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블랑 마이스터스튁 헤리티지 퍼페추얼 캘린더
1906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태동한 몽블랑(Montblanc)은 지난 한 세기 동안 세계 제일의 필기구 제조사로서 명성을 떨쳤습니다.
친구 사이였던 알프레드 네헤미아스(함부르크 태생의 은행가)와 아우구스트 에버스타인(베를린 태생의 엔지니어), 클라우스 요하네스 포스(자본가)
세 사람에 의해 작은 필기구 회사로 출발한 이들은 프랑스어로 '하얀 산'을 뜻하는 알프스 산맥의 정상 몽블랑에서 이름을 따서 브랜드명으로 삼고,
몽블랑 정상에 덮인 눈을 형상화한 스타 로고를 브랜드 심볼로 추가했으며, 1924년 독일어로 '걸작'을 뜻하는 마이스터스튁(Meisterstück) 컬렉션을 런칭합니다.
- 올해 마이스터스튁 탄생 90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마이스터스튁 750 레드 골드 만년필.
닙을 18K 레드 골드 소재로 제작하고 90주년을 기념하는 숫자를 함께 음각했습니다.
참고로 1929년도 모델부터 볼 수 있는 4810 숫자는 몽블랑의 산 높이를 의미합니다.
마이스터스튁 만년필은 여러분들도 다들 잘 아시다시피 고급 필기구를 상징하는 아이콘입니다.
펜 하나를 완성하는 데만도 총 100가지 공정이 요구되고 장인의 손에 의해 펜촉을 다듬는 기술만도 30여 개이며,
바디에 사용된 딥 블랙의 레진 역시 그 가공 방식이 철저히 비밀리에 부쳐진 몽블랑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입니다.
1924년 탄생 이래 지난 90년의 세월 동안 마이스터스튁 만년필은 엘리자베스 여왕, 윈스턴 처칠, 존 F. 케네디, 미하일 고르바초프 등 수많은 명사들에 의해 애용되었고,
그들의 손을 거쳐 역사적인 문서의 기록 도구로 남게 되었으며, 이러한 배경은 세계의 문인과 예술가, 비지니스맨들 사이에서 마이스터스튁을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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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브랜드 홍보대사인 영화배우 휴 잭맨(Hugh Jackman)이 출연한 "I Tell Stories" 광고 캠페인 필름.
하지만 몽블랑은 단지 필기구 제조사로만 만족하지 않았지요.
가방을 비롯한 각종 가죽 소품, 주얼리, 선글라스, 향수, 심지어 1997년부터는 시계 제조 분야에까지 손을 뻗칩니다. 이쯤 되면 멀티 브랜드라고 할 수 있지요.
몽블랑은 일부 고급 패션브랜드들처럼 단지 라이센스만 제공하고 외주 생산 유통하는 방식이 아닌,
스위스 르 로끌 현지에 직접 시계 공방(훗날 대규모 매뉴팩처로 확장됨)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처음부터 정공법으로 시계사업에 임했습니다.
시계 분야에서 큰 이윤을 창출할 수 있을지가 미지수였음에도 몽블랑이 이같은 결정을 내린데는 시계사업의 성장 가능성을 예견했다는 방증이지요.
스타, 스타 클래식, 스타 4810, 타임워커 등 몽블랑은 주로 ETA 기반의 오토매틱 무브먼트를 사용한 대중적인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대의 시계를 발표하며
차츰 시계제조사로서의 경력을 쌓아갑니다. 케이스 측면에는 유명한 마이스터스튁 문구를 음각해 넣고, 다이얼이나 크라운, 무브먼트의 로터, 버클 등에는
몽블랑을 대변하는 스타 로고를 새겨 넣는 식으로 몽블랑은 자사의 기념비적인 상징들을 하나의 시계 안에서도 적확하게 반영함으로써
기존의 몽블랑 제품들을 좋아하는 소비자층을 어렵지 않게 포섭할 수 있었지요. 또한 몽블랑이라는 브랜드 파워만으로도 성공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습니다.
- 2014년 신모델인 마이스터스튁 헤리티지 펄소그래프 모델에 탑재된 미네르바(Minerva)의 수동 크로노그래프 칼리버 13.21.
