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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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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계 기억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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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썰미가 좋거나 기억력이 탁월하신 분은 제가 올린 첫번째 오퍼스 리뷰에서 보신 기억이 나실겁니다. 해리 윈스턴이 그들의 이름을 딴 시계 라인에서 처음 출시한 바이레트로 퍼페츄얼 캘린더라는 모델이죠. 해리 윈스턴의 뒤를 이어 가업을 떠맡은 로널드 윈스턴이 막시밀라안 뷔셰를 꼬셔오기전 야심차게 내놓은 모델입니다. 왜 갑자기 오퍼스 9 리뷰를 쓰면서 이 시계 사진을 던지느냐 하면... 이 시계를 만든 장인이 바로 장 마르크 비더레흐트(Jean marc wiederrecht)이기 때문이죠. 그는 레트로그레이드의 마술사라고 불리우는 장인입니다. 무브먼트는 장 마르크 비더레흐트가 만들고 케이스와 다른 디자인은 로저 드뷔가 맡았던 이 작품은 JLC에서 열심히 일 잘하던 막시밀리안 뷔세를 HW로 꼬셔오는 강력한 미끼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다룰 시계, 오퍼스 9은 레트로그레이드의 마술사 장 마르크 비더레흐트와 시계 디자인의 마에스트로 에릭 지로(Eric Giroud) 가 협업한 작품입니다. 일단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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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력한 존재감, 오퍼스 9]

 

프레드릭 가리노의 뒤를 이어 오퍼스 9을 만들게 된 에릭 지로와 장 마르크 비더레흐트. 이미 당대에 어마어마한 명성을 쌓은 두 사람의 만남입니다. 에릭 지로는 MB&F 의 거의 모든 시계 디자인에 관여하며 친구인 뷔세를 흡족하게 하고 있는 와중이었고 레트로의 마술사 장은 다양한 시계 브랜드를 위한 마술같은 무브먼트를 계속해서 뽑아내는 중이었지요. 이 두사람이 만나서 시계를 만든다고 했을때 전세계 시계 동호인들의 열광은 당연한 것이었을겁니다.

 

이건 마치.. 마이클 잭슨과 마돈나가 전성기에 만나 끝내주는 쇼를 보여줄테니.. 기다려봐.. 라는 것과 다를바가 없는 거지요. 호나우도하고 메시가 둘이서 같은 편을 먹은겁니다. (거기다가 미드필더는 지단.. 막이래..) 그리고 2009년 바젤에서 오퍼스 9 의 실물이 공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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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퍼스 9 이미지 스케치]

 

