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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F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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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an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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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밀이 올해 야심차게 선보인 여성용 시계 RM 71-01 오토매틱 투르비용 탈리스만(국내에도들어온다고 하네요)을 보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디테일은 시계에 유니크한 개성을 불어넣는 마스크였습니다. 다양한 소재의 대비와 조화를 통해 세련되면서도 화려한 느낌을 만들어냈죠. 그런데 그 제품을 보고, 또 영감의 원천이 된 것이 원시 예술, 부족 예술(tribal art)이라는 것을 들으면서 왠지 모르게 거의 10년 전 선보인 바쉐론 콘스탄틴의 메티에 다르 레 마스크 컬렉션이 떠올랐습니다. ‘마스크’라는 영감을 전혀 다른 모습으로 풀어낸 점에서 그랬을까요? 리차드 밀이 모던하고 세련된 느낌의 현대판 마스크라 한다면 바쉐론 콘스탄틴의 마스크는 오랜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머금은 유물과도 같은 느낌입니다. 이번 VS 컬럼에서는 마스크라는 공통의 테마를 풀어낸 리차드 밀과 바쉐론 콘스탄틴의 시계를 비교해보고자 합니다.   


RICHARD MILLE, RM 71-01 Automatic Tourbillon Talisman
리차드 밀 하면 강렬한 인상을 풍기는 남성용 시계가 먼저 떠오르죠. 물론 다이얼 위 꽃잎이 펼쳐지며 투르비용이 솟아오르는 여성용 컴플리케이션이나 RM037 레이디스 컬렉션처럼 여성 시계들도 선보이긴 했지만, 실제로 자동차나 항공 분야에서 영감을 주로 받아 개성 넘치는 디자인과 기술력을 보여주고, 또한 테니스 선수 라파엘 나달, 골프 선수 부바 왓슨, 폴로 선수 파블로 맥도너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포츠 부문과 협업하면서 남성성 강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 사실입니다. 이런 리차드 밀이 올해 브랜드가 추구하는 고유의 여성성을 보여주기 위해 새로운 도전을 감행했습니다. 심지어 새로운 여성 컬렉션 디렉터까지 임명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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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RM 71-01 오토매틱 투르비용 탈리스만


