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거 르쿨트르 지오피직 1958(Geophysic 1958)
2015년 W&W에서 예거 르쿨트르(이하 JLC)는 상당한 주목을 받았습니다.
특히 JLC 유저들에게는 연초에 있었던 SIHH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W&W가 더 화제였던 것 같습니다.
이유는 지오피직의 새로운 모델들(지오피직 트루 세컨, 지오피직 유니버셜 타임)이 발표 되었기 때문입니다.
< 지오피직 트루 세컨과 지오피직 유니버셜 타임 >
사실 지오피직 라인의 확장은 예견 되었던 일이기도 합니다.
지오피직 1958이 출시되자마자 홈페이지에는 지오피직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형성되었고
새로운 모델들이 준비되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현상은 JLC가 지오피직을 브랜드 내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이며
또한 앞으로 지오피직 라인에 새로운 형태의 신 모델들이 합류할 것이라 예상됩니다.
그래서...
이 시점에 지오피직 라인의 시작점인 지오피직 1958에 대한 리뷰가 있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지오피직 1958이라는 시계의 역사와 가치 뿐 아니라
시계 자체에 대한 실사용기를 적어보려합니다.
이미 많이 들으셨겠지만 1950년대에는 각 나라에서 지구 물리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1957년부터 1958년까지는 국제지구물리학의 해(International Geophysical Year; IGY)로 선포되어
다양한 국가의 과학자들로 구성된 연구기관이 지구물리학적 환경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양극단은 알려진 것이 거의 없었으며 전 세계의 관심 대상이 되었는데
1958년 8월, 프랑스 과학소설가인 쥘 베른(Jules Verne)이 소설에서 묘사한 잠수함에서 이름을 따온
세계 최초의 원자력 잠수함인 노틸러스호(Nautilus)가 만년설로 뒤덮인 북극점을 지나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횡단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를 기념하여 스위스 정부는 노틸러스호의 총사령관 월리엄 앤더슨 (William Robert Anderson)에게
JLC 지오피직 크로노미터 시계를 수여했는데 이것이 오리지널 지오피직의 탄생 배경입니다.
< 지오피직을 받는 앤더슨 사령관, 그의 지오피직은 옐로골드였음 - 출처 호딩키 >
< 사령관에게 주어졌던 실제 지오피직 구성품 >
JLC는 견고함과 정밀함을 이 시계로 증명하고 싶었기 때문에
지오피직은 명확하면서도 심플한 디자인과 함께 정확도와 신뢰도를 보여주었습니다.
군용 시계 마크 11에 쓰인 cal. 488SBr을 개량한 무브먼트인 cal. 478BWSbr을 탑재했으며,
당시 최고의 워치메이킹 기술이 동원되었습니다.
정확한 시간 세팅을 위한 스탑 세컨드, 온도 변화에 강한 글루사이더(glucydur) 밸런스가 충격을 흡수하는 내진장치(Kif)와 함께 사용되었고
또한 미세 조정을 위한 “스완넥” 레귤레이터를 장착했으며,
페러데이 케이지(Faraday Cage)와 연철 케이스 설계를 통해 자성으로부터 메커니즘을 보호하였습니다.
그리고 당시 JLC에서 상업적이라고 생각하여 잘 받지 않았던 크로노미터 인증도 받게 됩니다.
< cal. 478BWSbr의 모습 >
2. Tribut to “지오피직”
2008년 JLC는 자신들의 첫 번째 트리뷰트 버전 모델인 메모복스 폴라리스가 큰 성공을 거두자
연이어 복각 모델들을 출시하였습니다.
2011년에는 딥씨 알람과 리베르소 1931이 출시되었는데 이 둘도 역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 폴라리스와 딥씨 >
그러자 JLC는 이제 새로운 복각 모델을 기획하였는데 그 모델이
2014년 발표된 “지오피직 1958”입니다.
지오피직 1958은 오리지널 지오피직과 같은 컨셉을 유지합니다.