오퍼스 9의 메이킹 비디오를 봅니다. 이미지 스케치에서 볼 수 있듯이 디자인을 맡은 에릭 지로가 떠올린 이미지는 시원한 바다가 어울리는 그리스 산토리니 섬같은 느낌의 지중해 필링, 그리고 해파리랍니다. 잉?? 해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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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습니다. 냉채로 먹는 해파리 말이지요. 사실 수족관에서 해파리를 곰곰히 보신 분은 이해하시겠습니다만... 해파리는 보고 있기에 아주 좋은 오브제입니다. 적당한 조명만 가하면 마치 떠다니는 보석같은 느낌이 들지요. (Floating jew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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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가요? 아름답지 않으신가요?? 검은 심연에서 자유롭게 유영하는 해파리들을 보면 마치 아름다운 보석이 둥둥 떠다니는듯한 느낌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에릭 지로가 추구한 오퍼스 9의 이미지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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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퍼스 9의 디자인을 결정한 요소는 하나 더 있습니다. 미래적인 디자인의 첨가, 혹은 가미죠. 보시다시피 리니어로 움직이는 모티브들이 이미지 보드에 쭈욱 나열되어 있습니다. 체인, 조명이 밝혀진 현수교, 위로 쭉뻗은 빌딩들의 비쥬얼, 이퀄라이저, 그리고 에스컬레이터... 직선의 이미지, 그중에서도 천공으로 치솟는다거나 끝이 안보이게 이어지는 리니어의 이미지가 강합니다. 디자이너의 관점에서 보기에 적당히 뭉뚱그려지지 않은 이런 향상성이야 말로 미래를 향해 뻗어나가는 이미지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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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퍼스 9에서 시간을 읽는 방법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양쪽에 33개씩 총 66개의 바게트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벨트가 시간에 따라 돌아갑니다. 그런데..33개의 보석중에 색깔이 다른 놈이 하나 껴있네요. 붉은 빛을 띤 보석 가넷입니다. 저 붉은 빛의 보석이 가리키는 숫자가 현재 시간이죠. 그러므로 지금은 11시 22-3분 사이의 어떤 지점입니다.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이정도의 시계를 차는 사람에게 정확한 시간은 의미가 없지요. 거참.. 좀 웃깁니다만 그게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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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에 찬 모습을 보시죠. 어떤가요?? 제가 보기엔 무지하게 커보입니다. 저 손목의 소유자도 결코 작은 손목의 소유자는 아닐진대.. 손목을 통째로 가렸군요. 완전 방간입니다. 시계로 총알도 막을 기세라는게 이런거지요. 스펙 한번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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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른 오퍼스들은 스펙이라도 상세했는데.. 이녀석은 참 부실하군요. 이게 오퍼스 공식 사이트에서 퍼온겁니다. 얘네들 왜 이런걸까요?? 화골케이스에 다이아 박고 두께가 20밀리라는거 말고는 어떤 정보도 없습니다. 하... 적어도 사이즈라도 있어야 할텐데 그런 것도 없네요. 혹시 이것도 무슨 비밀입니까? 알수가 없네요. 흠.. 어쨌거나 오퍼스 9은 100개 한정판입니다. 그리고 공식적인 가격은 18만불.. 소박한 안드레아 스트렐러의 오퍼스 7보다도 쌉니다. 다이아를 으다다다 박았는데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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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잘 보시면 재미있는 게 보입니다. 케이스 말인데요.. 뭐가 재미있냐 하면.. 다이얼을 둘러싼 케이스가 곡면형의 사파이어 글라스라는 점입니다. 앞뒷면을 마치 파노라마 썬루프처럼 장식한 사파이어 크리스탈은 강도도 강도지만.. 시계를 있어 보이게 하는 요소중에 하나인듯 싶습니다. 다이얼은 매트 블랙에 가까운 톤으로 심해를 나타내고 그 위를 시간에 따라 움직이는 컨베이어 벨트 모양의 다이아 세팅은 그 심해를 떠도는 해파리들입니다. 마치 수족관에 들어있는 수중 생물들을 보는 기분으로 시계를 감상하려면 사파이어 글래스로 온통 감싸는 건 자명한 일이겠지요. 시계 디자인이 이쁜가 망작인가를 떠나서.. 이미지를 충실하게 구현한 점은 인정해 줘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뭔가 화장실 가서 안닦고 나온 그런 느낌이 스물 스물.. 음.. 찝찝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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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비더레흐트, 우 지로]

 

굳이 설명을 달지 않아도 시계 장인은 왼쪽 같고 뺀질뺀질하게 생긴 디자이너는 오른쪽임이 분명합니다. 먼저도 말씀드렸지만 이 두천재의 조우는 호나우도하고 메시가 같은 팀에서 공을 차는 느낌이 들지요. 아.. 환상적이겠습니다. 근데 말이죠. 근데... 제가 축구는 잘 모르지만 팀 열한명이 전부 호나우도이고 메시라면.. 그 팀은 어떻게 되나요?? 공격수가 열한명인데.. 정작 골키퍼는 없단 말이죠. 과유불급이라 했는데.. 어쩌면 이 둘의 콜라보도 그런 것은 아니었을까요??

 

아무리 좋은 선수들이 있어도 그들에게 각자의  포지션을 부여하고 연습을 시키고 맘에 안들면 들때까지 훈련을 시키는 것이 감독의 역할입니다. 근데 아무리 호나우도요 메시가 있다고 해도 감독이 병신이면... 그 팀은 결국 병신팀이 되지 않겠습니까?? 호나우도한테 골키퍼를 시키고 메시에게 후방 수비를 맡긴단 말이죠. 하.. 생각만해도 아찔합니다. 근데 그런 기운이 오퍼스 9에서도 느껴지니 이 일을 어쩝니까??

