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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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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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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랑팡(Blancpain)은 올초 바젤월드에서 투르비용과 카루셀을 하나의 시계에 녹인 기함, 엘-에볼루션 투르비용 카루셀(L-evolution Tourbillon Carrousel)을 선보여 화제를 모았습니다. 블랑팡이 투르비용과 카루셀을 함께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이전 모델과는 완전히 다른 대담한 외형부터 시선을 사로잡기엔 충분했습니다. 


국내에는 미출시 모델입니다만, 타임포럼은 블랑팡의 지난 국내 순회 전시 기간에 맞춰 프로토타입을 입수해 리뷰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단 50개만 한정 제작되었고 시계 자체도 꽤나 독특해 아마 다시 국내에서 볼 기회는 드물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타임포럼 리뷰를 통해 엘-에볼루션 투르비용 카루셀이 회원님들 사이에서 쉽게 잊혀지지 않고 블랑팡의 파인 워치메이킹을 향한 끊임없는 열정과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는 모델로 회자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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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에볼루션 투르비용 카루셀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블랑팡의 투르비용 및 카루셀 제조 역사와 그간의 성취들을 헤아릴 필요가 있습니다. 블랑팡은 1989년 자사 최초의 플라잉 투르비용 손목시계를 선보입니다. 아시다시피 당시만 하더라도 아직 쿼츠 위기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전인지라 기계식 컴플리케이션의 수요는 한정돼 있었고 투르비용 시계는 더더욱 보기 힘든 시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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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1년 아브라함-루이 브레게에 의해 발명된 이래 20세기 후반에 들어서야 여러 시계제조사에 의해 재해석된 투르비용의 작동 원리를 담은 자료 이미지. ⓒBlancpain


또한 블랑팡은 하단의 싱글 브리지로만 투르비용 케이지를 고정하는 그래서 마치 케이지가 한층 자유롭게 부유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플라잉 투르비용 설계를 도입했습니다. 게다가 핸드와인딩 방식의 칼리버 23은 3.5mm 두께에 8일간의 롱파워리저브도 보장했지요. 그 시절 블랑팡을 이끌던 장-클로드 비버와 자크 피게의 리더십과 프레드릭 피게 출신 엔지니어들의 혜안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이후 1998년 자동 버전인 칼리버 25와 이를 탑재한 세계 최초로 8일 파워리저브의 자동 투르비용 시계가 완성되었으며, 1999년 처음으로 투르비용과 스플릿 세컨드 플라이백 크로노그래프를 결합한 자동 칼리버 23F9A와 이를 탑재한 시계를, 2000년 8일 파워리저브가 가능한 자동 투르비용에 퍼페추얼 캘린더를 접목한 5625 칼리버와 시계를 연달아 발표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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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침내 2008년 세계 최초의 원-미닛 플라잉 카루셀 손목시계인 카루셀 볼랑 윈느 미뉴(Carrousel Volant Une Minute)를 세상에 선보입니다(위 사진 참조). 


다이얼 레이아웃이나 칼리버명에서 유추할 수 있듯, 카루셀 볼랑 윈느 미뉴는 10년전 선보인 자동 버전의 플라잉 투르비용 칼리버 25를 베이스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플라잉 투르비용 형태를 버리고 회전목마를 뜻하는 '카루셀'이라는 생소한 설계를 적용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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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랑팡의 플라잉 카루셀 케이지 


카루셀은 덴마크 출신의 워치메이커로 주로 영국에서 활동한 반 보닉센(Bahne Bonniksen, 1859~1935)이 브레게의 투르비용 원리를 응용 발전시켜 1892년 특허를 획득한 중력 상쇄 레귤레이팅 메커니즘입니다. 애초 보닉센은 투르비용보다 구조적으로 더욱 효율적이면서 제조 비용은 낮고 쉽게 조정이 가능한 형태를 고안하고자 했으나 그의 뜻처럼 되지는 않았지요. 그럼에도 그가 제작한 카루셀 포켓 워치 혹은 덱 워치(마린 크로노미터 사양의)는 그리니치 왕립 천문대에 의해 선택될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았고,  1904년 큐 천문대 타이밍 컴피티션에서도 상위권을 휩쓸면서 일각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보닉센 사후 카루셀은 완전히 잊혀지게 됩니다. 

브레게의 추종자들은 그 정통성을 빌미로 카루셀을 '투르비용의 서자' 정도로 치부하기도 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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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명한 독립 시계제작자로 블랑팡, 코럼, 벨앤로스 등 여러 브랜드들과 협업한 빈센트 칼라브레제. 


