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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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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그랑 메종 예거 르쿨트르(Jaeger-LeCoultre)의 클래식 아이콘인 리베르소(Reverso)가 세상에 등장한지 85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리베르소의 탄생 배경에 관해서는 우리 회원님들도 많이들 알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럼에도 복습하는 차원에서 간단하게만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스위스의 사업가 세자르 드 트레이(César de Trey)는 1930년 겨울 여행차 인도를 방문했을 당시 인도 주둔 영국군 장교들이 펼치는 폴로 경기에 초대받게 됩니다. 

이후 경기를 마친 한 영국군 장교가 자신의 글라스가 깨진 시계를 보여주며 격한 스포츠 경기에도 착용할 수 있는 견고한 시계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푸념을 합니다. 


이를 듣고 있던 세자르 드 트레이는 새로운 종류의 시계에 대한 영감을 얻게 되었고, 그의 오랜 친구이자 르쿨트르(예거 르쿨트르의 전신) 매뉴팩처의 최고경영자였던 

자크 다비드 르쿨트르(Jacques-David LeCoultre)에게 이같은 아이디어를 상의하게 됩니다. 자크 다비드 르쿨트르는 케이스를 반전할 수 있는 시계를 진지하게 강구했고, 

사업 파트너이자 파리의 워치메이커인 에드몽 예거(Edmond Jaeger)에게 이러한 발상을 논의합니다. 이에 에드몽 예거는 그 무렵 이미 독자적인 반전 케이스를 발명한 

르네 알프레드 쇼보(René-Alfred Chauvot)를 자크 다비드 르쿨트르에게 추천했고, 두 사람이 의기투합함으로써 마침내 1931년 첫 리베르소 시계가 탄생하기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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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0년대 인도 주둔 영국군 장교들의 실제 폴로 경기 모습을 담은 자료사진(사진 좌측)과 

리베르소 제작에 앞장선 자크 다비드 르쿨트르(사진 우측 인물). ⓒ Jaeger-LeCoultre 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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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1년 시판된 오리지널 리베르소 시계. 



많은 위대한 발명들이 우연에서 시작되듯...

리베르소 역시 한 영국군 장교의 고백에서 이를 전해 들은 이들의 호기심 어린 반응과 놀라운 추진력을 통해 세상에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전면 케이스를 옆으로 밀어 180도 회전시켜 시계의 다이얼을 보호한다는 발상부터 전례없는 것인데다, 

반전 케이스 하나에도 최소 50개 이상의 부품들이 사용되는 정교하고 복잡한 구조는 쉽게 복제될 수 없는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었습니다. 


혹자는 리베르소는 그 케이스 형태나 설계부터 아이코닉 워치가 될 운명을 타고났다고 말하곤 하는데, 상당히 수긍이 가는 말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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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1년 리베르소 첫 지면 광고 중에서. 



몇 권의 책으로 써도 부족할 리베르소의 장대한 역사를 한정된 리뷰 포맷 안에 녹이기는 애초 불가능할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리뷰 모델에 집중해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예거 르쿨트르는 2016년 리베르소 85주년을 맞아 리베르소 클래식 라인의 사이즈를 스몰, 미듐, 라지로 일괄 정리하고, 

여러 모델에 자동 무브먼트를 탑재해 현대의 시계애호가들의 편의성을 고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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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신제품 리베르소 트리뷰트 캘린더 PG Ref. Q3912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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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신제품 리베르소 트리뷰트 듀오 SS Ref. Q3908420



더불어 1931년 오리지널 리베르소에서 영감을 얻은 리베르소 트리뷰트 컬렉션을 새롭게 전개하며, 

리베르소 트리뷰트 캘린더와 리베르소 트리뷰트 듀오 두 종류의 모델을 선보였습니다. 


