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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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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못차리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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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24일

소고지음

 

 

 

생태학적으로 우리 남자들은 여자들에 비해 오래도록 쇼핑을 하지 못하도록 진화했다고 합니다. 선사시대부터 여자들의 문화가 채집, 정착의 문화(한 자리에서 오래도록 용무를 보는 문화)에 익숙하게 진화했다면, 남자들의 문화는 수렵과 사냥을 통해 끊임없이 돌아다니며 적응해야하는 역할을 해야만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그래서 남자들은 백화점같이 폐쇄된 공간에 오랫동안 있다 보면 쉽게 지루함을 느끼고, 사야 할 물건이 있는 날에는 마치 사냥을 하듯 다이렉트로 대상에게 달려가 채가듯 그 물건을 구매한다고 합니다. 웃음이 나올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껄껄대며 크게 웃지 못 할 것 같은 이런 더러운 기분이 올라오는 이유는, 이 이야기가 '납득은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내 이야기는 아닌데, 내 이야기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일 겁니다. 물론 선사시대에도 채집을 좋아하는 남자들이 있었을 겁니다. 취향이라는 건 어떻게 튀어나갈지 모르는 럭비공 같은 것이니까오늘날에도 역시 쇼핑을 여성분들만큼 즐기시는 남성분들이 분명히 있을 테지만 아직까지는 그런 형태가 사회적으로 동등한 비율이라고 여겨질 만큼 많아보이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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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남성의 쇼핑루트. 바지 하나 사는데 6분 걸리는 남자들에 비해 여자들은 3시간 26분 걸린다는 재미있는 그림이네요.

여성부, 저를 고발하실겁니까?

 

  오늘 해 볼 이야기는 남자와 여자 이야기입니다.(메인에 나왔던 아리따운 여성의 다리 사진은 여러분들을 모니터 앞으로 끌어 모으기 위한 미끼였습니다.-하지만 혹시 모르죠. 읽다보면 보너스 샷이 하나쯤은 등장할지도요.) 어쨌든 남자와 여자. 그 둘 사이의 관계는 언제나 함께해야 하는 존재이면서 또한 영원히 반목하는 존재입니다. 남자의 결정적인 순간을 절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여자. 여자의 결정적인 순간을 전혀 캐치하지 못하는 남자. 그리고 줄다리기. 때를 쓰다가도 이성적으로 이해하려들다가도 쉽게 넘어갈 수 없는 그런 것들. 오늘은 그런 것들을 모두 모아놓고 남과 여에 대해서 짧게나마 썰을 풀어보려 합니다.

 

  제가 중학생이었던 시절, 같은 반 친구 중에 장우혁(HOT의 전 맴버)을 좋아하던 여자애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학교 앞 교복점 아저씨가 장우혁이 그려져 있는 부채 찌라시를 나누어 준 적이 있었는데 그 날이 무척 더워서 등교할 때 하나 받아들고 반으로 들어갔더니 친구들 책상에 장우혁이 그려진 부채가 꽤 많이 올라가 있었죠. 특별할 것도 없었습니다. 더웠고, 부채가 필요했으니까 받아들고 왔지요. 그렇게 5교시 미술시간이 되었습니다때는 하드보드지를 오려 필통을 제작하는 공작시간이었는데, 마침 재료로 쓸 하드보드지가 조금 모자랐습니다. 저는 ‘유레카!'를 외치며 조금도 주저함 없이 아침에 받았던 부채를 싹둑 오려 공작 재료로 사용했습니다. 저의 뛰어난 두뇌회전 덕분에 장우혁의 몸통은 필통 뚜껑이, 머리와 팔쪽 부분은 필통 겉면이.. 뭐 그런 식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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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이런 느낌이었습니다. 대충 붙인거죠.

필통은 그냥 사면 되니까요.

