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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tra Slim Part 1

알라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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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의 울트라 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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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것에 대해서 알아보죠

 

지난 번 실리콘에 이어 이번에는 울트라 슬림입니다. 시계 관련 기사에 관심이 있다면 올 해 정말 많이 보았을 단어가 아닐까 싶습니다. 5년 정도만 전으로 돌아가면 울트라 슬림이란 단어를 찾기 어렵습니다. 대신 오버사이즈, 빅 워치라는 단어가 주를 이룹니다. 그렇다면 오버사이즈 워치가 이제 슬슬 질려가는 상황에 나오는 반대 급부 같은 트렌드일까요? 돌고도는 유행처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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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를 비교적 최근에 접하셨다면 울트라 슬림이 마치 새로운 시계인 것처럼 느껴질 겁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꽤 오래 전의 개념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울트라 슬림은 극도로 얇은 시계, 혹은 그런 시계를 만들기 위해 필수적인 극도로 얇은 무브먼트를 말하는데, 그 시초 격인 무브먼트가 프레드릭 피게 칼리버 21의 아버지인 칼리버 99입니다. 칼리버 99를 기준으로 카운트하면 한 세기 정도의 역사를 가지는 것이 울트라 슬림입니다. 울트라 슬림이 시계 시장 전체를 지배할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으로 발전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어떤 하나의 지향점이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이것을 향해 달려갈 수 있었던 건 기술력을 갖춘 소수로 국한되었고, 거기서 지들끼리 물어뜯는 걔들만의 리그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울트라 슬림의 전성기를 1950에서 1960년대로 꼽습니다. 딱 두 종의 수동과 자동 무브먼트 때문이죠. 이것은 지금까지 얇기에서도 왕좌를 유지할 정도의 얇기, 얇기와 함께 비례하여 나타나는 많은 (짜증나는) 요소를 잘 구슬려서(?) 완벽한 균형을 잡은 완성도를 갖춘 무브먼트였기 때문입니다. 바로 예거 르쿨트르 1953년 만든 칼리버 803(수동) 1967년에 선보인 칼리버 920 그 주인공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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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6대 걸작임!!

 

그럼 울트라 슬림의 포지션은 과연 어디일까요? 블랑팡의 6대 걸작이 힌트가 됩니다. 6대 걸작이라고 하면 숨을 헐떡거리며 죽을 것 같던 1970년대를 넘기고 기력을 회복한 기계식 시계가 나 안 죽었음. 다시 살아났음이라는 부활의 선언이자 기계식 시계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기 위한 6종의 모델이죠. 트리플 캘린더+문 페이즈, 투르비용, 스플릿 세컨드, 퍼페츄얼 캘린더, 미닛 리피터의 5개 모델과 마지막으로 울트라 슬림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트리플 캘린더+문 페이즈는 컴플리케이션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블랑팡에서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모델이라 예외로 눈감아 주고, 나머지는 일반적으로 컴플리케이션으로 인식하는 시계들이죠. 이런 쟁쟁한 시계 속에 왜? 어째서? 기능도 단순하기 짝이 없게 생긴 울트라 슬림이 들어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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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연륜은 되야, 울트라 슬림을...그냥 머리가 좀 빨리 벗겨진 20대일지도

 

울트라 슬림은 예상외로(?) 일반적인 생산라인에서 생산하지 않습니다. 기능도 없는 시계라고 대충(?) 만들고 싶어도 대충 만들 수가 없어서 입니다. 그래서 숙련된(딱히 기준은 없는 듯 하나) 워치 메이커가 모인 라인에서 생산됩니다. 왜냐면 두께가 얇기 때문에 부품 두께가 그에 비례하여 얇고 연약(?)하죠. 이런 부품을 플레이트 위에 올리는 작업은 갓 입사한 워치메이커로는 버겁습니다. (독일 시계 학교에서 주로 상대하는 무브먼트가 회중용인 ETA 칼리버 6497 같은 것이니까요. 울트라 슬림은 그보다 훨씬 더 작고 훨씬 더 얇습니다. 새삼 우리나라의 쇠젓가락 문화가 자랑스럽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 울트라 슬림 조립 참 잘할텐데) 레고 듀블로 조립하는 것 과 보통의 레고 조립하는 차이라고 보면 될까요. 조립이 겁나게 까다롭습니다. 덕분에 비싼 인력을 쓰면서 시간은 더 걸립니다. 한마디로 생산성 별롭니다. 조립 이전의 단계, 부품의 생산과 가공 단계에서는 일반 무브먼트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문제점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기어간 유격이나, 예를 들어 메인 플레이트와 브릿지를 스크류로 조일 때 조금만 세게 조이더라도 기어 트레인이 기능하지 않을 그런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죠. 물론 부품 가공의 정밀도도 더욱 높은 수준이 요구됩니다. 그렇습니다. 생산성은 별로에다가 더욱 높은 섬세함 요구되지만 기능이 없습니다. 기능을 넣으면 되지 않느냐. 그러면 울트라 슬림이 성립되지 못합니다. 아래를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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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 오크 Ref.15202


로얄 오크를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점보라는 별명을 가진 Ref.15202의 무브먼트인 칼리버 2121을 살펴보죠.