- 관련 예거 르쿨트르 SIHH 2016 리포트 바로 가기 --> https://www.timeforum.co.kr/SIHH/13822754



타임포럼은 지난 4월 초 국내 순회 전시를 위해 들어온 리베르소 트리뷰트 컬렉션 중에서 

스틸 제품인 리베르소 트리뷰트 듀오(Reverso Tribute Duo)를 이번 공식 리뷰 모델로 선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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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르소 트리뷰트 듀오를 볼 때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부분은 다이얼입니다. 


이전 리베르소 모델에 사용된 밋밋한 실버 혹은 기요셰 패턴 다이얼이 아닌, 

오돌도돌한 질감이 느껴지는, 고로 '낟알'을 연상시킨다고 해서 그레인(Grained)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독특한 다이얼을 사용한 것이 그것입니다. 


그레인 다이얼은 주로 옛 회중시계에서 종종 볼 수 있었는데요. 

최근 시계업계에도 레트로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그레인 처리된 다이얼을 몇몇 제조사들의 일부 고급 모델에서 적잖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예거 르쿨트르는 지난 2013년 창립 18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선보인 앙트완 르쿨트르 주빌리 컬렉션을 필두로 이러한 경향이 더욱 짙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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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에 가까운 오펄린 그레인 다이얼 바탕에는 브랜드명과 로고 외에는 어떠한 문구도 프린트하지 않아 '트리뷰트'라는 이름에 걸맞는 오리지널의 향수를 보여줍니다. 

군더더기 없는 다이얼 외곽에는 역시나 고전적인 레일로드 디테일을 추가하고 열처리한 스틸 소재의 아플리케 바 인덱스를 부착해 특유의 단순미를 완성합니다. 


다이얼 전면만 봤을 때는 타임온리 형태처럼 보이지만, 듀오라는 수식으로 예상할 수 있듯 반전 케이스 뒷면에는 다른 다이얼이 숨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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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베르소 트리뷰트 듀오와 유사한 다이얼 디자인을 보여주는 전작들. 

사진 좌측의 시계는 그랑 리베르소 울트라 씬 1948, 다이얼에 'Fabriqué En Suisse'를 표기해 헤리티지 모델을 직접적으로 계승하고 있으며, 

사진 우측의 시계는 그랑 리베르소 울트라 씬 듀오페이스, 기존 그랑 리베르소 듀오 모델의 복각 디자인 버전이라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이렇듯 헤리티지 모델에서 영감을 얻은 전작들과 리베르소 트리뷰트 듀오는 많은 공통분모를 공유하고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케이스 크기나 형태, 다이얼 디테일 등에서 제법 차이를 보인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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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케이스 뒷면에는 다크 블루 컬러의 다이얼이 놓여져 있습니다. 

시와 분을 가리키는 중앙부를 제외한 나머지 외곽은 클루 드 파리(Clous de Paris)로 불리는 홉네일 기요셰 패턴 마감해 단조롭지 않은 개성을 보여줍니다. 


기존 리베르소 듀오페이스와 마찬가지로 반전 케이스 뒷면 다이얼은 듀얼 타임 즉 GMT 시각을 가리킵니다. 

이는 하나의 기계식 무브먼트가 양면 다이얼에 동력을 제공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인데요. 


리베르소의 듀오 컨셉은 바로 이러한 편리성과 독창성 덕분에 1990년대에 큰 인기를 모아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기존 리베르소 듀오페이스(듀오) 혹은 여성용 듀에토 듀오와 또 눈에 띄는 차이가 있다면, 

듀얼 타임 조정을 위한 별도의 푸셔나 코렉터가 케이스 외관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럼 어떻게 듀얼 타임을 조정할까요? 크라운 하나로 다 조정이 가능한 것일까요? 

그 비밀은 케이스를 반전했을 때 드러나는 케이스 상단부 측면에 숨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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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반전 케이스 12시 방향 측면을 보면 요철이 있는 슬라이드 레버 형태의 부품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를 가리켜 예거 르쿨트르는 트리거 시스템(Trigger system)으로 명명하고 있는데요. 말 그대로 총의 방아쇠에서 영감을 얻은 디테일입니다. 


