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시계에 대한 애정이 점차 커지면서 함께 커졌던 의문은 왜 우리나라만을 위한 시계가 나오지 않을까였습니다. 그 이유를 곧 알게 되었고 아쉬움도 함께 알게 되었죠. 그로부터 시간이 제법 흐른 지금 아쉬움은 적지 않게 줄어들었습니다. 국내 시계시장의 성장에 맞춰 그에 걸 맞는 혜택(?)이 가시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고 그 하나가 우리나라만을 위한 시계의 발매였으니까요.
우리나라는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전 세계 매출로 따져봤을 때 무시할 수 없는 시장입니다. 코리아 에디션이 나오기에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고 할 수 있는데요. 리뷰로 소개할 하트비트 문페이즈 코리아 에디션은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대한민국의 소비자들을 위해서만 발매된 모델입니다.
레귤러 에디션의 하트비트 문페이즈
하트비트 문페이즈 코리아 에디션의 베이스는 하트비트 문페이즈 Ref. FC-335MC4P6과 같은 모델입니다. 지금의 프레드릭 콘스탄트를 있게 해준 일등공신인 하트비트에 문 페이즈 기능을 결합한 모델이죠. ‘뚫어비용’으로도 불리는 하트비트는 밸런스가 위치한 만큼의 다이얼을 잘라내 밸런스의 박동을 시계를 손목에서 풀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시계입니다. 하트비트와 같은 시계가 많아진 요즘에야 간단한 발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이 새로운 형태가 등장하기 이전까지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임은 분명합니다. 당시의 모델에 탑재한 ETA 칼리버 2824는 밸런스의 중심축이 비교적 다이얼 12시 방향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는 ETA 칼리버 2892도 마찬가지로 하트비하트 했을 때 다이얼의 균형을 잡기에 용이한 조건임에 분명합니다. 다른 무브먼트를 탑재한 하트비트 류의 시계들을 볼 때 다소 균형감이 떨어지거나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른 디테일을 넣는 예를 종종 볼 수 있으니까요. 현재 프레드릭 콘스탄트는 ETA 대신 셀리타를 탑재하며 하트비트 문페이즈 코리아 에디션에는 칼리버 SW 200 베이스의 무브먼트가 탑재됩니다.
다이얼을 들여다보면 가장 먼저 심장박동을 하는 12시 방향의 밸런스와 밸런스 축을 지탱하는 루비, 밸런스와 짝을 이루는 이스케이프먼트의 일부, 페를라주로 아름다움을 더한 브릿지를 접하게 됩니다. 그 다음은 대칭 위치에 있는 6시 방향 문 페이즈입니다. 다채롭게 표현되는 요즘의 문 페이즈와 비교했을 때 이것은 클래식하며 심플한 디테일입니다. 기요세 패턴의 다이얼과 조화를 고려했기 때문이지 싶군요. 하트비트는 기본적으로 센터세컨드입니다. 여기에는 추가로 바늘 하나가 더 있으며 포인터(Pointer) 방식의 날짜를 기능하기 위해서입니다. 날짜창이 아닌 포인터가 오늘에 해당하는 숫자를 가리키며, 이를 위해 다이얼 가장 바깥쪽에는 홀 수 단위에 숫자, 짝수 단위에 도트를 프린트했습니다. 이러한 구성은 경우에 따라 번잡함을 가져올 수 있지만 40mm 지름의 넉넉한 케이스와 다이얼이 공간적 여유를 주어 번잡함을 느낄 수 없습니다. 그 안쪽으로는 로마 숫자를 사용해 시간을 나타내며, 다이얼 중앙에 이르는 영역에는 클루 드 파리(Clou de Paris)로 부르는 기요세 기법의 하나를 프레스로 표현했습니다. 기요세 가공이면 더 좋겠으나 프레드릭 콘스탄트의 가격대를 고려했을 때 구현하기가 어렵습니다. 때문에 프레스 가공의 정교함을 따지는 게 더 합리적인데요. 브랜드의 역사를 볼 때 다이얼 제작, 다이얼 메이커와 연관이 있는 프레드릭 콘스탄트이기 때문에 프레스로 표현한 클루 드 파리지만 상당히 선명한 가공을 드러내 인상적입니다. 다이얼의 색상은 스펙 시트에서는 실버로 명기되어 있으나 밝은 편에 속해 하얀색이라고 봐도 무방하며, 실버 다이얼로는 조명에 따른 변화가 그리 크지 않아 안정적이며 균일한 색상을 표현합니다.
