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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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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상트레의 커벡스 케이스


탱크 워치는 1917년 디자인이 완성되고, 2년 뒤인 1919년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합니다. 다시 그로부터 2년이 흐른 1921년에 첫 번째 파생모델인 탱크 탱크 상트레(Cintrée)가 선을 보이게 되죠. 프랑스어 상트레는 아치 모양, 만곡이라는 의미입니다. 탱크 상트레라는 이름은 말 그대로 케이스의 형태가 결정했는데, 케이스 측면을 보면 완만한 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었죠. 탱크 상트레는 회중시계에서 손목시계의 시대로 이행되던 때 등장했습니다. 복식에 있어서는 여성보다 보수적인 남성들이 지금까지 사용하던 회중시계에서 손을 놓지 못하고 있었지만 대세는 점점 손목시계로 흐르고 있었죠. 주머니에서 시계를 꺼내 시간을 볼 것인지 아니면 손목 위의 시계로 손쉽게 시간을 볼 것인지 고민하던 시기에 시계 브랜드들은 손목시계의 시대를 인지하고 새로운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회중시계의 시대에는 크게 고려하지 않았던 요소, 즉 방수, 착용감이었죠. 주로 주머니 속에 넣어 휴대했다가 필요한 때에 꺼내보던 회중시계는 물의 접촉이 그다지 없었습니다. 변덕스러운 날씨에 느닷없이 내리는 비를 맞는 정도라면, 게다가 주머니 속에 있다면 직접적으로 물과 대면하지 않았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하지만 시계를 손목에 차게 되자 일상적으로는 손을 씻는 일부터 시작해 물과의 거리가 급속도로 가까워집니다. 당시 방수기법이 정립되지 않았던 무렵이라 소량의 물이라도 시계에게는 제법 위협적이었을 터, 따라서 탱크 워치 패밀리에서는 1920~30년대 탱크 이탕쉬로 방수기법을 제시하게 됩니다. 또 하나는 착용감입니다. 손목의 원통형 단면, 게다가 사람에 따라서 제 각각인 손목 모양으로 인해 모두를 만족스러운 착용감을 갖춘 시계 케이스를 디자인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물며 아직 익숙하지 않은 손목시계의 착용에 거부감을 드러내는 때라면 더욱 착용감은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테니까요. 아마도 이러한 연유에서 등장한 형태가 커벡스(Curvex), 커브드 케이스라고 부르는 곡면 케이스의 시계였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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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 야광을 올린 아라빅 인덱스와 야광 핸즈를 갖춘 탱크 상트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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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상트레의 브레이슬릿 버전


탱크 상트레는 당시 커벡스 워치의 흐름에 발맞춰 등장한 모델입니다. 탱크 워치의 본격적인 파생모델이었으며 시대의 흐름, 어떤 의미에서는 기술적인 흐름에 대응한 시계였다고 평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탱크 워치인 탱크 노멀과 비교하면 가로에 비해 세로가 긴 케이스가 특징입니다. 케이스 측면을 보면 상트레의 진가가 드러납니다. 완만한 곡선을 드러내는 케이스와 곡선에 맞춰 변형된 브롱카는 새로운 탱크 워치의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손목 위에서 편안한 착용감을 선사하게 됩니다. 브롱카의 디자인은 정면에서 봤을 때 탱크 워치의 기본을 잘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탱크의 캐터필러를 이미지 한 실루엣이지만, 측면에서 보면 끝으로 향할수록 (러그로 향할수록) 두께가 얇아지는 형태는 마치 흔들의자의 로커(Rocker, 활 모양의 나무막대)처럼 미려한 곡선으로 완성되어 상당히 다른 캐릭터를 드러냅니다. 


브롱카를 포함한 탱크 워치 디자인의 주요한 4요소 중, 다이얼의 레일웨이 인덱스와 로만 인덱스는 커벡스 케이스에 어울리는 형태로 새롭게 디자인됩니다. 먼저 레일웨이 인덱스는 왜곡이 일어나는 볼록 거울을 보듯 위, 아래가 곡선을 그리며, 좌우에 비해 인덱스의 폭이 늘어나 있습니다. 로만 인덱스 역시 레일웨이 인덱스에 맞춰 재구성되었으며, 사각형의 각 코너를 제외하면 일정한 간격을 유지했던 탱크 노멀과 달리 로만 인덱스 사이의 가격이 눈에 띄게 차이가 납니다. 특히 코너에 위치한 로마자 I이나 XI의 쉐리프 변형은 눈에 띌 만큼 인상적입니다. 이후에 등장한 아라비아 인덱스 버전에서도 이와 유사한 변형이 나타나며, 후에 프랑크 뮬러의 상트레 커벡스나 롱 아일랜드 같은 모델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좀 더 세부적으로는 브레게 핸즈를 사용했고, 모델에 따라서는 야광을 올린 아라비아 인덱스를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커벡스 케이스에 따라 성형된 글라스가 투과하는 빛은 굴절되어 다이얼에 일그러짐을 드러내는 장면은 빈티지 탱크 상트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오묘한 미적 요소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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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상트레의 드로잉