트리거 시스템의 조작은 매우 쉽습니다. 옆으로 한번 밀때마다 시를 가리키는 핸드가 1시간 단위로 앞으로 점핑하는 식인데요. 

간편하게 홈 타임을 세팅할 수 있는 메커니즘입니다. 이와 동시에 6시 방향의 24시간 인디케이터(핸드)도 함께 연동하면서 낮/밤 시간대를 보여줍니다. 


반면 다이얼 전면부(오펄린 그레인 다이얼)는 로컬 타임을 표시하는데 조정은 크라운으로 가능합니다. 

리베르소 듀오 라인은 케이스를 뒤집는 간편한 행위만으로 두 개의 타임존을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편리한 GMT 시계입니다. 


한 다이얼 안에 두 개의 타임존을 혹은 그 이상(월드타임)을 표시하는 여느 시계들과 비록 기능적으로는 동일하다 할지라도 

그 디스플레이 체계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리베르소 듀오만의 장점과 매력이 있습니다. 


더욱이 최근 도입된 트리거 시스템은 더욱 간편하게 듀얼 타임을 세팅할 수 있어 사용자 편리성 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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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베르소 트리뷰트 듀오의 케이스 사이즈는 어떨까요? 


스틸 소재의 케이스 가로 25.5mm x 세로 직경 42.8mm로 기존 그랑 테이유 사이즈의 리베르소 듀오(26mm x 42.2mm) 보다도 오히려 작습니다. 

그리고 당연하지만 그랑 리베르소 울트라 씬 듀오(27.4mm x 46.8mm)와는 크기 차이가 더욱 두드러집니다. 


리베르소 트리뷰트 듀오의 이같은 사이즈 회귀(?!)는 헤리티지 모델에 바치는 헌사를 담고 있는 만큼 

사이즈 역시 의도적으로 보수적인 선택을 한 것임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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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즈 비교를 위해 제 개인 소장의 리베르소 그랑 테이유(Reverso Grande Taille) 모델과도 비교 사진을 남겨 봤습니다. 


분명 케이스 가로 직경과 세로 폭(러그 투 러그 길이 포함)이 미묘하게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케이스 형태랑 케이스를 반전했을 때 드러나는 본체(프레임) 바탕 부분의 가공 처리도 확연한 차이를 엿볼 수 있습니다. 

리베르소 트리뷰트 듀오는 햇살이 퍼지는 듯한 선레이 패턴이 인그레이빙돼 있다면, 기존 리베르소는 동심원 형태의 페를라주 가공이 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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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베르소 트리뷰트 듀오(사진 좌측 모델)와 리베르소 그랑 테이유(사진 우측 모델).  



이러한 차이는 케이스백에서 더욱 도드라지는데요. 

위 사진으로 보시다시피, 기존 리베르소 케이스백이 완전히 평평한 형태라면, 새롭게 출시된 리베르소 시리즈는 양 러그 쪽이 살짝 올라온 형태입니다. 


이는 그랑 테이유, 그랑 리베르소, 그랑 리베르소 울트라 씬 케이스와 선을 긋는 새로운 세대의 리베르소가 시작됐음을 의미합니다. 

물론 리베르소 고유의 반전 케이스 설계 자체는 그대로이기 때문에 케이스 변화는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리베르소 자체가 클래식인터라 케이스의 드라마틱한 변화는 있을 수 없긴 하겠지만, 새롭게 바뀐 케이스 형태는 분명 착용감에 보다 기여하는 면이 있습니다. 

특유의 러그 형태로 인해 손목에 더욱 찰싹 감기는 느낌이 들며, 기존 그랑 리베르소 라인의 경우 러그 쪽 스트랩이 다소 뜨는 듯한 느낌이 들었던 것도 개선된 편입니다.  