그리고 2007년 빌레레 지방의 전통 깊은 고급 무브먼트 제조사인 미네르바를 전격 인수함으로써 최상급 컴플리케이션 시계 제조 기반까지 갖추게 되기에 이릅니다.
이는 몽블랑으로서는 다시 없을 천우신조와 같은 기회였지요. 이렇게 이들은 불과 10여년 만에 대중적인 라인에서부터 최고급 라인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컬렉션을
구축할 수 있게 되었고, 미네르바 인수를 기점으로 2008년부터는 매해 시계업계를 깜짝 놀라게 할 만한 다양한 하이 컴플리케이션 시계들을 쏟아내기 시작합니다.
특히 2008년 ‘시간기록자’를 표방한 니콜라스 뤼섹은 그동안 만년필 브랜드로만 치부하던 이들조차 몽블랑을 다시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두 개의 디스크 형태가 회전하며 초 단위를 측정할 수 있게 고안된 최초의 크로노그래프 기기에서 착안해 개발자에게 헌정하는 의미로 이름까지 따온
니콜라스 뤼섹 컬렉션은 역사적 유산을 현대적으로 잘 응용한 대표적인 사례이자 고급시계제조 분야에서 이들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성취였지요.
- 휴 잭맨에게 2014 SIHH 신제품을 소개하고 있는 몽블랑 CEO 제롬 랑베르.
그리고 2013년 몽블랑은 또 한 차례 큰 변화를 예고합니다.
10년 넘게 예거 르쿨트르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온 스타 CEO 제롬 랑베르(Jerome Lambert)를 새 수장으로 영입한 것입니다.
母 회사인 리치몬트 그룹이 예거 르쿨트르에 이어 신진 매뉴팩처로 급성장세인 몽블랑을 리드할 중책에 제롬을 앉힌데는 그의 경영 능력을 신뢰한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또한 눈치 빠른 시계애호가들은 제롬에 의해 JLC 컬렉션에서 영향을 받은 디자인 및 기능의 시계들을 몽블랑에서도 곧 볼 수 있게 되리라 일찌감치 전망했을 줄 압니다.
이러한 전망은 실제로도 빗나가지 않았지요.
- 2014년 신제품인 마이스터스튁 헤리티지 펄소그래프(사진 좌측)와 마이스터스튁 헤리티지 문페이즈(사진 우측).
제롬 랑베르호에 승선한 몽블랑은 올해 SIHH에서 마이스터스튁 헤리티지(Meisterstuck Heritage) 컬렉션을 대대적으로 선보입니다.
그 결과물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다채로웠으며, 기존의 몽블랑의 이미지에서 한발짝 더 나아간 무언가를 보여주기에 충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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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스터스튁 헤리티지 컬렉션 관련 공식 프레젠테이션 필름.
마이스터스튁 헤리티지 컬렉션을 런칭한 배경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몽블랑의 몇 가지 전략들을 엿볼 수 있습니다.
우선, 경쟁이 치열한 미들-하이 레인지 마켓에서 기존 스타와 타임워커 컬렉션이 장악하지 못한 틈새 영역을 공략하겠다는 의지이자,
그 자체로 라인별 베리에이션을 강화해 다양한 소비자층을 포섭하기 위함입니다.
특히 기존 컬렉션에서는 부족했던 정통 클래식 라인을 추가함으로써 새로운 스토리텔링의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기도 하지요.
일례로 올해 90주년을 맞은 마이스터스튁을 굳이 헤리티지라는 단어와 병기한 것만 보더라도 몽블랑의 의도는 분명해집니다.
문페이즈 모델과 데이트 오토매틱 모델, 그리고 가장 베이직한 타임온리 오토매틱 모델 같은 경우가 어느 정도의 대중성을 고려한 시계들이라면,
유일하게 미네르바 칼리버를 탑재한 마이스터스튁 헤리티지 펄소그래프와 첫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인 마이스터스튁 헤리티지 퍼페추얼 캘린더는
철저히 시계매니아층을 염두에 두고 제작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대중적인 라인업만으로는 허전했던 것일까요? 아니면 예거 르쿨트르의 방식에 익숙해져 버린
제롬 랑베르 개인적 취향과 고집이 반영된 결과일까요? 그 진의는 우리로서는 알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이러한 양분된 결과가 뜻밖의 즐거움을 준다는 것입니다.
