돼 있습니다. 로듐 도금 마감한 무브먼트의 브릿지 상단은 브러시드 가공되었으며, 브릿지 테두리는 얕지만 제법 눈에 띠게 사면 처리되었고 폴리시드 마감되었습니다. 커다란 직경의 배럴과 상대적으로 작은 밸런스가 대비를 이루며, 갈퀴를 연상시키는 독창적인 레귤레이터 형태도 여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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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스 칼리버 114 

10일(240시간) 파워리저브를 앞세운 오리스 매뉴팩처 수동 칼리버 특성상 와인딩 초반 상당한 텐션이 느껴지며, 꽤 오랫동안 와인딩해야만 다이얼의 비선형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를 통해 풀 와인딩 상태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반면 롱 파워리저브 무브먼트는 풀 와인딩 후 며칠이 지난 어느 시점부터 토크가 급락하는 현상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합니다. 더블 배럴 나아가 쇼파드의 그것처럼 콰트로(두 쌍의 배럴을 겹친) 설계라면 이러한 한계를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지만, 싱글 배럴 형태는 딱히 대안이 없습니다. 한 가지 팁이 있다면 주기적으로 추가 와인딩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사용상의 몇 가지 요령을 터득하고 나면 사실 롱 파워리저브 시계만큼 관리가 편한 시계도 없을 것입니다(쿼츠는 논외로 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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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크라운 프로파일럿 칼리버 114는 아뜰리에 라인과 차별화된 100m 방수 사양을 보장하는 것도 때론 장점으로 어필됩니다. 브라운 컬러 루이지애나산 악어가죽 스트랩 버전 보다는 그레이 혹은 올리브 컬러 직물 스트랩 혹은 리뷰 제품처럼 스틸 브레이슬릿 버전일 경우 더욱 마음 놓고 올-라운드 워치로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가죽 및 직물 스트랩에는 스틸 소재의 독자적인 폴딩 버클이 적용돼 있습니다. 별도의 푸셔가 없이 덮개 형태를 들어 올려 오픈할 수 있고, 클라스프 안쪽의 고정 부품을 조정하면 스트랩의 길이도 간편하게 조정할 수 있습니다(관련 특허 획득). 반면 스틸 브레이슬릿에는 한쪽만 푸셔가 있는 다소 특이한 형태의(하지만 매우 탈착이 간편한) 폴딩 클라스프가 적용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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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빅 크라운 프로파일럿 칼리버 114의 공식 리테일가는 스위스 현지 기준으로 직물 스트랩 버전은 5천 500 스위스 프랑, 스틸 브레이슬릿 버전은 5천 700 스위스 프랑, 악어가죽 스트랩 버전은 5천 800 스위스 프랑(CHF)으로 각각 책정되었으며, 국내 출시 가격은 6백만 원대 중후반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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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스의 2018년 바젤월드 하이라이트 신제품 중 하나인 빅 크라운 프로파일럿 칼리버 114. 매뉴팩처 칼리버를 장착한 두 번째 빅 크라운 프로파일럿 시리즈로 비슷한 고급 사양의 아뜰리에 라인에 흥미를 못 느끼는 분들에게 적절한 대안이 될 만합니다. 특히 해외 여행 및 출장이 잦아 GMT 기능의 시계를 특별히 선호하면서 독특한 파일럿 워치를 고민하는 분이라면 충분히 매력적인 모델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품 촬영: 
권상훈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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