바로 내구성과 정확성을 모두 가진 시계입니다.
지오피직 1958은 오리지널 지오피직이 가지고 있는 기본 구성에
21세기 시계가 원하는 모습들을 추가하고 수정하여 출시가 되었습니다.
우선 35mm였던 케이스가 38.5mm라는 현대적인 크기로 변하였고,
오랜 기간 각종 모델에서 내구성과 정확성을 보여준 cal. 899에서 데이트창을 뺀
cal. 898/1을 사용하였습니다. 여기엔 기어 트레인에서 부드러운 변속을 위한 Spyr 기어,
윤활유를 필요로 하지 않는 세라믹 볼 베어링이 장착된 로터 등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100m의 방수 기능과 600가우스의 항자성과 함께
크로노미터 인증 대신 더 엄격한 기준의 1000시간 마스터컨트롤 테스트인증을 받게 됩니다.
< 지오피직 1958 삼형제 - 출처 호딩키 >
지오피직 1958은 세 가지 모델로 출시되었습니다.
오리지널 지오피직은 다이얼 형태가 두 가지였는데 복각 모델도 두 가지 형태의 다이얼로 선보였습니다.
수작업으로 처리된 아워 마크와 6, 12의 아라비안 인덱스로 구성되어 있으며
플래티넘 소재로 되어 있는 플래티넘 버전은 총 58개가 제작되었습니다.
< 출처 - 모노크롬 >
3, 6, 9, 12의 아라비안 인덱스로 구성되어 있는 스틸과 핑크골드 버전은 800개와 300개 한정 제작되었습니다.
< 빈티지한 멋과 함께 도시적인 멋도 살아있습니다! >
3. 지오피직 1958의 패키징
지오피직 1958의 구성품은 JLC 일반 모델들과는 조금 다릅니다.
이런 구성 자체가 지오피직 1958을 좀 더 특별하게 해준다는 느낌이 듭니다.
< 일반 박스 같아 보이나 안에는 원목 박스가 들어있습니다. 크기도 대형! >
전체 구성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고급 원목 박스, 국제지구물리학의 해 로고 모양의 설명서, 제품 매뉴얼, 루페
하나 하나 신경쓴 흔적이 보입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박스 자체에 기분 좋은 한정판 느낌이 들게 해 놓았습니다.
4. 지오피직 1958의 실사용기
1) 외형적인 측면
- 그레인드 다이얼
민무늬 다이얼에 비해 상당히 고급스러운 느낌을 줍니다.
JLC에서 그레인드 다이얼은 플래그쉽에 주로 사용됩니다.
- 양각 인덱스
아리비안 폰트는 JLC의 전통적인 폰트로 역사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끝이 삼각형 형태가 되는 바 인덱스는 빛을 반사하고 괜찮은 피니싱을 보여줍니다.
< 출처 - 타임존 >
- 야광
두 번째 사진을 보시면 이너케이스에 닷 형태의 조그마한 야광이 있는데 상당히 귀엽고 신경쓴 흔적으로 보입니다.
핸즈의 야광은 살구빛 루미노르라 빈티지한 느낌을 강하게 줍니다.
- 돔 글라스
플랫한 느낌의 돔 글라스 채용하였습니다.
나쁘지 않지만 전 더 입체감있는 돔 글라스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 유무광 혼합 케이스
점보 등 고급 시계에서 느꼈던 피니싱이 적용되었습니다. 케이스를 잘 보시면 유광 피니싱, 무광 피니싱이 교차로 진행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케이스 피니싱 형태입니다.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쓴 느낌입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었는데 유광 부분이 스크래치에 매우 취약합니다.
리베르소도 유광 피니싱 부분이 스크래치에 취약했는데 개인적인 체감은 더 취약한 느낌입니다.
- 러그 내측 피니싱 문제
러그 외측 피니싱은 투 톤으로 고급스럽게 잘 되어 있지만
내측은 앵글라쥐가 아예 되어 있지 않아 상당히 날카롭습니다.
