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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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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틸러스 40주년 기념 에디션 Ref. 5711/1P



그 종류가 제한적인 하이엔드 스포츠 워치 카테고리 안에서 파텍 필립(Patek Philippe)의 노틸러스(Nautilus)는 철옹성과도 같은 위상을 자랑합니다. 


1839년 창립 이래 귀금속으로 분류되는 골드로만 시계를 제조해온 파텍 필립이 1976년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독특한 케이스(8각 베젤과 4개의 고정 스크류를 사용한 프로파일) 형태를 지닌 시계인 노틸러스를 발표했을 때 시계애호가들은 대체로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노틸러스의 탄생에는 몇 가지 숨겨진 배경이 있었습니다. 스턴(Stern) 가문에 의해 대대로 보수적으로 운영되온 파텍 필립은 컬렉션 하나를 새로 런칭할 때도 사전에 오랜 기간의 자료 조사와 기존 고객들의 취향을 두루 고려하는 등 매우 신중을 기하기로 유명한데, 1970년대 초 일부 고객들 중에는 요트 등 해상 스포츠 활동시 마음 편히 착용할 수 있는 방수 사양을 강화한 스포츠 워치를 만들어달라고 요청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이에 파텍 필립은 앞서(1972년)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의 아이코닉 스포츠 워치 로열 오크(Royal Oak)를 디자인해 유명해진 워치 디자이너 제랄드 젠타(Gérald Genta)를 찾아가 새로운 시계 디자인을 의뢰했고, 이후 2년여의 철저한 연구 개발, 준비 끝에 마침내 노틸러스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여담이지만, 이후 제랄드 젠타가 세상을 떠나기 전 남긴 한 인터뷰에서 그의 말을 빌리자면, 1970년대 초 바젤 페어 참가시 한 호텔 레스토랑에서 파텍 필립 관계자들과 조우하게 된 젠타가 그들에게 약간의 종이와 펜을 가져오라고 해서 약 5분만에 뚝딱 완성한 스케치 초안이 훗날 노틸러스로 거듭났다는 일화가 있지요. 젠타가 직접 남긴 말이어서 와전 됐을리는 없겠지만 한편으로는 특출난 디자인도 때로는 즉흥적인 영감 속에서 탄생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시대적으로 볼 때 노틸러스의 등장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1960~1970년대를 관통하는 동안 스포츠 워치를 찾는 수요층은 비약적으로 증가했고, 20세기 초만 하더라도 개념자체가 부재했던 다이버나 레이싱 컨셉의 시계들이 대중적인 브랜드에서부터 고급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기술적으로는 항상 혁신적이었지만 시계의 외관, 디자인 측면에서는 의도적으로 정형화된 스타일을 추구해온 진중한 브랜드 파텍 필립조차도 이러한 시대상황의 변화를 외면할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노틸러스는 파텍 필립으로서는 큰 모험이나 다름없었지요. 단순미가 으뜸인 칼라트라바나 고혹적인 그랜드 컴플리케이션 시계를 주로 제조해온 파텍 필립이 시계 케이스 소재로는 흔한 스틸을 사용했다는 것, 게다가 그 시계가 이들로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120m 방수 사양을 갖춘 스포츠 워치라는 점도 화제가 되기엔 충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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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6년 발표한 오리지널 노틸러스 모델 Ref. 3700/1A ⓒ Antiquorum



첫 오리지널 노틸러스(Ref. 3700/1)는 직경 42mm 케이스로 1970년대 중반 당시로서는 무척 대담한 사이즈였기에 일부 컬렉터들 사이에서는 '점보(Jumbo)'라는 별칭으로 불리곤 했습니다. 이는 젠타가 디자인한 로열 오크나 인제니어에도 따라 붙는 수식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선박의 현창(Porthole)에서 영감을 얻은 코너를 둥글린 8각형 베젤에서도 제랄드 젠타의 디자인 코드를 엿볼 수 있으며, 견고한 투 피스 구조의 케이스와 유격 없이 견고하게 맞물린 3연의 브레이슬릿 형상 또한 컬렉션의 특징을 고스란히 드러냈습니다. 


