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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바쉐론 콘스탄틴의 스트라이킹 워치, 캐비노티에 웨스트민스터 소네리 트리뷰트 투 요하네스 베르메르

시계는 사람의 오감 중 시각에 가장 크게 의존하는 도구입니다. 시간을 읽거나 아름다운 색상의 다이얼의 매력을 느끼거나 무브먼트의 아름다운 피니싱을 감상할 때 모두 시각을 사용합니다. 시각 다음으로는 촉각을 사용하곤 합니다. 밤새 풀어둔 시계를 아침에 손목에 올릴 때 새롭게 느껴지는 무게나 온도, 광택을 띤 매끄러운 케이스의 표면을 느끼거나 오래 사용해서 손목 모양에 맞춰 길들여진 가죽 스트랩을 만지면서 시계를 느낍니다. 청각은 시계가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째깍째깍하는 소리, 로터가 도는 소리를 듣기 위해 가끔씩 동원되곤 합니다. 하지만 청각은 온전히 스트라이킹 워치를 위함입니다. 



스트라이킹 워치의 정의는 소리로 시간을 나타내는 시계입니다. 스트라이킹이란 행위에 한정한다면 알람 시계도 이 범주에 들어가겠지만 시간을 소리로 알려준다고는 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스트라이킹 워치는 리피터와 소네리로 한정하게 됩니다. 전자는 소리로 나타내는 최소 단위의 시간에 따라 쿼터, 파이브미닛, 미닛 등으로 나뉘게 되고 최소 단위가 작을수록 복잡하고 고급 메커니즘으로 나타납니다. 소네리는 시보라고 볼 수 있으며 정시와 15분 단위의 시간을 소리로 나타냅니다. 시보이기 때문에 해당시간이 되면 스스로 소리로 시간을 알렸지만 상황에 따라 곤란한 경우를 고려해 요즘은 온/오프 기능을 넣기도 합니다. 또 소네리 기능은 결국 리피터 기능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단독으로 소너리 기능을 갖추는 경우는 드뭅니다. 리피터 메커니즘을 이용해 두 기능을 함께 수행하는 경우가 다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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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킹 워치의 역사는 중세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마을 광장에 높게 솟은 첨탑의 종 소리는 스트라이킹 워치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겠죠. 종을 때려 시간을 알리는 행위는 사실 소너리와 다를 게 없으니까요. 시계는 헤어스프링의 발명을 계기로 휴대가 가능한 사이즈로 점점 작아졌고 교회의 종 소리 역시 주머니 속 시계로 대체할 수 있게 됩니다. 시각에 의존해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데도 청각으로 시간을 확인하려던 이유는 어둠 때문이었습니다. 17세기 말에 첫 선을 보인 쿼터 리피터가 등장한 시대에는 지금처럼 전기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시계 다이얼과 바늘에 야광 물질을 발라서 시간을 표시할 수 있었던 것도 아니었습니다. 어둠에서 활약하기 어려운 시각 대신 청각을 이용해 시간을 확인하고자 했고 이것은 리피터라는 기능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리피터의 구조는 크게 보통의 시계처럼 시간을 표시하는 부분, 시간을 읽어내 전달하는 부분, 스트라이킹을 통해 시간을 소리로 변환하는 부분으로 나뉩니다.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소리나 음향 같은 요소도 고려되어야 합니다. 이 같은 복잡한 메커니즘과 통상적인 시계 기술을 넘어서는 기술적 요구는 스트라이킹 워치 제조사를 한정시켰고, 기술력을 포함한 높은 능력과 정점에 서야 하는 확고한 목표의식을 가진 하이엔드 브랜드로 자연스러운 연결고리가 만들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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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6년 바쉐론 콘스탄틴 뮤지컬 쿼터 리피터

전통의 하이엔드인 바쉐론 콘스탄틴은 스트라이킹 워치에서 족적을 남겨오고 있습니다. 설립자인 장 마크 바쉐론이 워치메이커가 되기 위한 마지막을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만든 시계는 알람 기능이었습니다. 스트라이킹 워치와 연결점을 가진 시계로 아직 정식으로 워치메이커가 되지 않은 그에게는 큰 도전이자 그도 예상하지 못했을 바쉐론 콘스탄틴 스트라이킹 워치의 시작점이었을 터입니다. 탁월한 기술을 갖춘 워치메이커로 성장한 장 마크 바쉐론의 손자 자끄 바텔리미 바쉐론과 숙력된 사업가인 프랑소와 콘스탄틴이 만나 바쉐론 콘스탄틴을 설립했고 스트라이킹 워치는 계속해서 등장하게 됩니다. 1806년 바쉐론 콘스탄틴의 제작 명부에서 최초의 스트라이킹 워치를 확인할 수 있고, 1811년 오르골에서 영감을 얻은 뮤지컬 쿼터 리피터를 선보입니다. 1800년대 후반과 1900년대 초반에 루마니아 여왕과 스페인의 이사벨 왕녀의 요청에 따라 정기적으로 스트라이킹 워치의 주문을 받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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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아드 왕에게 헌정된 Ref. 11294. 케이스 측면에 스트라이킹 기능을 제어하는 버튼과 케이스 백에는 에나멜링으로 왕가의 문장을 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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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쉐론 콘스탄틴 설립 250주년 모델 뚜르 드 릴, 수 많은 기능을 제어하기 위해 베젤까지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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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260주년 기념 모델 Ref. 57260의 전면 다이얼(위)의 10시와 11시 방향에 스트라이킹 기능과 관련한 인디케이터가 있다

