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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ghans ::

융한스 폼(Form) A

알라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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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Form) A (왼쪽) / 폼(Form) C (오른쪽) 


융한스를 대표하는 라인업은 단연 막스 빌(Max Bill)입니다. 라인업에서 인물의 이름을 딴 경우는 그리 흔치 않습니다. 막스 빌은 바우하우스 학파의 대표적인 한 명으로 건축, 디자인, 화가 등 다방면에서 활동했고 기능성과 형태의 순수성을 우선시 했습니다. 융한스는 과거 막스 빌에게 주방용 시계의 디자인을 의뢰한 적이 있는데요. 이 때 탄생한 주방용 시계가 막스 빌 라인업의 뿌리가 됩니다. 다른 바우하우스 계열의 시계와 달리 분명한 리퍼런스가 있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현재의 막스 빌 라인업은 손목시계를 포함 탁상시계, 벽 시계로도 선을 보이고 있습니다. 목적과 기능이 각기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막스 빌의 의도를 읽을 수 있는 디자인임은 분명하죠. 2017년 바젤월드에서 첫 선을 보인 폼(Form) 라인업은 막스 빌의 현대적인 계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독일어로 폼(Form)은 형태나 꼴을 의미하며 막스 빌이 추구했던 형태의 순수성 측면에서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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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간결한 느낌을 주는 폼 A는 센터 세컨드에 날짜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함께 선보인 폼 C는 크로노그래프입니다. 쿼츠 무브먼트를 탑재하는 폼 C는 크로노그래프치고 심플한 구성입니다. 이는 상하 투 카운터와 쿼츠 무브먼트로 어렵지 않게 구현할 수 있는 12시 방향의 동축 카운터 덕분입니다. 리뷰의 폼 A는 기계식 무브먼트 칼리버 J800.2를 탑재합니다. 이 무브먼트는 ETA의 칼리버 2824의 설계가 베이스(제네릭)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성능, 조작성, 생김새, 피니시 등에서 크게 인상적인 부분은 없으나 특별하게 문제를 발생하는 경우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범용 무브먼트가 지니는 덕목을 잘 이해하고 있는 셈인데요. 백 만원 대 가격표가 달린 기계식 시계의 무브먼트에서 신경질적이거나 예민한 반응이 나오는걸 즐기는 사람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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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먼트의 조작은 세 단계로 크라운 포지션 0에서 수동 감기, 포지션 1에서 날짜 조정, 포지션 2에서 시간 조정을 합니다. 수동 감기는 다소 반발력이 느껴지긴 해도 적절한 크라운의 지름 덕분에 감는 행위 그 자체를 즐겨 봄 직합니다. 포지션 1에서 날짜 조정, 포지션 2에서 시간 조정은 크라운을 한 칸씩 당겨야 합니다. 간혹 범용 무브먼트의 빡빡한 크라운 당기기 때문에 손톱이 깨지기도 하지만, 케이스 디자인 덕분에 어렵지 않게 크라운을 당겨 빼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날짜, 시간 조정 시의 크라운 반응은 무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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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이나 측면에서 본 케이스는 정면과 달리 입체감과 형태성이 도드라집니다. 다이얼 면에서 케이스 백으로 향할수록 점차 지름이 줄어드는 꼴을 취하고 있고, 케이스 백은 네 개의 스크류를 이용해 고정합니다. 스크류를 고정하는 부분은 살짝 돌출되도록 해 보는 재미를 줍니다. 스크류의 주변에는 좌, 우의 러그를 잇는 일종의 바가 놓여 있습니다. 이것은 다이얼 면에서도 봐도 존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기능적 역할이라면 스크랩을 보다 케이스에 밀착시키는 것입니다. 이는 미학적인 접근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바 디자인을 넣어 심플한 디자인에 살짝 양념을 친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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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 라인업를 현대적인 해석이라고 한 이유는 다이얼에 있습니다. 막스 빌이나 마이스터 라인업은 볼록한 플랙시 글라스와 이를 통한 곡선, 다시 글라스의 곡선을 따라 그린 다이얼의 빈티지 디테일이 시계를 지배하고 있는데 반해, 폼은 평평한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라스를 사용했고 역시 평평한 다이얼의 조합으로 모던한 인상을 만들어 냅니다. 아울러 시간과 5분 인덱스에 아라비아 숫자를 시간과 분 인덱스에 사용하고, 분 인덱스로는 사각형을 살짝 음각 처리해 음영으로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구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으로 막스 빌 디자인의 큰 뼈대를 연상시키지만, 디테일을 통해 그보다 현대에 가까워진 느낌이죠. 리뷰에 잠시 등장하는 폼 C는 폼 A와 달리 다이얼 중심으로 향하면서 오목해지는 방식으로 입체감을 드러냅니다. 다이얼 디자인만 봤을 때에는 폼 C가 더욱 큰 변화를 지니고 있습니다. ( C의 쿼츠 무브먼트 탑재는 그래서 좀 아쉽습니다. 가격적인 접근성과 케이스의 폼을 구성하기에 더 적합했기 때문일 듯 합니다. 기계식 크로노그래프라면 두께가 상당히 두꺼워지면서 의도한 플랫하고 슬림한 형태를 만들어 내기 어려웠을 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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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케이스 백으로 향하면 어두운 색상을 띈 칼리버 J800.2를 볼 수 있습니다. 사진보다 실물이 더 어둡기 때문에, 조도가 낮다면 무브먼트의 형태를 완전하게 가늠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시스루 백 글라스를 틴트 처리했기 때문으로, 칼리버 J800.2를 새로운 느낌으로 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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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랩은 다이얼처럼 심플함을 의도한 듯합니다. 스티치가 없는 스티치리스 방식입니다. 스트랩 뒷면을 보면 측면에서 얇게 깎아 들어가는 방식입니다. 피부와 직접 접촉하는 면을 줄였고, 땀이 많이 나는 여름에 약간의 통기성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다. 스트랩의 소재는 소가죽이며 리뷰 모델은 검정색 스트랩을 달고 있습니다. 인덱스 구성과 색상에 따라 매칭하는 색상의 스트랩을 달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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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 라인업은 리뷰에서 언급한 것처럼 폼 A와 폼 C로 구성됩니다. 두 가지 기능뿐이기 때문에 향후 새로운 모델이 추가될 수도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좀 더 볼륨을 갖추는 게 좋으니까요. 라인업 측면에서 폼은 밸런스를 조금 더 균형 있게 맞춰줄 균형 추의 역할을 기대해 봅니다. 기계식 라인업은 빈티지 성향이 강했고, 쿼츠 위주의 라인업은 기능성에 초점을 두어 현대적 혹은 근미래적인 느낌이 강했던 터라 폼이 그 가운데에서 균형을 잡으리라 봅니다. A의 성격은 융한스 전반을 관통하는 시각과 완전하게 일치합니다. 기능적이며 심플함으로 요약할 수 있는 시계로 특별한 용도를 위한 시계가 아니라 모든 상황에 맞는 특별한 시계입니다라는 융한스의 주장처럼 일상 사용을 목적으로 한 실용적인 시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는 폼 A의 기능, 디자인, 무브먼트를 통해 가감 없이 솔직하게 말해 주고 있습니다


촬영 : 포토그래퍼 권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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