           칼리버          

               두        께                

             기        능           

                      탑재 모델                    

 2120

2.45mm

 시, 분

쥴 오데마 울트라 씬 

2121

3.05mm

시, 분, 데이트 

로얄 오크 Ref.15202 


 

칼리버 2121의 베이스는 2120로 타임 온리입니다여기서 데이트 윈도우를 올린 버전이 칼리버 2121이고 센터 세컨드를 올린 다른 베리에이션도 있습니다데이트 기능이 더해진 것뿐이지만 두께는 2.45mm에서 3.05mm로 급격하게 늘어납니다. 0.6이라는 숫자는 울트라 슬림의 세계에서 엄청난 차이입니다과장을 하면 0 1정도의 차이랄까요울트라 슬림은 경기를 앞둔 복서라고 보면 어떨까 싶은데요계체량 측정을 앞두고 몸 안의 땀 한 방울까지 빼내는 복서처럼얇게 만들기 위해 기능을 최소화 합니다센터세컨드로 만들면 두께가 증가하는 초침은 물론이고 데이트 기능도 넣지 않습니다그래서 울트라 슬림이라는 시계들이 거의가 타임 온리이고 보고 있으면 심심한 이유입니다하이엔드들이 울트라 슬림을 만들면서 조금 골치 아픈 문제가 생깁니다시계 가격은 기능에 비례하기 때문입니다기능이 복잡하면 복잡할수록 비싸지는데 반해울트라 슬림은 반비례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없는 기능 덕분에 생산비용의 반영이 쉽지 않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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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얄 오크 Ref.15300. Ref.15202에 비해 무려 초침이 하나 더 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리테일가로 보면 울트라 슬림이 탑재된 Ref.15202보다 천만원 가량 쌉니다!!

이러니 고민이 안되겠나고요. 메이커나 소비자 둘 다 말이에요.


로얄 오크 Ref.15202처럼 쿨하게 가격을 설정하면 되겠지만 요즘 우리가 이렇게 저렇게 해서 힘들게 시계를 만들었지만 기능은 없고 그러니까 소비자 당신들이 이해를 좀 해주셈이라고 하면 아 그렇구나’ 라고 할 이해심 많은 소비자가 별로 없다는 사실입니다그래서 메이커들은 이 순수한 아름다움 하지만 디스플레이 한 구석을 오랫동안 차지하고 있는 이들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집니다.

 

3,4년 전에 울트라 슬림이라는 빛나는 유산을 지닌 하이엔드들은 번뇌를 거듭해야 했습니다. 이 아래의 녀석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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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피게 칼리버 21블랑팡 칼리버 21, 파텍 필립 칼리버 177 -> 단종

예거 르쿨트르 849에 필적하던 수동 울트라 슬림파텍 필립은 칼리버 21 에보슈로 칼리버 177을 만드는데 자이로맥스로 수정하는 등 파텍 다운 색채가 나타났습니다입맛 까다로우신 파텍의 선택을 받았다는 것이 의미있습니다그들의 인 하우스화는 상당히 이전부터 시작되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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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피게 칼리버 71&72 블랑팡 칼리버 71-> 단종브레게 칼리버 -> 현역

풀 로터도 아닌 것이 마이크로 로터도 아닌 어정쩡한 로터가 중앙도 아닌 위치에 달린 것이 매력입니다영구 초침 위치도 이상하죠블랑팡에서 한두 모델 정도에 투입하다가 GG 선언합니다지금은 칼리버 72으로 업그레이드(?)되어 브레게에서만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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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 르쿨트르 칼리버 849 -> 현역

단종된 피게와 달리 현역 생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여성용으로 투입되는 수모(?)도 겪고 40mm로 케이스가 무슨 뻥튀기 기계에 들어가기도 했지만 단종되는 것에 비하면야가장 리즈너블한 울트라 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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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 르쿨트르 칼리버 920오데마 피게 칼리버 2120, 바세론 콘스탄틴 1120-> 현역파텍 필립 -> 단종

예거 르쿨트르가 빅3(편의상 빅3라고 하겠습니다)에 에보슈 공급을 했는데그것이 칼리버 920과 칼리버 803입니다자동인 920의 경우 셋 모두에 공급했으나 파텍은 인 하우스 선언 후 독자 노선을 걷고둘은 현재까지 사용 중입니다예거 르쿨트르는 오데마 피게로 920의 설계랑 생산설비 이런 것을 다 넘기면서 실질적으로 920은 오데파 피게의 인하우스가 됩니다.아 그리고 예거는 공급을 했지만 이들을 사용할 수 없었던 안타까운 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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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거 르쿨트르 칼리버 803오데마 피게 칼리버 2003, 바세론 콘스탄틴 칼리버 1003 -> 현역

가장 얇은 무브먼트입니다두께 1.64mm이며 예거 르쿨트르가 두 메이커에 공급했습니다이 보다 얇은 무브먼트가 없었던 건 아닌데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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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제 칼리버 21P -> 단종

아주 쿨한 네이밍의 21P. 21은 프랑스의 길이단위 리뉴로 말한 무브먼트의 지름입니다. 정확하게는 21과 21과1/2사이인데 이름을 21과1/2라고 할 수는 없으니까요. 

자동으로 2.3mm두께에 불과합니다자동에서는 가장 얇죠마이크로 로터를 사용하므로 두께에서 유리한 구조입니다울트라 슬림의 세계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같은 자동이라고 해도 로터 방식 차이로 풀 로터와 구분해서 보는 게 맞지 않나 합니다.



파텍 필립의 마이크로 로터 칼리버 240이나 좀 오래된 피아제의 9P가 빠져있죠. 왜냐면 제가 깐깐한 남자라서 입니다. (저에게만 한없이 관대한 남자)


일종의 기준 미달인데, 자동의 경우 2.5mm미만 수동의 경우 2mm미만라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합니다. 고전적인 울트라 슬림의 조건(제 맘대로인 기준)에서는 말이죠. 


Part2에서 달라진 울트라 슬림의 시각에 대해서 말해보려고 합니다. 보너스로 피아제의 12P와 예거의 920을 왜 다른 기준으로 봐야하는가 자세하게 설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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