 

디자인의 마에스트로 에릭 지로의 작품들을 먼저 한번 쭈욱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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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로브스키 D:light 입니다. 이 작품으로 레드닷 디자인상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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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ollet inverse 입니다. 유려한 곡선이 참 멋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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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belion 입니다. 강인함이 느껴지는 디자인입니다.

 

이제는 장 마르크 아저씨 작품을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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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의 마술사답게 반 클리프 아펠의 포에틱 워치는 모두 이 분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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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구를 타고 여행을 하는 쥘 베른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시계도 마찬가지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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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가장 핫했던 아쏘 타임 서스펜디드도 마찬가지죠. 정말 대단한 양반입니다. 하지만.. 협업의 진가는 각자가 작업한 이런 결과물이 아니라.. 막시밀리안 뷔세가 진두 지휘한 시계들에서 더 빛을 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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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2, 볼수록 멋진 시계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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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3 개구리는 말해 뭣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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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더볼트도 마찬가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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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가 사랑해 마지않는 부쉐론의 부엉이도 예외는 아닙니다. (쩐다 쩔어...)

 

언급한 시계들은 모두 둘의 협업 혹은 기여로 만들어진 작품들입니다. 대단하죠. 에릭 지로가 디자인을 하고 장 마르크 비더레흐트가 무브를 맡아 작업한 아방가르드 워치는 이렇게도 매력적입니다. 오퍼스 9의 조금은 심심하고 투박한 디자인과는 그 궤가 다르지 않습니까??

 

저는 이것이 프로듀서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이던 춤이던 영화던 감독, 혹은 프로듀서의 역량은 매우 중요합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축구같은 스포츠도 마찬가지죠.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그걸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뚜렷한 비전이 없다면 배는 산으로 가고 끓고 있는 스프는 다 타버릴것입니다. 그래서 또 한번 막시밀리안 뷔세의 재능에 찬탄과 경외감을 동시에 느끼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순히 디자인만 놓고 보자면.. 오퍼스 9과 흡사한 시계들은 제법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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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프 클라레의 듀얼 토우, 이쪽이 훨씬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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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von 의 Tread1, 아쉽게도 기계식 시계는 아니고 한번 충전하면 2주일 정도 버티는 리튬폴리머 전지를 사용하는 디지털 시계입니다. 하지만 가격이 오퍼스 9의 1/10도 안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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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기계, 전자 공학의 집결체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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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지도 죽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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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룸의 이시계는 또 어떻습니까? 아주 미니멀하면서도 상식을 뛰어넘는 아름다움이 담겨져 있습니다.

 

이렇듯 비슷한 디자인의 다른 시계들을 보며 우리는 오퍼스 9을 보며 느끼는 안타까운 마음이 어디서 유래하는지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뛰어난 두사람의 천재가 만나 만들어낸 걸작이 오퍼스 9인데 왜 이렇게 마음에 와닿지는 않는걸까요?? 왜 그 흔한 무브먼트 사진 하나 없고.. 사이즈 정보마저 공식 홈피에도 없는 것입니까?? 아마도 그건 시장이 혹은 시계 매니아라는 집단이 이 작품을 외면했기 때문은 아닐까요?? 이쯤에서 슬슬 오퍼스 프로젝트를 접어야 한다는 말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왜냐하면.. 오퍼스 9이라는 결과물이 나온 것은 프로듀서의 부재라는 원인에서 파생된 것으로 보이니 말입니다.

 

글을 마치면서.. 가장 최근에 MB&F 와 Urwerk이 협업한 시계 한점을 보여 드립니다. 이 그로테스크하면서 아름다운 피조물의 이름은 ZR 012

(팜판님이 뉴스에서 다뤄 주셨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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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프로듀서를 만난 천재들의 합작품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웅변하는 듯한 작품이네요.

 

즐거운 주말 되시길 바라며.. 조만간 오퍼스 10으로 돌아오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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