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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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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불가리(Bulgari)의 시그너처 컬렉션인 불가리 불가리의 전신이 되는 불가리 로마(Bulgari Roma)가 론칭한지 4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1975년 단 1백명의 고객을 위해 한정판 형태로 선보인 불가리 로마 시계는 고대 로마 제국의 골드 코인에서 착안한 특유의 디자인으로 화제를 모았는데요. 


LCD 디스플레이를 갖춘 전자식 시계 버전과 아날로그 타임온리 기계식 시계 버전 두 종류로 출시해 각각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됩니다(하단 사진 참조). 

이후 다시 시계를 제작해 달라는 고객들의 요청에 힘입어 2년 후에는 불가리 불가리(Bulgari Bulgari)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컬렉션에 합류하기에 이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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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5년 출시 당시 한정판 형태로 선보인 오리지널 불가리 로마 시계들 ⓒ불가리 아카이브



불가리 로마의 성공이 있었기에 훗날 아이코닉 시계로 분류되는 불가리 불가리가 탄생할 수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불가리는 주얼러로서 뿐만 아니라 시계제조사로서도 확실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으니, 

불가리 로마는 불가리 시계 제조 역사를 논할 때 하나의 이정표가 되는 매우 중요한 유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올해 바젤월드 부스 앞에 역대 주요 불가리 로마 & 불가리 불가리 컬렉션 시계들을 연도별로 전시한 것도 불가리 로마 40주년의 의의를 되새기고자 하는 취지였겠지요.


- 불가리 로마 40주년 관련 공식 홈페이지 비디오 참조: http://www.bulgari.com/en-us/bulgari-bulgari-40-celebrating-video/



오리지널 불가리 로마와 불가리 불가리 시계를 보고 있노라면, 하나의 시계가 아이콘으로 격상하기 위해서는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상하로 각인된 더블 로고는 황제의 이름이 새겨진 고대 주화에서 착안했다는 설명이 무색하지 않게 실제 로마의 유산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고자 한 노력을 엿볼 수 있으며, 

직선과 곡선을 적절하게 조화시킨 케이스 디자인은 로마의 역사적인 건축물(역사적인 다리, 콜로세움, 성베드로 성당 등)에서 영감을 얻어 시계 디자인으로 승화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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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립 130주년을 기념해 130개 한정 제작한 불가리 로마 수동 모델(사진 좌측)과 

  올해 불가리 로마 40주년을 기념하는 불가리 로마 피니시모 수동 모델(사진 우측).



불가리 로마는 1977년 불가리 불가리 컬렉션이 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불가리 불가리에 흡수됐는데요. 


지난해 브랜드 창립 130주년을 기념하는 한정판 라인업으로 화려하게 부활한데 이어, 

올해는 이탈리아어로 '최상'을 뜻하는 피니시모 라인업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피니시모는 앞서 불가리가 야심차게 선보인 울트라 씬 라인업인 옥토 피니시모(Octo Finissimo)에 사용된 바 있는데요. 

흥미롭게도 옥토 피니시모의 구성(기능, 무브먼트)과 거의 동일하게 이번에는 불가리 로마 버전으로 거듭나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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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모델인 옥토 피니시모 투르비용(사진 좌측)과 2015년 신모델 불가리 로마 피니시모 투르비용(사진 우측).  



옥토 피니시모 투르비용은 탑재된 무브먼트 두께 1.95mm 케이스 두께 5mm로 지난해 발표와 동시에 세계서 가장 얇은 투르비용 칼리버와 시계로 등극한 바 있습니다. 

함께 선보인 옥토 피니시모 타임온리 모델 보다 케이스 두께가 얇은 수치였으니 옥토 피니시모 투르비용의 성취가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울트라 씬 칼리버는 단순히 그 두께만 줄이는 차원이 아니라 사용된 부품들 역시 더욱 얇고 정밀하게 가공해야 하며, 

구조적으로도 빈 공간을 허용하지 않는 치밀함이 요구되기 때문에 제작이 무척 까다로운데요. 그래서 전통적으로 울트라 씬 역시 컴플리케이션으로 분류하기도 합니다. 




- 옥토 피니시모 관련 공식 홍보 영상. 



