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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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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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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고를 때 다양한 시계만큼 많은 선택지가 있고 이것은 우리를 즐겁게도 또는 괴롭히기도 합니다. 시계라는 물건이 결코 싸지 않은 것을 생각한다면 선택은 신중해 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즐거움이 길어지거나 괴로움 역시 길어질 테죠. 그러면서 머리 속 선택지에서 원하는 조건을 선택하고 후보 군을 추려가며 점점 구매에 다가갈 텐데요. 가벼운 시계가 중요한 조건이라면 딱 떠오르는 모델이 많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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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의 엘 프리메로 라이트웨이트는 그런 흔치 않은 가벼운 시계의 하나입니다. 이름에서도 직설적으로 가벼움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가볍고 높은 강도로 고성능 자동차 차체의 소재, 항공기의 동체의 소재로 각광받고 있는 카본 파이버는 시계에서도 종종 사용되곤 합니다. 가벼운 시계를 만들기 위해서 가장 정석적인 방법이 아닐까 싶은데요. 카본 파이버를 이용한 케이스 성형 방법도 그간 다양해져 단조 카본(Forged Carbon), NTPT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엘 프리메로 라이트웨이트는 카본 파이버 소재의 케이스로서는 클래식한 형태로 카본 파이버로 직조(?)한 원단 패턴에서 잘 드러납니다. 케이스의 실루엣을 보면 스테인리스 스틸을 기본으로 하는 일반적인 엘 프리메로 모델과 다르지 않습니다. 디테일을 보면 얇은 폭의 베젤과 길게 뻗은 러그는 모서리를 잘라내 멋을 낸 모양이죠. 카본 파이버 케이스로도 동일하게 재현하고 있습니다. 차이점은 측면입니다. 보다 가벼운 시계로 만들기 위해 러그의 측면은 속을 비웠습니다. 덕분에 측면에서의 인상은 보다 현대적으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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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카본 파이버 케이스는 모서리의 마무리가 발목을 잡곤 했습니다. 잘 된 것도 많았지만 다소 거친 느낌 마무리가 없지 않았는데 시계케이스에서 그간의 노하우가 쌓인 덕분인지 매끄럽게 마무리되어 있습니다. 위 이미지에서 절단면이 드러나는데요. 절단면 역시 매끄럽게 잘 처리되어 있습니다. 엘 프리메로 라이트웨이트의 카본 파이버 케이스는 비교적 광택이 돌지 않고 손으로 만져 보면 반질반질한 느낌이 좋군요. 케이스는 카본 이외에 알루미늄을 사용하였으며, 크라운과 푸시 버튼은 티타늄입니다. 티타늄은 블랙 컬러를 냈고 푸시 버튼은 케이스와 통일성을 위해 버튼 위에 카본 파이버를 일부 올려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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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얼은 스켈레톤 기법을 기본으로 합니다. 3, 6, 9시의 방향의 카운터는 파랑, 검정(어두운 회색?), 밝은 회색을 사용해 영역을 구분하고 있고 오버 사이즈이므로 3시 방향 30분 카운터, 9시 방향 영구초임이 조금씩 영역을 양보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때문에 30분 카운터와 영구초침 카운터는 일부가 삭제되어 정확한 눈금을 읽는데 지장이 있어 아쉽네요. 카운터가 차지하는 면적과 무브먼트 지름 대비 커다란 45mm의 케이스를 지녀 다이얼 바깥쪽의 빈 공간을 처리하기 위해 인덱스 링의 두께를 다소 두텁게 가져가면서 스켈레톤의 개방감은 크지 않습니다. 대신 6시 방향에 배치한 날짜 창은 스켈레톤 방식의 데이트 링으로 처리했고, 해당 날짜가 6시 정방향에 왔을 때 빨간색 배경을 투영해 며칠인지 보여줍니다. 이런 기법이 요즘은 그다지 특별하지 않지만 보는 재미있음은 분명합니다. 수동으로 날짜를 변환할 때 어떤 방식으로 날자 변환이 이뤄지는지 다이얼 10시 부분을 통해 다소나마 알 수 있는 것 역시 재미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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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덱스는 제니스 특유의 가공. 하이라이트가 강렬해 굉장히 뚜렷하고 선명하게 보이는 것이 특징입니다. 표면처리나 마무리가 잘 되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인덱스의 입체적인 형태도 이와 같은 뚜렷함에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을 테고, 푸른색 크로노그래프 바늘을 제외하면 시, 분침 역시 존재감이 확실합니다. 스켈레톤 다이얼을 배경으로 쓰고 있는 만큼 가독성이 뛰어날 수 없겠지만 다이얼 바깥쪽 분 인덱스와 정교하게 프린트한 1/5초 단위의 초 인덱스가 있어 시간을 읽기에 충분합니다. 스켈레톤이라고 하더라도 1/5초 눈금은 36,000vph의 진동수에서 가능한 일이므로 쉽게 삭제할 수 없을 것 인데요. 