올해 런칭한 마이스터스튁 헤리티지 컬렉션 전 모델 중에서도 단연 시선을 사로잡는 마이스터스튁 헤리티지 퍼페추얼 캘린더(Meisterstuck Heritage Perpetual Calendar).
사실 저는 미네르바의 수동 명기를 감상할 수 있는 90개 한정의 마이스터스튁 헤리티지 펄소그래프도 함께 리뷰하고 싶었지만,
국내에 까르네 모델(그조차도 작동이 안 되는)이 한 번 입고된 것을 끝으로 다시는 보기 힘들어졌기 때문에 아쉬움을 뒤로 한 채
퍼페추얼 캘린더에만 집중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이 모델 역시 흥미진진한 시계이기 때문에 타임포럼 리뷰에 적합하다고 판단했지요.
위 사진으로 보시는 18K 레드 골드 케이스 모델 외에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 버전으로도 출시되었으며,
스틸 모델은 아마도 현재 업계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저렴한 가격대의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는 골드 버전 역시 예외는 아니어서 마이스터스튁 헤리티지 퍼페추얼 캘린더의 가장 큰 매력은 그 가격대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 몽블랑의 마이스터스튁 헤리티지 퍼페추얼 캘린더(Ref. 110714, 사진 좌측)와 예거 르쿨트르의 마스터 울트라 씬 퍼페추얼(Ref. 1302520, 사진 우측).
마이스터스튁 헤리티지 컬렉션 중에서 엔트리 모델들이 그 디자인적인 유사성 때문에라도 예거 르쿨트르와의 비교가 어쩔 수 없다면,
컴플리케이션 모델인 마이스터스튁 헤리티지 퍼페추얼 캘린더는 그 다이얼 레이아웃에서부터 예거와는 제법 차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양쪽 측면을 비스듬하게 깎은 길쭉한 바인덱스와 칼처럼 예리한 도핀 핸즈 등은 유사점이 없질 않지만, 전체적인 필(Feel)이나 디테일한 배열은 다릅니다.
- IWC의 포르투기즈 퍼페추얼 캘린더(Ref. IW502306, 사진 좌측)와 파텍 필립의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퍼페추얼 캘린더(Ref. 5140R-011, 사진 우측).
따지고보면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의 다이얼 레이아웃은 브랜드별로 별다른 차이점이 없습니다.
이는 회중시계 시절부터 내려온 전통적인 디자인을 대부분 그대로 계승하고 있기 때문이며,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 자체가 수요층이 분명한 매니아용 시계이기 때문에 기존의 틀을 깨는 걸 별로 반기지 않기 때문입니다.
물론 특유의 오프센터 다이얼로 비대칭 디자인을 정체성처럼 삼고 있는 랑에 운트 죄네나 브레게 같은 예도 있지만, 종류가 애초 제한적이지요.
몽블랑의 신제품 마이스터스튁 헤리티지 퍼페추얼 캘린더는 안정적인 배열의 수려한 다이얼부터 눈길을 끕니다.
공식 이미지상으로는 미세하게 선레이 처리된 실버 다이얼 본연의 다소 차가운 느낌이 잘 살려져 있다면,
업라이트 조명 아래서는 보다 따스한 느낌을 선사합니다(바로 위 스튜디오 사진 참조).
또한 실내 및 실외 조명 아래서도 미묘하지만 다이얼 느낌이 달라 보일 수 있습니다.
12시를 가리키는 아플리케 타입 로만 인덱스 XII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끝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그리고 사이드가 커팅된 이른바 패씻(facetted) 인덱스가 사용됐습니다.
각 인덱스는 측면부를 전부 폴리시드 마감했으며, 소재 자체는 골드는 아니고 스틸 바탕에 골드 플레이트 처리한 것입니다. 이는 길쭉한 도핀 핸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날짜(3시 방향)와 요일(9시 방향), 월(12시 방향)을 각각 가리키는 포인터 타입의 핸즈들은 열처리한 블루 핸즈를 사용했으며,
이는 다이얼에 미묘한 포인트가 되는 동시에 한편으로는 시인성을 고려한 것입니다. 이 작은 핸즈들까지 폴리싱한 골드 핸즈를 사용했다면 읽기가 좀 불편했겠지요?!