 

  그런데 진짜 문제는 그 '장우혁 빠순이'가 저에게 자를 빌리러 오면서 시작됐습니다. 그 애가 저의 '예술작품'을 본것이죠. ‘장우혁님이 갈갈이 찢겨 필통 뚜껑이 되고. 뭐 그런 필통을……. 여자애는 자리에서 대성통곡을 시작합니다. 깜짝 놀란 선생님은 무슨일인가 싶어 한걸음에 뛰어오고, 반 친구들은 모두 소리의 진원지를 찾아 얼떨떨한 표정이 되어있는 저를 뚫어지게 쳐다봤지요. 때마침 울리는 5교시 쉬는시간 종소리. 터져나오는 울음소리에 복도를 지나가던 다른 반 친구들도 창문쪽으로 다 제가 있는 곳을 바라보기 시작했고, 저는 천하의 장우혁님을 육실한 겁없는 중학생라는 죄목으로 여자를 울린 파렴치범이 되었습니다. 제 기분은 지금 창밖으로 쏟아지고 있는 저 장맛비만큼 비참하고 처참했습니다. 그렇게 하나의 에피소드가 탄생하고, 저는 하루 고생하는 것을 끝으로 사건이 종결되는구나. 하며 안심하고 있었습니다.(사실 그 필통. 장우혁 부채 두 개 써서 만든 필통이었거든요. 하나 쓴 줄 알고있었지? 힝!) 그렇게 한 일주일이나 지났을까요, 저는 그녀와 화해하기 위해 싱글싱글 웃으며 그 친구 옆자리로 다가갑니다. 풀어주고 싶었거든요. 오해였다고. 나는 장우혁님을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그래서 저는 그 친구에게 화가 좀 누그러졌냐는 말과 함께 당시 제가 좋아하던 연예인이었던 SES와 베이비복스의 사진을 들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리고는 미소를 한가득 머금고 그녀 앞에서 SES와 베이비복스 맴버들의 몸뚱아리를 쭈욱- 분리해버렸죠. 눈빛으론 자 봤지? 이제 이거 보고 너도 그만 화 풀고 우리 퉁치자.’는 얘기를 쏘아보내며 말입니다. 저는... 어떻게 됐을까요?

 

저는 그 날 남은 수업시간을 모두 교무실에서 선생님들과 보내야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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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랄. 교무실.

 

 

 

  뭐가 잘못된걸까요? 미안하다고도 했고, 보너스로 내가 좋아하는 그룹 사진까지 찢어가며 치자고 했는데. 왜 저는 교무실에 앉아있어야만 했을까요.(저의 지극히 개인적인 사이코패스 성향을 남자들의 문제로 떠넘기려는 이야기가 절대 아닙니다. 여성여러분. 모든 남자들이 이런 식으로 치지는 않는다구요. 저도 지금은 안그럽니다. 흠흠.)

 

그러니까. 그녀는 왜 장우혁님의 찢어진 몸뚱이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을까요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바로 이것입니다.

 과거 사냥을 하면서 고기로 보이는 것들은 무조건 때려잡고 보는 남자들과는 다르게 여자들은 채집을 하기 위해서 하나의 생물에 상대적으로 많은 정성을 쏟아붓고 돌보아야했었습니다. 다시말해 여자로 보이는 모든 것들에게 하체를 커다랗게 부풀려가며 강력한 번식능력을 과시하는 남자들과는 달리, 여자들은 하나의 대상, 하나의 목표를 향해 헌신하고, 희생하고 또 그것을 즐기는 성향이 대대로 전해져 내려왔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저는 ‘SES와 베이비복스의 사진을 찢어도 걔들이 찢어진게 아니니까 괜찮은거였고, 그 친구는 장우혁님의 분신이 한낮 못생긴 중학생 따위에게 유린당한 사실이 슬프고 분했던 거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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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진화했어도, 본질은 똑같습니다.