이 모델이 크로노그래프라는 점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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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를 카본 파이버로 만들어 경량화를 이끌어냈다고 한다면 이제 조금 구식인 시대입니다. 좀 더 가볍게 만들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하죠. 제니스는 라이트웨이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제대로 다이어트를 했습니다. 무브먼트에서 무게를 덜어낸 것이죠. 무브먼트의 메인 플레이트, 브릿지를 티타늄으로 만들고, 이스케이프먼트를 실리시움으로 만들어 경량화에 성공합니다. 크로노그래프를 작동시키는 스틸 소재의 레버는 기존과 다르지 않지만, 어두운 티타늄 플레이트와 대비되어 제법 멋진 그림을 그려냅니다. 티타늄으로 만들어 탑재한 무브먼트는 ‘엘 프리메로 칼리버 400B 티타늄’이라고 부르며 무게는 15.9g에 불과합니다. 현재 생산하는 크로노그래프로 중 가장 가볍다고 알려져 있으며 황동(Brass) 소재의 일반 엘 프리메로에 비해 25% 정도 더 가볍습니다. 이는 확실히 경량화에 있어 중요한 요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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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 프리메로 칼리버 400B 티타늄은 50시간의 파워리저브이며 36,000vph로 진동합니다. 크라운 포지션은 0, 1, 2이며 포지션 0에서 수동 와인딩, 포지션 1에서 시간 조정, 포지션 2에서 날짜 조정입니다. 이전 제니스 리뷰에서도 밝힌 바처럼 일반적인 무브먼트의 포지션과 달리 1과 2가 서로 자리를 바꾸고 있습니다. 포지션 0에서 크라운을 돌려보면 다소 텐션은 느껴지나 매끄럽게 회전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 10여년 전 ETA의 칼리버 7750을 돌리는 감촉이 서걱서걱하며 어딘가를 긁어대는 느낌을 받았지만 지금은 몰라보게 매끄러워졌는데요. 엘 프리메로 역시 10여년 전(LVMH 인수 이전에 생산한 모델)에는 크라운을 돌리다가 부러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빡빡했는데 상당히 발전한 모습입니다. 한 칸 당긴 포지션 1에서는 날짜를 조정할 수 있고 크라운을 돌리는 만큼 시계바늘이 따라다녀 조작성은 우수합니다. 크라운을 돌릴 때 헐겁지도 너무 무겁지도 않은 딱 좋은 수준입니다. 한 칸 더 당기면 포지션 2로 날짜를 조정할 수 있고 스켈레톤화 한 다이얼과 데이트 링의 움직임을 보며 날짜를 바꿀 수 있습니다. 케이스 백 또한 카본 파이버로 만들었고 그 위에 얕은 음각으로 엘 프리메로, 100m 방수, Ref. 넘버, 케이스 넘버(혹은 시리얼 넘버), 250개의 한정판 중 몇 번째인지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시스루 백을 통해서는 티타늄으로 만든 엘 프리메로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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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랩은 러버에 노멕스(Nomex, 듀퐁의 내열 섬유로 화재진압복과 F1 드라이버의 수트에 사용)를 덮었습니다. 다소 밋밋해 보일 수 있는 러버에 노멕스가 기능성 보다는 디자인 포인트로 작용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이것에 블랙처리한 티타늄 버클이 매치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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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량이라는 주제에서 아직 대단히 치열한 경연이 벌어지고 있지는 않지만, 이미 경량으로 어느 정도 경지에 오른 모델, 예를 들면 리차드 밀의 RM 009는 스트랩을 부착하지 않고 29g을 기록했고 이후 RM 27-01은 스트랩 없이 13g의 무게를 기록했습니다. 경쟁에 제대로 뛰어든다면 울트라 슬림만큼 살벌한(?) 숫자 싸움이 벌어지는 분야죠. 실제로 착용해 본 엘 프리메로 라이트웨이트는 45mm의 외관이 주는 무게감을 가볍게 뒤집습니다. 이름처럼 정말 가벼운 모델이며 다른 카본 파이버 케이스와의 차이점은 무게 중심이 전체적으로 고르게 잡혀있다는 느낌입니다. 무브먼트의 경량화 없이 카본 파이버 케이스만 사용할 경우 무게 중심이 안쪽(무브먼트)에 모여있어 처음에는 가볍지만, 계속 착용하다가 보면 이리저리 바쁘게 움직이는 손의 움직임에 따라 무게를 드러낸다면 라이트웨이트는 그런 느낌이 별로 없습니다. 실제로 러버 밴드를 제외한 무게는 45g이 채 되지 않기도 하고요. 물론 가벼움의 얻기 위한 대가가 없지 않습니다.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를 사용하는 유사 기능의 모델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가입니다. (같은 기능의 모델은 42mm로만 나오는 관계로) 물론 경량 모델 간 비교를 한다면 가격대비 합리적입니다. 물론 그 무게의 차이는 숫자상으로 가격만큼이나 엄청나지만 무게의 실제 체감이나 합리성에서 본다면 충분히 매력적인 가벼움을 지녔다고 하겠습니다. 


촬영 : 2nd Round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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