다이얼 하단 6시 방향에는 정감 넘치는 문페이즈 디스크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밤을 형상화한 다크 블루 바탕 위에 역시나 폴리싱 처리된 골드톤의 달과 별이 총총 빛납니다.
그리고 상단 위에는 음력의 평균 주기인 29.53일에 해당하는 숫자가 표시돼 있습니다.
덧붙여, 월 디스플레이의 안쪽 눈금에서 블루 컬러의 삼각형은 윤년의 주기를 나타내며, 레드 컬러로 표시된 4가 바로 윤년이 되는 해를 가리킵니다.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인 만큼, 이론적으로는 31일 보다 일수가 적은 월말에도 따로 수동으로 조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단, 윤년이 되는 해의 2월은 예외.
다이얼은 사진상으로나마 어림잡아 보시다시피 딱히 흠잡을 데 없이 정제된 배열과 고급 시계다운 우수한 가공 처리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입체감 있는 아워 인덱스와 그 아래로 오밀조밀 모여있는 것 같은 각 서브 다이얼은 외곽과 중심부 경계에 단차를 줌으로써 더욱 입체감을 드러냅니다.
자칫 산만해 보일 수 있는 퍼페추얼 캘린더 기능을 군더더기 없이 잘 배열하고 디테일까지 세심하게 고려함으로써 그야말로 잘생긴 얼굴을 완성했습니다.
다만 한 가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은, 각 서브 다이얼이 너무 중심부로 몰려 있는 듯한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언뜻 계산된 것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케이스에 비해 무브먼트의 직경이 그리 크지 않음을 드러내는 부분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아워 마커가 길쭉하게 외곽의 공간들을 채우고 있지만 그 틈새가 사람에 따라서는 휑하다 느낄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반면 어떤 이는 이같은 배열 덕분에 특유의 여백의 미가 도드라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이 후자에 해당합니다.
한편 올해 제2회 아시아 고급 시계 박람회(W&W)에서 공개된 여성용 보헴(Bohème) 컬렉션의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과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가 있을 것 같습니다.
기능 배열은 마이스터스튁 헤리티지 퍼페추얼 캘린더와 동일하지만, 보헴은 바 인덱스 대신 프린티드 아라빅 인덱스를 사용했지요.
그리고 남성용 모델에 비해 사이즈가 36mm로 보다 작다보니 다이얼 배열이 좀 더 안정적인 느낌을 줍니다(중심으로 덜 몰려 있는 느낌이지요).
흥미롭게도 남성용 퍼페추얼 캘린더 모델과 탑재된 무브먼트 또한 동일합니다. 앞서 언급한 무브먼트 직경이 크지 않다는 예상도 결국은 들어맞은 셈입니다.
시계가 좀 더 예뻐 보이는 각도.
케이스 두께는 10.24mm. 지름이 39mm로 요즘 기준에선 다소 보수적인 것을 감안했을 때
두께 역시 비교적 얇은 편이라 실제 시계를 소유하게 된다면 착용빈도가 썩 높을 것 같습니다.
케이스와 다이얼까지 전체적인 밸런스가 훌륭한 편이며, 너무 연약해 보이지 않는 케이스 형태 또한 볼수록 듬직합니다.
케이스백의 모습입니다.
폴리시드된 부분에는 시계에 관한 간단한 스펙과 컬렉션 명 등이 레이저 음각돼 있으며,
가운데는 사파이어 크리스탈을 사용해 무브먼트를 훤히 드러내고 있습니다.
무브먼트를 좀 더 가까이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무브먼트에 관한 공식적인 정보는 칼리버명(Cal. MB 29.15)과 간단한 스펙 정도가 전부입니다.
하지만 자세히 무브먼트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쉽게 베이스를 헤아릴 수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ETA의 2892를 연상시키지만, 정확히는 ETA는 아니고, 2892의 클론인 셀리타(Sellita)의 SW300-1 베이스임을 알 수 있습니다.