스트라이킹 워치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술적 능력을 포함 음향적 요소까지 다루므로 시계에서는 컴플리케이션의 하나로 정의됩니다. 컴플리케이션은 다시 기능과 기능이 만나 더욱 복잡한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을 구성하는 하나의 기능으로 속하곤 합니다. 다양한 컴플리케이션이 있지만 스트라이킹 메커니즘은 소리를 낸다는 점에서 각별합니다. 1929년 이집트에 거주하던 스위스인들이 푸아드 왕에게 올린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Ref. 11294는 3개의 공을 갖춘 미닛 리피터와 소네리(그랑, 쁘띠), 알람의 모든 스트라이킹 기능과 퍼페츄얼 캘린더, 스플릿 세컨드 등의 컴플리케이션으로 구성된 모델이었습니다. 케이스 측면에 스트라이킹 기능을 제어하는 버튼을 두었고, 크라운을 감으면 일반 배럴과 스트라이킹 배럴이 동시에 와인딩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푸아드 왕에게 헌정하는 시계인 만큼 골드 케이스에 실버 다이얼을 택했고 8포지션의 매우 엄격한 조정을 거쳤습니다. 기능에 비해 다이얼은 상대적으로 복잡함을 드러내지 않는데 이것은 1920~30년대의 흐름을 반영한 구성이었습니다. 이 모델은 2005년 옥션에서 약 3,300,000 스위스 프랑에 낙찰되며 가치를 확인했습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설립 250주년과 260주년을 맞이한 2005년과 2015년에 16개와 57개의 기능을 담은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뚜르 드 릴과 Ref. 57260을 발표했습니다. 이 모델에는 투르비용, 퍼페츄얼 캘린더 기반에 기반한 셀레스티얼 등의 기능에 리피터와 소네리가 포함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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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0년대에 발표한 Ref. 4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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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 30010(위)와 칼리버 1755(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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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패트리모니 컨템포러리 Ref. 30110

복잡한 그랜드 컴플리케이션의 형태와는 반대로 바쉐론 콘스탄탄의 스트라이킹 워치는 극도로 심플한 형태로도 등장합니다. 먼저 1940년대 나온 Ref. 4261을 들 수 있습니다. 티어 드롭 러그와 스텝 베젤 케이스는 일견 당시 유행하던 심플 워치처럼 보이지만 케이스 왼편의 슬라이딩 레버에서 이 시계가 평범하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지름 36mm, 두께 5.25mm의 케이스는 두께 3.28mm의 수동 리피터 무브먼트로 실현했습니다. 무브먼트, 케이스 두께 모두 요즘 나오는 심플 기능의 수동과 자동 무브먼트의 두께와 필적하거나 혹은 능가하는 극도의 얇음을 실현한 것입니다. 1990년대 초반에 등장한 Ref. 30010은 1940년대에 먼저 등장했던 Ref. 4261에서 영감을 얻어 리바이벌된 모델입니다. 무브먼트 두께 3.25mm로 스스로의 기록을 갱신한 칼리버 1755를 탑재했으며, 특징적인 외관의 디테일은 Ref. 4261과 판박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유사했습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울트라 씬 리피터의 이외에도 완벽한 사일런트 거버너(governor)를 구현한 바 있습니다. 거버너는 리피터의 타격 간격을 일정하게 확보하는 일종의 레귤레이터입니다. 때문에 리피터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부품이나 보통 회전하면서 ‘쉬익’하는 소리가 발생해 해머가 공을 타격할 때 마치 잡음처럼 들어가게 됩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은 깨끗하고 명징한 소리로 시간을 전달하기 위해 사일런트 거버너를 개발해 칼리버 1731에 적용합니다. 이 수동 리피터 무브먼트를 탑재한 패트리모니 컨템포러리 Ref. 30110(2013년)은 Ref. 30010의 후계기를 암시하는 리퍼런스 넘버를 택했고, 케이스 지름 41mm, 두께 8.09mm로 완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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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비노티에 웨스트민스터 소네리 트리뷰트 투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케이스 백

복잡함과 심플함. 상반된 두 가지 형태를 자유자재로 구사한 바쉐론 콘스탄틴 스트라이킹 워치의 역사와 발전은 흥미롭습니다. 요즘 워치메이킹, 컴플리케이션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과거에 비해 손쉬워진 영역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퍼페츄얼 캘린더의 전승이 도제식으로 이뤄졌던 과거와 달리 리버스 엔지니어링으로 다른 회사의 설계를 확인하고, 시뮬레이션으로 수많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도 있습니다.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다면 특정 영역에서는 하이엔드 브랜드 같은 지위로 올라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스트라이킹 워치는 아직 그렇지 못합니다. 물론 비니지스적 관점에서 두드려 본 계산기의 숫자가 그리 끌리지 않을 수도 있을 터 입니다. 하지만 조금 낭만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컴플리케이션의 꽃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스트라이킹 워치는 정점에 서고자 하는 브랜드에게 매력적인 대상입니다. 기술과 전통, 시각과 촉각 여기에 청각이라는 요소를 전부 균형 있게 아우를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따르며, 이것은 마치 아름답고 탐스럽게 꽃과 같아서 반드시 꽃피우고 싶은 대상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트라이킹 워치는 여전히 전통 하이엔드 브랜드의 영역으로 한정되며 컴플리케이션 중의 컴플리케이션으로 꼽히고 있으며, 바쉐론 콘스탄틴은 컴플리케이션의 꽃을 피워내는 브랜드의 하나로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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