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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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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us_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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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날고자하는 인간의 원초적 욕망은 20세기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항공 역사의 태동기를 맞이하고, 불과 반세기가 흐르지 않아 본격적인 민간항공시대를 열었습니다. 그리고 파일럿 시계는 이 항공 역사의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계측 장비로 함께했습니다. 여기에 파일럿 시계의 역사에 빼 놓을 수 없는 또하나의 선구자가 있습니다. 글라이신 에어맨입니다.

1953년 탄생한 글라이신 에어맨은 최초의 24시간 듀얼타임 시계로 60년이 넘는 시간을 사랑받아 온 파일럿 시계의 대표작 중 하나입니다.

에어맨은 글라이신의 세일즈 디렉터 샘 글러(Sam Glur)의 제안으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는 캘거타에서 방콕까지의 비행 도중 파일럿과의 대화를 통해 장거리 비행에 필요한 이상적인 파일럿 시계를 글라이신 본사에 제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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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샘 글러가 글라이신 본사에 보낸 편지 >

파일럿에게 익숙한 24시간계를 기본으로 회전베젤에 24시간 인덱스를 한번 더 각인한 에어맨의 구조는 간단한 조작으로 출발지와 도착지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어 매우 실용적이었고 많은 파일럿들의 사랑을 받게 됩니다. 특히, 전세계에 파견이 많았던 미국 공군에서 필수 아이템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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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글라이신을 대표하는 컬렉션으로 자리잡은 에어맨은 수많은 베리에이션 모델을 양산했습니다. 현재 글라이신의 홈페이지를 보면 에어맨 18(39mm), 에어맨 베이스 22(42mm), 에어맨 더블 24(44mm), 에어맨 17(46mm) 등 다양한 사이즈의 에어맨 라인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다이얼 베리에이션 버전, 6~70년대 유선일체형 케이스의 에어맨 SST, 새로운 컨셉과 디자인의 에어맨 세븐, 에어맨 '에어파이터' 등이 출시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베리에이션 모델은 오히려 오리지널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게 되고 새삼 에어맨 No.1 모델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No.1이란 이름에서도 느껴지듯 에어맨 No.1은 초기 모델의 복각판입니다. 오늘날 많은 브랜드에서 과거의 명작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복각' 모델을 내놓고 있고, 글라이신 역시 같은 의미의 에어맨 '1953 빈티지' 리미티드 에디션 등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모델들은 대부분 사이즈 부분에서 커졌기 때문에 시대의 요구에는 맞을지 모르나 뭔가 오리지널리티가 부족함을 느끼게 합니다. 그런 점에서 에어맨 No.1은 에어맨 시리즈 중 최초의 오리지널 모델에 가장 근접한 '복각' 모델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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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는 초기 버전과 같은 직경 36mm 입니다. 그리고 역시 초기 버전과 같은 돔 형태의 플랙시(plexi) 글라스가 적용되었습니다. 그리고 에어맨의 아이코닉 디자인이라 할 더블 24간 인덱스와 4시 방향의 베젤고정 크라운이 오리지널에 최대한 근접한 모습입니다. 케이스는 전부분 폴리싱 처리로 고급감을 높였고, 사파이어 크리스탈 글래스가 아니어서 스크래치 걱정은 되지만 완벽에 가까운 '복각'이란 평가를 내릴 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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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라이신에서는 36mm 모델을 최근에도 출시한 적이 있지만 이전 모델보다 확연히 초기 버전의 정취에 더 다가갔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글라이신의 이런 선택이 가능했던 것은 위에서 언급했듯 에어맨 컬렉션에는 이미 많은 베리에이션 모델이 있고, 이 모델들 역시 에어맨 특유의 아이코닉 디자인들을 고스란히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두께 10.75mm에 10 atm(100m)의 방수성능과 함께  4800 A/m (60 gauss)의 항자기성능으로 파일럿 시계로서 충분히 높은 성능을 가집니다. 6시 방향 러그 사이에 시리얼 넘버가 각인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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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에어맨 모델들은 대다수가 인덱스만 24시간계로 표기되고 실제 핸즈는 12시간계로 작동합니다. GMT 핸즈가 별도로 있어 이 핸즈만 24시간계로 작동합니다. 하지만 초기 버전은 핸즈 자체가 24시간계로 작동했기 때문에 인덱스 역시 24시간계로 표기되어 현재까지 이 전통을 유지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대신 야광 도트 인덱스를 통해 12시간계를 표기해주고 있으며, 실제 사용에서는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는 못합니다. 3시 방향에 위치한 날짜창 역시 초기 버전과 같은 레드 컬러로 다른 시계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함이 있습니다. 이 모델의 경우 GMT 핸즈를 별도의 컬러로 구분하지 않았다는 것이 특이한데 이 역시 초기 버전에 대한 향수를 자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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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라이신에서는 에어맨 No.1에 두가지 버전을 내놓았습니다. 오늘 리뷰를 통해 보는 4핸즈 모델(GMT Version)과 함께 더욱 오리지널에 가까운 3핸즈 모델(Purist Version) 도 있습니다. 물론 3핸즈 모델은 초기버전과 같이 24시간계로 작동합니다. 차이점은 GMT 핸즈가 있는 모델은 3 타임존을, 3핸즈 모델은 2타임존을 명시한다는 것입니다.