 

옛날 이야기를 조금 더 하자면 그녀 덕분에 저의 유년시절 중학생활은 T.O.P 커피처럼 진하게 꼬여버렸습니다. 군대에 가기도 훨씬 어린 나이에 꼬이면 무조건 죽는다라는 뼈아픈 교훈을 얻을 수 있었던 계기였죠.(물론 안다고 군생활을 더 잘하는 것은 또 아니지만요.) 지금 그 친구는 환상 속 우혁님이 아닌 멋진 남자친구와 함께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고, 저는 웃음 반 씁슬함 반인 가슴을 쓸어안고 키보드에 손을 올려가며 슬픈 전설을 회고하고 있습니다.

 

여자 아이돌은 아무리 쏟아져 나와도 굶어죽을 일은 없을겝니다. 여자들은 ‘빠순이가 되면 오직 샤이니 오빠들, 온리 동방신기 오빠들, 투피엠 오빠들...해가며 일방통행. 자신만의 팬심을 구축하고 높이높이 외부와의 벽을 쌓아버리죠. 하지만 우리 아이돌 빠돌이 남성들은 소녀시대에선 누구, 걸스데이에선 누구, 2NE1에선 누구, 달샤벳에선 누구, 포미닛에선 누구누구 하며 골라먹는 재미(?)를 느끼며 오히려 외부와의 벽을 허물어버립니다. 니 여자도 내꺼, 내 여자는 내꺼. 뭐 이런.. 마인드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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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자 아이돌인 AKB 48. 진짜 48명의 여자 아이돌이 하나의 그룹이 되어 활동하는겁니다.

그러니까.. 저 사진은 맴버 딱 반(half)만 나온 사진이라구요. 노래 한 소절, 인터뷰 한 마디씩 하려면 48마디나 들어야 하겠군요..

 

 

 

 똑같이 셀카 찍으려고 DSLR을 사도 여자들은 그걸로 땡- 인것과는 다르게 남자들은 스트랩사고, 렌즈사고, 스트로보사랴, 뭐사랴, 뭐사랴... 잘 찍고 못찍고를 떠나서 일단 지르고 봅니다. 자동차? 대형마트 자동차 악세서리 코너에서 침 질질 흘려가며 무엇을 사야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는 모습은 언제나 남자들의 모습이지요. 아이폰도 ‘4’가 나오자마자 ‘3’를 당차게 팔아버렸다죠. 시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거 사면 저거 사고싶고, 매일밤 꿈에 그것만 나와서 라면만 먹다 죽자는 정신으로 질렀는데 막상 지르고 보니 한달 만에 질리고. 다시 다른게 눈에 아른거리고.. 하는 중증(?)환자들이 차고 넘치고 있으니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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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러분! 지르세요.

 

  학창시절 어머니께서 귀에 딱지가 내려앉도록 말씀하셨던 신중하게 구매해야 후회가 없는거다.’라는 정금과도 같은 말씀은, 아마도 선사시대부터 전해내려오던 부부싸움의 불화의 씨앗이 교훈이 되어 전래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자는 지르고 보고, 여자는 수습하고 보는 구조.. 랄까요? 그래도 뭐 어쩌겠습니까. 질려서 팔고, 또 질러야 행복하다면. 그렇게 해야 하는 거겠죠. 만약 그럴 수 없다면……. 양보 이외의 답은 없는 거겠죠? 우리는 양보하며 살아야 합니다. 21세기 노총각 이라는 딱지를 이마에 붙이고 돌부처마냥 그 자리에 앉아있다가 부식되는 운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말이죠. 아니면 다 사도 남을 정도로 돈이 많던가요. 어쨌든 우리 남자들은 오늘도 사냥하듯 물건을 구매하고, 원하고, 그렇게 충동하며 살고 있고, 여자들은 오늘도 나의 빽 하나 하나에 정성을 쏟고, 케어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보너스샷 얘기는…….

당근 뻥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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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왕 펠레. 당신도 이제 정신을 차리실 때가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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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 모두들... 양보하며 살아야 오래삽니다.

 .

.

.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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