불가리는 옥토 피니시모 라인업을 통해 이들로서는 생소한 분야였던 울트라 씬의 영역에 과감하게 출사표를 던졌고 그 결과는 기대 이상이라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자신감은 올해 옥토 피니시모 라인업의 새로운 베리에이션 모델들과 케이스 형태만 다른 불가리 로마 피니시모 라인업의 추가로까지 이어졌습니다. 


울트라 씬 칼리버의 특성상 제조 수량 자체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데요. 올해는 작년에 비해 피니시모 칼리버의 탑재 비중이 2배 이상 늘어난 셈입니다. 

기존 칼리버의 수정 없이 베리에이션 및 제조 수량 자체가 증가했다는 것은 그만큼 피니시모 칼리버의 내구성 또한 어느 정도 검증이 됐다는 방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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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부터 불가리의 홍보대사로 합류한 영국 출신 배우 루크 에반스(Luke Evans). 

그가 착용하고 있는 시계는 불가리 로마 피니시모 40주년 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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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가리 로마 피니시모 투르비용을 착용한 루크 에반스. 




100개 한정으로 선보인 불가리 로마 피니시모 40주년 모델과 불가리 로마 피니시모 투르비용 중에서 

이번 타임포럼 공식 리뷰용으로는 불가리 로마 피니시모 투르비용을 선택했습니다.  


불가리 로마 피니시모는 지난해 옥토 피니시모 리뷰를 참조하시면 도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옥토 피니시모 타임포럼 공식 리뷰 참조: https://www.timeforum.co.kr/TFWatchReview/1133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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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 로마 피니시모 투르비용(Bulgari Roma Finissimo Tourbillon)은 직경 41mm 핑크 골드 케이스로 제작됐습니다. 


전체 폴리시드 마감한 케이스는 불가리 로마 및 불가리 불가리 컬렉션 만의 단순미와 고급스러움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상단에 불가리를 하단에 로마를 새긴 특유의 디자인은 오리지널이나 40년이 흐른 지금이나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단순 명료하면서도 불가리만의 개성을 드러내기에 충분하며, 왜 세대와 국경을 초월해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를 헤아릴 수 있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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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의 케이스는 스위스 새뉴레지에(Saignelégier)에 위치한 자체 케이스 및 브레이슬릿 매뉴팩처(구 핑거)에서 제작하며, 

하이엔드 퀄리티의 다이얼은 라쇼드퐁(La Chaux-de-Fonds)에 위치한 자사의 카드랑 공방(구 카드랑 디자인)에서 완성합니다.  


세라믹을 연상시키는 깊은 블랙 컬러의 다이얼은 블랙 래커를 여러겹 덧바르고 다듬고를 반복해 특유의 섬세한 광채를 갖고 있습니다.  

그 위에 얇고 길쭉한 골드 인덱스를 아플리케 방식으로 부착해 오리지널 불가리 로마 모델서부터 이어진 미니멀리즘 디자인 철학을 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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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워크 처리한 6시 방향에는 플라잉 투르비용 케이지를 고스란히 노출시키고 있는데요. 

쓰리 포크 형태의 스켈레톤 브릿지와 함께 완급을 조정할 수 있는 웨이트가 안쪽에 위치한 밸런스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이러한 형태의 프리스프렁 밸런스는 우리에겐 파텍 필립의 자이로맥스 덕분에 눈에 익는데요. 

불가리 로마 피니시모 투르비용에 사용된 그것 역시 자이로맥스와 그 형태가 거의 유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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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가리 로마 피니시모 투르비용에 탑재된 인하우스 수동 BVL 268 칼리버 분해도. 



스펙상으로는 투르비용 케이지 메탈 소재 및 무게까지는 정확하게 공개되지 않았지만, 한눈에 봐도 경량화에 성공한 것으로 보여지며, 

일반적인 스위스 레버 이스케이프먼트 형태와도 가시적인 차이를 보여줍니다. 아무래도 두께를 줄이기 위한 나름의 묘안일 것입니다. 

불가리는 이를 서스펜디드 이스케이프먼트(Suspended Escapement)로 명명하고 있으며, 레버와 휠을 고정하는 부분에는 세라믹 볼 베어링을 사용해 내구성을 더했습니다.


앞서도 강조했듯이 불가리 로마 피니시모 투르비용에 사용된 수동 BVL 268 칼리버는 직경 32.6m에 두께 1.95mm로 세계에서 가장 얇은 투르비용 무브먼트입니다. 