탱크 상트레는 까르띠에 뉴욕, 까르띠에 런던과 같은 지사에서도 지역적인 특성을 고려해 변형한 모델을 내놓습니다. 하지만 커벡스 워치의 흐름은 점차 최초의 인체공학적인 접근에서 과해지는 양상에 접어듭니다. 필요이상으로 급격한 커브를 그리는 형태로 나타났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무브먼트는 단차를 지닌 새로운 구조로 나타납니다. 하지만 이것은 내구성에서 문제를 드러냈고 손목시계 디자인의 노하우가 축적되며 점차 커벡스 구조에 의존하지 않는 상황이 되자 소멸에 이르게 됩니다. 이와 달리 탱크 상트레는 특유의 구조가 만들어내는 특유한 디자인 덕분에 꾸준한 생명력을 가지게 되는데요. 1940~1960년대 탱크 워치의 전환기는 물론 쿼츠 손목시계로 어수선한 분위기인 1970년대에도 지속적으로 생산되기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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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용 탱크 상트레 듀얼 타임


기능, 디자인 등 여러 관점에서의 재해석은 탱크 워치 100년 간의 흐름으로 탱크 상트레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다만 탱크 상트레는 오리지날의 디자인에서 큰 변화가 없는 편이었기에 그 예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만, 1990년대의 듀얼 타임 기능의 상트레는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커벡스 케이스를 그리기 위해 세로가 긴 구조는 지름이 작은 두 개의 무브먼트를 탑재하기에 충분한 공간을 지녔습니다. 위 이미지처럼 중국시장을 위해 나온 탱크 상트레 듀얼 타임처럼 두 개의 무브먼트를 탑재하고 각각 독립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형태로 완성되었으며, 흥미롭게도 두 개의 다이얼 중 위는 로만 인덱스, 아래는 한자를 사용해 세계 어떤 지역에서 이 모델을 접하더라도 이국적인 기분이 들게 합니다. (노멀 버전의 탱크 상트레 듀얼 타임은 로만 인덱스로 된 다이얼 하나와 로만, 바 인덱스로 된 다이얼을 사용했습니다) 독립된 두 개의 무브먼트 덕분에 1시간이 아닌 15분 단위의 흔치않는 타임존까지 커버할 수 있는 점은 물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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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상트레 스켈레톤의 힌트가 되었을 탱크 루이 까르띠에 사파이어 스켈레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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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상트레 스켈레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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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크 상트레 스켈레톤에 탑재하는 칼리버 칼리버 9917 MC


1980년대 데뷔한 탱크 어메리칸의 모태가 된 탱크 상트레는 2017년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등장하게 됩니다. 까르띠에가 꽤 공을 들여온 스켈레톤, 엄밀하게 말하면 현대적 스켈레톤 무브먼트를 탑재한 탱크 상트레 스켈레톤이 주인공입니다. 여기서 현대적 스켈레톤이라고 하면 스켈레톤 무브먼트의 뼈대를 염두에 두고 설계하고 생산하는 방식으로, 원재료라고 할 수 있는 기존 무브먼트의 뼈대만 남기고 면을 제거하는 전통 기법과 다릅니다. 까르띠에는 이것을 이용해 디자인 헤리티지라 할 수 있는 로만 인덱스의 스켈레톤 무브먼트를 완성하는 등, 많은 업적을 이뤄왔으며 이번 상트레 스켈레톤은 그 정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커벡스 케이스에 맞춰 칼리버 9917 MC의 다이얼 12시 방향의 배럴과 6시 방향의 밸런스는 10~15도 가량 경사지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스켈레톤 뼈대는 로만 인덱스의 다이얼을 만들어냈던 다른 모델처럼 오리지날 탱크 상트레의 볼록거울 같은 특유의 왜곡된 형태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뼈대 사이사이로 노출된 배럴, 기어트레인, 밸런스는 독특하게도 일직선으로 연결되었고, 이것의 모든 부품은 은빛으로 통일되어 있습니다. 골드 케이스, 골드 스켈레톤 무브먼트와 대비 혹은 통일을 이루기 위한 의도적인 기법입니다. 10~15도의 경사를 그리기 위해 크게 세 개의 파트로 나눈 스켈레톤 무브먼트는 스크류를 사용한 고정을 하고 있으며, 이는 케이스와 브롱카를 고정하기 위해 사용했던 디테일과 일치합니다. 끊임없는 변화, 진화를 거듭해 온 탱크 워치의 역사는 굳이 2017년의 100년을 강조하지 않으려는 듯 시크하게 오늘을 나아가고 있지만, 탱크 상트레 스켈레톤은 작은 기념이나마 하려는 듯 특별한 아름다움을 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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