카루셀이 현대에 새롭게 부활하게 된데는 빈센트 칼라브레제(Vincent Calabrese)와의 협업이 결정적입니다. 그가 왜 기존의 투르비용 대신 굳이 카루셀을 도입해야만 했는지 그 배경까지는 사실 알려진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그로 인해 완전히 묻혀 있던 보닉센의 카루셀 메커니즘이 새롭게 재조명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투르비용의 원리를 보완하는 특유의 독창성으로 블랑팡의 하이 컴플리케이션 라인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데 일조했다는 점입니다. 그럼 투르비용과 카루셀은 구조적으로 어떤 차이점을 갖고 있을까요? 


르 브라쉬스 뚜르비옹 까루셀(2322-3631-55B)_이미지 - 복사본.jpg


위 모델은 2013년에 발표된 르 브라쉬스 투르비용 카루셀(Le Brassus Tourbillon Carrousel, Ref. 2322-3631-55B)입니다. 이 시계는 상단 12시 방향에 투르비용 케이지를 하단 6시 방향에 카루셀 케이지를 함께 위치시킨 최초의 시계입니다. 투르비용과 카루셀을 한 시계에 결합하는 시도는 2009년 CEO 마크 하이예크(Marc A. Hayek)의 지시가 그 발단이 되었는데요. 브랜드의 상징적인 두 컴플리케이션을 결합하는 시도는(주: CEO 마크 하이예크는 이를 가리켜 재미있게도 '결혼 Marriage'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4년여의 연구 개발 끝에 발레드주 남서부 르 브라쉬스에 위치한 블랑팡의 컴플리케이션 공방의 두 수석 워치메이커 제랄드 마르게(Gerard Marguet)와 크리스토프 래미-샤퓌(Christophe Lamy-Chappuis)의 주도하에 수동 칼리버 2322와 이를 탑재한 시계 르 브라쉬스 투르비용 카루셀로 완성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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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브라쉬스 투르비용 카루셀 모델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투르비용과 카루셀의 형태와 원리가 어떻게 차이가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우선 케이지를 구성하는 주요 부품들의 형태와 배열부터 가시적인 차이를 드러내는데요(위 비교 사진 참조). 여기에 배럴로부터 이어지는 동력의 트랜스미션(Transmission, 전달) 체계, 즉 고잉(기어) 트레인의 배열도 차이를 갖고 있습니다. 투르비용은 동력이 싱글 기어 트레인을 따라 이스케이프먼트와 케이지(밸런스)에까지 이어진다면(상대적으로 보수적), 카루셀은 3번째 휠에서 보완적인 기어 트레인이 추가됩니다. 이로써 하나의 기어 트레인은 이스케이프먼트로 향하고, 다른 하나는 인터미디어트(intermediate wheel)을 통해 케이지 휠의 회전(1분에 1회전)을 관장하게 됩니다. 설명만으로는 조금 난해한가요? 카루셀 관련 자료 이미지도 같이 보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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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루셀의 작동 원리를 보여주는 자료 이미지. ⓒBlancpain


인터미디어트 휠로 분할된 양방향의 기어트레인이 하나는 이스케이프먼트를, 다른 하나는 케이지의 회전 속도를 직접 제어하기 때문에 카루셀은 이론적으로는 더욱 효과적인 동력 전달(포스 트랜스미션) 체계를 갖고 있고, 진폭의 불규칙성도 적어 등시성 유지 면에서도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투르비용에 비해 새로운 부품이 더 추가되고 플라잉 케이지 휠 안에 밸런스를 조립 및 조정하기가 더욱 까다롭기 때문에 블랑팡의 르 브라쉬스 하이 컴플리케이션 공방 내 경력 많은 워치메이커들 중에서도 숙련된 극소수만이 이를 다룰 수 있습니다. 



- 투르비용과 카루셀의 작동 원리를 서로 자세하게 비교해서 보여주는 공식 필름 중에서... 


카루셀과 투르비용은 케이지 안에 이스케이프먼트와 밸런스를 위치시켜 함께 항상 회전시킴으로써 중력을 상쇄한다는 점에서 그 원리상으로는 근본적으로 큰 차이점이 없기 때문에 일각에선 카루셀을 블랑팡의 하이프(Hype)쯤으로 보는 불편한 시선도 없질 않습니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수고스러운 방식을 통해 기계식 시계의 꿈인 '크로노미터'의 영역에 도달하고자 하는 하이엔드 시계 제조사들의 다양한 시도들을 단편적인 시각으로만 재단하는 것은 실로 경솔한 행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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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뤼벨 포시의 스페리컬 디퍼런셜 쿼드뤼플 투르비용(사진 좌측 모델)과 로저드뷔의 엑스칼리버 스파이더 스켈레톤 더블 플라잉 투르비용(사진 우측 모델). 