전작 옥토 피니시모 투르비용에 탑재될 당시 케이스 두께는 5mm. 고정 브릿지를 제거한 플라잉 투르비용 칼리버임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인상적으로 얇은 두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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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리 로마 피니시모 투르비용의 케이스 두께는 옥토 버전에 비해 약간 두께가 더 있는 5.15mm입니다. 


이 시계의 진가는 케이스 프로파일(측면)에서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여느 투르비용 시계들이 케이스 두께 10mm 안쪽에만 들어와도 얇다는 평을 들는 것을 상기할때, 

그 절반에 해당하는 두께는 눈으로 보고도 실감이 잘 나지 않을 정도입니다. 타임온리 모델인 불가리 로마 피니시모를 옆에 두었다면 두께 비교가 더욱 극명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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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리스워크까지 자연스럽게 드러낸 BVL 268 칼리버는 개성적인 배열로도 보는 재미를 선사합니다.


별도의 배럴 덮개를 생략한 일명 플로팅 배럴을 사용해 두께를 줄이고(이는 JLC가 또한 즐겨 사용하는 방식이기도), 

반면 배럴이 차지하는 면적은 넓혀서 얇고 긴 메인스프링을 감아 넣어 52시간의 제법 긴 파워리저브를 자랑합니다. 


브릿지 상단은 코트 드 제네바(제네바 스트라이프) 가공했으며, 바텀 플레이트에는 페를라주를 촘촘이 넣었습니다. 

사진 상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브릿지 측면은 얕게 앵글라주 및 미러 폴리싱 처리했으며, 

다이얼 사이드로 보이는 투르비용 케이지 대부분의 부품 역시 하이 폴리싱 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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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과 달리 10회 이상 와인딩시 손끝에 제법 텐션이 느껴졌으며, 만약 크라운이 지금보다 작았다면 와인딩에 다소 불편함을 느꼈을 소지가 있습니다. 


까르네 모델이지만 시간 및 원미닛 투르비용은 정상 작동했으며(시간당 진동수 21,600회), 

세계에서 가장 얇은 투르비용 무브먼트의 진가를 느끼기엔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무브먼트를 들여다 볼 수록 그 두께는 얇지만 내구성에 상당히 중점을 두고 개발된 것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불가리의 울트라 씬(피니시모) 칼리버는 다른 컴플리케이션,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시계들과 마찬가지로 

르 상티에(Le Sentier)에 위치한 오뜨 오롤로제리 매뉴팩처에서 설계, 제조, 조립, 안정성 테스트 등을 거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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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랩은 브라운 앨리게이터 가죽이 사용됐으며, 버클은 케이스와 동일한 핑크 골드 소재입니다. 

가죽 스트랩 퀄리티는 이 시계의 가격대를 생각하면 평이한 편이지만 버클은 케이스 가공 상태와 마찬가지로 흠잡을 데 없는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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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용샷도 보시겠습니다. 이번에는 촬영도 화보 형식으로 진행해 봤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종류의 시계는 정통 수트 차림이 잘 어울립니다. 



불가리가 고급 시계 분야에서 해가 다르게 위상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다니엘 로스와 제랄드 젠타를 인수한 이래 이들은 하이 컴플리케이션 제조에 있어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어느덧 전통의 고수들도 어려워 하는 울트라 씬 분야에까지 도전해 가시적인 성과물을 줄줄이 내놓고 있습니다.

 

불가리는 까르띠에, 쇼파드, 피아제와 더불어 파인 주얼리와 파인 워치메이킹을 넘나드는 양 분야의 진정한 승자라 할 수 있으며, 

이들의 대표작인 불가리 불가리(불가리 로마), 옥토, 디아고노, 여성용 세르펜티 컬렉션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영원성의 가치를 담기 위한 그릇인 셈입니다. 


불가리 로마 40주년을 맞아 선보인 불가리 로마 피니시모 투르비용은 시계제조사로서의 불가리에 선입견이 있는 분들이나 

이들의 행보에 의구심을 갖는 분들까지도 호기심을 느낄 만한 매혹적인 신작으로 불가리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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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협조: 

불가리 코리아 


촬영 협조: 

포토그래퍼 김두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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