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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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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을 모델명으로 사용하는 일은 시계 업계에서도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면 르망, 르 브라서스, 빌레레 같은 이름들이죠. 그런 맥락에서 IWC의 포르토피노도 마찬가지이나 차이점은 다른 이름이 스위스의 지명이라면, 포르토피노는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이탈리아의 지명입니다. 스위스 시계가 왜 시계와 큰 연관이 없는 이탈리아의 휴양지 이름을 사용했을까라는 의문이 듭니다. 요즘이야 마케팅과 PR이 체계화되고 세련되어지면서 휴양지로서 매력적인 포르토피노, 그리고 포르토피노를 찾는 유럽의 부호와 셀레브리티를 왜 그곳을 찾는지, 왜 시계의 이름으로 사용했는지에 대해 IWC가 잘 말해주고 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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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 5251


첫 모델인 Ref. 5251이 나왔던 1984년에는 지금 같은 이야기꺼리도 없었으니까요. 포르투기즈와 마찬가지로 회중시계 무브먼트를 탑재한 거대한 드레스 워치이면서 초침과 대칭하는 위치에 문 페이지를 배치했던 것은 분명 인상적이었으나, Ref. 5201이 막 나왔을 무렵에는 아마 잘 알려진 휴양지로서가 아니라 아직 작은 어촌 마을에 불과했을지도 모르는 포르토피노가 지닌 이미지를 시계에서 떠올리는 일은 아마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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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 5448

 