라쇼드퐁에 위치한 셀리타는 무브먼트 전문 제조사로서 스와치 그룹의 무브먼트 수급 제한 정책에 따라 소프로드와 함께 ETA의 대안으로 가장 선호도가 높은 회사입니다.
물량 공세로 밀어 붙이는 세이코나 미요타 같은 일본 업체들의 에보슈에 비해 아직 완전한 스위스 메이드를 고수하는 업체들로서는 사실 셀리타 외엔 선택지가 별로 없지요.
위 사진에서 주황색 동그라미 표시한 심볼은 셀리타를 가리키는 표식인데요.
바텀 플레이트에서 셀리타라는 문구는 밀어서 지워버렸지만, 어쩔 수 없이 남겨둔 저 심볼 하나로 인해 베이스 칼리버는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SW300은 ETA 2892와 거의 동일한 퍼포먼스를 보여줍니다. 풀로터 방식의 자동 무브먼트임에도 비교적 얇고(두께 3.6mm),
4헤르츠 진동(28,800 Vph)에 42시간의 파워리저브를 갖고 있으며, 구조적으로 안정성이 높아 흔하지면 명기 중 하나입니다.
수많은 브랜드의 다양한 레인지의 시계에 탑재되어 그 우수성을 증명한 만큼 베이스 무브먼트에 관해서는 딱히 첨언할 게 없습니다.
셀리타 베이스에 몽블랑은 뒤브와 데프라(Dubois-Depraz)의 퍼페추얼 캘린더 모듈을 얹었습니다.
113년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뒤브와 데프라는 크로노그래프를 위시한 무브먼트 스페셜리스트로 명망이 높습니다.
최근에는 ETA나 셀리타 베이스를 위한 독자적인 캘린더 혹은 레트로그레이드 같은 모듈형 컴플리케이션 부품을 외주로 공급해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습니다.
보메 메르시에, 벨앤로스, 루이 비통, 린데베들린, 리차드밀 등이 고객 리스트에 올라 있으며, 피에르 드로쉬(Pierre DeRoche)라는 자체 시계브랜드도 갖고 있지요.
적은 부품으로도 기본 베이스 무브먼트를 컴플리케이션으로 드라마틱하게(?) 탈바꿈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모듈형 컴플리케이션만의 장점은 분명히 있습니다.
물론 애초 설계 단계서부터 컴플리케이션을 염두에 둔 통합형보다 모듈형은 부품간 호환성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떄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단점도 없질 않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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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몽블랑은 르 로끌 매뉴팩처 내에서 '500시간 품질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 또한 CEO 제롬 랑베르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예거 르쿨트르의 1,000시간 마스터 컨트롤 테스트를 떠올리시면 제가 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 이해가 되실 듯).
그 도입 경위야 어찌됐든 자사의 고급 시계에 타 브랜드에는 없는 차별화된 엄격한 품질 테스트를 거친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으로서는 무척 반색할 만한 변화입니다.
몽블랑의 500시간 품질 테스트 관련해서는 위 공식 영상을 보시면 비교적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만...
간단히 그 절차를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와인딩 퍼포먼스 & 어셈블리 컨트롤 - 4시간
2. 지속적인 시간의 정확도 측정 - 80시간
3. 전반적인 기능 테스트(ex. 실제 손목 위에 착용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주는 시뮬레이션 기기에 넣고 돌림) - 336시간
4. 일반적인 퍼포먼스 컨트롤(ex. 섭씨 6도에서 45도 사이에서 온도 테스트 등)- 80시간
5. 방수 테스트(ex. 미리 달군 케이스 위에 찬물을 스포이드로 떨구거나 별도의 컨테이너 담아 저압 테스트) - 2시간
6. 워치메이커 한 사람 한 사람에 의한 파이널 테스트
최종 어셈블리(조립)된 마이스터스튁 헤리티지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는 위와 같이 총 6단계에 걸쳐 혹독한(?) 500시간 품질 테스트를 거쳐
마지막까지 통과한 시계만이 세상 밖으로 출고됩니다. 그리고 이때 수석 워치메이커가 직접 수기로 서명을 한 품질 인증서가 함께 딸려서 제공되지요.
위 영상 마지막에 보시면 한 워치메이커가 몽블랑의 마이스터스튁 만년필로 정성스럽게 서명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오직 몽블랑이기에 가능한 숨겨진 멋입니다.