잘못하면 피부에 상처를 낼 정도입니다.
다행히 뉴 지오피직들에서는 이러한 현상은 없는 걸보니 개선된 것으로 보입니다.
- 케이스백 각인과 용두
국제지구물리학의 해 로고와 1000아워 컨트롤 마크, 방수표시, 한정판 각인 등 상당히 디테일한 음각이 들어가있습니다.
용두는 작지도 크지도 않은 편인데 표면에 어떤 마크도 없어 좀 심심한 편입니다.
- 버클
신경 써서 보지 않으면 잘 모르겠지만 60-70년대 빈티지 버클의 각도 등 모양이 유사합니다.
대신 개인적으로 JLC 빅로고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 스트랩과 러그 사이즈
제치 스트랩은 블랙 엘리입니다. 좀 더 빈티지한 스트랩이 제공되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리고 애매한 19mm 러그 사이즈로 인해 줄질이 불편합니다.
또한 19-18mm의 스트랩 구조는 현대적이지도 빈티지하지도 않은 애매한 사이즈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느낌이 빈티지하기 때문에 각종 스트랩과의 조화는 무난합니다.
꽤 큰 장점이죠~
2) 기능적인 측면
- 정확성
평소 생활에서 일오차를 거의 느끼지 못하였습니다.
한 달 정도 자주 착용하면서 일오차를 점검했는데 한 달 뒤 총 +2 정도의 정확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사실 실착은 특정 포지셔닝에 더 오래 있다보니 시계 자체의 일오차와는 많이 다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고 정확하다는 느낌인 것 같습니다.
집에 있는 타이밍 머신으로 체크해본 결과도 표로 올려봅니다.
같은 지오피직이라도 관리와 상태에 따라 개별 차이가 있으므로
그냥 참고만 하시되 제가 소유한 모델은 풀와인딩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세차 외에는
꽤 괜찮은 수치인 것 같습니다.
- 편의성
지오피직 1958은 "Faraday Cage"가 적용되어 적지만 항자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600가우스에 불과하여 아쉬운 감이 있지만 핸드폰이 2-3g, 태블릿이 7-8g이기 때문에
생활 항자 정도는 충분히 가능합니다.
방수도 100m라 비가 오거나 간단한 수중 스포츠는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지오피직 1958은 생활 속에서 편하게 찰 수 있는 요건들을 충족시키고 있습니다.
참고로 "Faraday Cage"는 도체 혹은 도체 그물로 둘러싸인 구조를 말합니다.
그러한 둘러싸인 구조는 외부의 정전기장을 차단합니다.
1836년에 그것을 발명한 영국의 과학자 마이클 패러데이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습니다.
< cal. 898/1 출처 - 퓨리스트 >
- 로터 소리
세라믹 볼 베어링 소리 또는 로터 자체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소리가 꽤 거슬릴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cal. 899 베이스 모델들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에 비해 조금 더 소리가 나는 것 같아
JLC 본사에 문의를 해보았지만 별 다른 차이는 없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어떤 분은 로터 소리 때문에 생동감을 받을 수도 있고 어떤 분은 조금 고급스럽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로렉스 유저들은 아마 더 이질감을 느끼지 않을까 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오리지널 무브먼트인 수동 cal. 478BWSbr이 복각되어 나왔으면 했습니다^^;
- 분침 튐 현상
JLC 무브먼트 중 몇 모델에 나타나는 분침 튐 현상이 있습니다.
익숙해지면 괜찮지만 굳이 불편하게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빠른 시기에 수정이 되었으면 합니다.
- 또다른 기능적 측면
지오피직 1958은 다양한 포지션이 가능합니다.
줄질에 따라 드레스워치로, 캐주얼워치로 변신하고 그 변신이 나쁘지 않게 어울립니다.
차림새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입니다.
5. 총평
도전 정신을 가지고 내구성과 정확성을 모두 잡겠다는 지오피직 라인의 시작점이 곧 지오피직 1958입니다.
