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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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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

조회 8138·댓글 19

무서운 열대야가 잠을 설치게 합니다. 이런 밤에는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며 더위를 잊어야죠. 얼음물 한컵 떠놓고 이제 두꼭지 남은 오퍼스로의 여행을 마저 시작해 봅니다.

 

지난 열번째 오퍼스 이야기에서는 천재적인 워치메이커 장 프랑송와 모종의 활약을 지켜봤는데요. 이번 열한번째 오퍼스의 주인공은 바로 데니스 기게(Denis giguet) 입니다. 롤렉스와 해리 윈스턴에서 경력을 쌓은 그가 열한번째 오퍼스를 만들게 된 것은 해리 윈스턴을 떠나 자신의 독립적인 회사를 차리고(2007년 MCT 창립) 어떤 시계를 만들어낸 것이 계기가 된게 아닐까 합니다. 시간을 표시하는 방식에서 새로운 개념을 창출한 그 시계의 이름은 나중에 확인하시구요. 오늘의 주인공인 오퍼스 11을 먼저 만나보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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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퍼스 11의 첫인상은 다분히 복잡하다는 느낌입니다. 시간과 분만을 표시하는 이 시계가 왜 이리 복잡한 인상을 주는가? 제 생각에 그 느낌은 저 복잡해보이는 다이얼에 있지 않은가 합니다. 시간을 나타내는데 아날로그 방식이 아닌 디지털 방식을 채택한 예는 오퍼스 8에서 이미 본적이 있죠. 하지만 인기는  그닥이었습니다. 오퍼스 11 또한 시간을 디지털로 나타내는 시계입니다만.. 오퍼스 8과 달리 그 변화화는 모양새가 사뭇 화려합니다. 마치 매스게임이나 부채춤을 보는 느낌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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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의 1시 방향에 위치한 실린더는 분을 나타냅니다. 10분 단위는 점핑 디스크로 1분 단위는 런닝 디스크로 나타낸다고 하네요. 1에서 9까지 바깥의 원이 회전하면 안쪽의 원이 한칸씩 점핑하는 표시방식인가 봅니다. 아래쪽의 실린더에는 밸런스 휠이 약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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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원을 살펴 보지요. 오퍼스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은 빈약하기 그지 없습니다. 좀 더 자세한 제원표를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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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이트에서 퍼온 이 제원표에도 궁금했던 크기나 밸런스휠의 진동수 같은 부분은 빠져있습니다. 눈길을 끄는 것은 566개의 부품을 사용했고 보석이 155개나 사용됐다는 내용입니다. 처음에는 그래도 제법 자세하게 기재되어 있던 오퍼스 시리즈의 제원 내역은 갈수록 허술해지고 관리가 안되는 느낌입니다. 딱히 시계의 정확성이나 제원등에 신경을 안쓴다고 해야할지 그게 중요하지 않게 되어버렸다고 해야할지 어느쪽으로든 해석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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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니스 기게는 그의 브랜드인 MCT(Manufacture Contemporaine du Temps.) 를 창립하게 되는 2007년까지 해리윈스턴에서 프로덕션 팀장을 맡고 있었습니다. 그 전에는 롤렉스에서 일을 배웠구요. 그의 인터뷰를 보면 롤렉스에서는 정확하게 대량 생산을 해내는데 필요한 노하우를 배웠고 해리윈스턴에서는 오퍼스 1부터 6까지의 생산에 관여하며 스위스 시계 산업의 여러 분야의 협력을 배웠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원문 인터뷰주소는 여기입니다. http://thewatchlounge.com/interview-with-denis-giguet-founder-of-manufacture-contemporaine-du-temps/) 사실 오퍼스는 독립 시계 제작자와 막시밀리안 뷔세의 협업으로 이뤄진 느낌이라 데니스 기게의 역할이 얼마나 컸는지는 모르겠지만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배운 것이 적지 않았을것 같긴 합니다. 그가 오퍼스 11을 만들며 떠올린 이미지는 이런 것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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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이미지가 있지만 그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연속적인 동심원의 파문과 만화경, 퍼즐조각과 같은 얼음의 파문 그리고 물고기떼의 유영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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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미지랄까요. 포식자의 공격을 받으면 일정한 모양을 만드는 물고기의 모습에서 영감을 얻었다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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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엑스 수족관에서도 종종 볼수있는 정어리떼의 모습인데요. 포식자로부터 개체를 보호하기 위해 저렇게 공모양으로 무리를 짓는 습성이 있다고 하네요. 구성은 물고기 하나하나지만 뭉쳐서 저렇게 어떤 모양을 만드는데서 영감을 받아 네개의 퍼즐 조각을 뭉쳐 시간을 표시하는 아워 디스플레이를 구상했다고 하니 모든 디자인의 원천은 자연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이미지를  디자인으로 구현한 것은 오퍼스 시리즈와 MB&F 의 여러 작품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에릭 지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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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지로가 퓨리스트프로에 제공한 오퍼스 11의 이미지 스케치 몇장을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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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회오리 바람같은 원들이 모여서 뭔가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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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의 케이스와 밴드, 러그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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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케치에서는 현행의 오퍼스 11과 거의 흡사한 디자인이 완성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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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도면 거의 다 완성된 디자인이 아닌가 싶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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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계에서는 구체적인 면분할과 실린더의 위치까지 지정이 되어 있군요. 시계 디자인의 대가라면 역시 고 제랄드 젠타옹을 자동적으로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아방가르드 워치 분야에서는 에릭 지로의 이름이 앞으로도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을거라 확신하게 됩니다. 기존의 정형화된 시계의 형태를 깨뜨린 케이스는 오퍼스 11 이전에도 여럿 있었지요. 이런 엑센트릭 케이스 디자인은 사실 비에니 할터의 시계에서 이미 봤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위의 사진도 그렇고 이 디자인 스케치도 그렇고 뭔가 다른 이미지가 떠오르진 않으시는지요? 고개를 오른쪽으로 살짝 기울여 보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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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미지를 볼때마다 전 어릴때 만화영화 주인공으로 친숙했던 아이콘이 자동적으로 떠오릅니다. 바로 미키마우스 말이죠. 아닌가요?? 해체주의로 표현한 미키마우스가 있다면 이런 모양이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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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살짝 이런 이미지라고 하면 너무 나간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ㅎㅎ