그래서인지 이 작은 인지부조화(?)1993년 타임 온리의 Ref. 2010 10년 뒤에 좀 더 지름이 커진 Ref. 3533이 나왔을 때까지 계속되었고 덕분에 포르토피노라는 이름이 계속 뇌리에서 맴돌게 됩니다. 2008 IWC 1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5개 컬렉션의 원조를 보여주는 빈티지 컬렉션이 나왔고 이 때 포르토피노에서는 Ref. 5251을 오마쥬한 Ref. 5448이 나옵니다. 6시 방향 스몰 세컨드와 대칭되는 12시 방향에 문 페이즈를 배치했고 이 모델의 단아함 덕분에 포르토피노에 관한 관심이 조금 높아졌던 기억이 나는데요. 그럼에도 여전히 라인업은 시간과 날짜를 표시하는 가장 일반적인 모델과 크로노그래프라는 단촐한 구성이 지속되고 있었는데 변화는 기함이라고 할 수 있는 Ref. 5101이 등장하면서 나타납니다. 8데이즈 파워리저브의 수동 무브먼트를 탑재한 이 모델이 앞장서기 시작하여 지금과 같은 여유롭고 매력적인 휴양지가 떠오르게 되었고, 이후 Ref. 5101의 베리에이션인 빅 데이트 기능의 Ref. 5161이 등장하면서 이미지가 구체화됩니다. 이것은 커다란 다이얼에 놓여진 인덱스 덕분일지도 모르겠는데요. 아무튼 지난 가을 홍콩에서 열렸던 워치스&원더스에서 발표된 포르토피노 미드사이즈가 등장하며 포르토피노 라인업이 완전해 졌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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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토피노 역사상 가장 폭넓은 라인업을 갖춘 시기는 지금일 것 입니다. 그 중 미드사이즈가 차지하는 비율은 4할에 육박할 정도로 비중이 적지 않습니다. 이름에서 미드사이즈라고 못 박고 있는 것과 달리 실질적으로 프로토피노 미드사이즈는 여성용입니다. 이 부분이 IWC에 있어서 딜레마였을 건데요. 여성용에 별 관심이 없다고 종종 이야기 해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름에 미드사이즈를 넣을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 보이는데, 미드사이즈라 하면 남, 녀 모두가 착용할 수 있으니까요. IWC가 이전에 여성용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닙니다. 다 빈치를 통해 여성용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놓으려고 했지만, 토노 케이스의 다 빈치가 큰 인기가 있는 편이 아니었던 것 등으로 나중으로 미루게 되었고 포르토피노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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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사이즈로는 세가지 모델이 출시됩니다. 날짜 기능의 Ref. 4581, GMT 기능의 Ref. 4591 그리고 리뷰의 Ref. 4590 포르토피노 미드사이즈 오토매틱 문 페이즈로 모두 지름은 37mm입니다. 이들의 베이스는 포르토피노 오토매틱 Ref. 3565이라 할 수 있으며, 무브먼트 및 디자인이 미드사이즈로 이식되어 왔습니다. 미드사이즈의 특징은 베리에이션이 다양한 점입니다. 케이스 소재, 다이아몬드 세팅, 스트랩의 조합에 따라 다양한 모델을 선택 가능하며, 기존 Ref. 3565도 여성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다이아몬드 세팅 모델이 대거 추가되었습니다. 리뷰 모델인 Ref. 4590은 포르토피노의 원조인 Ref. 5251을 오마쥬 한 디자인이 특징입니다. 센터 세컨드와 12시 방향 문 페이즈의 조합으로 날짜를 생략하고 있어 기능적인 요소보다는 아름다움에 더 중점을 맞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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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문 페이즈는 달이 구름 속으로 들어갔다가 나타나는 디자인입니다. 이 모델의 차이점은 구름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부분을 전부 밤 하늘로 덮은 것에 있고, 기능 조합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움을 의식한 디테일이라고 생각됩니다. 자개(M.O.P) 소개의 다이얼에 포르토피노 특유의 로만 + 바 인덱스를 올렸고, 이 모델에 한해서 기본적으로 분 단위 도트 인덱스에 5분 단위로 다이아몬드를 세팅합니다. 모델에 따라서 베젤, 혹은 베젤과 러그에 다이아몬드를 세팅하며 이 모델은 베젤에 66개의 다이아몬드를 세팅했습니다. 기본인 Ref. 3565의 밸런스가 좋은 덕분에 다이아몬드 세팅이나 문 페이즈를 올려도 위화감 없이 자연스럽군요. 케이스는 전체적으로 동글동글한 라인을 그리며 폴리시 가공이 기본입니다. 지름이 37mm여서 그런지 좀 귀여운(?) 느낌이 듭니다. 케이스 백은 솔리드 백 방식이기 때문에 무브먼트를 볼 수 없는 점이 아쉽습니다만, 굵직한 폰트로 방수, 시리얼 넘버 같은 정보를 각인해 깔끔하면서 심심해 보이지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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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재된 무브먼트는 칼리버 35800입니다. 새로운 무브먼트로 새로운 기능 조합이기 때문에 칼리버 넘버도 처음 보는 것이죠. 하지만 Ref. 3565에 탑재된 칼리버 35110과 새로운 미드사이즈 Ref. 4590에 탑재된 칼리버 35111과 마찬가지로 칼리버 35XXXX 시리즈인 것을 봐선, 베이스 무브먼트는 동일하리라 추측됩니다. ETA의 칼리버 2892 베이스인 칼리버 301XX이 아닌 셀리타 계열에 사용하는 35XXX 넘버링이라 35800도 셀리타 베이스에서 날짜 기능을 삭제하고 문 페이즈를 올린 듯 합니다. 날짜 기능이 없으므로 크라운 포지션은 0, 1입니다. 날짜 기능이 남아있다면 포지션이 0, 1, 2이겠으나 한 단계가 생략되었습니다. 하지만 날짜 변경 포지션에 해당하는 포지션 1에서 미세한 걸림이 느껴집니다. 포지션 0에서는 수동 와인딩, 포지션 1에서는 시간 변경입니다. 수동 와인딩시에는 매끄러우나 살짝 걸리는 느낌이 듭니다. 크라운을 쭉 길게 당겨서 시간 변경을 해보면 바늘의 이동이 약간 무겁게 느껴집니다. 무거우면 미세 이동 시 좀 더 유리하고 빠르게 시간을 돌릴 때 불리한데 이것은 취향에 따라 선호도가 다를 것 같습니다. 문 페이즈는 시간을 계속 돌리면 연동해 움직이나 케이스 2시 방향에 있는 오목한 버튼을 눌러서 단독적으로 변경 가능합니다. 이것을 누를 때에는 조금 꾹 누른다는 느낌으로 눌러야 정확한 작동이 이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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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밀라네즈(Milanaise) 매시 브레이슬릿도 좋은 선택이 되겠지만, 아무래도 산토니가 공급하는 다양한 가죽 스트랩이 더 매력적이지 싶습니다. 포르포피노 라인업을 일신하면서 이탈리아의 구두 메이커 산토니가 제작한 스트랩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여성용에서는 모든 모델에 적용됩니다. 스트랩이 여러 색상으로 공급되어 줄질하는 재미가 있을 듯하고, 구두 메이커가 제작하는 스트랩이다 보니 퀄리티가 훌륭하나 리뷰에서는 검정색이라 시각적으로 크게 부각되어 보이지 않아 아쉽습니다. 케이스의 11mm 두께를 충분히 지지할 수 있는 두께의 스트랩이며 덕분에 좋은 착용감으로 이어질 꺼라 예상됩니다. 버클은 탱 버클이 기본이며 형태는 남성용과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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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사이즈지만 여성용이라고 단정하고 봤을 때 리뷰 모델은 여성용 중에서 조금 보이시(Boyish) 해 보이는 디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IWC 모델 중에서는 단연 여성용다운 디자인이나 여성성을 극대화하는 다른 여성용 모델과 비교하면 보이시하게 느껴집니다. 포르토피노와의 통일성을 고려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것이 구매자인 여성들의 시각에서 어떻게 보일지 약간 궁금해 집니다. 우리나라의 예물시계라는 독특한 시계 문화에서 보면 앞으로 활약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남성 위주의 성격이 강했던 IWC였던 만큼 남성용의 선택은 넓지만 여성용이 빈약했기 때문인데요. 예물시계에서 가능하면 같은 브랜드 의 같은 라인으로 통일하려는 풍습(?)이 우리나라에 있기 때문에 그래서 여성용 포르토피노의 등장은 흥미롭습니다. IWC에서도 포르토피노로 커플 시계를 맞추는 것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어떤 반응이 나올지 기대해 봅니다


촬영 : 세컨라운드 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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