분명 오리지널 지오피직의 컨셉을 이어가고 있으며 디자인으로는 진일보한 지오피직 1958은
오리지널 모델보다 훨씬 더 폭넓은 활용이 가능한 시계가 되었습니다.
지오피직 1958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용기에도 적었지만 세부적인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 있고
여러 곳에 잘 어울린다는 것은 어쩌면 어떤 곳에도 최적화되어 있지 않다는 반증 일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고급 시계에서는 더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모든 우려에도 불구하고
시계 자체에서 발산하는 매력이 충분하기에 많은 것을 커버할 수 있는 시계,
이미 검증을 받았지만 계속해서 확증을 받고 싶어하는 시계,
그러한 시계가 지오피직 1958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오피직 라인의 스타트를 잘 끊었고 후발 주자도 피치를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 지오피직 라인의 새로운 모델을 기대해 봅니다.
지오피직® 1958: 상세 기술 정보
무브먼트:
• Mechanical automatic Jaeger-LeCoultre Calibre 898/1
• 43-hour power reserve
• 202 parts
• 29 jewels
• 28,800 vibrations per hour
• 3.30 mm thick
다이얼:
• Steel and pink gold version :
- “Geophysic®” inscription at 6 o’clock, Jaeger-LeCoultre signature at 12 o’clock
- 3, 6, 9 and 12 numerals and applied hour-markers, rhodium-plated (steel version) and gold-toned (pink gold version)
- luminescent indicators
• Platinum version - boutique :
- “Geophysic®”inscription and Jaeger-LeCoultre signature at 12 o’clock
- 6 and 12 numerals and applied
핸즈:
• Hours, Minutes : dagger-shaped, rhodium-plated (steel and platinum version) and goldtoned (pink gold version)
• Central seconds
기능:
• hours, minutes, seconds
케이스:
• ø 38,5 mm in diameter
• 11.40 mm thick
• soft-iron inner case
• case-back engraving in tribute to the International Geophysical Year
• polished bezel and lugs, satin-brushed case middle
• water-resistance : 10 bar
스트랩 및 버클:
• Steel version: black alligator leather strap, pin buckle in stainless steel
• Pink gold version: chocolate brown alligator leather strap, pin buckle in 18 ct pink gold
• Platinum version : blue alligator leather strap, pin buckle in platinum
Reference:
• Steel version: Q8008520, limited edition of 800
• 18K pink gold version: Q8002520, limited edition of 300
• Platinum version: Q800652j, limited edition of 58 available exclusively in Jaeger-LeCoultre boutiqu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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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09
-
크루시비3
2020.08.30 13:46
-
Gracia
2020.11.12 01:31
478 복각이 너무 아쉽네요 ㅠㅠ
-
gu1999
2021.01.10 19:45
단아한 느낌의 다이얼 클래식함까지 좋네요
-
학동사거리
2021.02.24 09:17
예거에 한정판이라니.. 침만 나오네요 꿀꺽 ㅎㅎ
-
Affableman84
2021.03.30 15:06
예산만 되면 예거 시계 꼭 영입하고 싶어요
-
다크57
2021.09.19 02:36
잘보고갑니다
-
다크57
2021.09.28 15:46
마블영화 스타크가 챃던 시계로 유명하죠
-
오로메
2022.01.09 18:38
이건 무브까지 복각을 했어야죠 ㅠㅠ
-
안티모니
2024.08.31 10:11
한참 지난 요즘도 가끔 장터에 보이는데 경험해보고 싶네요.
- 전체
- A.Lange & Sohne
- Audemars Piguet
- Ball
- Baume & Mercier
- Bell & Ro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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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reguet
- Breit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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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unto
- Swatch
- TAG Heuer
- Timeforum
- Tissot
- Ulysse Nardin
- Vacheron Constantin
- Van Cleef & Arpels
- Zenith
- Etc
잘 보고 갑니다.
나온지 한참 지나 갑자기 사고 싶어서 찾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