가로로 줄무늬가 새겨진 블루톤이 도는 차콜 컬러 다이얼에는 발광 도료를 채운 얇은 바통 형태의 아워 마커가 부착되었으며, 시와 분 그리고 3시 방향에 날짜만 표시하는 단순한 형태로 특유의 절제미를 표현했습니다. 무브먼트는 예거 르쿨트르 베이스(Cal. 920)의 얇은 28-255C 오토매틱 칼리버를 탑재했으며(당시 이미 오데마 피게의 로열 오크와 이후 바쉐론 콘스탄틴의 오버시즈 전신 '222' 모델에도 사용됨), 시계의 방수 사양은 120m로 자유롭게 각종 해상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누구나 발음하기에도 좋은 '노틸러스'라는 근사한 이름은 현대 잠수함의 효시이자, 프랑스 작가 쥘 베른(Jules Verne)의 공상과학소설 <해저 2만리(Twenty Thousand Leagues Under the Sea)>에 등장하는 네모 선장의 잠수함(노틸러스호)에서 결정적으로 영감을 얻어 붙여진 것이라고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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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1년 컬렉션에 처음으로 등장한 미드 사이즈 모델 Ref. 3800/1 ⓒ Christie's

센터 세컨드 형태의 인하우스 자동 칼리버 335 SC를 탑재했습니다.  



케이스 직경 42mm의 오리지널 노틸러스는 1976년부터 1990년대까지 컬렉션에 존재하며 꾸준히 동일한 레퍼런스(3700)로 제작되었으며, 차츰 브랜드를 대표하는 시그너처모델로 자리잡게 됩니다. 처음에는 노틸러스의 등장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이들조차도 세월 속에서 노틸러스만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1980년에는 첫 여성용 노틸러스 모델(Ref. 4700/51J)을 발표하고, 1년후인 1981년에는 예거 르쿨트르 베이스가 아닌 쓰리 핸즈 데이트 타입의 인하우스 개발 자동 무브먼트(Cal. 335 SC)를 탑재한 직경 37.5mm 케이스의 남녀 공용(미드 사이즈) 라인(Ref. 3800/1 & Ref. 3900/1 )이 이어져 1990년대 중반까지 꾸준한 인기를 얻습니다. 이후 1996년에는 처음으로 로만 뉴머럴(숫자 인덱스)을 사용한 미드 사이즈 모델(Ref. 3800/1JA)과 골드 케이스에 노틸러스 라인 최초로 가죽 스트랩을 매칭한 모델(Ref. 5060/S)이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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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8년 출시된 노틸러스 첫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 모델 Ref. 3710/1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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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5년 발표한 노틸러스 첫 문페이즈 표시 모델 Ref. Ref. 3712/1A 



이후 1998년에는 노틸러스 컬렉션에 처음으로 잔여 동력을 표시하는 와인딩 존 인디케이터(Winding zone indicator IZR,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를 자체적으로 부르는 표현)를 갖춘 모델(Ref. 3710/1A)을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2005년에는 보다 현대적인 파워리저브 인디케이터와 날짜(포인터 핸드 타입), 그리고 컬렉션 최초로 문페이즈 디스플레이를 갖춘 스몰 컴플리케이션 모델(Ref. 3712/1A)을 선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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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6년 노틸러스 30주년을 맞아 케이스 구조와 형태를 미묘하게 개선한 기본 데이트 모델 Ref. 5711/1 



이듬해인 2006년에는 노틸러스 30주년을 맞아 기존의 노틸러스 고유의 디자인은 유지하되 새로운 쓰리 피스 구조 케이스와 함께 한층 고급스러운 피니싱을 적용한 뉴 노틸러스를 런칭하고 다양한 신모델을 출시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컬렉션 최초로 선보인 플라이백 기능의 자동 크로노그래프 모델(Ref. 5980/1A)이 특히 많은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어 2009년에는 여성용 노틸러스(Ladies’ Nautilus) 라인업을 추가로 재정비했으며, 2010년에는 노틸러스 컬렉션 최초로 애뉴얼 캘린더 기능의 모델(Ref. 5726A)을 추가했습니다(참고로 2012년 브레이슬릿 버전인 5726/1A도 추가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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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출시한 노틸러스 애뉴얼 캘린더 문페이즈 모델 Ref. 5726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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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발표한 노틸러스 트래블 타임 크로노그래프 Ref. 5990/1A 



