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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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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시오(Casio)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자계산기 제조업체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1972년 출시한 세계 최초의 소형 개인용 계산기 '카시오 미니'는 전세계적인 히르를 치면서 
극동아시아 변방에 위치한 일본의 한 작은 가족 기업은 일약 스타 브랜드로 성장하게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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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4년 발표한 카시오 첫 전자 손목시계인 '카시오트론' ⓒ Casio


다양한 전자계산기로 세계인들을 매료시킨 카시오는 1974년 돌연 캘린더 기능의 전자 손목시계인 
카시오트론(Casiotron)을 출시하며 처음으로 시계 제조 분야에 발을 들여놓습니다.  

카시오의 이러한 결정은 같은 일본의 대선배 브랜드인 세이코(Seiko)와 시티즌(Citizen)의 선전에서 자극을 받은 것으로, 
1970년대 당시 전자식 쿼츠시계의 세계적인 인기와 수요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예시라 할 만합니다. 

일찍이 초소형 LCD 디스플레이 제조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했던 카시오로서는 
디지털 표시 방식의 전자시계야말로 새로운 도약의 기회이자 이들의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촉매제가 되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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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샥의 아버지'로 통하는 이베 키쿠오 씨. 


1981년 카시오 개발 부서 팀의 일원이자 엔지니어였던 이베 키쿠오(Kikuo Ibe)는 절대로 망가지지 않는 시계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기획안을 회사에 제출했고, 
동료이자 상품 기획자인 마쓰다 유이치와 디자이너인 니카이도 타카시를 영입해 ‘프로젝트 팀 터프(Project team tough)’를 결성합니다. 

세 사람은 당시 모두 20대 초중반의 나이였으며, 카시오에 입사한지도 얼마 되지 않은 젊은 엔지니어들이었습니다. 
당시로서는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혈기왕성한 청년 직원들의 연구 개발 활동에도 회사는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약 2년 간 200여 개에 달하는 프로토타입을 폐기하면서까지 가열찬 연구 개발 끝에 1983년 발표한 시계가 바로 지샥(G-Shock)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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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3년 발표한 첫 지샥 시계인 DW-5000C 모델 


지샥은 제품 기획 및 개발 단계서부터 ‘트리플 텐(Triple Ten)’, 다시 말해, 자유 낙하 10m의 충격에서도 손상을 입지 않아야 하며, 
기본 10기압(수심 100m) 이상의 방수 사양과 배터리 수명 10년을 보장하는 시계를 만들겠다는 매우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착수한 결실이었습니다. 

당시 이미 세이코나 시티즌도 내구성이 뛰어난 시계들(일부 전문 다이버 시계를 포함해서)을 여러 종류 선보인 바 있지만, 
카시오의 지샥은 기능 자체보다도 시계 내외장을 구성하는 모든 요소들을 완전한 내충격 설계에 포커스를 맞춘 세계 최초의 시계라는 점에서 획기적인 시도였습니다. 

이로써 1983년 4월 출시된 최초의 지샥 모델 DW-5000C는 그 전까지 발표된 그 어떠한 시계와도 달랐습니다. 

블랙 우레탄 소재의 사각에 가까운 케이스에 역시나 우레탄 소재의 울퉁불퉁한 스트랩부터 시선을 사로잡았고, 
LCD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다이얼에는 시, 분, 초가 나란히 디지털 방식으로 표시됐으며, 상단에는 날짜, 월, 요일, 낮/밤(AM/PM)까지 표시했습니다. 
각각의 기능들은 케이스 각 모서리에 위치한 별도의 푸시버튼으로 간편하게 조정할 수 있었고, 추가로 스톱워치와 알람 세팅 기능까지 포함해 활용도가 높았습니다. 

그리고 케이스 상단 베젤부 상하에 각각 충격 보호를 뜻하는 프로텍션과 지샥 브랜드명을 새겨 넣어 한눈에 봐도 든든한 시계라는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실제로 지샥은 런칭 당시 시계를 건물 2~3층에서 떨어뜨리거나 시계를 착용한 스턴트맨이 각종 아찔한 영화 씬을 찍는 장면 등을 담아 광고 이미지로 적극 활용했고, 
미국에서는 아이스 하키팀이 경기시 퍽(스코어 획득에 필요한 도구) 대신 지샥을 사용해도 끄떡 없을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TV 광고를 내보내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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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샥 구형 & 현행 모델의 케이스 구조를 엿볼 수 있는 공식 이미지들



전자시계를 그리 선호하지 않는 시계평론가들조차도 카시오 지샥의 등장이 센세이션 했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지샥은 단지 또 하나의 대중적인 스포츠 시계의 등장 차원에 그치지 않고, 
기존의 전자시계를 바라보는 패러다임과 앞으로의 나아갈 방향성까지도 일거에 바꿔버린 혁명적인 시계였습니다. 

패기 넘치는 일본의 세 젊은이들이 일상에서 편하게 즐기며 착용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대의 튼튼한 시계를 구상하다 프로젝트 형태로 발전한 지샥은 
어느덧 시계사에 길이 남을 아이콘이 되었습니다. 개발자들조차 지샥이 이토록 큰 성공을 거두리라고는 출시 당시엔 아마 상상조차 못했을 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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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4년 개봉한 액션 영화 '스피드'에서 지샥 DW-5600 시계를 착용한 키아누 리브스 


첫 지샥 모델인 DW-5000C에 이어 1987년 런칭한 DW-5600 시리즈는 
현재까지도 후속 모델이 원형 디자인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지샥의 롱런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하게 됩니다. 