조금 다른 예지만 그뤼벨 포시나 로저드뷔의 더블 플라잉 투르비용 시계들과 앙투안 프레지우소의 투르비용 오브 투르비용 같은 시계들을 접할 때도 단지 그 기능의 효용성만을 따진다면 할 말이 별로 없을 것입니다. 이러한 시계들이 2개 혹은 그 이상의 투르비용 설계를 통해 궁극적으로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의식과 어떤 의지가 시계애호가들에게는 두고두고 화제거리가 될 것이며, 투르비용과 카루셀을 하나의 시계 안에 결합한 블랑팡의 시도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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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오늘 리뷰의 주인공인 엘-에볼루션 투르비용 카루셀(Ref. 92322-34B39-55B)을 집중적으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서두에 밝혔듯이 2013년 발표한 르 브라쉬스 투르비용 카루셀과 기능적으로는 동일하지만 외형적으로 큰 차이를 보이는데요. 직경 47.4mm 두께 11.66mm의 플래티넘 소재의 케이스 형태부터 개성적입니다. 

쿠션형 케이스를 옆으로 비틀어 놓은 듯한 마름모꼴의 외형이 시계에 비범한 아우라를 선사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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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발톱을 연상시키는 양쪽 러그는 케이스와도 조화를 이루며 기존 엘-에볼루션 컬렉션과도 같은 디자인 요소를 공유하는 부분입니다. 케이스 및 러그는 전체 새틴 브러시드 가공되었습니다. 처음 이 시계를 바젤월드 2015 현장에서 보았을 때가 문득 생각납니다. '뭐 이렇게 생긴 시계가 다 있지?' 이런 생각이 든 것도 잠시, 투르비용과 카루셀로 분할된 독창적인 배열이 묘하게 마음을 움직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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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에볼루션 투르비용 카루셀은 오픈 워크 처리한 무브먼트의 베이스 플레이트를 그대로 다이얼 면으로 노출시킨 점도 특징적입니다. 클래식 버전인 르 브라쉬스 투르비용은 핸드 기요셰 마감한 실버톤의 다이얼이 상하단 케이지를 제외한 공간을 채우면서 절제된 개성을 뽐냈다면, 엘-에볼루션 투르비용 카루셀은 아낌없이 무브먼트의 기계적인 면을 부각시키고 특수한 가공처리를 더해 특유의 어그레시브하고 스포티한 매력을 드러냅니다. 새로운 인하우스 수동 2322V2 칼리버는 베이스 플레이트와 브리지를 블랙에 가까운 무연탄 계열 컬러로 NAC 코팅(일종의 전기분해 도금 방식)하고 의도적으로 우둘두둘한 느낌의 거친 요철이 있는 프로스티드 피니시(Frosted Finish)로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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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랑팡하면 보통 클래식한 빌레레나 아기자기하고 러블리한 우먼 컬렉션만 떠올린 분이라면 엘-에볼루션 투르비용 카루셀은 상당히 블랑팡스럽지 않은(?) 이질적인 시계로 기억될 것입니다. 그간 카루셀 사피르 볼랑 윈느 미뉴와 같은 일부 전위적인 한정판도 선보인바 있지만, 엘-에볼루션 투르비용 카루셀과 비견할 만한 시계는 사실 없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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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줄처럼 뒤엉킨 멀티 레이어 형태의 브릿지 너머로 12시 방향에는 플라잉 투르비용 케이지가 6시 방향에는 플라잉 카루셀 케이지가 각각 위치해 있습니다. 매트하게 가공된 여느 부위와 달리 두 플라잉 케이지 상단과 이스케이프 휠은 하이 폴리시드 마감해 은근한 대비 효과를 줍니다. 글루시듀르 소재의 각 밸런스 역시 NAC 코팅 마감했으며 조정이 용이한 4개의 골드 스크류(Gold inertial regulation screws)가 추가된 프리스프렁 형태입니다. 여기에 사용된 밸런스 스프링은 실리시움(Silicium)입니다. 스와치 그룹 산하 브랜드 중 브레게, 블랑팡, 오메가에 실리콘계 헤어스프링이 적극 도입되고 있지요. 실리시움은 온도변화나 자기장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으며 가볍고 내구성도 우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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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또 하나 눈여겨볼 디테일이 카루셀 케이지 상단에 숨어있습니다. 키프(Kif) 형태의 내진장치에 깨알같은 크기의 JB 로고가 추가된 것인데요(위 사진 참조). 