Cecile Guenat_Copyright_Jabulani Maseko.jpg

_새로운 여성 컬렉션 디렉터 세실 게나


리차드 밀은 “리차드 밀 시계는 고도의 기술력으로 높은 명성을 자랑합니다. 저희는 지난 몇 년간 여성 컬렉션에도 많은 투자를 했고, 실제로도 여성 시계 부문에서 눈에 띄게 성장했습니다. 저는 브랜드에 색다른 에너지를 불어넣는 동시에 여성 컬렉션을 새로운 차원으로 이끌어나갈 재능 있고, 현대적인 감각의 여성 디렉터를 원했습니다. 제 친구이자 비즈니스 파트너인 도미니크 게나(Dominique Guenat)의 딸 세실 게나(Cécile Guenat)가 그 적임자였습니다”라고 설명하며 새로운 디렉터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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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차드 밀은 3년 전 그녀에게 새로운 제품 디자인을 제안했습니다. 제네바 예술 디자인 스쿨을 졸업하고 스위스 로잔의 주얼리 업체에서 일하며 경험을 쌓은 세실은 유명 디자이너 주얼리 부티크에서 디자인 작업을 하며 포트폴리오를 쌓아가고 있었는데, 그 제안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그리하여 초반 스케치에서부터 스톤 선택에 이르기까지 디테일한 부분에까지 심혈을 기울이며 자신의 열정을 쏟았습니다. 마치 행운을 선사하는 부적같은 ‘탈리스만’의 의미를 지니는 시계를 만들어내기 위해 그녀는 부족 예술(tribal art)과 아르데코 사조에 주목했습니다. RM 71-01 오토매틱 투르비용 탈리스만을 디자인하며 위대한 근현대 거장 예술가들에게 영향을 준 가면, 아프리카 조각상 등 부족 미술에서 영감을 가져온 것이죠. “부족 예술을 처음 접했을 때 그 속의 대조미, 기하학적 패턴, 성스러운 표현 등 형태와 메시지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현재까지 이어져온 디자인의 뿌리를 반영하고 있기도 하죠. 그런 점 때문에 아프리카 부족 미술에 매료되었습니다.” 세실의 설명입니다. 실제로 RM 71-01 오토매틱 투르비용 탈리스만을 처음 보는 순간 다이얼 위 가면 같은 디테일이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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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은 시계의 정밀한 기계적 특성에 걸맞는 특별한 주얼리 세팅을 하기 원했습니다. 그리하여 주얼리 전문가, 다이얼 제작자, 워치메이커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댔고, 초기 스케치 단계에서부터 컨셉이 빠르게 구체화되면서 다양한 해석과 의미를 담은 열 개의 다른 케이스와 다이얼 조합이 탄생했습니다. 주얼 스톤을 세팅한 다이얼은 두 개의 대조적인 요소를 표현하고 있는데 하나가 자연적 느낌, 또 하나가 도시적 느낌이라고 합니다. 또한 케이스 인그레이빙과 세팅을 다양하게 조합해 스켈레톤 무브먼트의 매력을 최대한 극대화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어느 방향에서 보아도 반짝이는 광채가 느껴지는 RM 71-01 오토매틱 투르비용 탈리스만은 자세히 살펴보면 스톤들이 기하학적인 형태를 만들어내고 있는 점 또한 독특합니다. 베젤 부분에는 버전에 따라 다이아몬드의 사이즈, 모양, 개수를 달리하며 세팅했습니다. 케이스백은 무광으로 처리하면서 음각 장식을 가미해 반짝이는 다른 면들과 대비를 이루는 동시에 그 위에 놓인 화려하면서 섹시한 로터가 눈길을 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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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은 디자인과 기술력이 잘 어우러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리하여 브랜드 최초의 오토매틱 투르비용 무브먼트가 탄생했습니다. 무브먼트 테크니컬 디렉터 살바도르 아르보나(Salvador Arbona)는 곡선 형태는 유지하면서 폭이 좁은 케이스에 탑재할 수 있는 8번째 인하우스 칼리버인 오토매틱 투르비용 무브먼트 CRMT1을 RM 71-01의 심장에 놓았습니다(무브먼트는 티타늄 소재로 무게가 8g에 불과합니다). 독특한 디자인과 더불어 성능, 안정성, 탁월한 피니싱 처리 등 하이엔드 타임피스를 만드는 데 집중한 동시에 정확성, 효율적인 와인딩, 충격에 대한 저항성 등 성능에 있어서도 까다로운 리차드 밀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토노 형태 케이스에 화이트 골드 혹은 레드 골드 소재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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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S


VACHERON CONSTANTIN, Les Masque Collection
바쉐론 콘스탄틴의 메티에 다르 컬렉션은 매년 은근 기다려지기까지 합니다. 또 어떤 새로운 기법과 시도로 상상을 뛰어넘는 작품(!)을 선보일까 하는 기대감 때문인데요. 시리즈로 선보이며 바쉐론 콘스탄틴 메티에 다르 컬렉션의 서문을 본격적으로 연 것이 바로 레 마스크 컬렉션 아닌가 싶습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메티에 다르 컬렉션 중에서 (개인적으로) 단연 시각적인 임팩트도 최고 아닐까 하구요. 이후 바쉐론 콘스탄틴은 마끼에를 접목한 컬렉션, 위대한 탐험가에게 헌사하는 트리뷰트 투 그레이트 익스플로러 컬렉션, 샤갈의 천장 벽화를 미니어처 형태로 옮긴 샤갈과 오페라 드 파리 컬렉션에서부터 최근에는 도시의 빛이 뿜어내는 조감도를 그려낸 빌레 루미에르, 역사 속 깊은 의미를 지니는 열기구를 다이얼에 입체적이고 예술적으로 표현한 아에로스티어에 이르기까지 그간 다양한 형태의 메티에 다르 장르로 영역을 넓혀왔습니다.