DW-5600C는 또한 미국의 미남배우 키아누 리브스(Keanu Reeves)가 할리우드의 액션영화 ‘스피드(Speed)’에 출연할 당시 착용해 
영화의 흥행과 더불어 전세계 젊은 남성들 사이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게 됩니다. 이를 계기로 지샥의 국제적인 인지도도 더욱 높아지지요.  


한편 카시오는 1989년 첫 아날로그 방식의 지샥 AW-500을 발표합니다. 
여기서 아날로그란 기존의 시계처럼 시와 분을 표시하는 핸즈를 다이얼 중앙에 배열한 형태를 뜻하며, 
카시오는 하단에 소형 LCD 디스플레이를 추가해 캘린더를 표시했습니다. 

이어 1992년에는 전자시계 최초로 온도 감지 센서를 장착한 시계를 발표했고, 
같은해 방수시계 국제 규격인 ISO 2281을 충족하는 수심 200m 방수 성능의 프로그맨(DW-6300) 시리즈를 연이어 발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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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2년 출시한 DW-6100(사진 좌측 모델)과 ISO 국제 방수 규격을 충족하는 첫 프로그맨 모델 DW-6300(사진 우측 모델)


특히 프로그맨 시리즈는 미국의 네이비씰 등 군 특수부대 요원들도 애용하는 시계로 유명세를 얻기 시작합니다. 

프로그맨의 큰 성공으로 머드맨, 레인지맨, 걸프맨 등 다양한 시블링 라인업이 추가되었으며, 
여러 종류의 지샥 중에서도 유독 이 맨 시리즈만 수집하는 열혈 마니아 집단까지 등장할 정도입니다(현재는 걸프마스터, 머드마스터로 일부 라인업명 변경됨). 

1994년에는 브랜드 최초로 EL 백라이트 즉 별도의 버튼을 누르면 다이얼 바탕에 불이 들어와 어둠 속에서도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DW-6600 시리즈를 발표했으며, 
같은해 첫 여성용 지샥인 베이비-G(Baby-G) 시리즈의 런칭과 함께 DW-520 모델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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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세대 DW-5600 시리즈로 1996년 시판된 DW-5600E 모델. 
더 가볍지만 내구성은 뛰어난 강화 플라스틱 레진을 케이스 전체 소재로 확대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1995년에는 티타늄 케이스에 한층 대담한 디자인의 프로그맨 모델(DW-8200)을, 
1998년에는 태양광 충전 방식을 도입한 터프 솔라 지샥(DW-9300) 시리즈를, 
2000년에는 브랜드 최초로 라디오 컨트롤 기능의 시계인 GW-100를(마스터 오브 G 시리즈의 출발), 
2007년에는 특수한 방수 방진 및 녹 방지 설계로 내구성을 끌어올린 걸프맨(G-9100)과 머드맨(G-9100) 시리즈를, 
2008년에는 두 개의 각기 다른 센서로 온도와 압력은 물론 고도계와 기압계 측정까지 가능한 라이즈맨(G-9200)을, 
2009년은 멀티 밴드(6개 지역의 라디오 컨트롤 기능을 갖춘) 사양의 GW-7900 모델과 솔라 충전 방식을 결합한 그래비티마스터(GW-2500) 시리즈를, 
2010년에는 조수 및 달의 운행 주기를 표시하는 G-라이드 모델(GPX-5600)을, 2012년은 블루투스 기능을 지원해 스마트폰과 연동이 가능한 첫 스마트 워치(GB-6900)을, 
그리고 지샥 탄생 30주년을 맞은 2013년에는 세계 각국에서 지샥 30주년 기념 이벤트를 열고 여러 버전의 한정판 모델들을 선보여 지샥매니아들을 열광시켰습니다.   


200m 방수 사양을 갖춘 신형 걸프마스터(GWN-1000).jpg

- 2014년 출시한 업그레이드 사양의 신형 걸프마스터 GWN-1000B


2014년에는 삼중 보호 설계로 내구성을 강화한 새로운 케이스에 인공 위성(GPS) 수신 및 멀티 밴드, 스마트폰 연동, 솔라 파워 충전 기능 등을 갖춘 
업그레이드 사양의 새 그래비티마스터 모델(GPW-1000)과 여기에 200m 방수 사양을 추가한 신형 걸프마스터 모델(GWN-1000)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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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지샥 신제품 메탈릭 다이얼 시리즈, 사진 좌측부터 GA400GB-1A(실버 액센트), GA400GB-1A4(로즈 골드 액센트), GA400GB-1A9(골드 액센트)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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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지샥 신제품 MR-G 스페셜 리미티드 에디션 MRGG1000HT (전세계 300개 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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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지샥 신제품 걸프마스터 GWN-Q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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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지샥 신제품 프로그맨 GWF-D1000B-1  


이렇듯 카시오의 지샥은 지난 33년간 놀랍도록 진화를 거듭해 왔습니다. 
1970~80년대 전자시계의 유행을 주도한 아이코닉한 시계에서 어느덧 현대인들의 생활 깊숙이 파고든 지샥은 우리 주변에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시계가 되었습니다. 

지샥의 이같은 성공 신화는 절대로 망가지지 않는 시계를 만들겠다는 개발자들의 투지와 일본인들 특유의 정밀 제조 기술, 
그리고 트렌드를 반영한 다채로운 디자인으로 철저히 동시대 젊은 세대를 공략한 뛰어난 제품 기획력이 밑바탕 돼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지샥은 이제 시간을 확인하는 도구로서뿐만 아니라 전세계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패션아이템이며 야외 활동시 권장할 만한 가장 든든한 파트너로 자리매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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