야광은 수퍼루미노바 C3 도료로 야간시 좋은 시인성을 보장합니다. 초기 버전은 트리튬 도료가 사용되었는데, 빈티지 느낌을 살린다는 이유로 최근 많이 볼 수 있는 베이지 컬러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 좋습니다. 어차피 과거의 시간은 완벽히 되살릴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인위적인 느낌은 개인적으로도 바람직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계는 인정하고 그 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더 높은 완성도를 보여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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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맨의 많은 베리에이션 과정에서도 변함없이 이어온 4시방향 고정 크라운입니다. 실제 크라운을 풀고 베젤을 조정하면 경계점 없이 자유로운 움직임에 에어맨을 처음 사용하는 사람은 당혹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정시 충격에 헛돌 일이 없어 확실한 기능성을 보장한다는 것이 오늘날에도 이 메커니즘이 유지되는 이유입니다. 현대에는 좀 투박하다고 느껴질지 모르겠지만 오리지널리티를 간직한 에어맨 최고의 아이콘으로 에어맨 유저들의 자부심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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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백 역시 스크류 방식의 솔리드백을 채용했습니다. 초기 버전의 재연으로 선레이 문양에 인덱스 인그레이빙으로 멋을 낸 것은 충분히 용인될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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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재된 무브먼트는 글라이신의 칼리버 GL 293 으로 ETA 2893-2 무브먼트를 베이스로 하고 있습니다. 다이얼 부분에서 GMT 핸즈와 날짜창 등에서 충분히 직감할 수 있을 듯 합니다. 1953년에 발매된 오리지널 모델은 글라이신의 인하우스 무브먼트 Felsa 692 가 탑재되었지만, 현재는 ETA 범용무브먼트를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바로 70년대 쿼츠파동으로 인한 충격 때문입니다. 현재도 유수의 스위스 워치메이커들이 화려했던 과거를 잃어버려야만 했던 그야말로 기계식 시계의 암흑기였기에 이 터널을 지나 글라이신 에어맨이 살아남았다는 것 만으로 위안을 해야만 할 듯 합니다.

글라이신에서는 같은 범용 무므먼트를 사용하는 엔트리급 시계보다는 약간 나은 피니싱을 합니다. 비록 솔리드백이라 무브먼트를 볼 수 없지만 로듐 도금한 로터에 코트 드 제네바 문양에 비행기 인그레이빙 등의 피니싱 작업이 추가되었습니다. 28,800 vph, 42 시간 파워리저브, 21석의 기본 스펙을 가지고 있습니다.

러그는 20mm 로 케이스 직경에 비해 폭이 넓습니다. 채용된 블랙 나토 스트랩은 밀리터리 느낌이 강해 실제 과거의 파일럿이 사용했을 법한 분위기를 만듭니다. 나토 스트랩의 두께감도 훌륭하고 핀홀에 덧댄 가죽은 고급스럽고 좀 더 나은 내구성을 보장할 듯 합니다. 다만 덧댄 가죽의 두께 때문에 탈착시 스프링바를 빼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버클은 글라이신 로고가 양각된 20mm 핀버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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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용샷입니다.​ 오버사이즈 시계를 좋아하지 않는 필자의 눈에도 확연히 작아보입니다. 불과 한세대 전에 남성 시계의 평균 사이즈였다는 점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끼게 합니다. 하지만 작은 사이즈가 만드는 가벼움은 당연히 좋은 착용감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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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시계애호가들이 빈티지 시계를 찾습니다. 이유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시계 역시 세월의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어 그 시대의 모습 그대로 성능을 발휘하는 빈티지 시계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글라이신 에어맨 No.1 은 복각이란 이름으로 만들어진 시계 중 '현대적 재해석'보다는 '오리지널의 재현'에 더 노력한 흔적이 엿보입니다. 그래서 빈티지 모델에 대한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훌륭한 대안이 되기에 충분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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