뿐만 아니라 케이스 가공 상태 역시 미묘하지만 개선된 부분이 보입니다. 

버티컬 브러시드 마감한 케이스백은 보다 곱게 처리되었고, 기존 모델의 경우 러그 안쪽이 다소 거칠고 에지도 날카로운 편이었다면, 

신형 케이스는 러그 안쪽 마감 상태도 보다 부드럽게 개선되었으며, 에지 역시 너무 날카롭지 않게 다듬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소하지만 케이스백 인그레이빙 위치나 문구도 좀 바뀌었네요(참고로 위 사진 속 모델들은 케이스 레퍼런스 넘버를 블라인드 처리했음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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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베르소 트리뷰트 듀오에 탑재된 854A/2 칼리버 이미지가 없어서 기존 854/1 칼리버 이미지로 대신합니다. 



어차피 케이스백이 솔리드백 형태라 무브먼트를 감상할 수는 없습니다만, 참고차 무브먼트 이미지도 첨부합니다. 


리베르소 트리뷰트 듀오에는 토노 형태의 인하우스 수동 854A/2 칼리버를 탑재했습니다. 

총 180개 부품으로 구성된 854A/2 칼리버는 가로 17.2mm x 세로 22mm 직경에 두께는 3.8mm입니다.  

시간당 3헤르츠 진동하며, 파워리저브는 45시간. 


기존의 남성용 듀오페이스 모델에 탑재된 854/1 칼리버와 기능이나 스펙상으로는 동일하지만, 

새롭게 적용된 트리거 시스템으로 인해 칼리버명이 다르게 부여된 셈입니다. 


3.8mm 두께의 수동 칼리버는 새로 적용된 케이스와 만나 총 9.15mm 두께를 가집니다. 

이는 기존 그랑 리베르소 울트라 씬 듀오와도 동일한 스펙으로 비교적 얇은 케이스 두께도 이 시계의 숨은 강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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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 외에 스틸 폴딩 버클에도 변화가 있습니다. 


양방향 수동식 버터플라이 형태나 전반적인 가공 상태는 전 폴딩 버클과도 크게 다르지 않지만, 

버클을 잠갔을때 외부로 노출되는 클라스프 끝부분이 JLC 로고가 한층 도드라지게 부각되었으며, 

다른 방향 스트랩 고정핀 안쪽에는 'Push Here'라는 문구와 함께 손톱으로 가볍게 누르면 별도의 조정 기구 없이 간편하게 

스트랩에서 버클을 분리할 수 있는 탈착 시스템이 새롭게 적용되었습니다. 미미한 변화라 할지라도 꽤 영리한 디테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참고로 위 사진 속의 스트랩은 까르네 모델인 관계로 감안해서 봐주시길 바랍니다. 

정식 판매용 모델에는 결이 곱고 매트하게 가공된 다크 네이비(블루) 컬러의 엘리게이터 스트랩이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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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용샷도 함께 보시지요. 


트리뷰트 모델인 만큼 사이즈가 비교적 아담한 편이어서 체격이 건장하고 손목 둘레 18cm 이상인 분들께는 시계가 작게 느껴질 법도 합니다. 

하지만 기존 그랑 테이유나 1990년대 리베르소 사이즈가 아시아인들에게 'Just'라고 생각하는 분들께는 오히려 반가운 사이즈일 수 있습니다. 



아르데코 사조를 반영한 브랜드의 시그너처 컬렉션에서 85년의 세월을 관통하는 동안 손목시계의 아이콘으로 성장한 리베르소. 


신제품 리베르소 트리뷰트 듀오는 단순히 오리지널 리베르소를 향한 향수와 오마주에 그치지 않고 리베르소의 또 다른 진화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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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협조: 

예거 르쿨트르 코리아 


촬영 협조: 

포토그래퍼 김두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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