 

오퍼스 11의 시간 표시 방식은 구조적으로 매우 복잡합니다. 일단 1시방향에 있는 분을 표시하는 디스크가 59분을 지나면 중심을 둘러싸고 있는 네개의 플랫폼이 회전하면서 다른 판을 내려서 새로운 숫자를 구성해내는 방식입니다. 동영상을 찾아보시면 꽤나 재미있죠. 그 움직임을 보고 있는 것이 즐겁고 신기합니다. 그런데 불편한 진실은 그 멋진 쇼가 한시간에 고작 한번뿐이라는 점입니다. 아쉬운 일이 아닐수 없네요. 물론 시간을 계속 빠르게 돌리면 한시간이 아니라 일분에 여러번을 볼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시계는 그렇게 가지고 놀라고 있는 장난감이 아니지 않나요? 게다가 23만불이라는 가격의 고가 시계인데요. 그런 의문이 뇌리를 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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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또 이런데까지 생각이 미치게 됩니다. 아까 오퍼스 11의 부품이 566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진동수는 알길이 없지만.. 보석수가 155개라고 하니 생각만해도 아득한 숫자입니다. 반면에 수많은 시계에 사용되고 있는 Unitas 6497은 부품수도 1/10에 못미칠것 같고..(정확히 몇개인지 모르겠지만요) 보석수도 17개에 불과합니다. 무슨 얘기냐하면 오버홀의 주기와 시계의 내구성이 그만큼 약할수밖에 없지 않은가 하는 점이죠. 물론 오퍼스 11을 구매하는 사람이 그깟 오버홀비용이 무슨 대수겠습니까만 시계라는 것의 목적이 감상이 아니라 사용이라고 한다면 오퍼스 11은 그만큼 취약한 시계라는 겁니다. 네, 감상이 목적인 일종의 예술품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죠. 숙련된 시계 장인이 조립한다 해도 4주에서 5주 정도의 기간이 걸린다고 하니 순식간에 분해 조립할 수 있는 6497과는 격이 달라도 한참 다른 작품이라고 봐야죠. 어떤게 좋고 나쁘다의 얘기가 아닌 것은 잘 아실겁니다. 시계의 본래 기능에 충실한 유니타스에 비해 오퍼스 같은 하이엔드 워치는 일종의 예술품이 되어 버렸다는 얘기를 하려는거니까요.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한정판의 갯수가 많은 것이 또 아쉽습니다. 피카소의 판화작품 같은 느낌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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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수록 매력은 있지만 시계의 기본적인 기능이라 할 수 있는 정확한 시간 계측에는 적당하지 않은 시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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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각도에서 보면 두개의 실린더 단차가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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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의 뒷면에는 해리윈스턴과 데니스 기게의 각인이 찍혀있습니다. 브릿지 분할도 아주 심플하고 파워 리저브도 그리 길지는 않습니다. 밸런스 휠은 좀 독특해 보입니다만.. 정확한 소재나 기능을 알기엔 역부족이군요. 이스케이프먼트 휠이 기존의 시계에 비해 아주 독특하게 생겼습니다. 스켈레톤 가공도 아닌데.. 저게 뭔가 싶네요. 아무튼..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데니스 기게의 MCT에서 나온 어떤 시계가 그에게 오퍼스 11을 제작하게 한 계기가 되었을거라고 말씀드렸는데요. 그 시계의 이름은 시퀀셜 원(Sequential one)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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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MCT에서 제작하고 있는 유일한 모델이구요. 