스트랩은 블랙 엘리게이터 가죽 스트랩이 체결되었습니다.
위 사진 속 시계는 판매용이 아니라서 스트랩은 기본 스트랩 대신 보다 저렴한 스트랩이 장착됐습니다.
하지만 앞서 몽블랑의 다른 시계에 체결된 악어 스트랩의 퀄리티를 잘 기억하고 있는지라,
마이스터스튁 헤리티지 컬렉션에 사용된 기본 엘리게이터 스트랩 역시 훌륭한 품질과 가공 마무리를 보여주리라 믿습니다.
버클은 일반 핀(탱) 버클 형태이며, 케이스와 동일한 레드 골드 소재로 제작되었습니다.
리뷰 촬영을 맡은 스튜디오 담당 포토그래퍼 분이 손목에 착용한 모습입니다.
지름 39mm로 남성용 드레스 워치로는 이상적인 사이즈와 10mm 안팎의 적당한 두께 덕분에 착용감은 만족스럽습니다.
러그 투 러그 길이가 짧은 것도 착용감에 유리하게 작용하며,
골드 소재 자체의 존재감과 문페이즈가 포함된 캘린더 시계 특유의 우아한 아우라까지 더해져 누가 봐도 한눈에 고급 시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자사를 대표하는 시그너처 필기구 컬렉션인 마이스터스튁 90주년을 맞아 몽블랑이 올해 야심차게 선보인 마이스터스튁 헤리티지 퍼페추얼 캘린더.
이 시계는 분명 고혹적이고 아름답지만 몽블랑이 현재의 기술력으로 선보일 수 있는 최선의 시계는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팔리기 쉬운 대중적인 모델 외에 소수 매니아층을 위해 이토록 합리적인 가격대의 퍼페추얼 캘린더 시계를 내놓았다는 자체가 반갑고 기특하기까지 합니다.
이번 리뷰를 진행하며 찬찬히 해당 모델을 들여다 본 결과 아쉬운 부분들(ex. 무브먼트)도 물론 없질 않았지만, 이러한 아쉬움이 결코 크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마이스터스튁 헤리티지 퍼페추얼 캘린더는 강점이 훨씬 더 많은 시계였습니다. 이 모델의 다른 베리에이션인 스틸 모델을 떠올리면 매력은 더더욱 극대화됩니다.
시계애호가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 보고 싶어하는 퍼페추얼 캘린더...
그 닿을 듯 쉽게 닿지 않는 고급 사양의 시계를 매우 수긍할 만한 가격대에 제시하는 몽블랑...
기능적인 부분 외에도 어느 정도의 브랜드 네임밸류까지 고려한다면 몽블랑의 이번 신모델은 한참을 고민하게 할 만한 시계임엔 틀림없습니다.
리뷰 협조:
몽블랑 코리아
촬영 협조:
2nd Round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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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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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명숨김
2015.10.0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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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S융
2015.11.05 10:13
퍼페추얼의 엔트리... 정도일까요. 약간 몰린 감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케이스 디테일도 그렇고 신경을 많이 쓴 시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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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asam
2015.12.15 13:49
몽블랑도 많이 분발하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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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공이
2016.10.02 04:20
너무 몰린 느낌이 드는건 저뿐인가요.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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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nith
2017.01.04 12:46
몰리긴 했는데 VC의 비슷한 모델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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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ris
2018.08.03 00:07
울씬문하고 약간 비슷하긴하지만~ 그래도 디테일 측면에서 많이 다른 시계같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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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드킴
2019.01.15 16:50
잘보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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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드맨
2019.06.01 16:44
퍼페추얼 캘린더에 금통...진짜 끝판왕의 모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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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즈
2019.10.30 10:49
너무 가운데로 몰린 디자인이라..저는 솔직히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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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1999
2021.01.16 20:08
가운데로 너무 쏠려있어 밸런스가 아쉽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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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ownLabel
2023.08.16 10:31
가격대 접근성이 뛰어난 것은 분명 장점이지만... 다이얼 비율이 지나치게 좁은 건 심미적으로 마이너스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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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가운데로 너무 모여있는거 같아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