케이스는 별다른 군더더기 없이 심플합니다. 끝으로 갈수록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는 러그는 기능적이며 아름답지만 크게 도드라지지 않죠. 그래서인지 디자인의 재미는 베젤이 대신하게 되는데요. 베젤은 하트비트의 전통인 스텝 베젤로 2층 구조의 단차를 지닌 형태입니다. 풍부한 곡선미를 드러내는 2층 베젤과 다이얼이 케이스가 주는 매력의 대부분을 담당합니다. 케이스 측면은 케이스 백으로 향할수록 점점 폭이 좁아지는 형태이며 완만한 곡선미를 드러냅니다. 케이스 백은 다른 케이스 요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복잡합니다. 필기체로 브랜드 이름, 리퍼런스 넘버 등을 각인해 클래식한 멋스러움을 보여줍니다.
무브먼트는 칼리버 FC-335(이나 모델명이 FC-330으로 시작하므로 칼리버 넘버가 FC-330일 수도 있습니다)이며 베이스 무브먼트는 셀리타 SW 200입니다. 날짜 기능을 지원하는 셀리타 SW 200에 문 페이즈 기능을 더한 기능입니다. 60m 방수이므로 드레스 워치로는 방수 능력이 비교적 높은 편에 속합니다. 크라운이 위치한 케이스 백에 오목한 홈을 내 크라운을 당겨 빼기에 쉽도록 배려했습니다. 크라운은 스크류 다운이 아닌 일반적인 방식이므로 크라운 포지션은 크라운을 만지지 않은 상태가 포지션 0이며 수동 와인딩, 포지션 1에서 날짜와 문페이즈 조정, 포지션 2에서 시간 조정입니다. 수동 와인딩의 감촉은 이 모델의 유일한 단점이지 싶은데요. 손으로 돌리기에 좀 뻑뻑합니다. 자동 무브먼트이기 때문에 매일 착용하거나 와인더를 사용할 경우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시계가 파워부족으로 멈췄을 때 시계를 깨우기 위해 수동 와인딩을 한다면 손가락에 힘을 제법 줘야 합니다. 포지션 1에서는 날짜와 문 페이즈를 조정할 수 있으며 크라운을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리면 포인터가 한 칸씩 이동하며 날짜를 바꿀 수 있습니다. 반대로 크라운을 시계 방향으로 돌리면 문 페이즈를 한 칸씩 이동시킬 수 있죠. 따라서 문 페이즈 조정에 커렉터를 사용하는 방식에 비해 간편하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포지션 2에서는 시간 조정이며 크라운을 돌릴 때 다소 무겁지만 조정에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칼리버 FC-335는 38시간의 파워리저브를 갖추고 있군요.
가죽 스트랩은 소가죽에 악어가죽 패턴을 찍은 것으로 보입니다. 스트랩의 라이닝을 보면 ‘Crococalf’라고 되어 있으니까요. 스트랩은 케이스 색상에 맞춰 진한 브라운 계열이 사용되었습니다. 케이스 두께가 10mm로 그리 두껍지 않지만 스트랩은 제법 두꺼운 편이므로 케이스를 단단하게 지지해 줍니다. 버클은 탱버클 방식이며 스트랩과 버클은 무난하다고 평할 수 있겠습니다.
리뷰를 끝까지 읽었다면 이 모델이 코리아 에디션으로서 큰 특징이 없다고 생각하실지도 모릅니다. 제품 자체는 스테인리스 스틸 케이스의 Ref. FC-335MC4P6 등과 같으니까요. 같은 기능의 모델과 차이점은 다름아닌 케이스의 색상입니다. 로즈 골드 도금한 모델은 지금까지 없었으며 유일하게 국내에만 발매되어 유통되므로 코리아 에디션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죠. 포인터나 날짜에 색상을 넣는다거나 로터에 특별한 각인을 넣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디테일에 변화를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지만,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로즈 골드 컬러의 하트비트 문페이즈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도 꽤 멋진 듯 합니다. 여전히 골드의 색상 중에서 가장 선호하는 색상인데다가, 스테인리스 스틸과 옐로우 골드 도금 케이스로만 나오는 클래식 하트비트에서는 더욱 보기 어려웠기 때문에 희소성을 가지게 됩니다. 보다 확실한 회소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법, 즉 리미티드 에디션이 아닌 점이 조금 아쉽긴 해도 다른 나라에서 구할 수 없다는 사실은 매력적입니다. 다른 나라에서 발매된 리미티드 에디션을 보며 아쉬워했던 예전과 달리 로즈 골드 컬러의 하트비트 문페이즈를 구매하기 위해 한국에 와야 한다는 사실이 기분 좋습니다. 하트비트 문페이즈 코리아 에디션을 본 외국인 친구가 이 시계 처음보는데 어디서 샀냐고 물어보는 상상과 함께 리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한때 필드워치였는데 오랫만에 보니 방갑네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