처음 만들어진 것이 2008년인데 현재에도 다양한 모델이 업그레이드 되거나 생산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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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퀀셜 원의 시간 표시방식도 아주 특이합니다. 저 바늘이 가리키는것이 현재의 분이고 비어있는 공간에 나타나 있는 것이 시간입니다. 현재 시간은 12시 정각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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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사진을 보시면 같은 자리에 12가 아니라 8이라는 숫자가 표시된 것이 보이실겁니다. 재미있죠? 지금 시간은 8시 19분입니다. 시퀀셜 원은 4분면에 각각 세개의 숫자를 가지고 있는 시계입니다. 12시 자리에는 4와 8, 12가 새겨져있고 9시 자리에는 1,5,9가 6시 자리에는 2,6,10이 새겨져있는 식입니다. 바늘은 레트로그레이드처럼 움직이는데 바늘이 60까지 가면 휙하고 자리를 바꾸는 움직임과 동시에 숫자가 바뀌는 것이 아주 재미있으니 꼭 동영상으로 움직임을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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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계 역시 에릭 지로가 디자인에 참여하고 무브먼트의 일부는 장 프랑소와 모종과 협업을 했다고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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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우리돈으로 1억 정도 예상하시면 되겠습니다. 모델에 따라 가격이 좀 다르긴 합니다만. 제눈에 그렇게 예뻐보이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하지만 여러면에서 볼때 오퍼스 11보다 먼저 발표된 이 시계가 오히려 더 낫다는 생각이 드는건 왜일까요?? 물론 디자인 측면에서는 오퍼스 11이 낫지만.. 그간 쭉 봐왔던 URWERK 라던가 그뤼벨 앤 포지의 예처럼 자신들의 오리지널이 더 나은 묘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오퍼스가 디자인 측면에서는 나을지 몰라도 약간의 다운그레이드 같은 느낌이랄까요. 물론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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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오퍼스11의 착샷으로 마무리를 하지요. 기능적으로는 먼저 만들어진 시퀀셜 원이 한수위라고 생각하지만 착샷을 보면 또 오퍼스 11의 편을 들어주게 되는군요. 시간이 변하는 순간의 모습을 포착한 샷인가 본데요. 이렇게 매스게임처럼 변화무쌍한 다이얼을 보고 있노라면 시계 기술의 끝은 어디인가?? 하는 생각과 동시에.. 참으로 비싼 장난감이로구나.. 하는 양가 감정에 휩싸입니다.

 

실용성을 생각하면서 차게되는 시계로 본다면 형편없는 가성비의 물건일지 몰라도 시계안에서 펼쳐지는 군무를 보며 푸른 바다를 유영하는 정어리떼를 상상하게 되는 예술품으로써 바라본다면 그것 또한 나름대로 고개가 끄덕여질지도 모르겠네요. 물론.. 23만불이라는 가격이면.. 집에서 정어리떼를 키울수도 있겠습니다만..선택은 늘 가진자들의 몫인것이겠죠. 이제 다음에는 올해 나온 오퍼스 12를 끝으로 오퍼스로 떠난 여행의 마지막을 만나게 되겠네요. 조만간 쓸 수 있도록 많은 관심 가져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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