그럼 기억을 더듬어(!) 레 마스크 컬렉션의 탄생 배경을 살펴볼까요? 바쉐론 콘스탄틴은 단순히 복잡하고 어려운 컴플리케이션을 넘어 250년이 넘는(당시 그랬고, 이제 어느덧 260년도 넘었습니다) 역사 동안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남들이 할 수 없는 뭔가를 보여줄 수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그리하여 선택한 것이 바로 ‘마스크’였죠. 원시 예술, 부족 예술을 대표하는 마스크를 주제로 해 3000여 년의 세월, 4개 대륙을 아우르는 대서사시를 시계 위에 풀어냈습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원시 예술 박물관 중 하나로 꼽히는 바비에 뮐러 박물관(Barbier-Mueller Museum)은 공교롭게도 바쉐론 콘스탄틴이 그렇듯 제네바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바비에-뮐러 박물관은 마스크를 ‘오리지널 작품의 형태와 매우 유사하게 제작해야 한다’는 전제 조건 하에 보유하고 있는 컬렉션 중 몇 점의 귀한 마스크 작품들을 바쉐론 콘스탄틴에 특별히 제공했다고 합니다. 실제 이 마스크들의 가치는 수십 억원에 달할 정도로 레알(!) 진귀한 유물이었습니다.


메티에 다르 FULL.jpg


바쉐론 콘스탄틴은 바비에-뮐러 컬렉션에서 시계 다이얼 위에 골드로 재현할 수 있는 12가지 마스크를 엄선했습니다. 물론 그 마스크들을 시계 다이얼 위에 옮겨오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친 결과 제네바 엔지니어링 학교에서 레이저 기법을 통해 각 마스크의 3차원 이미지를 만들어낸 후 부피를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 마스크 전체 모습을 케이스에 꼭 맞도록, 그리고 돋보이도록 하는 각도를 계산해냈습니다. China & Indonesia.jpg

_중국 & 인도네시아 버전


앞서 설명했듯 소재는 섬세한 가공과 색채를 가미하는 것이 가능한 골드를 선택했습니다. 바쉐론 콘스탄틴의 조각 장인들은 마스크 위에서 세월의 흔적은 물론 원시 조각 도구가 만들어낸 흔적에 이르기까지 오리지널 마스크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아내려고 했습니다. 마지막은 색깔을 입히는 과정이었습니다. 마스크 본래의 느낌을 살리기 위해 멕시코 마스크는 플래티넘, 가봉 마스크는 핑크 골드, 중국 마스크는 옐로 골드, 인도네시아 마스크는 화이트 골드로 제작했습니다. 심지어는 고전에서 발견한 전기 화학식을 사용해 전통적인 증류방식을 활용했고, 특히 중국 마스크에는 조각 장인들이 새로운 보호 코팅 기법을 통해 마치 수천 년 전의 것인 듯 녹슨 구리의 모습을 재현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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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_핑크 골드 소재로 제작한 가봉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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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옐로 골드 소재로 제작한 중국 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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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멕시코 & 가봉 버전


2007년부터 2009년에 이르기까지 매년 4개씩 3년에 거쳐 총 12개의 마스크가 세상에 공개되었습니다. 시계에는 자동 무브먼트 2460G4를 탑재해 네 개의 디스크로 시, 분, 요일과 날짜를 각각의 창에서 표시했는데, 덕분에 중앙에 예술적인(!) 마스크를 위한 공간이 확보될 수 있었죠. 10년 만에 다시 봐도 역작의 포스만큼은 여전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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