이는 아시다시피 블랑팡의 창립자인 예한 자크 블랑팡(Jehan-Jaqus Blancpain)의 이니셜입니다. 이러한 디테일은 기능이나 시계의 품질과는 무관한 것이지만, 블랑팡의 재치를 엿볼 수 있어 흥미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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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 플레이트 외곽에 별도의 챕터링을 추가해 양각 인덱스를 부착했습니다. 인덱스 형태나 크기는 제각각이며, 특유의 투박한 모양을 갖고 있습니다. 단면은 폴리시드 마감했으며 안은 수퍼루미노바(BGW9) 도료를 채워 어두운 곳에서 푸르스름한 야광을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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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트홀(Porthole)을 연상시키는 요철이 추가된 시스루 형태의 케이스백을 통해서도 2322V2 칼리버를 가감없이 감상할 수 있습니다. 다이얼 면으로 노출된 플레이트/브리지와 마찬가지로 전체 NAC 코팅 및 프로스트 마감되었으며, 라쳇 휠을 포함한 일부 휠에 벌집 모티프로 오픈 워크 가공함으로써 블랑팡 시계만의 개성을 은근하게 과시합니다. 이러한 인하우스 가공 부품들은 전부 르 상티에에 위치한 블랑팡의 매뉴팩처(구 프레드릭 피게)에서 제작되며, 최종 조립은 르 브라쉬스 공방에서 이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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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르비용과 카루셀을 각각 구동하기 위해 더블 배럴은 일반적인 평행 배열이 아닌 각 플라잉 케이지 측면에 위치하게 되었습니다(쉽게 말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구조). 

즉 플라잉 투르비용과 플라잉 카루셀 케이지 각각을 효율적으로 구동시키기 위해 독립된 배럴과 기어 트레인을 갖춘 것인데요. 블랑팡의 엔지니어들이 가장 골치를 앓았던 부분이 바로 이 서로 분할된 기어 트레인을 하나로 잇는 작업이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 하나의 크라운으로 동력을 공급해야 하는 시계의 특성상 어떻게 해야 양쪽으로 분할된 배럴에 동시에 고르게 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까가 관건이었던 셈이지요. 이를 위해 위 사진으로 보시다시피 무브먼트 외곽에 톱니가 있는 커다란 엑스테리어 와인딩 링(Exterior Winding Ring)이 추가되었습니다. 이 링은 세 축으로 단단하게 고정돼 있고 각 배럴 상단에 별도의 라쳇 휠을 추가해 맞물리게 함으로써 양쪽 모두에 고르게 동력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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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운을 풀어 와인딩을 해보면 의외로 와인딩감은 부드러운 편이었습니다. 다만 168시간(약 7일간)의 긴 파워리저브를 채우기 위해 꽤 오래 와인딩해야 풀충전이 되었고, 끝으로 갈수록 촘촘하게 감기는 느낌 보다는 약간 헛도는 느낌을 받아서 만약에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가 없었다면 와인딩이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인가 하고 의구심을 품었을 수도 있을 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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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딩 버클 형태는 이렇습니다. 케이스와 동일한 전체 브러시드 가공한 플래티넘 소재로 버클부 역시 묵직합니다. 또한 특유의 단순하면서도 견고한 형태는 기계공학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판매용이 아닌 프로토타입 모델인지라 악어 가죽 스트랩 퀄리티는 감안해서 봐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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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용 모습은 이렇습니다. 우주선을 연상시키는 47.4mm 직경의 오버사이즈 케이스와 플래티넘 소재의 묵직함, 그리고 플라잉 투르비용 & 카루셀이 결합된 하이 컴플리케이션 시계의 위용이 어우러져 엘-에볼루션 투르비용 카루셀은 착용시 상당한 부담스러움(?)을 안겨줍니다. 하지만 이러한 부담스러움조차 감내할 수 있을 만큼 매우 멋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투르비용 & 스켈레톤 무브먼트 설계를 선호하는 리차드 밀이나 로저드뷔의 시계와도 견줄만 하지만 또 그들과는 차별화된 디자인과 블랑팡이기에 가능한 독보적인 기술적인 성취 또한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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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블랑팡의 이러한 종류의 시계들이 과연 얼마나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다소 회의적입니다. 투르비용과 카루셀을 혼합한 기술적 성취는 차치하고라도 이러한 시계는 하이엔드 카테고리 안에서도 니치 중의 니치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정밀한 시계를 만들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블랑팡의 도전에 심심한 응원과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전통과 혁신을 창의적으로 융합하고자 하는 노력들은 그 자체로 가치가 있으며 존중받아 마땅하기 때문입니다. 



촬영:

포토그래퍼 김두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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