또한 파텍 필립은 2014년 바젤월드에서 크로노그래프와 두 개의 각기 다른 타임존을 표시하는 새로운 컴플리케이션 모델 노틸러스 트래블 타임 크로노그래프(Ref. 5990/1A)를 발표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12시 방향에 포인터 핸드로 아날로그 데이트(날짜)를 표시하고, 6시 방향에는 크로노그래프의 60분 카운터를 배치했으며, 세컨 타임존을 가리키는 별도의 핸드와 함께 로컬 타임과 홈 타임의 낮과 밤을 동시에 표시하는 독창적인 인디케이터까지 더해 전체적으로 파텍 필립다운 간결한 배열 속에서도 기능성의 본연을 추구했습니다. 여기에 무브먼트는 안정적인 크로노그래프 작동을 보장하는 컬럼휠과 버티컬 클러치를 갖추고, 특허 받은 실리콘계 신소재인 스피로맥스 헤어스프링과 자이로맥스 밸런스를 적용한 새로운 인하우스 자동 CH 28-520 C FUS 칼리버를 탑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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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년 여성용 노틸러스 신제품 Ref. 7118/1A



2015년에는 자동 무브먼트(Cal. 324 S C)를 탑재한 35.2mm 직경의 새로운 여성용 노틸러스 모델(Ref. 7118/1A)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올해(2016년) 노틸러스 40주년을 맞아 파텍 필립은 이를 자축하는 2종의 한정판을 발표했습니다. 하나는 플래티넘 케이스 및 브레이슬릿으로 700개 한정 제작한 기본 데이트 모델(Ref. 5711/1P)이고, 다른 하나는 화이트 골드 케이스 및 브레이슬릿으로 1,300개 한정 제작한 크로노그래프 모델(Ref. 5976/1G)입니다. 


- 노틸러스 40주년 기념 리미티드 에디션 관련 보다 자세한 사항은 TF 뉴스 참조: https://www.timeforum.co.kr/1474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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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이얼 바탕에  '1976-40-2016' 숫자를 엠보싱 각인해 특별함을 더한 노틸러스 40주년 에디션 Ref. 5976/1G (1,300 피스 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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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칭 당시의 오리지널 패키지를 재현한 독특한 코르크 케이스에 담겨 제공되는 노틸러스 40주년 에디션 Ref. 5711/1P (700 피스 한정)




노틸러스는 전통적으로 드레스 워치 쪽에 특화된 파텍 필립으로 하여금 처음으로 스포츠 워치라는 일탈을 하게 만든, 브랜드 역사적으로 봤을 때는 이단아에 해당하는 컬렉션입니다. 그럼에도 일찍이 대담한 사이즈와 독창적인 아이덴티티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브랜드를 대표하는 아이코닉 라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습니다. 1990년대 이후로 노틸러스의 높은 인기에 힘입어 파텍 필립은 노틸러스와 언뜻 비슷하면서도 보다 간결한 외형을 지닌 형제격의 스포츠 워치 라인 아쿠아넛(Aquanaut)을 1997년 추가로 런칭했을 정도입니다.  


여담입니다만, 저는 약 3년 전 스위스 제네바 시내에 위치한 파텍 필립 뮤지엄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총 3층의 전시 공간에서 파텍 필립의 역대 주요 빈티지 피스들은 물론 각종 고서 및 특허 자료 그리고 16세기부터 19세기 후반까지 수집된 여러 제조사의 진귀한 앤티크 시계들을 한가득 볼 수 있었는데요. 1층 한 쇼케이스 안 수많은 시계들 중에서도 유난히 강렬한 존재감을 발하던 1976년 오리지널 노틸러스의 모습을 특히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 시계는 지금이라도 당장 꺼내서 착용해도 아무렇지 않을 정도로 매우 강인해 보였고 시대를 초월한 세련미를 갖고 있었습니다.  




- 노틸러스 40주년을 기념한 짧은 공식 필름도 함께 감상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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